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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 시절 선수 스카우트하면서 ‘바닥’ 배웠다”

‘농신(籠神)’ 유재학

  • 이영미 |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22@maver.com

“코치 시절 선수 스카우트하면서 ‘바닥’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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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코치 시절 선수 스카우트하면서 ‘바닥’ 배웠다
  • ● 이상민, 문경은? 적장들과는 밥도 같이 안 먹어
  • ● 역대 베스트 5는 허재 이충희 서장훈 김주성 신동찬
“코치 시절 선수 스카우트하면서 ‘바닥’ 배웠다”
유재학(52) 울산 모비스 감독은 좀처럼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다. 코트 위에서 보이는 카리스마도 대단하다. 태업을 하는 외국인 선수가 눈에 띄면 전력 손실을 감수하고 곧장 내친다. 물을 흐리는 선수가 나타나면 주전 비주전 구분 없이 제재한다.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게 선수단 기강이라고 생각한다.

유 감독은 역대 2번째로 2년 연속 팀을 챔피언에 올렸으며 개인 통산 4회 우승을 달성해 최다 우승 감독이 됐다.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2010년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 은메달,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을 획득했다. 1999년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래 현역 최장수 및 최다승 감독이다. 역대 감독 최초로 통산 500승 달성을 눈앞에 뒀다.

야구계에 ‘야신’ 김성근이 있다면, 농구계에는 ‘농신’ 유재학이 있다고 할 만큼 그의 위상은 실로 대단하다. 2014~2015년 시즌에도 좀처럼 1위에서 내려올 줄 모르는 유 감독을 12월 3일 울산 모비스 체육관에서 만났다.

▼ 시즌 전 미디어데이 때 “6강 플레이오프만 진출해도 성공”이라고 말했는데, 엄살을 너무 부린 게 아닌가. 시즌 초 살짝 불안했지만 빠르게 제자리를 잡았다.

“그게 거짓말은 아니었다. 농구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을 맡는 바람에 5개월 넘게 내가 팀을 위해 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외국인 선수를 뽑고 선수들 전지훈련을 시키며 시즌을 준비하는 동안 감독은 대표팀을 위해 존재했기에 올 시즌 전략을 완성하는 부분에서 마이너스 요소가 많았다. 그런데 우리 팀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해준다. 주전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진 상태에서 백업 멤버, 젊은 선수들이 제몫을 다한다. 고마울 수밖에 없다.”



팀의 중심을 맡은 양동근마저 대표팀에 차출되면서 모비스는 벤치와 코트에서 전술의 핵심이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다. 창원 LG와의 시즌 개막전을 1점 차 패배로 시작했다. 초반 5경기 성적이 3승 2패였으나 이후 11연승을 내달렸다.

우승으로 이끈 기운

▼ 감독이 자리를 비운 사이 식스맨 위주로 구성한 선수단이 존스컵에 출전해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 2013년까지만 해도 존스컵에 출전하는 팀들이 대단한 실력을 자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세계선수권대회 등으로 1.5군이 주로 출전했고, 그런 가운데 모비스가 우승을 차지한 터라 실력으로 이겼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팀은 외국인 선수 한 명을 제외하곤 모두 백업 멤버였고, 달랑 7명으로 선수단을 구성한 팀이었다. 7명이 10일 동안 9경기를 치렀다. 살인적인 일정을 극복하고 우승했다. 평소 주전으로 뛰지 못하던 선수들이 이뤄낸 성과라 소식을 듣고 정말로 자랑스러웠다.”

▼ 2014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는다면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것 아닐까.

“그렇다. 대표팀을 맡은 기간에 힘든 일을 많이 겪어 앞으로 대표팀 감독은 절대 맡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은 그 같은 고생에 대한 보답이었다. 금메달 덕분에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은 김종규, 오세근, 김선형, 이종현이 열심히 하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그들보다 더 열심히 뛴 선수들이 있다. 양동근, 조성민, 양희종, 김주성이다. 고참들이 죽기 살기로 하니까 후배들이 자연스레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대표팀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베테랑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다.”

▼ 아시안게임에서 어느 정도의 성적을 예상했나.

“선수들에게 내색하진 않았지만, 과연 금메달 획득이 가능할까 싶었다. 우승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다른 출전국과 비교했을 때 전력 면에서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금메달은 실력과 노력 외에 운도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우승으로 이끄는 어떤 기운이 대표팀에 존재했던 것 같다.”

▼ 대표팀을 이끌며 여러 차례 고비를 맞았을 텐데, 언제가 가장 힘들었나.

“김민구가 음주운전 사고로 빠질 때만 해도 그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되지 않았다. 그런데 연습 게임을 시작하면서부터 민구의 공백이 느껴졌다. 그때 ‘아, 이게 크구나’ 싶었다. 선수의 인생을 생각하면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일었고, 우리가 금메달까지 목에 걸면서 그 마음이 더 깊어졌다.

그다음으로 힘든 일이 훈련 과정이었다. 훈련 스케줄이 나오면 선수단 모두가 계획한 대로 하나둘씩 단계를 거쳐 완성된 그림을 만들어가야 하는데, 선수촌 생활이 지루해 선수들이 힘들어 하다보니 선수단 전체가 처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걸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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