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호

소박하지만 따뜻한 복지 애사심, 창의성 끌어올려

한국공항공사

  •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입력2014-12-23 14: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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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공항공사는 2014년 11월 경영컨설팅사 GWP코리아가 선정한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2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 ‘일하기 좋은 기업’은 기업의 성장과 존속의 주요 원천은 신뢰 경영이라는 관점에서 기업을 평가하는 국제 표준모델로 △조직원의 신뢰와 자부심 △동료애를 바탕으로 한 구성원의 자발적 몰입 △실제 기업 성과 등으로 기업을 평가한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복지 애사심, 창의성 끌어올려

    2014년 8월 14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인근 호프집에서 대화를 나누는 김석기 사장과 직원들.

    한국공항공사는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국내 14개 공항을 운영한다. 김포, 제주, 김해, 청주 등 국제공항 7개와 울산, 광주, 원주, 여수 등 국내 공항 7개가 그것이다. 1700여 명의 직원이 이들 14개 공항에 흩어져 근무한다. 사원 개개인에게 희망 근무지를 조사해 인사 발령을 내지만, 어쩔 수 없이 가족을 떠나 낯선 곳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의 ‘감정적 교류’가 중시된다.

    “회사원 대부분이 가족보다 옆자리 동료와 더 오랜 시간을 보내잖아요, 근데 동료와 사이가 좋지 않거나 무덤덤하면 직장인으로서, 인간으로서 좀 씁쓸하지 않겠어요? 저희는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이 서로에게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유연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형성하려 노력하니 구성원 처지에선 참 고마운 일이죠.”(홍보실 하창호 과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칭찬 릴레이’다. 지난달 공개 칭찬을 받은 직원이 또 다른 칭찬 인물 한 명을 선정,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그를 소개한다. 글에는 칭찬과 축하의 댓글이 수도 없이 달린다. 당사자는 다음 달 새로운 칭찬인물을 결정한다. 하 과장은 “이를 통해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되고 즐거운 분위기가 형성된다. 멀리 지방 공항에 근무해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직원들이 친숙해지는 효과도 있다”고 귀띔했다.

    생일을 맞은 직원이 치르는 ‘생일자 미션’ 역시 흥미롭다. 팀원들이 생일을 맞은 이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담은 ‘롤링페이퍼’와 선물을 주면, 받은 이는 그걸 들고 ‘인증샷’을 찍어 게시판에 올려야 한다. 그러고는 생일에 휴가를 쓴 후 그날 무엇을 했는지 사진과 후기를 게시판에 올리는데, 이 글에도 축하 댓글이 많이 달린다. 또한 생일을 맞은 직원이 가족에게 보내는 ‘사랑의 손편지’를 작성하면, 이를 김석기 사장이 직접 쓴 감사 서신 및 축하 상품과 함께 가족에게 전달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직원과 가족 모두를 배려하는 따뜻한 이벤트다.

    인적자원팀 박준우 대리는 “직원들은 게시판에 ‘오늘 머리를 잘랐다’ ‘요즘 운동을 한다’며 본인의 이전 모습과 현재 모습을 찍은 사진을 나란히 올리는 경우가 많다. 사내 게시판이라는 공간을 통해 직원들이 즐겁게 소통한다”고 덧붙였다.



    ‘CEO 우체통’

    소박하지만 따뜻한 복지 애사심, 창의성 끌어올려

    디자이너 장광효 씨가 디자인한 한국공항공사 근무복. 조직원에게 소속감과 자부심을 준다는 평가다.

    김석기 사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 출신으로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 주오사카 총영사 등을 거쳐 2013년 10월 부임했다. 김 사장에 대한 한국공항공사 직원의 공통적인 평가는 “격식보다 소통을 중시해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 그가 취임 이후 추진한 복지정책을 살펴보면 짐작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CEO 우체통’과 ‘호프데이’다. 직원들은 속상하거나 사장에게 건의할 내용이 있으면 사장만이 볼 수 있는 e메일인 ‘CEO 우체통’에 메일을 보낸다. 이에 사장은 제도를 개선하거나 직원에게 직접 답장을 보내 위로의 말을 건넨다. 인적자원팀 박 대리는 “직원이 사장에게 직접 e메일을 보내는 것이 처음엔 다소 파격으로 여겨졌으나,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2014년 4월 한국공항공사가 화장실에 붙어 있던 ‘정보판’을 교체한 것도 CEO 우체통 건의사항에서 비롯됐다. 당시 정보판에는 해당 화장실 청소 담당자의 이름, 사진, 전화번호까지 기록됐다. 김 사장은 “이름과 얼굴을 걸고 깔끔한 서비스를 하겠다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겠지만, 근무자들의 신상정보가 지나치게 많이 공개돼 오히려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받아들였다. 박 대리는 “고객 편의도 중요하지만 근로자 역시 ‘내부 고객’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밖에도 유명 디자이너 장광효 씨에게 근무복 디자인을 맡겨 멋과 일관성을 갖추게 한 것 역시 김 사장의 아이디어다.

    2014년 8월, 김 사장은 직원 7명과 함께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인근 호프집에서 만났다. ‘사장님과 호프데이’가 처음 열린 것. ‘호프(hof)를 마시며 사장에게 직접 희망(hope)사항을 전달한다’는 의미의 ‘호프데이’는 직원들이 직접 팀을 꾸려 신청하면 성사된다. 그날 김 사장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직원들과 소탈한 대화를 나눴다는 후문이다. 또한 중요 업무 현안에 대해 수직적 결재 절차를 거치는 대신 담당 직원이 직접 임원진에게 설명하도록 한 ‘오픈 미팅’도 소통을 중시하는 김 사장의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복지제도가 워낙 잘돼 있어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사. 하지만 정작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정은 제각각이다. 아무리 ‘잘 차려진’ 복지정책이라도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반면 한국공항공사는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유연근무제’를 폭넓게 인정한다. 2013년 유연근무제 참여 인원은 119명에 달한다.

    유연근무제 효과 톡톡

    2011년부터 3년째 유연근무제를 이용하는 허윤경 지속가능경영팀 대리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오전 10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하고, 금요일에는 쉰다. 그는 이렇게 주 20시간 근무하면서 본래 임금의 절반만 받는다. 직장 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다.

    “다섯 살짜리 아이를 두고 있어요. 아침에 어린이집 데려다주고 오후 5시에 퇴근하면서 데려와요. 쉬는 금요일에는 밀린 집안일을 하고요. 양가 부모님께 육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만약 유연근무제가 없었다면 직장을 관뒀어야 해요. 지금은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이 모두 부러워하죠.”

    허 대리는 “유연근무를 한다고 해서 승진이나 업무상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팀 프로젝트보다 주로 단독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아 업무생산성에도 문제가 없다는 것. 한국공항공사는 유연근무제 외에도 시차출퇴근형, 집약근무형, 시간제근무 등 다양한 근무제도를 운영한다. 자체 실시한 ‘유연근무제 내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근무 만족도가 전년대비 3.5% 상승했다. 홍보팀 최찬섭 차장은 “유연근무제를 실시한 후 직원들의 애사심이 커지고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등 긍정적 변화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국공항공사가 GWP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항목 중 하나가 투명성이다. 특히 “내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이의를 제기하면 공정하게 처리될 것으로 믿는다”는 항목에서 조직원들의 점수가 상당히 높았다.

    여기엔 10여 년간의 노력이 숨어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2003년 공사 최초로 부정부패신고센터를 만들었다. 2012년부터는 홈페이지 내 내부 고발 창고인 ‘KAC 신문고’를 만들어 사내 부정 비리 행위 적발을 강화하고 신상필벌의 청렴 문화를 조성했다. 신문고는 2014년 12월부터는 모바일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비리, 방만 경영 등 부정부패는 사후 해결보다 사전 교육이 중요하다. 한국공항공사는 직원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처리 기준이 모호하거나, 다양한 상황에 따른 기준 적용에 의문이 있는 경우 ‘행동강령 상담실’을 찾게 했다. 2014년에만 140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홍보팀 최 차장은 “공항이 가장 주력해야 할 것이 안전과 서비스다. 직원이 고객에게 안전하고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배경’을 제공하는 것이 회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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