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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의 달인

타수는 잃어도 동반자는 잃지 말자

주말 골프의 정치학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타수는 잃어도 동반자는 잃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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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 인구 500만 시대. 골프는 동반자들과 장시간 함께하는 ‘가장 사회적인 운동’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누구는 동반자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 많은 것을 얻지만 다른 누구는 부정적 평판만 얻는다. 골프를 잘하는 것 이상으로 골프 속에 깃든 사람 관계의 테크닉을 아는게 중요하다.
타수는 잃어도 동반자는 잃지 말자
‘주말 골퍼’ 중 절반은 골프가 좋아서 친다. 나머지 절반은 비즈니스 목적으로 친다. 어느 쪽이 됐든 대개 4명이 18홀 라운딩, 그늘집 휴식, 사우나, 식사까지 대여섯 시간을 함께 보낸다. 사람의 성격을 드러내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스코어카드보다 중요한 것

나중에 동반자들에게서 “에이, 그 친구 좀 아니더라고…”라는 뒷담화가 나오면 정말 곤란해진다. 골프를 함께 치자고 하는 사람이 점점 없어진다. 비즈니스도 잘될 리 없다. ‘동반자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비치는가’는 ‘스코어카드에 몇 타를 적어내는가’ 못지않게 중요하다. ‘골프는 사교적인 운동’이라고 한다. 이 말은 ‘골프는 절교를 유발할 수도 있는 운동’이라는 뜻도 된다.

‘여자골프 세계 최강국’ 국민답게

한국의 아마추어 골퍼들은 스스로에게 반문해봐야 한다. ‘나는 필드에서 스코어에 너무 집착하는 것 아닌가’ ‘나는 공이 안 맞는다고 자주 짜증을 내거나 불쾌한 기분을 드러내는 것 아닌가’ ‘다른 사람들이 과연 나와 골프를 함께 치고 싶어 하는가’라고.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여자골프 세계 최강국’ 국민답게, 우리 아마추어 골퍼들은 타수에 상당히 집착하는 편이다. 이로 인해 ‘진상 골퍼’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사교에 실패한 골퍼’가 되기도 한다.

나에겐 엄격, 상대에겐 관대

두말할 것도 없이 이는 자신의 ‘사회적 자본’을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다. 누구나 ‘공도 잘 치고 동반자들과도 잘 사귀는 골프’를 원한다. 그러나 골프는 인생사만큼이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적어도 ‘공은 안 맞아도 사람은 얻는 골프’를 지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선 골프 매너(예절)를 잘 지켜야 한다. 동반자가 드라이버샷이나 퍼팅을 하려 할 때 조용히 해주는 것 따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나에겐 엄격하게, 상대에겐 관대하게’ 원칙을 따르면 ‘매너 없다’는 평은 듣지 않는다. 그러나 나를 ‘좋은 사람’으로 동반자에게 어필하는 사교 골프의 달인, 골프 정치의 달인이 되기 위해선 좋은 매너만으론 부족하다. 이와 관련된 4가지 팁을 소개한다.

표정이 모든 걸 말한다

첫째, 늘 밝은 표정을 지어야 한다. 정치인이 굳은 얼굴, 과묵한 태도로 일관하면 볼장 다본 것이나 마찬가지다. 선거 홍보물 속의 정치인은 하나같이 웃는다. 주말 골퍼도 정치인과 마찬가지다. 18홀 내내 밝은 표정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이 잘 맞으면 누구나 표정이 밝아진다. 안 맞으면 그 반대가 된다. 따라서 안 맞을 때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첫 홀은 일파만파”

첫 홀. 연습장에서 갈고닦은 회심의 드라이버샷을 날렸는데 오비(아웃 오브 바운스·2벌타). 아이언샷은 힘이 너무 들어갔는지 뒤땅. 간신히 원 퍼팅으로 막았지만 트리플 보기. 그린을 내려오면서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굳어진다. 파를 기록한 동반자는 “첫 홀은 일파만파(한 명이 파를 하면 네 명이 모두 파)!”라 외치고 캐디는 웃으며 스코어카드에 동그라미 4개를 그린다. 그러나 한번 찾아온 ‘멘붕’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많은 주말 골퍼가 경험하는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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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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