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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수는 잃어도 동반자는 잃지 말자

주말 골프의 정치학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타수는 잃어도 동반자는 잃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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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할 수 없는 샷엔 웃지요

우리는 이런 ‘평범한 골퍼’가 되어선 안 된다. 첫 홀부터 잘 치라는 의미가 아니라, 스코어에 상관없이 첫 홀부터 밝은 얼굴을 보이라는 뜻이다. 자신이 납득할 수 없는 샷이 나와도 그냥 웃고 지나갈 수 있어야 한다. 왜? 동반자들을 위해서다. 그러면 동반자들은 그 성의와 배려를 알게 된다. 누구도 그런 사람을 미워할 수 없다.

“매화샷이야”

물론 무조건 웃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가식으로 비쳐선 곤란하다. 살짝 미간에 힘을 줘도 관계없다. 그러나 전체적으론 표정이 밝아야 한다. 화를 내거나 내내 굳어져선 안 된다. LPGA 3인방인 스테이시 루이스는 가끔 골프채를 집어던진다. 이런 행동은 절대 따라 해선 안 된다. 첫 홀 오비에 이어 두 번째 홀에서 멋진 드라이버샷을 날린다면 동반자들에게 “매화샷이야, 매우 화난 샷”이라고 먼저 유머를 구사하는 게 좋다. 동반자들은 활짝 웃을 것이다.

성격을 어떻게 바꾸냐고?



골프를 치면 성격이 나온다는 말은 거의 사실이다.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는 성격은 결정적일 때 드러난다. 상대방이 내심 놀란다. 누구도 라운딩 동안엔 이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 공감대가 흐르고 다음 라운딩엔 부르지 않는다.

어떤 주말 골퍼는 ‘성격을 어떻게 바꾸란 말이냐’라고 항변할 것이다. 이런 골퍼는 골프를 그만두는 게 좋다. 공을 치면 칠수록 주변 지인들과의 관계가 점점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성격을 받아줄 가족이나 친구와 쳐야 하는데 그들도 괴로워할 것이다. 그러니 골프를 아예 그만두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다.

딴 돈 다 갖고 가는 사람

둘째, 돈을 밝히지 말아야 한다. 적당한 내기는 사교 골프에서 빠질 수 없다. 운동의 재미를 더해준다. 문제는 액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1999년 ‘접대 골프의 요령’ 기사에서 “몇 개 홀에서 내기를 걸라”고 조언했다. 그래야 유대감이 생긴다는 이유다. 그렇다면 얼마 정도가 적당할까. 이 신문이 추천한 금액은 홀당 5달러였다.

어떤 골프 모임에선 돈을 딴 사람이 그 돈으로 캐디피도 내고 밥도 산다. 잃은 사람에게 돌려주기도 한다. 사교 목적에 충실한 미덕이다. 잃은 사람으로선 괜히 고맙고 집으로 가는 길도 즐겁다. 반대로 딴 돈을 고스란히 다 갖고 가면 잃은 사람은 기분이 언짢아질지 모른다. 돈을 딴 뒤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 고립을 자초하는 길이다.

컨시드 안 주자 짧은 퍼팅 놓치고…

일부 주말 골퍼들의 내기는 심각한 분위기로 흐르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고교 동기들 같은 가까운 친구들끼리 한 홀당 수만~수십만 원이 오가는 내기를 하기도 한다. 게임이 과열되기 십상이다. 오비가 나도 멀리건(벌타 없이 다시 치게 하는 것)을 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홀 컵에 가까이 붙여도 웬만해선 컨시드(다음 퍼팅에서 들어간 것으로 인정해주는 것)를 안 준다. 흔들린 상대는 그만 짧은 퍼팅을 놓친 뒤 5만 원권을 토해낸다. 분위기가 냉랭해지고 대화도 끊긴다. 지폐만 살벌하게 오간다. 인간관계를 더 돈독히 하려고 내기를 하는 건데, 본말이 전도돼 내기가 목적이 되고 그로 인해 관계가 위태로워지는 것이다. 친한 사람들과 골프 칠 땐 돈 몇 푼 때문에 관계에 금이 가지 않도록 더 주의해야 한다. 또 내기가 주가 된 골프는 이미 스포츠가 아니라 도박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소액으로 재미, 적절하게 배분

접대 골프에 나선 어떤 사람들은 일부러 내기에 져줌으로써 접대받는 사람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워주기도 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조심해야 할 것이다. 이른바 김영란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공직자, 언론인, 학교 관계자는 1회에 100만 원 이상 금품을 받으면 처벌받는다. 1년에 300만 원 이상 금품을 수수해도 마찬가지다. 주말에 내기 골프 접대 자주 받다보면 한도에 걸릴 수 있다. “김영란법 때문에 골프장에 비상이 걸렸다”는 보도도 나온다.

그러나 우리 골프 문화가 과도한 내기 접대 문화로 변질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알려준 대로 몇 개 홀에서만 내기를 걸고, 그나마 소액으로 재미로 하고, 끝난 뒤 돈을 적절히 분배하면 골프장에 비상이 걸릴 일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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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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