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
한혜경 지음, 샘터, 252쪽, 1만4000원

‘100세 시대’라는 단어 앞에서 사람들 대부분은 걱정과 불안이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그게 어떤 세상인지 도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지도도 없이 나아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사실, 나도 처음에는 밝고 따뜻한, 희망적인 이야기도 써보리라 마음먹었다. “100세까지 산다니까 이제까지와는 좀 더 다른 인생을 살아야겠다. 중국어도 배우고 여행도 실컷 해야지” 하고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은퇴한 후 아프리카 오지로 떠나 봉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쓰고 싶었다.
그러나 웬걸! 칼럼 연재를 시작하자마자 마치 ‘100세 시대란 바로 이런 거야!’라고 알려주려는 듯이, 그동안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사건들이 연일 터지기 시작했다. 황혼이혼이 신혼이혼을 추월했다는 뉴스가 나왔고,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는 ‘노노(老老) 간병’과 그로 인한 ‘간병살인’ 사건이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혼자 죽음을 맞이한 뒤 한참만에야 발견되는 ‘고독사’ 뉴스도 속출했다. 부모와 자녀 간에 돈을 둘러싼 갈등이 심해지더니 급기야 ‘효도계약서’를 써야 하는 우울한 시대가 오고 말았고, 더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은퇴자들의 분노범죄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사건들 앞에서 나는 ‘사건’ 자체보다는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직접 파고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처한 개별적인 상황과 주관적인 생각을 조사하기 위해 수십 명을 만나고 인터뷰했다. 때로는 이들이 미처 말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도 느껴보려고 노력했다.
이 책에서는 열심히 산 당신이 100세 시대에 버려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새로이 갖춰야 할 미덕이 무엇인지를 제시했다. 버려야 할 것들은 돈에 지나치게 얽매이는 마음, 자식에 대한 ‘짝사랑’이나 과도한 책임감, 고독하게 사는 습관, 나이 듦에 대한 지나친 불안과 걱정 등이다. 100세 시대에 갖춰야 할 미덕은? 나는 사람들과의 진정한 교류, 이웃에 대한 관심과 투자, 오래 일하기 위한 준비, 1인 가구 시대에 필요한 ‘혼자 사는 기술’ 등을 강조했다. 특히 남자일수록 끊임없이 변화하는 가족에 대한 적응 능력과 함께 가족 내 갈등에 대처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자녀와도 협상하고 합의하는 기술이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여자들로부터도 배울 건 배워야 하고, 힘들면 도와달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도 가져야 한다.
100세 시대에 품위 있게 살기 위한 조건은 ‘인생 60~70년 시대’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남이 시키는 일만 하며 살아도 시간이 빨리 갔고, 설사 잘못 살았다 한들 과거를 되짚어보며 후회할 시간도 많지 않던 시대는 이미 가버렸다. 소중한 일에 집중하면서도 숨차지 않게 달려나갈 수 있는 장기적인 삶의 기획이 필요한 이유다.
한혜경 |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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