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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누더기 ‘김영란법’의 험로

‘직무관련성’ ‘공개적 요구’ ‘명확히 거절’…헷갈리면 대화 녹음해두라

모호한 규정·용어 꼼꼼 분석

  • 강지남 기자│layra@donga.com

‘직무관련성’ ‘공개적 요구’ ‘명확히 거절’…헷갈리면 대화 녹음해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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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품

회식 끝날 무렵 참석해도 금품 수수?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 여부와 상관없이 1회 100만 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 원을 초과한 금품을 수수할 경우 형사처벌 받는다(3년 이하 징역, 3000만 원 이하 벌금). 100만 원 이하 금품 수수는 직무관련성이 있을 경우 수수 금액의 2~5배에 해당하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직무관련성이란 어떤 개념일까. 그 판단 기준은 명확하게 설정된 걸까. 건설업자가 교육부 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거나, 언론사 경제부 기자가 의사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았다면, 직무연관성이 있다고 봐야 할까.

복수의 법조인은 “직무관련성이 있고 없음은 구체적 상황에서 대가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며 “결국 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영희 변호사(법무법인 천일)는 “김영란법 제정 계기가 된 ‘벤츠 여검사’ 사건을 보더라도 대가성 및 직무관련성에 대한 판단이 1심(유죄)과 2심(무죄)에서 달랐다”며 “재판부마다 의견이 다른데, 일반인이 어떻게 스스로 직무관련성을 판단하고 행동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금품에 해당하는 것은 금전, 유가증권, 부동산, 물품, 숙박권, 회원권, 입장권, 할인권, 초대권, 관람권, 부동산 등의 사용권, 음식물, 주류, 골프 등의 접대·향응, 교통·숙박 등의 편의, 채무 면제, 취업 제공, 이권(利權) 부여 등이다. 요즘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은 스타벅스 상품권 등 커피교환권도 유가증권에 등록돼 있으므로 수수 금지 대상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금품이 있다. 공공기관이 직원에게 회식을 제공하거나, 원활한 직무수행을 위해 음식물, 경조사비, 사교·의례·부조 목적으로 제공되는 금품 등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가액’ 내에서 가능하다. 대통령령이 정하는 가액은 현재 논의 중이지만, 공직자윤리강령이 정한 금액(식사 3만 원, 경조사비 5만 원)보다는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기념품이나 홍보용품, 경연·추첨을 통해 받는 상품은 괜찮다. 그밖에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도 주고받을 수 있다. 명절 선물은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예외가 많다보니 빠져나갈 ‘구멍’도 많다. 대법원은 벤츠 여검사가 받은 벤츠 승용차, 샤넬 가방, 법인카드 등을 금품이 아닌 ‘사랑의 정표’라고 판단했다. 김영란법을 적용하더라도 연인 간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이라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배우자가 금품 등을 수수할 경우 처벌 받는다. 그런데 처벌 받는 당사자는 공직자이지, 배우자가 아니다. 또 배우자의 금품 수수를 공직자가 몰랐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

식사 값은 n분의 1로 계산된다. 10명이 참석한 자리의 밥값이 80만 원이었다면, 8만 원의 금품을 수수한 셈이 된다. 만약 자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참석해 소주 한두 잔에 동그랑땡 두어 개만 먹었다면? 법조인들은 “정상 참작할 여지가 있으므로 결국 법원 판단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처신

e메일·통화녹음 등 ‘물증’확보 습관 들여야

공직자 등은 부정청탁을 받았을 땐 부정청탁을 한 사람에게 부정청탁임을 알리고 이를 거절하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해야 한다. 그럼에도 재차 부정청탁을 받으면 소속기관장에게 서면으로 보고해야 한다. 공직자 등은 금지된 금품을 받았거나 자신의 배우자가 받은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소속기관 장에게 지체 없이 서면 보고해야 한다. e메일도 서면 보고에 해당한다. 권익위 관계자는 “서면 보고가 불가한 경우 전화로 구두 보고하는 것도 인정할지 여부는 앞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정청탁 거절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한다는 것은 문구 그대로 “부정청탁이므로 거절하겠다”라고 말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른 법. 앞으로 “거절한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는 등의 분쟁 소지가 높으므로 대화를 녹음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법조인들이 조언한다.

김영란법에 따라 앞으로 모든 공공기관, 개별 학교, 각 언론사는 ‘부정청탁 금지 담당관’을 지정해야 한다. 자신에게 닥친 상황이 김영란법 위반인지 아닌지 궁금할 때 일차적으로 부정청탁 금지 담당관에게 문의하고, 판단이 어려울 경우 상급기관이나 권익위 등에 문의하도록 한다.

사립학교 교장과 학부모 대표가 공식 회의가 끝난 후 단둘이 밥을 먹고 식대가 20만 원 나왔다. 최대 5만 원까지 밥을 얻어먹는 것이 허용된다고 가정할 때, 이 교장이 밥값으로 5만 원을 보탰다면 김영란법 위반이 아닌 걸까. 출입기자 50여 명이 참석한 송년회에서 퀴즈대회 상품으로 호텔숙박권이나 스마트 폰을 내건다면 김영란법 위반일까. 권익위 관계자는 “애초 공무원 위주로 만든 법인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그 대상이 확대돼 예상치 못한 부분이 많다”며 “앞으로 복잡다단한 사례를 수집, 검토하고 각계 의견을 수렴해 시행령과 예규 등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직무관련성’ ‘공개적 요구’ ‘명확히 거절’…헷갈리면 대화 녹음해두라


신동아 2015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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