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노래가 있는 풍경

‘백 선생’ 詩에 붙인 ‘민중의 애국가’

김종률 ‘임을 위한 행진곡’

  • 글·김동률 | 서강대 MOT대학원 교수 yule@empas.com 사진·석재현 | 사진작가, 경일대 교수

‘백 선생’ 詩에 붙인 ‘민중의 애국가’

2/3
‘백 선생’ 詩에 붙인 ‘민중의 애국가’

광주 금남로 옛 전남도청의 위용. 나주로 옮겨간 뒤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노래가 확산되면서 선율이 주는 비장미와 함께 노랫말이 던지는 궁금증 등이 맞물리면서 ‘광주항쟁 당시 뿌려진 유인물에서 채록됐다’ ‘도청에서 숨진 대학생이 남긴 유서다’ 등 갖가지 소문이 나돌았다. 그러나 노랫말의 모태가 된 ‘묏 비나리’는 1979년 YWCA 위장 결혼식 사건 주모자로 붙잡힌 백기완 씨가 모진 고생을 하며 서울 서대문교도소에서 1980년 말쯤 지은 시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찬 시멘트 바닥에 누워 천장에 매달린 15촉 전구를 보고 있노라면 이대로 죽는구나라는 절망에 몸부림칠 때가 많았다. 극한 상황에서 자꾸만 약해지는 정신을 달구질하기 위해 비나리 시(詩)를 지어 주문처럼 외우고 또 외웠다.”

이렇게 쓰여진 그의 시편들은 고문 후유증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나 경기도 덕소의 한 농장에서 요양 중일 때 의사나 간호사, 문병 온 후배들에 의해 전해졌다고 한다. 그러던 중 백씨는 1983년 2월 대구에서 열린 ‘기독교예장 청년대회’에 참석했다.

“막 연단에서 나서는데, 앉아 있던 청년들이 일제히 일어나 노래를 부르더군요.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그 노래를 듣고 있는데 왜 그리 설움이 복받치던지, 한동안 펑펑 울었습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오랫동안 재야에서 불리던 그의 시 ‘묏 비나리’는 민주화 이후 1990년 12월 시집 ‘젊은날’에 실림으로써 정식 출판물에 수록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도 이듬해 4월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3집 음반에 공식적으로 실려 ‘불법’ 딱지를 떼어냈다. 노래극 ‘넋풀이’가 만들어진 지 근 10년 만에 노래와 시의 온전한 복원이 이뤄진 것이다. 그리고 그 10년의 세월은 노래극 제작에 참여한 이들의 삶에도 많은 굴곡을 가져왔다.

“저작권 행사 않겠다”

비록 포효하듯 사자후를 토하던 예전 모습은 보기 어렵지만 민중운동가 백씨는 여전히 백발이 성성한 모습, 두루마기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한다. 1998년 그는 “이 노래의 주인은 새날을 염원하는 모든 민중”이라며 “저작권 행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혀 “역시 백 선생”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작곡자 김종률 씨는 재야에서 ‘재조(在朝)’로 들어온 느낌. 그는 현재 광주시 고위 공무원 격인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이다. 김씨는 이 노래를 만들기 2년 전인 1979년, 제3회 대학가요제에 지극히 사적이고 감성적인 노래 ‘영랑과 강진’을 들고 참가해 은상을 수상했다. 세계적인 음반사 BMG와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도 지냈다. 올해 초 김씨가 그리 크지도 않은 지방 문화재단으로 자리를 옮겼는데도 많은 언론이 일제히 ‘임을 위한 행진곡’의 작곡자가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에 취임한다는 사실을 앞다퉈 전했다. 이 노래의 영향력을 웅변해주는 대목이다.

‘백 선생’ 詩에 붙인 ‘민중의 애국가’

(왼쪽) 5·18 자유공원 내 민주항쟁을 재현한 조형물들. (오른쪽) 망월동 시립묘지에 있는 시인 김남주 묘. 많은 참배객이 찾는 묘지 내 명소다.



2/3
글·김동률 | 서강대 MOT대학원 교수 yule@empas.com 사진·석재현 | 사진작가, 경일대 교수

관련기사

목록 닫기

‘백 선생’ 詩에 붙인 ‘민중의 애국가’

댓글 창 닫기

2022/08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