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세계는, 한국은

정말 강한 美·中·日 강한 듯 약한 佛·伊

‘진짜 강대국’은 戰時에 빛난다

  • 장량(張良) | 중국청년정치학원 객좌교수 · 정치학박사

정말 강한 美·中·日 강한 듯 약한 佛·伊

2/2
필리핀과 베트남의 교훈

이들 나라에서 중국으로 이어지는 석유,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 제국주의 시대 철도의 기능을 대신한다. 러시아, 벨라루스와 함께 경제공동체를 설립한 카자흐스탄마저 중국 기업과 합작해 장쑤성 롄윈 강에 독립 부두를 건설할 정도다. 카자흐스탄 증권거래소에서는 위안화 결제가 가능하다. 5월초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략적 동반자인 러시아 방문을 목전에 두고도 “(러시아는) 카자흐스탄에 너무 깊이 손대지 말라”고 으름장을 놨다.

2012년 상반기에 장기간 계속된 남중국해의 섬 스카보러(중국명 황옌다오)를 둘러싼 중국과 필리핀의 대치는 필리핀의 패배로 끝났다. 필리핀은 제대로 된 함정이나 전투기는 물론 잘 훈련받은 전투병력도 갖추지 못했다, ‘마닐라 공항에 계류해둔 재벌들의 전용기가 필리핀 공군기보다 많다’고 할 정도다. 필리핀은 중국이 필리핀산 바나나 검역을 의도적으로 지연하고, 국민에게 필리핀 관광 자제를 권고하자 더는 저항할 수 없었다. 필리핀 경제가 해외에 취업한 근로자의 송금 수입, 관광 수입, 바나나를 비롯한 열대과일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터라 중국의 경제 제재를 버텨낼 수 없었다.

베트남은 남중국해의 파라셀 군도, 스프라트리 군도 등에 대한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긴장 상태에 있다. 베트남이 강력한 대응을 자제하는 것도 중국에 경제적으로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트남 군부는 “중국이 (베트남이 점령 중인) 스프라트리 군도에 속한 섬들을 공격해올 경우 (바다가 아닌) 육지로 중국을 공격하겠다”며 영토 문제에서는 절대 중국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공세적으로 천명했다.

필리핀과 베트남의 사례는 일본과의 독도 문제, 중국과의 이어도 배타적경제수역(EEZ) 획정 문제와 관련해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준다. 우리가 베트남 같은 자세가 아니라 필리핀처럼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면 일본과 중국의 비수(匕首)가 우리의 가슴에 사정없이 꽂히고 말 것이다.



군사력과 경제력 같은 하드파워와 함께 국가 브랜드 같은 소프트파워도 한 나라의 국가 위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영국의 브랜드 가치 평가기관 ‘브랜드 파이낸스’가 평가한 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약 1조 달러)는 8위 인도(1.62조 달러), 9위 호주(1.56조 달러), 10위 브라질(1.41조 달러) 등에 이어 16위에 불과하다. 경제력 성장, 삼성 현대 기아 LG 같은 글로벌 대기업의 선전, 한류(韓流) 효과 등에 힘입어 국가 브랜드 가치가 조금 상승하긴 했지만 GDP 순위(13위)보다 3단계나 낮은 게 현실이다.

전시(戰時) 국가 이미지

한 나라의 국가 위상을 평가할 때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그 나라에 대한 국제적 인식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독일, 일본, 영국 등은 모두 높은 위상을 갖고 있다. 이들은 강력한 군사력, 경제력과 함께 ‘문화력’도 갖췄다. 이 나라들에 대한 평가는 평시보다 전시(戰時)에 더 높다. 근대 이후 여러 차례 대규모 전투와 전쟁을 치르고, 크게 승리한 경험이 있는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국가 팽창 과정에서 북방의 강국 스웨덴, 북아프리카, 중동의 오스만투르크, 나폴레옹의 프랑스, 히틀러의 독일 제3제국을 차례로 격파했고, 우랄 산맥과 알타이 산맥을 넘어 태평양의 캄차카 반도와 추코트 반도, 사할린, 오츠크 해에 도달하는 유라시아 대제국을 구축했다. 냉전 시기 옛 소련은 미국과 함께 세계를 양분하기도 했다.

독일은 1, 2차 세계대전 때 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등을 상대로 전쟁을 치렀으며, 1871년 통일전쟁과 2차 세계대전 때는 프랑스의 수도 파리를 함락시켰다. 런던을 공습하고, 모스크바 인근까지 진격하는 등 한때 유라시아 대륙을 통일할 기세였다.

일본은 19세기 말~20세기 중반 청나라와 러시아를 연이어 격파하고 한반도, 만주, 중국 대륙 대부분과 동남아시아 등을 석권했으며, 하와이의 군항 진주만을 기습해 미국과 영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였다. 중국은 어떤가. 6 · 25전쟁 때 미국을 상대로 싸우고, 북만주의 전바오다오(珍寶島 · 다만스키섬)에서 소련과 일합을 겨뤘다.

베트남도 비상시 국가 이미지 측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는다. 베트남은 20세기 후반 프랑스군과 미군을 잇달아 격파하면서 독립과 통일을 이뤄냈다. 1979~1980년 중국-베트남 전쟁 때도 중국의 위협에 맞서 쉽게 물러서지 않는 단합된 용기를 보여줬다.

프랑스나 이탈리아는 선진국인데도 비상시 국가 이미지는 그리 좋지 않다. 나폴레옹 이후 프랑스는 독일에 두 차례나 수도 파리를 점령당하고, 1954년 디엔비엔푸에서 베트남에 참패한 치욕의 역사를 갖고 있다. 알제리 식민전쟁에서도 패배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미군, 영국군, 독일군 등은 프랑스가 파병을 결정했다고 하자 “탈레반에게 항복을 가장 잘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려고 파병을 결정했나”라며 비웃었다고 한다.

이탈리아는 1차 세계대전 때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군에 패했으며, 에티오피아 침공전에서도 고전했고, 2차 세계대전 때는 그리스를 포함한 발칸반도 침공전에서 실패했다.

‘大한민국’의 꿈

총체적 국가 위상과 이미지는 짧은 기간 내에 고양되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는 과학기술 수준 향상, 경제력 증진, 사회통합 강화를 바탕으로 우리 스스로에 의한 한반도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 우리 국민, 특히 정치·경제·사회 각 방면 엘리트가 사회적 복원력, 통합력을 회복하는 노력을 등한시하고, ‘스스로 강한 나라’ 대한민국(Great Republic of Korea)을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지 않으면 한국이 주도하는 통일은 물 건너갈 것이다. 그러면 또다시 미 · 중 · 일 등에 우리의 운명을 송두리째 맡길 수밖에 없는 한심한 처지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신동아 2015년 8월호

2/2
장량(張良) | 중국청년정치학원 객좌교수 · 정치학박사
목록 닫기

정말 강한 美·中·日 강한 듯 약한 佛·伊

댓글 창 닫기

2021/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