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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號 70돌 | 김호기 교수가 만난 우리 시대 지식인

“통일 이후 통합정치 내각제로 준비해야”

강원택 교수

  • 김호기 |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통일 이후 통합정치 내각제로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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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강 교수는 ‘한국정치 웹 2.0에 접속하다’(2008)라는 책을 낸 적도 있는데요.

강원택 한때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에 관심이 많았어요. 하지만 요즘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요. 민주화 이전 많은 사람이 민주주의를 꿈꿨어요. 그런데 최근에 정치도 그렇고 민주주의도 그렇고 근원적인 것에 대한 고민이 사라진 것 같아요. 정치란 공동체의 질서를 만들어내고 합의를 도출해내며 미래를 향해 나가도록 하는 것인데, 한국 정치는 이에 대한 고민은 없고 권력을 통해 자기 잇속을 챙기려는 것에 매몰돼 있어요. 무엇보다 공동체에 대한 고민이나 교육이 없습니다.

세월호 사건이 보여준 것처럼 국가가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명확해요. 명확한 한계라는 것은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발전국가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거예요. 국가는 계획하고 주도하며 책임을 지는 것이었고, 사람들은 이 국가를 따라가기만 하면 됐어요. 그동안 일정한 성과가 있었지만, 이제는 국가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돼 있지 않습니까.

이 과정에서 비국가적 영역인 경제와 시민사회가 훨씬 효율적이고 영향이 큰 것으로 바뀌었어요. 이제는 국가가 강제로 끌고 나가는 게 아니라 시민 개개인이 공동체적인 흐름에서 자기의 역할이나 기여해야 할 부분을 고민하면서 함께 시대적 변화를 끌고 가야 하는데, 이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아요. 여전히 국가 중심적인 생각을 가진 거죠. 문제는 국가가 주도하는 시기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김호기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슬로건이 큰 성공을 거뒀어요. 우리나라는 여전히 ‘문제는 정치야’인 것 같아요. 지금 우리 정치의 핵심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폐쇄적인 정당정치

강원택 가장 큰 문제는 폐쇄적인 정당 체계예요.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어요. 하나는 내용적인 면이고, 다른 하나는 정당의 수와 관련돼 있어요. 내용적으로 본다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것은 삶과 관련된 것입니다. 교육, 직업, 연금, 주택, 의료보험 같은 것들이에요.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삶과 관련된 문제로 이동했는데, 정당이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어요. 정당의 인프라스트럭처는 삶의 문제를 다루는 반면, 상부구조는 여전히 지역주의에 머물러 있어요. 상부구조와 하부구조가 조응하지 않는 거죠. 그래서 사람들이 가진 고민들을 정치가 드러내지 못하는 겁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폐쇄적인 정당정치가 계속되는 까닭은 지역주의와 선거제도가 결합했기 때문이에요. 그동안 민주화를 성취하고 진전도 이뤘지만 중앙정치에서 보면 다당적 경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지역 수준으로 가면 경쟁이 부재한 정당정치가 수십 년째 지속되고 있어요. 밖에서 뭐라고 하든지 보수 정당은 국회의 120석 이상을, 진보 정당은 100석 이상을 차지해왔어요. 이것은 어마어마한 기득권입니다. 한마디로 우리 정치는 독과점, 카르텔 구조인 거죠.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소비자인 유권자에 대한 반응성이나 책임성을 가질 수 없어요. 정치가 그들만의 폐쇄적 영역이 된 거죠. 대표해줄 집단이 없으니 지지 정당이 없고, 그러다가 어느 인물이 주목을 받게 되면 그 인물에 쏠리는 포퓰리즘과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김호기 정당정치에 대해선 학계 안에서 두 모델이 경합해왔어요. 하나는 최장집 교수로 대표되는 대중정당 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정진민 교수로 대표되는 선거전문가 정당 모델이에요. 전자의 대표 격이 독일 정당이라면, 후자의 대표 격은 미국 정당들인데요. 강 교수가 보기에 어느 모델이 우리 정당이 가야 할 방향인가요.

강원택 꼭 선택해야 한다면 최 교수 모델을 지지하고 싶어요. 두 개 모두 이념형이에요. 두 개를 극단의 형태로 놓고 논의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연속선상에 놓고 토론해야겠지요.

저는 2004년 이후의 정치개혁이 한국 정치를 망가뜨렸다고 생각해요. 원내정당 모델의 핵심은 국회의원들에게 자율권을 주자는 거였어요. 문제는, 국회의원이 자율권을 갖는 것은 좋지만 정당이 갖는 고유한 이념적 지향점이나 구현하고자 하는 목표를 등한시하는 데 있습니다. 조직화한 집단이라면 일정한 기호와 규율과 리더십을 갖는 게 당연하고 필요해요. 하다못해 학교 동창회에서도 몇 번 빠지면 벌금을 내게 돼 있잖아요. 2004년 이후 정당의 약점은 조직으로서의 정당이 약화됐다는 데 있어요. 리더십이 계속 교체되는 것이 큰 문제예요. 리더십이 약화되면 변화하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영국 노동당이 바뀐 것도 토니 블레어의 리더십에 힘입은 겁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현역 의원을 기득권자로 만들었다는 점이에요. 유럽 시각에서 보면 말이 안 되는 게 지구당 폐지예요. 현역 의원은 의원사무실을 열 수 있지만, 경쟁자들은 조직이나 공간을 가질 수 없게 됐어요. 정당한 경쟁이 아닌 거지요. 지구당 폐지는 지역주의 정치 아래서 영남에선 새누리당을, 호남에선 새정치연합을 더욱 유리하게 만들었어요. 제왕적 당 총재로부터 의원들에게 자율성을 주겠다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그것이 극단적으로 가면서 오히려 우리 정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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