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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9시 등교, 혁신학교…“시너지는 멀고 논란은 가깝다”

‘진보 교육감’ 13인의 취임 1년

  • 김건희 객원기자 | kkh4792@hanmail.net

자사고, 9시 등교, 혁신학교…“시너지는 멀고 논란은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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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9시 등교, 혁신학교…“시너지는 멀고 논란은 가깝다”
학부모보다 유치원이 셌다

특성화고의 아우성에 교육청도 고민이 많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엔 특성화고 졸업자를 실기교사로 채용하는 등 ‘고졸 성공시대 정책’을 마련해 특성화고 미달 사태를 막았지만, 내년엔 어떤 양상을 보일지 모르겠다”며 “고졸 취업자들이 사회에서 받는 부당한 대우를 해소할 지원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치원 중복지원 금지 정책은 조 교육감의 최대 실책으로 꼽힌다. 섣부른 교육정책으로 교육 수요자를 외면하는 모양새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서울시교육청은 유치원 중복 지원에 따른 일선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며 원아모집 방법을 가·나·다군별 추첨제로 바꾸고 중복 지원을 금지했다가 2개월 만에 철회했다. 새 학기를 준비하는 시점에 중복 지원자들이 입학을 취소하면 현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시교육청이 방침을 철회한 배경을 두고 말이 많다. 시교육청이 뜻을 굽힌 이유는 학부모들의 호소가 아니라 유치원들의 비협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시 시교육청이 확보한 유치원의 지원자 명단 제출률은 50%에 불과했다.

서울 S초교 부설 유치원장은 “유아교육을 공교육으로 흡수하겠다고 공약한 조 교육감에게 30대 젊은 부부들은 기대감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조 교육감은 학부모의 목소리보다 유치원의 움직임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지적했다.



조 교육감은 지난해 교육감선거에서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의혹을 제기했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으면서 정책 추진력이 급속히 약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사안은 현재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진보 진영 교육계에 돌풍을 일으킨 주역은 조 교육감과 이재정 경기교육감이다. 두 사람은 같은 시기에 교육 수장에 올랐지만, 지난 1년 동안 교육감으로서 보여준 행보는 다르다. 조 교육감이 자사고에 발목 잡혀 하릴없이 시간을 보낼 때, 이 교육감은 파격적인 교육정책을 선보이며 진보 진영의 교육 어젠다를 주도했다.

대표적인 정책이 ‘9시 등교’.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8월부터 9시 등교를 전면 도입했다. 올해 9시 등교에 참여한 초중고는 전체의 97.4%(2193개교)에 달한다. 학교별로는 초등학교 99.8%, 중학교 99.1%, 고등학교 88.9%의 참여율을 보였다. 경기 K고 교사는 9시 등교가 교육계 이슈로 부상한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9시 등교는 학생들의 체감도가 높은 정책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다른 시도교육청이 서둘러 도입했고, 덕분에 9시 등교는 진보 진영 교육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떠올랐다.”

현재 9시 등교를 도입한 교육청은 서울, 강원, 세종, 충남, 인천이다.

교육계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9시 등교에 따른 교육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9시 등교 덕분에 수면시간이 초등학생 7분, 중학생 17분, 고등학생 31분 증가했다. 혼자서 공부하는 시간도 초등학생 6.6분, 중학생 12분, 고등학생 8.4분 늘었다. 무엇보다 교육계는 9시 등교를 통해 학생들의 건강권과 아침밥 먹기를 보장하는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는 데 의의를 두는 분위기다.

자사고, 9시 등교, 혁신학교…“시너지는 멀고 논란은 가깝다”
9시 등교의 두 얼굴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해서 9시 등교가 교육 수요자들에게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정책이 파격적인 만큼 현장에선 불만이 많다. 당장 맞벌이 가정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학부모가 출근한 후 아이가 집에 홀로 있으니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유하나 씨는 “그동안 학교에서 아침학습활동으로 하던 책읽기와 한자 공부를 집에서 시키고 있다”며 “출근하느라 아이의 학습을 지도할 수 없으니 그에 따른 사교육비를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자녀의 생활 패턴이 갑작스럽게 변화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6학년생 자녀를 둔 김모 씨는 “아이가 저녁 늦게까지 TV를 시청하거나 놀아도 등교 부담이 없어 생활 리듬이 바뀌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9시 등교는 학교 현장의 아침 풍경도 바꿨다. 1교시 수업 전에 활발하게 이뤄지던 아침 명상, 달리기, 태권도 등 교육활동이 사라지거나 축소됐다. 교사들도 고충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9시에 맞춰 등교하는 학생들이 많다보니 1교시 수업 분위기를 잡는 데 애를 먹는다”고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9시 등교가 오히려 진보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 D초등학교 교장은 “9시 등교에 맞추기 위해 학생들이 등교하자마자 수업을 시작해야 한다”며 “진보 교육감들이 치적을 위해 무리한 정책을 학교 현장에 도입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고 꼬집었다.

진보 교육감들이 파격적인 정책만 고수하는 건 아니다. 연임에 성공한 민병희 강원교육감, 장휘국 광주교육감, 김승환 전북교육감, 장만채 전남교육감은 1기 성과를 계승·확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12년 교육청에 입성한 이들은 올해 교육감 4년차를 맞았다.

교육계는 이런 움직임에 박수를 보낸다. 이들이 재임에 성공하면서 교육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게 됐으니 교육 백년대계를 기대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전북 K고 교사는 “무상급식 등 보편적 교육복지 정책은 지금도 논란거리지만, 학교 현장에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진보 교육감들의 ‘대표상품’인 혁신학교에 대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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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객원기자 | kkh479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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