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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르포

“징그러운 년” “나이 처먹고 X랄 하네” “X발, 맞짱 뜨자”

학생에게 욕설 듣는 교사들

  • 김정재 | 고려대 미디어학부 3년 doublejay1991@gmail.com 김형완 | 고려대 미디어학부 2년 belikeanswer@naver.com

“징그러운 년” “나이 처먹고 X랄 하네” “X발, 맞짱 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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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욕하고 때리고 희롱하고…
  • ● “교사 막 대하는 걸 멋으로 여겨”
  • ● 교권 이전에 교사 인권 걱정할 상황
“징그러운 년” “나이 처먹고 X랄 하네” “X발, 맞짱 뜨자”
지난해 제주도 D고등학교 2학년 담임을 맡은 김모(39) 교사는 학교 앞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던 두 여학생을 붙잡았다. 부모와 상담해야겠다는 김 교사에게 여학생들은 “X발 그만 좀 하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교사는 욕을 한 학생에게 벌점을 부과할 수 있지만 학생들은 개의치 않는다.

김 교사는 이들을 경찰에 넘기는 대신 부모에게 알렸다. 욕한 것은 문제 삼지 않았다. 그는 “학생이 교사에게 욕하는 일이 잦아 학교에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10월 서울 L초등학교 표모(54·여) 교사는 수업시간에 잠을 자던 아이를 깨웠다. 일어난 아이는 표 교사에게 “X새끼” “X 같은 년”이라고 욕을 했다. 표 교사는 아이를 훈계했지만, 아이는 말을 듣기는커녕 오히려 표 교사를 밀치기까지 했다. 그러나 표 교사는 소문이 날까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수업 들어가기 전 기도한다”

여러 초·중·고교 교사들을 취재한 결과, 교사가 학생으로부터 심심치 않게 조롱, 욕설, 협박을 듣고 심지어 폭행까지 당하는 사실이 확인됐다. 교사 2명 중 1명꼴로 이런 일을 당하고, 일부 학교에선 특히 빈번하게 일어나는 듯했다. 존경의 대상이던 교사의 교권은 전반적으로 실추되고 있었다. 이젠 교권 이전에 이들의 인권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이른 듯했다.



교권 침해는 학생들 나이와 무관하게 발생하고 있었다. 초등학생도 순진한 아이로만 보기 힘들었다.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4학년 담임인 임모 교사는 얼마 전 교실에 버려진 종이를 발견했다. 종이엔 “담임 XX” “X나 재수 없어” 등 반 학생들이 자신에 대해 한 욕설과 비방이 쓰여 있었다. 임 교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속도 상했지만 문제 삼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B초등학교 5학년 담임을 맡은 이모(49·여) 교사는 “3년 전 학생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이 교사에 따르면, 체육시간에 피구를 하던 아이가 아웃을 당하자 “공에 안 맞았다”며 교사의 판정에 불만을 표시했다. 교사는 판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 아이는 분을 이기기 못하고 달려들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주먹만한 돌을 들어 교사의 허벅지를 찍었다. 큰 상처가 났고 피가 흘렀다. 그러나 이 일은 이 교사의 선처로 흐지부지됐다고 한다.

이후 이 아이의 선동으로 다른 아이들도 이 교사를 무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해 9월 이 교사는 아이들과 수학여행을 갔다. 한 아이가 숙소에서 나오지 않는 등 단독행동을 했다. 이 교사는 수학여행의 질서를 위해 이 아이를 개인적으로 관리하려 했다. 대화를 하던 이 아이는 “귀찮게 하지 말라”며 이 교사를 주먹으로 때렸다. 이 교사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일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기도하는 일뿐”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교육 당국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교사에 대한 폭언·욕설 1만5325건이 신고됐다. 대부분 학생에게서 나왔다.

정년퇴임을 앞둔 실업계 S고교의 김모(60·여) 교사는 수업 중 몇몇 남학생에게 상습적으로 욕을 듣는다. 김 교사는 학생들과 친근해지려고 친구처럼 대했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대답은 “징그러운 X” “나이 처먹고 X랄 하네” 같은 욕설뿐이었다. “욕하지 말라”는 김씨에게 학생들은 “(욕하면) 네가 어쩔 건데?”라고 조롱했다. 일부 학생들은 상의를 벗고 수업에 들어와 김 교사뿐만 아니라 다른 여교사들도 곤란하게 했다. 책상 위에 드러누워 자기도 했다. 희롱의 대상은 주로 여교사나 나이가 많은 교사였다.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은 박모(52·여) 교사는 얼마 전 한 남학생이 쓴 소설을 아이들이 돌려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소설을 읽은 박 교사는 충격을 받았다. 아이들이 자신을 따돌리고 교실에 무릎을 꿇리고 조롱하는 내용이었다. 박 교사는 정신과 치료를 받다 휴직을 신청했다.

체격이 큰 고등학생은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제주도 K고교 생활지도담당 이모(35) 교사는 머리가 긴 학생에게 두발 규정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이 학생은 의자와 책상을 집어 던지며 “X발, 맞짱(일대일 대결을 이르는 속어) 뜨자”며 이 교사를 위협했다. 이 학생은 퇴학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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