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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MeToo, 세상을 바꾸다 |

“여성이 먼저 시작한 모두를 위한 운동”

송화선의 이 사람 | 이윤택·김기덕 성폭력 사건 피해자 변호인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

  •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여성이 먼저 시작한 모두를 위한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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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도가니, 나영이, 울산·칠곡 사건 담당 변호사
    ● 이윤택 성폭력 피해자들, ‘선생님’ 고발하며 눈물
    ● “고발해봤자 안 된다”는 조언, 피해자 상처 키우는 일
    ● 판례 문제 있으면 바꾸고, 법 필요하면 만들어야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1월 26일,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부 게시판에 상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발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국내 #MeToo(미투) 운동이 3월 16일로 50일을 맞는다. 그사이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고은 시인의 시가 교과서에서 퇴출됐으며, 사진작가 배병우가 창작스튜디오를 폐쇄하는 등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가로 평가받던 연극연출가 이윤택, 영화감독 김기덕 등이 작업 현장에서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은 피해자의 고발로 현재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 두 사건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이명숙(55) 변호사(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를 만났다. 이 변호사는 그동안 ‘도가니 사건’(장애인학대) ‘울산·칠곡 사건’(아동학대) ‘나영이 사건’(아동성폭력) 등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여러 인권침해 사건 변호를 맡아 피해자 보호와 피해 구제에 앞장서온 인물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는 대한변호사협회 세월호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피해 학생 및 가족에 대한 법률 지원 활동을 벌였다. 그가 이번에는 미투 사건 ‘해결사’로 나선 것이다. 최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 변호사를 만난 건 3월 8일 여성의 날, 오후 8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1년 전 문제 삼았던 ‘김기덕 사건’

매일 미투 관련 뉴스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갖가지 사건이 벼락처럼 쏟아지는 느낌이다. 

“그렇다, 정말 벼락처럼. 그런데 사건 대부분이 어제오늘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또 우리가 과연 지금껏 몰랐던 일인가 하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동안 차마 말하지 못하고 꾹꾹 눌려왔던 많은 이의 목소리가 지금 이 시점에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난해 7월 영화 촬영 현장에서 김기덕 감독에게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배우 피해자를 지원해 김 감독을 검찰에 고소한 일이 있다. 그때는 폭력 행사를 주로 문제 삼았는데, 최근 여러 언론이 성폭력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때만 해도 상황이 지금과 달랐다. 알려졌다시피 피해 배우가 2013년 김기덕 감독 영화의 주연을 맡았다. 이후 촬영 과정에서 감독으로부터 성관계 제안을 받았고, 이를 거절하자 여러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게 당시 검찰에 고소한 내용의 핵심이다. 부당한 대우에는 물리적 폭력, 성적 폭력이 모두 포함된다. 그런 피해를 겪은 뒤 이 배우는 감독과의 협의하에 영화 촬영을 중단하기로 했고, 감독이 주연배우를 교체했다. 그런데 이후 영화계에는 촬영 도중 배우가 무단으로 현장을 이탈한 것처럼 소문이 났더라. 이 때문에 배우의 평판에 문제가 생겨, 고소할 때 이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도 넣었다. 당시 고소장에는 성폭력을 포함한 이 모든 문제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검찰 조사과정에서 진술도 했다. 다만 언론 인터뷰를 할 때 피해 배우와 김 감독의 명예 등을 고려해 성폭력과 관련한 세부 사항을 다 밝히지 않았을 뿐이다.” 



지금 대중은 김기덕 감독의 성폭력 혐의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엔 피해 사실을 폭로해 여론을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고 보지 않았나. 

“피해자를 만나고 법적 대응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건, 이런 일이 특정 감독, 특정 배우 사이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영화 현장에 그릇된 관행, 배우나 스태프에 대한 인격 침해를 별일 아닌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있더라. 김기덕 감독 사건이 이런 문화 전반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그러려면 여론 재판보다는 법의 심판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그런데 김기덕 감독 영화 촬영 현장에서 성폭력이 발생했다고 세상에 알리면, 우리의 뜻과 달리 지엽적이고 선정적인 부분에만 대중의 관심이 쏠리지 않겠나. 그렇게 세상만 떠들썩하게 하고 별다른 성과 없이 사건이 끝나지 않도록, 오히려 더 조용히 고소를 진행하고 싶었다. 피해자도 동료 배우들이 피해를 입을까봐 성폭력 부분을 부각해 언론에 알리는 걸 원치 않았다. 그래서 고소할 때 성폭력 관련 내용을 일부러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

특정인 넘어 그릇된 관행 문제 삼아야

그런데 검찰은 김기덕 감독이 배우의 뺨을 때린 부분만 문제 삼아 벌금 500만원에 약식 기소하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하지 않았나. 

“그 결정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 폭행 부분을 약식기소했을 뿐 아니라 김기덕 감독에게 제기된 다른 혐의, 즉 강제추행치상이나 명예훼손 등에 대해서는 아예 불기소처분했다. 이에 대해 즉시 항고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아 다시 재정신청을 한 상태다. 재정신청은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합당한 것인지 가려달라고 법원에 신청하는 제도로, 지금 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엔 경찰에서 김기덕 감독의 성범죄 혐의에 대해 내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사정기관의 시각이 최근 몇 달 사이에 크게 달라졌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김기덕 감독은 우리 영화계를 대표하는 세계적 거장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의 명성이나 사회적 영향력에 비하면 배우에게 저지른 행위 정도는 크게 문제 삼을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수사기관 내에도 있었던 것 같다. 심지어 당시 수사관이 피해자에게 ‘(폭행) 그런 정도는 영화 촬영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 아니냐. 이런 걸로 고소까지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미투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우리 사회가 당연시해온 갖가지 그릇된 관행에 대한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그 과정에서 김기덕 감독 사건이 재조명된 만큼, 이번엔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당초 이 사건을 시작할 때 기대했던, 특정인에 대한 단죄를 넘어 우리 문화계 전반을 개혁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까. 

“그러기를 기대한다. 지난해 7월 김기덕 감독에 대한 고소를 진행할 때까지만 해도 이른바 거장의 성폭력을 공개적으로 폭로한 사람이 없었다. 해당 사건이 공개되면 특정인의 문제로 치부될 공산이 컸다. 물론 특정인이 잘못한 건 맞다. 그는 분명히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그런 괴물을 만들어내고 심지어 점점 더 강력한 권력을 휘두르도록 조장한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개혁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연극연출가 이윤택 사건을 보라. 또 시인 고은을 향해 쏟아지고 있는 여러 폭로를 보라. 그 많은 괴물을 만들어낸 근본적인 인식이나 분위기가 바뀌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겠나.” 

이윤택 연출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공동 변호인단 구성에 앞장섰다고 들었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많은 피해자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앞서 말했듯 김기덕 사건을 진행하며 우리 영화계, 넓게 말하면 문화계 전반의 그릇된 관행에 대해 알고 있긴 했다. 하지만 이윤택 사건의 실상은 이보다 훨씬 심각했다. 영화 작업은 짧게는 몇 개월, 길어도 특정 기간 안에 결국 끝이 난다. 그 뒤 다른 감독을 만나고, 다른 영화에 출연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연극은 또 다르더라. 연극계 전반에 이윤택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으로 막강했다. 많은 피해자가 ‘그에게 찍히면 다시는 연극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막연한 공포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실제로 피해자 중에는 이윤택의 강제추행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극단 활동을 그만두었다가 몇 년 뒤 국립극단 오디션을 본 사람이 있다. 그런데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이윤택이 ‘너 그때 걔 아니냐. 너는 오디션을 볼 수 없다’며 마구 소리치고 쫓아내 연극배우로서의 길을 포기했다고 한다. 이윤택을 거부하거나 반항하면 아무 데도 발을 붙일 수 없는 구조였던 것 같다. 

게다가 그들은 사실상 집단생활을 했다. 피해가 일회성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몇 년씩 이어졌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생각했다. 순식간에 이윤택을 고소하겠다는 피해자가 17명이나 됐다. 이후에도 법적 도움이 필요한 피해자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였다. 그들에게 ‘당신을 지지하고 도와줄 변호사가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용기를 주고 싶었다. 초기에 이들을 함께 상담한 후배 변호사들 및 피해자들과 논의했고,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글을 올리자 하루 만에 100명 넘는 변호사한테 연락이 왔다. 우리 변호인단에는 막 로스쿨을 졸업한 1년차 변호사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포함돼 있고, 남자 변호사도 3분의 1 정도 된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참여한 변호사가 많고 부산 쪽 피해자는 경남 지역 변호사들이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그만큼 많은 변호사가 이 사건의 심각성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위력에 의한 성폭력 형량 높여야

이윤택 연출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폭로가 처음 나온 게 2월 14일인데, 같은 달 28일 피해자 16명이 공동으로 검찰에 고소장을 냈다. 사건이 굉장히 빠르게 진행된 느낌이다. 

“피해자들이 고소를 결정한 뒤 변호사 3명이 달라붙어 오전 10시부터 밤늦게까지 진술을 받고 고소장을 썼다. 앞서 말했듯 연극계가 좁다. 이 사건 피해자들은 쉽게 특정된다. 그렇다 보니 실명으로 피해를 폭로한 피해자뿐 아니라 익명으로 법적 대응을 준비한 이들도 곳곳에서 그러지 말라는 회유, 압박을 받곤 했다. 오랫동안 잘 알고 지내온 선후배 동료들이 술 마시고 울면서 전화해 ‘너 왜 그러냐, (이윤택) 선생님한테 네가 그러면 안 되지 않냐’ 하는 식으로 말하니, 그걸 견디는 게 얼마나 힘들겠나. 처음엔 17명이 고소하기로 뜻을 모았다가 마지막 순간 1명이 포기했다. 피해자들이 더 힘든 상황에 노출되지 않게 하려면 최대한 빨리 일을 진행해야 한다고 봤다.” 

주변의 압력이 계속되니 피해자들이 오히려 죄책감을 느끼는 모습까지 보였다고. 

“사실 이 사건도 언론에 보도된 건 빙산의 일각이다. 알고 보니 그 극단 안에서는 성폭력뿐 아니라 물리적 폭력도 적잖게 벌어졌다. 폭행당한 남자 피해자가 부지기수다. 그런데 이들이 오랫동안 이윤택과 일종의 사제관계를 맺어왔다. 그러니까 스톡홀름증후군이라고 해야 하나, 자신의 아픔을 얘기하면서 동시에 가해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태도를 보인다. 진술을 하면서 우는데 그 눈물에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그동안 겪은 일이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그것을 다시 떠올려야 하는 데서 나오는 눈물, 다른 하나는 자신이 지금 이렇게 진술하는 게 ‘선생님’을 배신하는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나오는 눈물. 이들이 당한 피해 내용을 듣고 있으면 변호사들이 가슴이 아플 정도인데도, 그들은 가해자에 대해 꼬박꼬박 존칭을 썼다. 피해자들의 그런 상황을 악용해 말 그대로 제왕적 권력을 누린 가해자에 대한 분노가 일었다.” 

최근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으로 위력에 의한 성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윤택 사건, 안희정 사건 같은 것이 전형적인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다. 우리 형법 제303조는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때 위계(僞計)는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고 상대방의 그러한 심적 상태를 이용하여 불법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으로 ‘위계(位階)’와 다른 개념이다. 최근 사건에서 문제를 삼아야 하는 것은 ‘행위자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위력이다. 우리 대법원은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서 위력의 정도는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는 것으로 그것이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는다’고 한다. 즉 상대방이 위력을 가진 상황에서는 굳이 폭행 협박을 하지 않더라도 성폭력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런 일이 현실에서 적잖게 벌어졌음이 최근 미투 운동을 통해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 형량을 ‘징역 10년 이하, 벌금 5000만 원 이하’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자신의 지위나 권력을 이용해 상대의 반항을 억압하고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죄질이 매우 나쁘다. 잘한 결정이다. 이외에도 이번 미투 운동을 계기로 관련 법률 전반을 검토해봐야 한다. 최근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우리나라의 강간죄 인정 범위와 공소시효 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우리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법원은 이때의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가 ‘상대방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른 것’이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최근 세계적 추세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성관계라면 폭행 협박이 없어도 강간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도 강제추행죄의 경우에는 이런 태도를 따라서, 예를 들어 버스나 노래방에서 벌어진 강제적 신체 접촉에 대해서는 폭행 협박이 없어도 강제추행으로 본다.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죄 또한 법조문에는 ‘폭행 또는 협박’이 요건으로 제시돼 있다. 그러나 실무에서 이를 엄격히 요구하지 않는 셈이다. 왜 강간에 대해서만 엄격한 기준을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또 성폭력 피해자는 사건 후 30년이 지나도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때에 비로소 가해자를 고소할 용기를 내기도 한다. 성폭력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공소시효를 없애야 한다.”

“법은 국민 의지의 결과물”

미투 운동을 통해 법이나 판례에도 변화가 생겨날까. 

“이 사건이 세상만 떠들썩하게 만들고 일회적인 것으로 끝나지 않게 하려면 시스템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법이나 판례를 고정불변한 것으로 여기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나는 법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권력관계에 의한 성폭력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낀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법을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윤택 사건의 경우 1980년대에 피해를 당한 이도 있다. 일부에서는 성범죄 친고죄가 2013년에 폐지됐고, 공소시효도 지났으니 오래전 피해에 대해서는 구제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는 데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면, 국회를 움직여 관련법을 만들 수 있지 않겠나. 우리 국회는 소급효를 인정하는 특별법을 몇 차례 입법한 적이 있고 헌법재판소도 ‘소급효를 갖는 법률도 헌법상 정당화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결정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법적 처벌을 받기도 했다. 일부에서 하는 이야기들이 피해자를 좌절시키고 법적 대응을 지레 포기하게 만들 수 있으니, 지금은 ‘잘못한 사람은 언제라도 법적 처벌을 받게 할 수 있다’는 쪽으로 우리가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또 필요한 부분에 대해 말해달라. 

“앞서 말했듯,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는 사회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돌아보면 과거엔 가정폭력을 범죄가 아니라고 보던 시절이 있었다. 경찰에 신고를 해도 ‘뭐, 집안일인데’ 하면서 출동을 안 했다. 지금은 그러면 큰일 난다. 아동학대도 그렇다. ‘내 아이 때리는 게 뭐가 문제냐’고 했지만 몇몇 아이의 희생 속에 사회적 인식이 바뀌었고, 최근에는 법원이 가정 내 아이 사망 사건에 살인죄를 적용하기도 했다. 이른바 ‘울산 사건’인데, 그 사건을 내가 담당했다. 당시만 해도 부모의 ‘훈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지금과 달라서 후배 변호사들은 ‘부모에게 살인죄가 성립되지 않을 것’이라며 상해치사로 변론하자고 했다. 그러나 내가 ‘이건 명백한 살인이다. 살인죄 판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결국 판례가 바뀌었다. 최근의 미투 운동으로 우리 사회 성폭력, 그중에서도 특히 위력에 의한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바뀔 것이다. 이런 인식을 통해 여성뿐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가 좀 더 정의로운 세상에서 살 수 있게 되리라고 믿는다.” 

이 변호사는 스스로에 대해 “여성, 아동 관련 사건을 많이 맡아왔지만 그들의 인권에만 관심을 갖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했다. 

“저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우리 사회에 사는 사람 모두가 언제 어디서나 인격적으로 대우받기를, 결코 부당한 인권침해를 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변호사입니다. 이 목표를 이루고자 그동안 열심히 일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싸울 겁니다.” 

이 변호사의 얘기다. 그는 두 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마친 뒤 다시 사무실로 돌아갔다. 이미 밤 10시가 넘은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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