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다. 옷장 속을 싹 정리하기 딱 좋은 계절. 집집마다 몇 번 입지 않은 새 옷 같은 헌 옷이 한 무더기. 버리긴 아깝고, 딱히 줄 사람은 없고, 낯선 사람과의 중고 거래는 못 미덥다. 자원 낭비도 막고 공돈도 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자리한 마켓인유 매장. [마켓인유 제공]
마켓인유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중고 의류와 잡화, 액세서리 등을 팔 수 있다. 그 보상으로 포인트를 받아 마켓인유에서 파는 상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제품 상태, 브랜드 유무, 원가 등에 따라 포인트는 차등 지급된다. 마켓인유의 오프라인 매장은 서울대 외에도 망원역에 하나 더 있다.
어떤 옷이든 팔 수 있는 건 아니다. 얼룩, 오염, 보풀 등 손상 없이 깨끗해야 하고, 제조년도 5년 이하의 유행을 타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하루 1회, 최다 10점까지 매장에 갖고 가서 매입을 요청할 수 있다. 이러한 제한을 둔 이유에 대해 마켓인유 측은 “물품을 선별하는 데 시간이 꽤 소요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겨울옷은 겨울에 앞서, 봄옷은 봄에 앞서 매입한다. 봄옷 매입은 지난 3월 16일에 끝났고, 3월 17일부터는 여름옷을 매입하고 있다. 마켓인유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매입 일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매장 방문 전에 홈페이지(www.marketinu.com) 공지 사항을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오프라인 매장 두 곳의 운영 및 매입 시간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사전 확인이 필수. 주말이나 공휴일에 문을 열더라도 매입은 하지 않는 날도 있으니 주의하자.
마켓인유 고객들은 매장보다 온라인 이용을 선호한다. 대략 우체국 상자 5호 사이즈(48×38×34cm)의 상자에 중고 의류를 담은 뒤 홈페이지를 통해 택배 접수를 신청하면 된다. 배송료는 무료. 마켓인유 측에서 물품을 수령한 지 7일 이내에 검수를 마치고 개별 물품당 지급 가능한 포인트를 책정해 고객에게 카카오톡으로 알려준다. 이에 동의하면 포인트가 지급된다.
온라인 매입에는 몇 가지 제약이 따른다. 회당 한 상자만 보낼 수 있다. 상자에는 10개 이상 20개 이하의 물품을 넣어야 한다. 매입 대상에서 탈락한 물품에 대해서 고객은 기부(장애인 직업재활시설 ‘굿월스토어’에 전달) 혹은 회수(택배비 3000원 본인 부담)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3년째 마켓인유를 이용하고 있는 대학생 이소라(24) 씨는 “어려운 이웃에게 옷을 기부할 수도 있어 좋다”고 했다.
상품 가치가 꽤 높은 물품이라면 위탁 판매 서비스를 활용하도록 하자. 고객이 마켓인유 측에 중고가 2만 원 이상의 물품을 4주간 판매를 맡기는 것. 다만 직접 오프라인 매장으로 해당 물품을 가져가야 한다. 월 1회에 한해 최다 10개까지 판매를 위탁할 수 있다.
물품은 반드시 정품이어야 한다. 정품이 아닐 경우 위탁 판매를 의뢰한 고객이 법적 책임을 진다. 마켓인유 측이 검수 후 위탁하기로 하면 판매자가 판매가를 정한다. 판매가 이뤄지지 않으면 마켓인유 측이 해당 물품을 매입할 수 있고, 고객이 회수할 수도 있다(택배로 회수할 경우 배송료 6000원은 본인 부담).
마켓인유는 물품 대금을 마켓인유 판매 제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로 지급하는데, 고객이 원할 경우 현금으로 전환해준다. 다만 전환 비율은 70%로, 1만 포인트에 대해 7000원을 지급한다. 홈페이지에서 ‘현금보상신청’을 누르면 이틀 이내에 고객 계좌에 입금해준다.
| 수거왕 | 헌 옷 가지러 수거 기사가 ‘출동’
홈페이지(www.sugoking.com)나 애플리케이션에서 수거 품목을 선택하고 주소 및 방문 일시를 입력하면 수거 기사가 찾아온다. 수거 기사에게 물건을 확인받은 후 돈을 받으면 거래 끝. 수거왕은 회원 가입을 한 고객에 한해 현금과 더불어 일정한 포인트도 지급한다. 각종 이벤트에 참여해 포인트를 추가 적립할 수도 있다. 포인트는 원하면 전액 현금 전환할 수도 있다.
수거왕이 취급하는 품목은 헌옷류(헌옷, 신발, 가방, 소품, 커튼 등)와 비철류(프라이팬, 냄비, 양은 그릇 등 자석에 붙지 않는 금속류). 중고 의류 업체들이 매입을 꺼리는 작업복이나 수영복도 취급한다.
헌옷 매입 가격은 kg당 200원. 다만 처분할 물품의 무게가 모두 합쳐 20kg을 웃도는 최소 기준을 충족해야 수거 기사가 ‘출동’한다. 헌옷으로만 채운 100ℓ짜리 종량제 쓰레기봉투가 한 봉지 반이 넘으면 무게가 20kg가량 된다고 한다.
| 스미스마켓 | 중고 명품은 전문 업체에
직접 매장을 방문하거나, 택배로 물품을 보낼 수 있다. 스미스마켓 직원을 집으로 부르는 홈 방문 서비스를 요청할 수도 있다. 위탁 판매도 가능하다. 위탁 판매 기한은 최초 위탁 시점으로부터 최ㅁ장 12개월로, 위탁 판매 개시 후 3개월이 경과하면 고객이 언제든 중도 회수할 수 있다. 판매가 이뤄지면 수수료 30%를 제한 나머지 금액을 고객에게 송금해준다. 다만 모든 명품 브랜드를 취급하는 것이 아니므로 홈페이지(www.smithmarket.co.kr)에서 취급 브랜드를 확인하도록 한다.
매입과는 별개로 스미스마켓에서 명품 브랜드의 중고 의류와 신발 등을 최고 9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스미스마켓은 브랜드명과 상품명, 상품코드, 치수, 어느 백화점 어느 지점에서 구입했는지 등까지 밝힌다. 백화점 판매가 또한 적시하고 있어 할인 폭을 가늠해볼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은 연중무휴로 운영된다(단 일요일 및 공휴일에는 오후 1시까지).
| 키플 | 작아진 아이 옷, ‘교환’하세요!
키플은 0세부터 13세 이하 유·아동 의류 및 잡화를 취급한다. 수영복, 비치가운, 스키복, 한복 등 시즌 의류와 기저귀, 방수요, 아기띠 등 임신·출산 용품도 매입한다. 홈페이지(www.kiple.net)에서 ‘옷 보내기’ 버튼을 클릭하고 물품 정보와 택배 방문일자를 입력하면 된다. 택배비는 키플 측에서 부담.
물품 상태는 기능상 하자가 없고 깨끗해야 한다. 검수를 통해 매입 불가 판정을 받은 물품에 대해 회원이 반송 요청하지 않으면 키플 측이 해당 물품을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보낸다. 키플 관계자는 “보세 의류보다는 브랜드 의류가 매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한다. 현재 키플이 취급하는 의류 브랜드 수는 총 80개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키플은 고객이 보내온 물품을 홈페이지에 등록한 즉시 키플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키플머니’를 지급한다. 이것으로 키플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구매할 때 상품 가격의 최대 50%까지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나머지는 현금으로 결제해야 한다. 키플머니는 현금으로 돌려받을 순 없다.
| 옷캔 | 헌 옷으로 기부 천사 되어보세요
헌 옷 기부는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 홈페이지(otcan.org)에서 기부 의사를 밝히고 택배로 옷을 보내면 된다. 택배비는 고객 부담. 기부 가능한 물품은 의류, 신발, 가방, 기타 잡화 등이다. 폐기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고려해 깨끗한 옷, 재사용이 가능한 옷만 선별해 보내도록 하자.
옷캔은 기부자의 기부금액을 정산하는데, 기본적으로 상자 1개당 1만 원의 ‘운송비 기부’로 책정한다. 현금으로 기부하는 추가 기부금은 개인별 선택 사항이다. 운송비를 기부 형태로 개인에게 부과하는 이유에 대해 옷캔 관계자는 “옷캔에 기부하는 의류 양이 크게 늘어 국내외 운송, 포장, 분류, 통관 등 부대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추가 기부금은 물품 분류 및 포장비 등으로 활용된다고 한다.
2016년 지정기부금단체로 등록된 옷캔은 기부자에게 기부증서와 기부금 영수증을 발행한다. 옷캔의 활동 내역 및 연차보고서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열린옷장 | 안 입는 정장으로 취준생 돕자
홈페이지(theopencloset.net)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열린옷장에서 기증상자와 기증 안내 책자, 감사 선물을 보내준다. 이 상자에 입사 면접이나 졸업식, 결혼식, 증명사진 촬영 등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옷을 골라 담아 보낸다. 기부 가능한 상세한 의류 목록은 홈페이지 참고.
이런 과정이 번거롭거나 익명 기증을 원한다면 아무 상자에 정장을 포장해 열린옷장으로 보낸다. 택배비를 착불로 할 수도 있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기증해도 된다.
기증한 정장은 분류 후 세탁 및 수선 과정을 거쳐 열린옷장 홈페이지 및 오프라인 매장에 등록된다. 정장이 필요한 청년은 열린옷장에서 정장, 셔츠, 블라우스, 가방, 구두, 넥타이, 벨트 등을 풀세트로 빌릴 수 있다. 대여 기간은 3박 4일. 하루 연장할 때마다 20%의 비용이 추가된다. 주소지가 서울인 청년은 열린옷장에서 10회까지 무료로 정장을 빌릴 수 있다. 이용 대상은 고등학교 졸업예정자부터 만 34세까지.
도심 마켓에서 직접 팔아보는 ‘재미’
추위가 물러간 요즘, 전국에선 주말마다 장(場)이 선다. 벼룩시장, 플리마켓(flea market), 시민장 등 전통시장과 대비되는 야외 장터다. 옷을 직접 팔아볼 수 있는 기회다.강서까치나눔장터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까치나눔장터에선 안 입는 옷이나 기타 물건을 팔거나 다른 물건과 교환할 수 있다. 판매 수익의 10%를 기부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돼 있다(자율 참여). 까치나눔장터는 오는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열린다. 장소는 서울시 강서구 원당근린공원. 날씨 사정에 따라 휴장할 수 있으므로 까치나눔장터협동조합(cafe.naver.com/gangseofleamarket) 공지 사항을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판매 희망자는 사전 신청 필수.
경리단문화마켓은 매주 토·일요일, 서초토요문화벼룩시장은 매주 토요일 정기적으로 열린다. 전국에서 열리는 플리마켓 정보는 ‘문화상점’(cafe.naver. com/pandamarket)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 지역마다 오프라인 매장을 두고 물품을 기부받는 구세군희망나누미 재활용품가게(www.nanumistore.org), 아름다운가게(www.beautifulstore.org) 등을 통해서도 나누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