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호

20대 리포트

외국인이 본 ‘한국인의 취업 절대 조건 4

“이력서 사진 ‘포샵’해 예쁘게 보여야”

  • | 서찬이(중국), 웬티반안(인도네시아), 샤즈와니 램드잔(말레이시아) 고려대 미디어학부

    입력2018-04-0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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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학생이어야, 어려야, 실무 경험 갖춰야”

    • “돈 들여 졸업 연기”

    • “20대 중반부터 나이 걱정”

    • “엄혹한 시기의 엄혹한 조건들”

    엄혹한 시기에 엄혹한 조건을 요구하는 것일까? 필자들과 같은 외국인이 보기에, 한국의 20대는 좁은 취업 관문을 뚫기 위해 4가지 절대 조건을 갖추려 애쓰는 것 같다. 전공 학위나 학점은 기본이니 이 조건에 들어가지 않는다. 

    졸업생 안 좋게 본다? 한국 회사들은 대학 졸업생보다 재학생 혹은 졸업예정자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 결과, 많은 학생은 재학생 신분을 더 길게 유지하려 애쓴다. 고려대 재학생 이모(25) 씨는 군대에서 제대한 후부터 취업을 걱정한다. 그는 “올 2월에 졸업해야 했지만 취업을 위해 미뤘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졸업 이후부터 구직 때까지 간격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여기는 것 같아요.” 

    보통, 학생들은 대학 4년을 수료만 하는 방식으로 졸업을 미룬다고 한다. 이 기간에 졸업을 미루면서 취업 정보를 얻거나 취업에 필요한 지식을 익힌다. 그러나 이들은 “학적을 유지하기 위해 학교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고 말한다. 명지대 2학년생 응웬(22·베트남) 씨는 “한국에서 졸업을 미루는 건 이점이 있어 보인다. 나도 한국에서 취업하려면 졸업과 구직 사이의 간격을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바심과 좌절감 안겨

    묵시적 나이 제한 있다? 한국 학생들 사이에선 “취업에도 묵시적 나이 제한이 있다”는 믿음이 퍼져 있다. 고려대 2학년에 재학 중인 선모(여·22) 씨는 몇몇 기업이 신입사원 나이 제한 정책을 만들어 운영한다고 믿는다. 선씨는 “남자는 30세, 여자는 28세”라고 말한다. 이것이 학생들 삶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에 확실히 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는 교환학생으로 일본에 가기를 희망한다. 그러면 다른 동기에 비해 1년 반 정도를 학업에 더 투자해야 한다. 이렇게 1년 반 늦게 취업에 나서는 것이 나이 핸디캡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래서 그는 나이 차별이 덜한 외국에서 직장을 구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령에 속하는 청년 구직자가 좋은 직장을 구했다는 이야기는 한국에서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 은밀한 나이 정책은 한국 청년들에게 조바심과 좌절감을 안긴다. 



    ‘포샵한 이력서 사진’ 유행? 한국 사회에서 구직자의 외모는 입사시험 최종면접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인 대학생 몇몇은 “취업 시장에서 외모가 실제로 매우 중요하기에 그렇게 많은 구직자가 성형수술을 받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 ABC 뉴스는 한국 여성 5명 중 1명이 성형외과병원 수술대 위에 오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취업 면접을 준비하는 대학생 서모 씨는 “성형수술이 일반적 해결법이 아니다. 연예계를 비롯한 극소수 직종을 제외하곤 외모가 취업에서 중요하게 작용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항공사 승무원을 꿈꾸는 이화여대 재학생 후앙(여·중국) 씨는 “내 미래의 직업을 위해 코를 조금 고쳤다”고 했다.

    “누구도 원본 사진 안 붙여”

    한국에선 취업 이력서에 사진을 붙이는 게 일반화되어 있다. 그래서 이력서용 사진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사진관이 대학가에 많다. 이런 곳들은 고객에게 메이크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의 이력서용 얼굴 사진을 디지털 기술로 더 아름답게 교정한다. 

    “나는 이미 내 이력서 사진을 ‘포샵’했다”고 서씨는 말했다. 취업준비생 김모 씨도 자신의 이력서용 사진에 손을 댔다. 김씨는 “다른 사람도 다 그렇게 하니까. 한국에선 누구도 자신의 원본 사진을 이력서에 붙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포샵한 사진을 이력서에 붙이는 것을 당연시하는 이런 문화’는 한국 취업 시장의 외모 중시 경향성을 방증하는 것으로서, 몇몇 외국인에겐 신기하게 느껴질 수 있다. 

    초보도 실무 경험 갖춰라? 이른바 스펙은 한국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중시하는 또 다른 요소다. 스펙은 외국어 능력에서부터 컴퓨터 실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주로 되어 있다. 

    성균관대 1학년생인 아피가(20·말레이시아) 씨는 “많은 한국인이 영어를 배우러 외국으로 나가기도 한다. 내 한국인 친구 중 상당수는 토익 성적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중앙대 3학년생인 장모(23·중국) 씨는 “가끔 한국 기업들은 모국어를 포함해 3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지 묻는다. 그건 너무 과한 요구 아니냐”고 불평했다. 장씨는 중국어와 한국어에 능통하고 영어에 아직 능숙하지 않다.

    “자기소개서 채울 경험 만들기”

    학생들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은 ‘초보 구직자’에게도 실무 경험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고려대 재학생인 서모 씨와 김모 씨는 수업시간에 기업에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어떤 투자를 기획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거라도 없으면 직장을 잡을 수 없다”고 김씨는 말한다. 

    기업들이 실무 경험을 포함한 스펙을 요구하는 것은 그들의 처지에선 합리적인 일인지 모른다. 일반적으로 더 많은 재능이 있고 더 많은 훈련을 받은 구직자가 취업 후에 더 나은 역량을 발휘할 것이기 때문이다. 신입사원이 미리 실무 지식을 갖춰놓고 있으면 기업은 신입사원 재교육에 드는 노력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실무 경험을 포함한 스펙 갖추기는 많은 한국 대학생에겐 큰 짐이 된다. 이들은 자신의 자기소개서에 더 인상적인 내용을 채워넣기 위해 적어도 한두 학기를 희생해야 한다. 아피가는 “스펙은 사람을 채용할 때의 첫 번째 고려 사항이 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한국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은 구직자들에게 압박이 되는 것 같다. 

    한 화장품 회사의 인사 담당자인 정모(35) 씨는 “인턴 경력이 구직자에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몇몇 학생은 인턴 직종에 대해 다르게 인식한다. 서울대 재학생인 J(22) 씨는 삼성과 LG에서 인턴을 경험했다. 그는 “내가 인턴을 한 이유는 단지 어떤 직업이 내게 맞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재학생이 저임금을 받으면서 인턴을 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인턴 경력이 구직자의 역량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면서 학생들이 인턴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미디어글쓰기(영어강의·담당 허만섭 신동아 기자)’ 수강생들이 영어로 작성한 것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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