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자컴퓨터 진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구글 인텔 IBM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큐비트 수 늘리기 경쟁에 돌입하면서 양자컴퓨터 상용화가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존 보안 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의 급성장에 맞서, ‘방패’를 단단히 정비하려는 보안업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탱글 레이크’라는 이름이 붙은 인텔의 49큐비트 양자컴퓨팅 테스트 칩.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공개했다. [Walden kirsch / Intel Corporation]
3월 초 ‘사이언스 뉴스’ 등 여러 외신이 보도한 내용이다.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3월 5일 열린 미국물리학회에서 ‘브리슬콘(Bristlecone)’이라는 이름의 72큐비트 양자 프로세서(양자칩)를 공개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이 소식을 전하며 “72는 큰 숫자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양자컴퓨터를 기준으로 말하면 그것은 거대한(massive) 숫자”라고 평했다.
큐비트는, 양자컴퓨터는 또 뭔가. 이런 의문을 갖는다면 최근 과학기술 소식과 다소 거리를 두고 살아온 사람임에 틀림없다. 양자컴퓨터는 머잖아 인류의 삶을 크게 바꿀 것으로 기대되는 혁신 기술 중 하나다. 구글을 비롯해 IBM,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유수의 기업이 관련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중국은 지난해 760억 위안(약 13조 원)을 들여 세계 최대 규모의 양자연구소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큐비트는 이 양자컴퓨터의 정보 단위라고 할 수 있다. 큐비트 개수가 많을수록 양자컴퓨터의 성능이 좋아진다. 구글이 과거 선보인 양자컴퓨터에는 9큐비트 양자칩이 장착됐다. 구글은 지난해 22큐비트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고 밝혔고, 이것을 다시 72개까지 늘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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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가 세상에 미칠 영향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왼쪽)가 2016년 4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에 설립한 양자컴퓨터 연구소 개소식에 참석했다. [뉴시스]
전문가들은 아직 실험 단계인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장벽이 적잖다고 본다. 현재 모든 회사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은 ‘양자 오류’다. 양자는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한 영향을 받으며 그 결과 연산에 오류가 생길 개연성이 높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존 마르티니스 구글 양자컴퓨터 연구 책임자는 “구글은 이를 최소화하고자 섭씨 영하 약 270도 환경에서 전기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체’를 이용해 큐비트를 만들고, 역시 극저온 상태에서 이를 제어해 양자컴퓨터를 구동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연산 오류는 다른 큐비트를 활용해 보정한다. 이 과정에는 적잖은 큐비트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스킬 캘리포니아공대 교수도 언론 인터뷰에서 “수천 큐비트를 연산에 쓰려면 오류 보정을 위해 수백만 큐비트가 필요할 것”이라며 ‘오류 없는 양자 컴퓨터’ 개발이 당분간은 매우 어려운 도전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현재의 보안 체계에 주어진 유예 기간이 아주 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 최초의 세계암호학회 석학회원인 김광조 KAIST 전산학과 교수는 3월 7일 KAIST에서 열린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 현실과 가상의 사이’ 워크숍에 참석해 “10년 안에 강력한 양자컴퓨터가 등장할 것”이라며 “그러면 비트코인 암호 알고리즘은 30분 만에 해독될 것이다. 세상에 영원히 안전한 암호는 없다”고 밝혔다.
박성수 ETRI 책임연구원도 “언젠가 수백만~수천만 개 큐비트를 가진 양자컴퓨터가 탄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초당 양자 연산 속도가 GHz급으로 개선되고, 그것은 현재의 블록체인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