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호

취재

어린이집 아동학대 지속 진짜 이유는?

“동료 고발하면 같이 망해 내부 고발자 보호책 시급”

  •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18-04-0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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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대책에도 아동학대 2배 급증

    • “본인 행동이 상습 폭행인지도 자각 못 해”

    • 익명 고발 게시판 등 대책 시급

    • 분노·우울 등 보육교사 정서 관리해야

    “4세 아이가 놀이시간에 친구들을 꼬집고 괴롭혔어요. 보육교사 A가 그 아이에게 가서 머리를 팍 소리 나게 때리더라고요. 아이가 놀라 소리 지르며 울었어요. 별안간 벌어진 일에 저는 너무 당황했는데, A의 동료 보육교사들은 가만히 있더라고요. 그중엔 원감(園監)도 있었고요.” 

    수도권 공립어린이집 2년차 보육교사인 신미영(가명) 씨가 대학 시절 교육실습을 나갔던 어린이집에서 목격한 장면이다. 서울 가정어린이집 8년차 보육교사인 한서현(가명) 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일을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동료 보육교사 B는 말 안 듣는 아이를 대할 때면 어느 순간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요. 아이 머리를 툭툭 치면서 ‘야, 야, 야!’ 하고 소리를 질러요. 그 상황에서 아이가 칭얼대면 더 혼나요. B가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며 ‘잘못했어요’라는 말만 반복합니다.” 

    윤혜진 동국대 불교아동보육학과 교수는 2017년 발표한 논문(‘예비보육교사가 관찰한 어린이집에서의 아동학대 연구’)에서 실제 관찰된 사례를 바탕으로 어린이집에서 벌어지는 아동학대 유형을 총 9가지로 세분화한다. △강제로 시키기 △비아냥대기 △폭언 △무시 △방임 △제외 △무관심 △벌주기 △때리기다. 교실에서 뛰어다니는 3세 아이를 무릎 꿇리는 벌을 준 일, 밥을 먹지 않은 아이만 홀로 남겨둔 채 나머지 원아들을 데리고 다른 교실로 이동한 일 등 실제 사례가 이 논문에 담겼다. 윤 교수는 “유아의 발달 단계에 맞는 설득을 해야 하는데, 일부 보육교사들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언어 폭발 등 강압적 행위를 행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때리는 교사, 모른 척하는 원감

    2017년 11월 인천 서구의 한 어린이집 CCTV에 찍힌 아동학대 장면.

    2017년 11월 인천 서구의 한 어린이집 CCTV에 찍힌 아동학대 장면.

    일부 어린이집의 아동학대가 사회 현안으로 떠오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아동학대에 노출된 아이는 여러 후유증을 앓는다. 2015년 한국심리학회지에 실린 논문(‘어린이집 아동학대에 대한 보육교사의 경험, 인식 및 상담 요구도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피해자인 부모와 유아 16쌍을 대상으로 실시한 검사에서 유아 11명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해당하는 불안 증세(52%)와 파괴 행동(26%)을 보였다. 신체 및 언어 공격성뿐만 아니라 교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 회피적 반응, 산만하고 부정적 정서 등의 증상도 나타났다. 



    정부는 인천 연수구 송도 어린이집의 아동학대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진 직후인 2015년 1월 ‘어린이집 아동 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 추진안’을 부랴부랴 마련했다. 이 안에는 △CCTV 설치 의무화 △아동학대 교직원 영구 퇴출 △평가인증제 △보육교사 처우 및 근로여건 개선 △보육교사 인성교육 및 부모참여 실시 등이 담겼다. 지난해에는 보육교사 실습기간을 기존 4주(160시간)에서 6주(240시간)로 늘렸다. 또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한 어린이집은 평가인증에서 아무리 좋은 점수를 받더라도 최하위 등급을 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적발된 보육교사 아동학대는 776건으로 2014년(295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또 송도 어린이집 사건 이후 3년간(2015~2017년 9월) 아동학대(아동복지법 위반)로 보건복지부 평가 인증이 취소된 어린이집은 126곳에 달한다. 공교롭게도 이들 어린이집 104곳은 모두 평가인증에서 90점이 넘는 높은 점수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불거진 몇 가지 사건을 봐도 어린이집 아동학대 문제가 여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7년 11월 인천 서구의 한 어린이집에서는 보육교사가 남아의 머리를 두 차례 때리고 구석으로 몰아붙인 뒤 다시 수차례 때린 일이 벌어졌다. CCTV 바로 앞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아이가 폭행을 당해 바닥에 쓰러졌다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재빨리 일어나는 모습이 CCTV에 찍혀 많은 이의 공분을 샀다. 나머지 아이들도 공포에 질린 듯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 

    폭행을 당한 남아는 이후 악몽을 꾸고 바지에 소변을 보는 등 트라우마로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20여 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인천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2월 말 인천지검으로 사건이 송치됐다”며 “가해자인 보육교사의 보육 자격은 정지됐다”고 밝혔다. 

    올 1월에는 인천 계양구의 한 직장어린이집에서 1세 남아에게 밥을 억지로 먹게 한 뒤 입을 막고 폭행한 보육교사가 경찰에 입건됐다. 강원 철원군의 한 어린이집에서는 1~3세 아이 10명이 보육교사로부터 한 달간 52차례 폭행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가해 보육교사는 한 살배기 아이의 얼굴에 분무기로 물을 뿌리고, 기저귀를 갈면서 아이 머리가 바닥에 부딪힐 정도로 거칠게 행동했다. 이 교사에 대해 의정부지법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예방 강의수강 또한 명령했다.

    이론 위주 인성 교육? 무용지물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아동학대가 끊이지 않는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그간 지적돼온 열악한 근무 환경, 과도한 업무 부담 등이 주요 원인일까. 취재 과정에서 접한 보육교사들은 그보다는 일부 보육교사의 인성 문제를 꼽는다. 보육교사 한씨의 말이다. 

    “실제 현장에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거나 훈육과 학대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보육교사가 종종 있습니다. 보육교사 자격 취득이나 채용 단계에서 이런 점이 파악되지 않은 거죠. 이러한 보육교사를 걸러낼 수 있는 응시 제한이나 재교육 등의 조치가 시급합니다. 원장 및 교사를 대상으로 한 근무평가 제도를 실시해 아동학대에 대한 감시를 해야 해요.” 

    현재 정부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대책 일환으로 보육교사 인성교육을 실시한다. 인성교육을 통해 보육교사의 자질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 보건복지부는 2016년 1월부터 2·3급 보육교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보육교사인성론’ ‘아동권리와 복지’를 필수과목으로 이수하도록 했다. 또 한국보육진흥원은 현직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인성 자기진단 및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인성교육이 예절, 존중, 책임감, 배려, 감사 덕목을 강조하는 이론 위주의 수업이어서 (예비) 보육교사들 사이에선 “실질적 도움이 안 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씨의 지적이다. 

    “인성교육 실시 목적이 아동학대 예방인 만큼 내용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아동학대 실제 사례를 거론하며 동료 교사의 아동학대를 접한 후 대처하는 방법을 교육하는 겁니다. 또 교사의 어떤 행동이 아동학대에 해당하는지 명확한 기준을 교육해야 해요. 아동의 성향과 개성 등 유형별로 적합한 지도법도 배울 필요가 있고요.” 

    한편 보육교사들은 “보육교사의 정서 관리가 절실하다”고 토로한다. 하루 8시간에서 10시간 동안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20명의 유아를 돌보는 보육교사들은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2017년 한국아동교육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아동교육’에 게재된 논문(‘보육교사의 감정노동이 직무스트레스와 직무만족에 미치는 영향’)은 보육교사의 직무 스트레스가 그다지 높지 않고, 평균 이상의 직무 만족도를 보인다고 보고한다. 그러나 보육교사의 강도 높은 ‘감정 노동’은 직무 스트레스와 직무 만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육교사의 분노, 우울, 직무 스트레스 등 심리 관리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대목이다.

    내부 고발? 재취업 어려워서…

    경기도 지역 민간어린이집 5년차 보육교사 황상아(가명) 씨는 “보육교사들은 특히 학부모들에게 거친 언사를 들었을 때 심한 좌절감을 느낀다”며 “심리상담 전문가가 보육교사의 정서를 살펴보는 지원 체계가 마련된다면 아동학대 발생 가능성이 낮아질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보육 서비스 질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집은 폐쇄적인 공간이다. 내부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해도 외부로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앞서의 보육교사 신미영 씨는 “‘이런 일이 한두 번이냐’며 ‘시끄럽게 만들지 말자’란 무언의 합의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내부 고발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17년 11월 경기 남양주시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4세 아이의 머리를 밀고 발로 차 놓고 선 알림장엔 ‘아이가 날 때렸다’고 써놨다. 며칠 후에는 아이 얼굴에 상처를 입혔다. 이번엔 원감과 상의하고 ‘아이가 친구와 장난하다가 얼굴에 상처가 났다’고 알림장에 적었다. 그러나 이를 목격한 동료 보육교사의 제보로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가해 보육교사는 어린이집을 떠났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만난 보육교사들은 “내부 고발은 생계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3년 한신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영유아 돌봄기관의 영유아 학대 근절 및 예방을 위한 상담서비스 체계 구축’ 연구에서 내부 고발의 한계를 확인할 수 있다. 동료 보육교사의 아동학대를 목격한 후 어떻게 대처했느냐는 질문에 41.7%가 ‘해당 영유아에게 관심을 갖고 따뜻하게 대했다’고 답했다.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답변도 39.6%에 달했다. 가해자가 원장인 경우에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응답 비율이 50%로 올라갔다. “동료 교사의 교육에 간섭할 수 없고, (경찰 등에) 신고할 경우 부과되는 책임이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한 수도권 민간어린이집 원감 이정숙(가명) 씨의 설명이다. 

    “보육교사를 채용할 때 이력서와 함께 평판을 참고하는데, 평판은 주로 어린이집 원장에 의해 좌우됩니다. 근무한 어린이집 내부 사정을 외부로 유출한 적이 있는 보육교사는 원장의 ‘블랙리스트’에 오릅니다. 생계와 맞바꿀 용기를 내 내부 고발을 하기가 어려운 거죠.” 

    이씨는 “아동학대 신고를 활성화하려면 내부 고발자에 대한 확실한 신변 보호는 물론 내부 고발자 재취업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보육교사들이 이런 문제를 부담 없이 신고할 수 있는 온라인 상담 사이트 등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도권 민간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16년차 보육교사 정세연(가명) 씨는 3년 전 일을 생각할 때마다 씁쓸해진다. 동료 보육교사 C는 밥을 먹지 않는 아이에게 김칫국에 밥을 말아 억지로 떠먹였다. 정씨가 이를 문제 삼자 다른 동료 교사들이 “왜 일을 시끄럽게 만들려고 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정씨는 “동료들은 그러한 일이 외부로 알려지면 어린이집 전체 교사가 아동 폭행범으로 몰린다고 여겼다”며 “아이가 입은 피해보다 아동학대 사실이 학부모와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더 걱정하는 것이 어린이집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어린이집 아동학대에 대한 내부 고발이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이러한 사건으로 어린이집이 폐업하게 되면 동료 보육교사들까지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된다. 폐업한 어린이집 출신 보육교사가 재취업하기도 쉽지 않다. 아동학대를 당하지 않은 아이들도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겨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내부 고발로 인한 책임과 피해가 막중하다 보니 묵인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씨는 “아동학대가 발생하면 가해자 보육교사와 관리자 원장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당연하지만, 그와 별개로 어린이집을 무조건 폐쇄하기보다는 구청 등에서 어린이집을 임시로 맡아 정상 운영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일반 국민과 학부모에 비해 보육교사의 아동학대 행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치안정책연구소가 발간하는 ‘치안정책연구’에 2017년 게재된 논문(‘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판례에서의 양벌규정 적용과 시사점’)이 언급한 2014년 아동복지법 위반 관련 판례를 보자. 

    가해자 보육교사는 피해 아동이 출입문에 앉아 있었다는 이유로 피해 아동을 발로 밀치고, 수업시간에 피해 아동의 머리를 뒤로 세게 밀쳤다. 피해 아동의 어머니가 그로 인해 아이의 몸에 멍이 심하게 들었다고 항의하자 보육교사는 감정이 상한 나머지 피해 아동의 머리채를 잡으며 뒤로 밀어버렸다. 당시 보육교사는 아동에게 “훈육 차원에서 한 행위”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아동복지법(제17조 제3호)을 근거로 보육교사의 행위를 신체 학대 행위로 인정했다.

    가해 사실 밝혀져도 대부분 ‘집행유예’

    일부 보육교사는 폭행이나 체벌을 주저하지 않는다. 정세연 씨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아이들은 자신보다 힘센 보육교사가 화내거나 신체적 위협을 가하면 순간 기에 눌려 고분고분해집니다. 아이들을 곧장 통제할 수 있어 편리하니까 보육 교사는 이 방법을 즐겨 사용하게 돼요. 자신의 행동을 훈육이라고 합리화하기 때문에 그것이 아동학대라고 자각하지 못하는 데다 교육은 담당교사의 권한이기 때문에 동료 교사가 간섭할 수 없습니다. 동료 교사의 충고나 제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원감 이정숙 씨는 “훈육과 학대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해 보육교사에게 훈육 및 교육 지침 매뉴얼을 보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아동학대 가해자로 지목된 보육교사는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집행유예 처분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16년 아동에게 행주로 쓸어 담은 음식을 먹인 수원 어린이집 보육교사, 2017년 일주일 동안 아동의 등과 엉덩이를 발로 걷어찬 대구의 한 어린이집 소속 보육교사들이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의 민간어린이집 원감 강민경(가명) 씨는 “아동학대 혐의가 입증돼도 대부분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나는데 어느 교사가 아동학대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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