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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MeToo’ 시대를 바꾸다 |

권력의 성 집착에 대한 심리 보고서

‘난 요구해도 돼’ 일그러진 성적 자존감

  • | 최명기 청담하버드심리센터연구소장 artppper@hanmail.net

권력의 성 집착에 대한 심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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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성공한 남자들의 성적 일탈에 대한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권력형 성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을 보면 일단 섹스에 집착한다. 이렇게 말하면 남자는 다 섹스에 집착하지 않냐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섹스에 대한 집착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구는 하루라도 성관계를 가지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고, 누구는 무성애자에 가까울 정도로 성에 관심이 없다. 

하루라도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이는 섹스는 해야겠는데 불러낼 상대방이 없으면 누가 되었건 옆에 있는 여성에게 추근거리는 수작을 부린다. 특정 여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면 성관계를 갖기 위해 집요하게 집착하는 남성도 있다. 이런 이들은 권력을 쥐는 순간 주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여긴다. 권력을 쥔 남자들의 이런 습성을 설명하는 데 유용한 학문이 진화심리학이다.

공작의 깃털

진화심리학에서는 인간 행동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우리 안에 남아 있는 원시시대 습성의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한 예로 머리숱이 없는 것에 유독 신경을 많이 쓰는 남자들이 있다. 석기시대에는 주민등록증이 없었다. 서로가 나이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여성들은 젊고 건강한 남자를 고를 때 머리숱을 중요시했다. 머리숱이 없으면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다. 성적 매력이 없다고 여긴 것이다. 요즘 머리숱이 없는 남성들이 발모제를 먹고 바르는 이유 또한 그때의 습성이 남아서 그런 것이라 할 수 있다. 

남자들이 피부가 뽀얀 여자를 좋아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한다. 옛날에는 먹을 것도 없고 위생 환경도 엉망이어서 면역력이 강해야 얼굴이 뽀얄 수 있었다. 얼굴이 뽀야면 건강이 양호하다는 신호였다. 남자들이 여자들의 긴 생머리를 좋아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영양 상태가 좋지 않으면 긴 머리를 유지할 수 없다. 

진화심리학에 ‘공작의 깃털’이라는 유명한 어구(語句)가 있다. 공작의 깃털은 보기에는 화려하지만 실제 생활에는 아무 쓸모가 없다. 오히려 화려한 깃털 때문에 노출되어 사냥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암컷을 유혹하는 데 깃털만 한 것이 없다. 화려한 깃털을 쫙 펼치면서 존재감을 알리는 것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섹스와 관련된 일탈로 문제가 된 정치인이 적지 않다. 이들에게 정치는 ‘공작의 깃털’ 같은 존재다. 수컷으로서 자신의 매력도를 올리고자 입신양명을 도모하는 것이다. 성공하니까 따르는 여자가 많아지는 것이 아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이들은 여자들과 더 많은 성관계를 가지고자 성공을 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공하면 성공할수록 성적 일탈을 피할 수 없다. 

거기에 더해서 어떤 이는 조직의 우두머리가 되면 주변 여직원을 모두 잠재적 성적 대상으로 간주한다. 인간이 유인원이었을 때의 본능이 남아 있어서다. 유인원은 우두머리가 되는 순간 성관계를 독점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대상과 마음 내키는 대로 성관계를 가진다.

유인원 본능

유인원 본능이 유난히 강한 이들은 조직 우두머리가 되면 조직의 여직원들을 성적으로 소유하는 환상에 사로잡힌다. 자신에게는 성추행할 권리, 성폭행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성은 생각으로만 멈춘다. 그러한 생각이 권력형 성범죄로 이어지려면 몇 가지 요소가 더해져야 한다. 

우선 충동적이어야 한다. 충동적인 이들은 일단 성적으로 흥분하면 멈출 수가 없다. 다시는 안 하겠다고 아무리 다짐해도 소용없다. 똑같은 상황에서는 똑같이 행동하게 된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려고 마지막으로 만나자고 한다. 하지만 미안하다고 하면서 손을 잡게 되고, 손을 잡다 보니 껴안게 되고, 껴안다 보니 성적으로 흥분하게 되면서 성관계를 시도한다. 이런 가해자의 행동이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을 마치 쓰레기처럼 대한다는 생각도 들어 더욱더 억울함에 사로잡힌다. 

거기에 더해 이기적인 성향이어야 한다. 나도 하고 싶고 상대방도 하고 싶을 때 성관계를 하는 것은 불륜이다. 불륜의 경우 두 사람은 대등한 관계다. 아무리 내가 높은 지위에 있다고 해도 여성이 하기 싫다고 하면 성관계를 더는 요구하지 않는다. 

그런데 위계를 이용한 성관계의 경우 폭력을 사용했든 사용하지 않았든, 강압적이었든 강압적이지 않았든 일단 나는 하고 싶은데 여성은 하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 성관계가 이뤄진다. 꼭 말로 하기 싫다고 해야 하기 싫은 것이 아니다.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하고 싶고 상대방은 하기 싫을 때 성관계를 가지게 되면 나는 사정을 하고 성적 쾌감을 느끼겠지만 여성은 불쾌할 것이고 수치심에 시달리게 된다. 남자 대부분은 관계를 하다가 상대방이 불쾌해하면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성향이 이기적인 이들은 상대방의 반응에 상관없이 일단 자신이 사정할 때까지 멈추지 못한다. 

상대 여성이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이들도 있다. 지위가 올라가고 권력이 생기면 칭찬하고 아부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는 척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벌거벗은 임금님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3월 9일 서울서부지검에 자진 출석했다.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3월 9일 서울서부지검에 자진 출석했다.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상하관계 권력을 이용해서 성추행을 하는 경우 주로 자신이 정상적으로는 교제할 수 없는 젊고 매력적인 여성을 대상으로 섹스를 요구한다. 50살, 60살이 넘었으면서 20대, 30대 여성에게 자신이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짓칭찬에 둘러싸여 살다 보면 제대로 된 생각을 하지 못한다. ‘벌거벗은 임금님’같이 되는 것이다. 여성은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서 억지로 관계에 응하는 것이지만 가해자는 상대방 여성이 자신과 관계를 가지는 것을 좋아한다고 착각한다. 

술자리에서 음담패설을 하는 경우 여성은 그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받아주게 된다. 그러다 보면 이들은 여자들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한다. 밤늦게 여자를 불러내서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 어쩔 수 없이 여자가 나오면 자신에게 성적인 호감이 있어서 나왔다고 착각한다. 

그러다 단둘이 있게 되면 성관계를 시도한다. 여성이 분명히 싫다고 의사를 밝혀도 속으로는 좋아하면서 내숭을 떤다고 착각한다. 이렇게 단둘이 있는 상황을 허용했다는 것은 성관계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왜 이제 와서 엉뚱하게 구느냐며 성관계를 가지려고 한다. 뜻대로 안 되면 강간을 시도한다. 여성이 나중에 고발하면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지’ 하고 의아해하기도 한다.

남성적 매력에 집착

유인원 본능이 유난히 강한 이들은 자기 휘하의 여성을 성적으로 소유하는 환상에 사로잡힌다. [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유인원 본능이 유난히 강한 이들은 자기 휘하의 여성을 성적으로 소유하는 환상에 사로잡힌다. [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자신이 매력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이들은 매력 그 자체를 하나의 힘으로 간주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을 유혹해서 자신의 매력을 확인하고자 한다. 흔히 그렇게 섹스가 하고 싶으면 돈을 내고 성매수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하지만 성매수는 돈을 주고 관계를 갖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환상을 유지할 수 없다. 하지만 권력을 이용해 성을 강요하는 경우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환상을 유지할 수 있다. 

언론에 얼굴이 알려진 이들은 성매매를 하다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까 두렵다. 하지만 섹스는 하고 싶다. 그러다 보니 여직원을 건드리게 된다. 성매수를 할 때는 돈이 들지만 권력을 이용한 성 강요는 돈도 들지 않는다. 그래서 ‘너 때문에 도우미 비용 아꼈다’는 식의 말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여성이 반항해도 멈추지 않는다. 멈추면 자신이 매력이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거부한 여성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건 보복해서 성적 자존감을 유지하고자 한다. 일할 때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 윽박지르는 것은 기본이다. 인사고과는 최저를 준다. 그래도 여성이 뜻을 굽히지 않으면 심지어 해고한다.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려 한다. 이들이 사회적 힘, 남성적 매력에 집착하는 한 이런 행동은 반복된다. 

공감을 못하는 것도 문제다. 여성에게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말과 행동을 하면서도 여성이 그로 인해서 얼마나 고통스러워할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한다. 자신으로 인해 누군가는 자살을 결심할 정도로 괴로웠는데 본인은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행동을 하지 않는 데는 공감 능력, 역할 수용 그리고 불안과 걱정이 작용하게 된다. 

우선 타인이 느끼는 고통을 자신도 느낀다면 남에게 고통을 주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남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은 단지 공감 능력 때문만은 아니다. 특별히 공감하지는 않지만 남들이 보는 앞에서는 그런 척하기도 한다. 그것을 역할 수용이라고 한다. 남에게 나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자신에게도 불이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생각을 떠올리면서 참는다.

벌 받기 전까진 죄 인식 못해

권력형 성범죄자들은 겁이 많고, 마음이 약하며, 회유하기 좋은 이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다.

권력형 성범죄자들은 겁이 많고, 마음이 약하며, 회유하기 좋은 이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다.

그런데 타인의 고통을 느끼는 능력이 모자라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망각하고, 들통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다 보면 타인이 죽음에 이를 정도로 괴로워해도 그것이 비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악행은 반복되는 경향이 있고 점점 그 강도가 강해지게 마련이다. 스스로 제어하지 못한다. 권력형 성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은 벌을 받기 전까지는 죄를 짓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상대방이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서 거부하지 못하는 상황을 이용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평소 베푼 것이 많기 때문에 이 정도는 요구해도 된다고 합리화한다. 그러다 보니 견디다 못한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자기가 그동안 잘해준 것이 얼마나 많은데 배은망덕하게 군다고 도리어 화를 내기도 한다. 

피해자가 자신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을 표현하면서 가까워지게 되었을 뿐 자신은 강요한 적이 없다고 변명하는 것은 기본이다. 자신은 그냥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으로, 스승과 제자로서 잘해준 것인데 피해자가 오해했다고도 한다. 상대방이 먼저 유혹했다고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들은 걸리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는다. 걸려도 또다시 한다. 이들은 상사로서, 책임자로서, 교수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망각한다. 피해자가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악행은 반복되고 점점 그 강도가 심해진다. 

나중에는 제어가 되지 않는다. 이제는 사무실이나 공공장소에서도 섹스를 강요한다. 도를 넘어서는 것이다. 피해자가 죽음에 이를 정도로 괴롭다고 하소연해도 그것이 실제 비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죄에 발을 담그면 발각되었을 때의 처벌이 아무리 엄격하더라도 멈추지 못한다.

심리적 취약점

일각에서는 ‘완강하게 거부하면 되지 왜 저렇게 당하고 있었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평소에 업무와 관련돼 완전히 위축되어 있는 경우 상사의 지시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 때로는 거부해도 어차피 강제로 추행할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강제로 육체적 고통을 받으면서 억지로 당하는 것보다는 그냥 요구에 응하는 쪽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리고 처음 당했을 때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못 한다. 처음엔 엉겁결에 당한다. 그다음에는 설마하다 또 당하게 된다. 그다음에는 이번이 마지막이겠지 하고 또 당하게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가해자의 성적 요구가 끝이 없을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고 직장을 그만두는 것도 쉽지 않다. 원치 않는 성관계를 반복적으로 강요받는 경우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된다. 지금 이 직장을 그만두면 세상이 끝날 것만 같다. 그리고 자신이 너무 비참해질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든 성적 요구를 회피하면서 직장생활을 이어가고자 한다. 그런데 가해자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직장을 그만두면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떠들어댈지도 걱정이 된다. 남자에게 꼬리 쳤다는 소문이 돌까봐, 자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루머가 돌까 두려워 직장을 그만두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권력형 성범죄를 저지르는 이들도 사람을 봐가면서 한다.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여겨지는 약자에게, 이런 행동이 허용된다고 간주되는 장소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성추행을 한다.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되는 상대에게는,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되는 상황에서는 너무나 점잖은 척한다. 이들은 겁이 많고, 마음이 약하며, 회유하기가 좋은 이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다. 그들의 심리적 취약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피해자는 가해자가 두렵다. 가해자에게는 권력이 있다. 주위에 알려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가해자의 통제권에 있는 동안에는 두려운 마음에 거부하지도 못하고 진실을 알리지도 못한다.

SNS의 힘

힘들게 주위에 도움을 청했을 때 주위 반응도 문제다. ‘그 사람 그럴 줄 몰랐느냐’면서 ‘여자 혼자서 그 사람과 단 둘이 있었던 자체가 문제’라는 얘기를 들으면 마치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옛날에도 이런 문제가 있었는데 결국 피해자만 직장 그만두고 흐지부지 되었다는 말을 들으면 절망감에 사로잡힌다. 용기를 내서 진실을 밝혔는데 ‘뭐 그 정도 일로 이렇게 예민하게 구느냐’고 하면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다. 가해자로부터 벗어나고 오랜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그 사실을 알릴 용기가 난다. 

세상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고소·고발이 되고 법적 처벌이 분명한 사건에 대해서만 책임지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SNS가 발달하면서 피해자가 직접 자신의 고통을 다수에게 알릴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SNS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가해자에게 치명타를 안길 수 있게 되었다. 과거와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성윤리가 요구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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