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호

정밀분석

평화협정 후 ‘주한미군’ 주둔·철수 시 비용은?

철수 시 최소 40조? 주둔해도 연 1조?

  • 입력2018-05-27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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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년 자산가치 200억 달러…지금은 40조 원 추정

    • 트럼프, 주둔비용 전체 부담 요구할 듯

    • 주둔 필요성은 미국이 더 절실…필리핀처럼 사용료 요구해야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6월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이 합의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가 4월 30일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즈’에 기고한 글에서 “(평화협정이) 채택된 뒤에는 한국에서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현재 주한미군은 6·25전쟁에 참전한 유엔군의 일원이라는 지위와 1953년 체결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당사자로서의 지위, 두 가지를 갖고 있다. 6·25전쟁 휴전 당시 맺은 정전협정을 대신하는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유엔군은 한반도에 주둔할 명분이 사라진다. ‘평화유지군’이란 이름으로 존속할 수는 있지만, 우리 군이 공격을 받았을 때 직접 대응하지 못하는 등 위상이 전혀 다르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해 주둔하는 것이기 때문에 평화협정과는 별개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한미상호방위조약 3조에 따르면 ‘태평양 지역에서의 무력공격’에 한미가 공동 대처한다고 되어 있을 뿐, 북한을 특정하지 않고 있다. 대다수 군사 전문가도 청와대의 논리에 동의한다.

    ‘주한미군 철수’ 없다지만

    하지만 6조에 ‘어느 당사국이든지 타 당사국에 통고한 후 1년 후에 본 조약을 종지(終止)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 정세 변화에 따라 한국 또는 미국 어느 한쪽의 요구에 의해 이 조약 자체가 폐기될 수 있다. 물론 문재인 정부는 주한미군 철수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주한미군 철수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뜻을 피력했다. 

    문제는 미국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5월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방부(펜타곤)에 주한미군 병력 감축 옵션을 준비하라”고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펜타곤은 즉각 “한국에서의 임무와 병력 태세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청와대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를 공개하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식 부인했다. 



    미국의 주한미군 철수(또는 축소) 언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69년 발표한 ‘닉슨독트린’에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포함됐으며, 카터 정부에서도 주한미군 철수가 화두에 올랐다. 1990년대에는 주한미군 3단계 철수 계획에 따라 1차로 7000여 명이 철수한 바 있다. 2차로 6000여 명이 추가 철수를 준비하는 단계에서 북한 핵 개발 의혹이 불거지며 보류됐다. 현재 주한미군 배치 병력은 2만8500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2015년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된 미 의회의 시퀘스터(자동 예산삭감) 제도 때문에 전 세계에 배치된 미군 지상군 병력의 축소 압박을 받아왔다. 미 육군성은 주한미군도 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혀왔다.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 주한미군 영향력·억제력

    만약 실제 주한미군이 완전 철수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그 공백을 우리 군 전력으로 메워야 한다. 군 전문가들은 주한미군 2만8500명을 대체하기 위해선 최소 한국군 8만 명이 증원되어야 하고, 이에 따른 비용 수천억 원이 추가될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주한미군이 보유한 전략·전술 자산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 수십조 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한미군이 보유한 첨단 무기와 장비는 군사기밀이어서 정확한 비용을 산출하기 힘들다. 다만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국방부가 전시작전권 환수를 준비하며 당시 주한미군의 자산 가치를 200억 달러(약 20조 원)로 평가한 바 있다. 당시 조성태, 송영선 의원은 235억 달러로 추정했다. 또한 2016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F-16 등 전투기 90여 대, 아파치 공격헬기 20여 대, M1에이브럼스 등 전차 50여 대, 장갑차 130여 대, 패트리어트 60여 기 등 총 400여 대의 신형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되어 있다. 그 후에 들어온 사드 1개 포대 비용도 10억 달러(약 1조 원)를 넘는다. 이외에 보안상 알려지지 않은 핵심 전략자산을 감안하면 주한미군의 전략전술 무기와 장비는 최소 40조 원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1군사령관 출신인 박성규 전 육군대장은 “미국도 한반도의 중요성을 알기에 완전 철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만약 주한미군이 철수할 경우 우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이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국방의 목표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구비해야 할 요소는 훨씬 더 늘어난다. 게다가 우리 군의 조기 경보 능력, 중장거리 타격 능력, 초전 대응 능력은 미군에 비해 떨어진다. 이건 단순히 무기와 장비를 구매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에 필요한 인력, 기술까지 갖춰야 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장은 덧붙여 “주한미군은 존재 자체로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한반도에서의 무력충돌 억제력을 갖는다. 주한미군이 완전철수하면 영향력과 억제력이 상실된다. 그건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 ‘전략자산 순환배치 요구’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이른바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한국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해왔다. 우리는 현재 주한미군 전체 주둔비용의 절반에 해당하는 9600억여 원을 부담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사실상 주둔비용 전체를 부담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으로 NYT는 전했다. 우리가 전액 부담하게 되면 연 1조 원가량 증가하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현재 분담금 내역에 포함되지 않은 주한미군 인건비와 전략자산 사용료까지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장은 “방위비 분담금은 규정상 전전년도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되 4% 이내에서 증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면서도 “일정 부분 큰 상승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우리가 줄 것은 주고, 대신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 현재 9000억 가까운 미집행된 방위비 분담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도 목소리를 내고, 무엇보다 분담금을 올려주는 대신에 미군의 최첨단 전략자산의 순환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규홍 전 육군대학 전략학 교수는 “중국이 군사대국으로 부상할수록 미국에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이 먼저 주한미군 완전 철수, 한미동맹 폐기를 실행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오히려 우리가 필리핀처럼 미국에 우리 땅을 사용하는 사용료를 내라고 요구해도 남아 있으려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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