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호

6·13 지방선거, 보수전멸의 함의

New 광역단체장 핵심 공약은?

박원순 ‘서울페이’ 이재명 ‘청년배당’ 김경수 ‘무상급식’

  • 입력2018-06-20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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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13 키워드는 청년·일자리·4차산업혁명·도시재생·북방경제

    • 가덕신공항(부산), 대구공항 통합이전(대구) 귀추 주목

    • 너도나도 일자리 공약, 실현 가능성은?

    • “지금부터라도 여론 수렴해 실행 계획 짜라”

    6·13 지방선거가 더불어민주당 압승으로 끝났다. 전국 17개 시·도지사직 중 14개가 더불어민주당 차지가 됐다. 이번 선거 캠페인도 공약보다는 후보 간 상호 비방과 의혹 제기가 주를 이뤘다. 선거 기간 후보들의 공약을 점검한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정책선거 기상도를 ‘천둥, 번개, 소나기’에 비유했다. 후보들이 공약을 제대로 내놓지 않은 데다, 그나마 발표한 공약에 대해서도 돈이 얼마나 드는지, 어디서 그 돈을 마련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각 광역자치단체장들의 주목할만한 핵심 공약을 소개한다.

    포퓰리즘 VS 지역경제 활성화

    사상 첫 ‘3선 서울시장’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민의 ‘결제 일상’ 바꾸기에 도전한다. 계좌이체 기반 간편 지급결제 플랫폼인 ‘서울페이’를 도입해 소상공인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해소해준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소상공인페이’(가칭) 도입을 검토 중이고, 같은 당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경남페이’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미국의 페이팔, 중국의 알리페이와 같은 서울페이가 도입되면, 신용카드사 결제망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0% 수수료 구현이 가능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연 2900만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편의점이 지불하는 신용카드 수수료가 900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영업이익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금액이 수수료로 나가는 것이다. 

    서울페이는 스마트폰 속 체크카드로 이해할 수 있다. 서울페이에 자신의 계좌를 등록하거나 일정 금액을 예치해놓고 사용하면 된다. 

    그러나 60%가 넘는 국내 신용카드 사용률이 서울페이 확산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도 “중국은 신용카드 사용률이 10%에 불과해 한국과 사정이 다르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영세 가맹점의 경우 매출세액공제를 통해 카드 수수료 전액을 돌려받고 있다. 굳이 서울페이로 갈아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성남시에서 실천한 ‘이재명표’ 복지 정책을 경기도에 도입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청년배당’.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 만 25세 청년이라면 자산 정도에 관계없이 연간 100만 원의 지역화폐를 지원하는 정책을 도입했는데, 이를 경기도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지사는 선거 기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약 23조 원의 경기도 예산의 0.7%에 해당하는 1500억 원으로 청년배당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포퓰리즘 정책이란 지적에 대해서는 “청년배당이 성남시 지역경제에 도움 된 것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보수 텃밭’에서 승리를 거둔 김경수 경남지사는 홍준표 전 지사가 없앤 ‘무상급식’을 되살린다. 고등학교를 포함해 모든 학교에서 전면적으로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하며, 서울에 비해 한 끼당 1000원 낮은 식품비를 서울시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무상급식에 드는 비용은 경남도와 시·군 및 교육청이 분담하는데, 경남도 부담금은 연간 456억 원으로 추정했다. 국·공립어린이집을 현재 9.2%에서 40%로 늘리고, 민간 산후조리원의 반값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산후조리원을 권역별로 설치하는 것도 김 지사의 핵심 공약이다. 

    오거돈 부산시장, 권영진 대구시장, 최문순 강원지사는 조 단위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오거돈 부산시장의 핵심 공약은 ‘가덕신공항 건설’. 동남권신공항 사업이 10여 년 논란 끝에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난 것을, 오 시장이 가덕도에 별도 공항을 건설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어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신공항 건설에 필요한 예산은 6조 원. 전액 국비로 지원받을 계획이다. 

    재선에 성공한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 통합 공항 이전을 추진한다. 대구는 동구에 위치한 대구공항에서 K2 군 공항만 다른 곳으로 옮기고 민간 공항을 그대로 두자는 쪽과, 군·민간 공항을 대구 외곽으로 함께 이전하자는 쪽으로 갈려 갈등을 빚어왔다. 공항 이전·건설에 7조2465억 원, 연결 교통망(철도·도로) 구축에 2조715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철도, 스타트업, 자율주행…

    최문순 강원지사는 ‘강릉~제진 간 동해북부선 바로 착공’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동해선은 부산에서 출발, 북한을 관통해 러시아, 유럽까지 이어지는데, 현재 국내에선 강릉~제진(104km) 구간만 단절돼 있다. 최 지사는 “4·27 판문점 선언에 동해선이 포함돼 있다”며 “통일·북방 시대에 대비해 핵심 교통망을 조기에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2조3490억 원으로 추계되는 재원은 전액 국비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박남춘 인천시장은 “인천시민의 서울 출퇴근 시간 단축”을 추진한다. 서울지하철 2호선을 인천 청라까지 연결하고, 제2경인선 광역철도를 건설하겠다는 것. 두 사업 모두 2022년 착공하는 것이 목표다. 

    일자리에 방점을 둔 광역단체장으로는 이용섭 광주시장과 허태정 대전시장, 이철우 경북지사를 꼽을 수 있다.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인 이용섭 광주시장은 “광주 고용률(63.8%)을 전국 평균(66.6%) 이상으로 제고”를 기치로 내걸고, 12조 원 규모의 일자리 뉴딜 정책을 추진한다는 포부다. 그 실행 방안으로 광주에 규제 프리 경제자유구역을 만들고, 빛그린산업단지와 도시첨단산업단지를 각각 자동차와 에너지 신산업 메카로 육성할 계획이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대전을 ‘4차산업혁명특별시’로 만든다는 각오다. 2022년까지 2000개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인데, 1500억 원을 들여 ‘스타트업 타운’을 조성하고, 창업 지원에 연간 150억 원씩 4년간 600억 원을 쏟아 붓는다. 재원은 국비 50%, 시비 50%로 마련할 계획이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20조 원의 투자를 유치해 좋은 일자리 10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현재 경북관광공사를, 경북 내 시·군까지 참여하는 경북문화관광공사로 확대해, 문화관광산업 일자리를 대폭 늘리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한편 원희룡 제주지사는 ‘공공분야 청년 일자리 1만 개 창출’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만 19~35세 제주도민에게 공공분야 일자리의 80%를 우선 할당한다. 

    송철호 울산시장, 송하진 전북지사, 김영록 전남지사는 침체된 지역 경제 활성화에 사활을 건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조선·자동차·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 울산의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고자 한다. 그중 하나가 울산 앞바다에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하는 것. 2022년까지 1조5000억 원을 투자해 300MW급 발전단지를 만든다. 국비 7000억 원, 민간자본 8000억 원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가동 중단,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로 지역경제가 위기에 처한 전북의 송하진 도지사는 전기차·자율주행차 메카로 거듭남으로써 위기를 타개하고자 한다. 2023년까지 3000억 원을 들여 자율주행 시험주행장 및 관련 기업 육성, 연구 지원 등에 나선다. 또 전기차·전기버스 보급, 전기차 충전소 설치 등에 2023년까지 1732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목포에 해양경찰청 제2정비창을 유치하고, 수리조선 특화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를 통해 침체에 빠진 조선 산업을 대체하는 새로운 활로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전액 국비 지원으로 하되, 특화산단 조성에 도비를 일부 분담하겠다는 입장. 

    한편 3선에 성공한 이시종 충북지사는 ‘강호축’(강원~충청~호남) 개발에 사활을 건다. 이를 통해 충북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충북선 철도를 고속화해 동해선과 연결하고, 청주공항을 모기지로 삼는 저비용항공사(LCC) 설립에 나선다.

    “유권자는 기억한다”

    이춘희 세종시장과 양승조 충남지사는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를 만들 것을 약속한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사회책임보육 실현’을 기치로 내걸고 중부권 최고 수준의 어린이 전문병원 건립, 어린이도서관 대폭 확충, 공동육아나눔터 대폭 확대 등에 나선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1호 공약으로 ‘플러스 아동수당’을 꼽았다. 문재인 정부의 아동수당은 10만 원이지만, 충남은 10만 원을 더해 20만 원을 지급함으로써 저출산 문제 해결에 나선다는 것(생후 12개월까지). 여기에 소요되는 연 180억 원의 예산은 도비로 충당하나, 기초자치단체와 분담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또한 30년 장기임대, 20년 후분양 조건의 ‘충남형 사회적 공공주택’을 2만5000채 짓는다. 양 지사는 “집값 때문에 결혼 못 하는 사람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고 마는 것은 너무 흔한 경험. 6·13 당선자들은 다른 역사를 보여줄 수 있을까.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2008년 18대 총선 결과를 보면 뉴타운 개발을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은 후보들은 예외 없이 낙선했다. 모든 것이 기록되는 현대사회에서 유권자들은 약속을 기억하고 있다가 다음 선거 때 표로 심판한다”며 “새로 뽑힌 시·도지사들은 지금부터라도 주요 공약을 의제에 올려 실효 가능성을 판단하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짜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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