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호

총력특집 | 미완의 합의, 불안한 미래 |

싱가포르 역사적 합의 秘스토리

“임종석과 ‘짝궁’ 김여정 2인자 라인 형성” ‘부통령급 비서실장’… “이런 분이 대통령 돼야”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18-06-2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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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회담 총감독이자 한반도 운전자는 김정은”

    • “트럼프 ‘한국 정부가 훈련 중단 원한다’ 생각한 듯”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2월 11일 서울 한 호텔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2월 11일 서울 한 호텔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 2인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았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준비위원이었다. 비서실장이 위원장이 되어 장관들까지 위원으로 두는 모양새여서 임 실장에 대해 ‘부통령급’이라는 말이 나왔다. 

    1·2차 정상회담 모두 문 대통령 옆엔 임 실장이 배석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이런 장면은 임 실장이 2인자라는 이미지를 만든다”고 말한다. 정부 내 비핵화 논의는 문 대통령, 임 실장, 정의용 실장, 서훈 원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임 실장은 북한과 인연이 많다. 전대협 의장 시절 ‘통일의 꽃’ 임수경을 평양에 보냈다. 임수경은 김일성을 만났다. 임 실장이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이사장으로 있던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은 한국 언론매체들로부터 북한 TV영상 사용에 대한 저작권료 7억9000여만 원을 거둬 북한에 송금했다. 대북제재 이후 법원에 공탁된 금액은 16억5000여만 원이다. 이 재단은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 및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과 교류했다. 임 실장의 오른팔인 김종천 청와대 행정관은 5~6월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 때 함께 방북했다.

    “북한 사람들과 안 친해요”

    무엇보다 임 실장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방한 때 김여정을 몇 번 만나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진다. 두 번의 정상회담 때도 김여정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임 실장은 김여정에 대해 “제가 ‘짝궁’이라 합니다”라고 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문 대통령의 비서실장인 임종석과 김정은의 비서실장 격이자 최측근 여동생인 김여정 간에 소위 2인자 라인이 형성돼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한다. 

    ‘신동아’ 취재에 따르면, 이런 임 실장은 자신이 북한과 너무 가까운 사람으로 알려지는 걸 경계했다고 한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사석에서 한 참석자가 “실장님, 원래 북한 사람들이랑 친하시잖아요?” “옛날에 김일성도 만나시고 그런 것 아니에요?”라는 취지로 묻자, 임 실장은 “저, 북한 사람들과 안 친해요” “그런 고위 관료를 만나본 적이 없어요”라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임 실장이 손사래 치듯 부인하는 상황이 이색적이었다고 한다. 임 실장은 얼마 전 자신을 ‘주사파’라 칭한 보수 논객 지만원 씨를 고소했다. 



    임 실장은 여권 내에서 차기 주자로 인식되고 있다. 유력한 차기 주자이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아웃’된 뒤 두드러진 일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임 실장에 대해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 정치권 인사는 “북한이라는 용어가 임종석의 차기 주자로서의 확장성을 저해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비핵화가 진전되고 남북 해빙 무드가 찾아오면 북한이 임종석의 자산이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풀이한다. 

    어쨌든 북한을 빼면 정치인 ‘임종석’을 설명하기 힘들다. 그는 2016년 2월 26일 임수경(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 의원이 총선 공천에서 배제됐을 때 “그래 수경아…좀 쉬었다가 나랑 같이 다시 통일운동하자”는 글을 남겼다.

    “장관 패싱”

    국제관광특구로 지정된 북한 원산의 야경. [동아DB]

    국제관광특구로 지정된 북한 원산의 야경. [동아DB]

    한 여권 소식통은 “청와대-국정원이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주도하면서 ‘장관(강경화·송영무) 패싱’이라는 말도 나왔다”고 전했다. “미국에선 우리의 외교부 장관인 국무부 장관(폼페이오)이 대북협상을 주도했다. 한국에선 외교부 장관(강경화)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정의용)이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메시지를 미국에 충실히 전달하는 믿을만한 메신저 역할을 한 것으로 비친다.”

    # 총감독: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7년 11월 29일 오전 3시 17분쯤 모니터를 보면서 오른쪽 주먹을 쥐었다. 그의 입은 “됐어!”라고 말하는 듯했다. 간부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미국 본토까지 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한 순간이었다. 

    김정은은 12월 9일 영하 17도의 날씨에 백두산에 올랐다. 장성택 처형 직전 등 결단의 순간에 백두산에 오른다. 여동생이자 비서실장 격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동행했다. 여기서 그는 협상으로 미국의 최대압박(Maximum Pressure)을 풀어낼 방법을 가다듬었다. 

    20여 일 뒤 그는 신년사를 통해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여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후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일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한 대북 문제 관계자는 “정상회담의 총감독이자 한반도의 운전자는 김정은으로 비친다. 평양의 지도층도 그렇게 믿게 됐다”고 설명한다. 

    “김정은의 관점에서 보면, 그가 신년사 통한 북핵 문제 평화적 해결 천명→평창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남북 화해 무드 조성→문재인 대통령 특사 면담→문 대통령 특사 통한 북·미 정상회담 제안→북·미 정상회담 준비 성격으로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두 차례 북·중 정상회담 개최→북·미 정상회담 개최→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비핵화 합의를 주도적으로 이끈 것이다. 김정은이 기획하고 문재인이 조력하고 트럼프가 수용하는 그림이다.”

    “김정은이 기획하고 트럼프가 수용”

    이 관계자는 “김정은은 북·미 정상회담 전날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를 둘러봤다. 미국 카지노 리조트 운영사가 개발한 곳이다. 김정은은 여기서 북한 원산에 카지노를 유치하는 방안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진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의 ‘원산시 중동 토지종합개발대상 투자제안서’에 따르면, 북한은 명사십리 해안에 연 관광객 1000만이 찾는 국제관광지를 만들 계획이다. 북측 내부 목소리를 전하는 말에 따르면, 김정은은 여기에 카지노를 유치해 중국인·한국인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면 엄청난 외화를 벌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한다. 김정은의 대미특사인 김영철 부위원장이 6월 1일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원산 카지노 투자를 요청했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트럼프의 생각: 트럼프-김정은 합의문은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에 노력”이라고만 돼 있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지금은 아니지만 주한미군 철수 희망”을 피력했다.

    “한국 정부가 바라는 대로 됐다”

    미 정부 소식통은 이런 회담 결과에 대해 “한국 정부가 바라는 대로 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합의에 대해 ‘마지막 냉전을 해체한 세계사적 사건’ ‘위대한 승리’라면서 대만족임을 나타냈다. 이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응한 것과 관련해 “한 번 깼기 때문에 두 번 깰 순 없었다. ‘전쟁이냐 평화냐’고 할 때 평화를 원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이 핵탄두를 반출할지에 대해선 “미국이 무엇을 주면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북·미 합의는 주고받기로 돼 있어 그렇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훈련 중단 및 미군 철수’ 언급과 관련해 이 소식통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그것을 원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닉슨독트린 때도, 카터 대통령 시절에도, 조지 HW 부시 대통령 시절에도, 미국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철수로 이어진 적은 없다. 다만, 사정이 달라진 듯하다. 그땐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철수를 반대했다. 지금은 한국 정부도 이것을 원한다고 미국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 같다. 이게 변수다.” 

    실제로 트럼프 발언 직후 한국 정부는 훈련 중단에 호응하는 반응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남북·북·미 대화가 진행된다면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이유로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진출을 자제해주기를 희망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한미연합사령부의 위상 조정이 수반되는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을 추진 중이다. 

    나아가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통일특보는 4월 30일 “평화협정이 채택된 후 주한미군의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논란이 되자 문 특보는 5월 24일 “주한미군이 필요하고 강력히 지지한다. 한미동맹이 최소한 단·중기적으로 있어야 한다”면서도 “장기적으로 평화가 오면 편 가르기 외교를 할 필요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결국 ‘평화협정 이후 주한미군 철수’라는 원래 프레임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비친다. 

    트럼프-김정은 회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위대한 승리”라고 했지만, 이 회담의 성패에 대한 평가는 미국 내 의회와 여론주도층에 의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소 연구위원에 따르면,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미국 내에선 3대 7 정도로 긍정적 평가보다 부정적 평가가 더 많다. 야당인 민주당과 전문가들, 언론은 대체로 이번 회담을 비판한다. “모호한 약속의 되풀이” “섣부른 양보” “채택 5분 전 후다닥 쓴 합의문” “과거보다 후퇴” “두 사람이 서로 욕하지 않은 것에 안심” “셀카와 대북압박정책의 교환”(뉴욕타임스, 로이터, AFP,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밥 메넨데즈 민주당 의원 등)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민주당 측은 북한 인권 개선 없는 대북제재 완화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선임보좌관은 “주한미군 없이 향후 한국인들이 중국, 북한, 일본에 어떻게 대응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승자다. 핵탄두를 하나도 잃지 않은 채 한미군사훈련을 중지시켰다”고 평했다.

    트럼프의 ‘김정은 예찬’ 거북

    공화당 내에 영향력이 큰 존 매케인 미 상원 군사위원장도 “트럼프의 훈련중단은 실수”라고 비판했다. 특히 “재능 있는 사람” “훌륭한 인격에 매우 똑똑” 같은 트럼프의 ‘김정은 예찬’은 인권을 중시하고 독재자를 터부시하는 공화당 주류를 거북하게 했다.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하원의원은 “김정은은 선거로는 유기견 잡는 보조직에도 선출되지 못할 인물”이라고 했다. 미국 보수진영은 ‘미국 대통령이 북한 독재자를 TV 카메라 앞에 세워 세계인들 앞에서 비핵화를 약속하게 하는 대신, 혼자 카메라 앞에 나와 이 독재자의 대변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불편해한다. 

    그러나 공화당에선 대체로 “중요한 첫걸음”이라는 긍정론이 우세한 가운데 “더 지켜보자”는 신중론이 나온다.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저 준 것은 없다”고 했다. 북·미 회담 긍정론을 펴는 전문가들은 “북한 통치자가 본인의 이름으로 비핵화 노력을 약속한 적은 처음이다. 이것은 상당한 구속력을 갖는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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