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기기 판매량 2~3배 늘어”
식당·패스트푸드·할인마트 알바 직격탄
“임금 오른 종업원 쓰는 대신 기계로”
6월 8일 서울시내 한 커피 전문점에서 한 고객이 무인기기로 주문 결제하고 있다.
“문의 폭주”
서울시내 한 햄버거 업소에 설치된 자동주문 시스템.
이런 무인계산대를 판매하는 M사의 한 관계자(48)는 “정부가 최저임금을 인상한 후부터 무인포스시스템(키오스크)에 대한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며 “무인계산대 제조 산업 자체가 아직 초기 시장이라 자료가 부족하지만 지난해 대비 2~3배 이상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업소가 무인계산대를 운영하려면 이에 따르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비용은 직원 인건비보다 적게 들까. M사의 관계자는 “무인계산대를 설치하는 데에 180만~600만 원이 들고, 이후 이를 유지하는 데에 월 2만 원 정도가 든다”고 말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임차 방식으로 사용하면 매장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연간 50만~100만 원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론 무인계산대는 추가비용 없이 하루 24시간, 일년 365일 ‘근무’한다.
어떤 음식점이 시간당 최저임금 7530원을 받는 직원 한 명을 하루 8시간씩 월 26일 고용할 때, 이 음식점은 이 직원의 인건비로 월 156만6240원을 지불한다. 연간으론 1879만4880원이 든다. 무인기기 제조-유통업계 측은 “비용절감 측면에서 무인기기는 직원 1인을 월등히 앞선다. 최저임금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무인기기가 충분히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무인계산대는 바닥에 세워두는 스탠드형과 탁자 위에 올려두는 데스크형이 있다. 이는 다시 신용카드 결제만 가능한 기기와 신용카드 결제와 현금 결제가 모두 가능한 기기로 나뉜다.
월 2만 원에 연중무휴 ‘근무’
서울 성북구 W우동 성신여대점의 점주인 나모(여·28) 씨는 “무인기기 도입 후 비용 절감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손님에게서 주문받는 일을 담당하는 직원을 쓰지 않고 기계에 시키니 확실히 비용이 줄더라. 지금처럼 인건비가 계속 올라가고 소규모 식당이 많은 상황에서 무인 주문은 인건비 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성북구에서 다른 업소를 운영하는 정모(31) 씨도 “계산과 주문을 위해 카운터에 상시 대기해야 하는 일손을 덜어주기 때문에 비용 절감 측면에서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예전엔 메뉴를 바꾸거나 추가할 때마다 메뉴판을 새로 제작해야 했다. 이젠 새 메뉴 사진을 관리업체에 보내면 스크린상에서 이 메뉴를 추가하거나 메뉴판 전체를 수정해주기 때문에 매우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무인계산대로 음식을 주문해봤다. 터치스크린에서 7000원짜리 덮밥 사진을 터치하니 주문이 입력됐다. 취소 버튼을 누르니 주문이 취소됐다. 다시 같은 사진을 터치해 주문한 뒤 지시에 따라 신용카드를 넣었다. 주문이 완료됐다는 표시와 함께 번호표가 나왔다. 얼마를 기다린 후 주방 앞 배식대에서 해당 번호가 떴다. 번호표를 제시하고 음식을 받아갔다. 식사를 마친 뒤엔 식판을 지정된 장소에 올려놓았다. 이 식당에 들어와 식사하고 나갈 때까지 종업원이나 주인 등 사람과 접할 일이 없었다.
패스트푸드 체인점이나 프랜차이즈 업소는 일반 음식점에 비해 무인화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비친다. 가장 먼저 무인계산대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진 롯데리아는 올해 말까지 전국 1350개 매장 중 640곳에 기기를 설치한다. 맥도날드는 220곳에, 버거킹은 109곳에 들여놨다.
결근 문제도 해결
일부 식당 고객들은 이러한 무인화 추세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모(23·서울 성북동) 씨는 “혼자서 밥을 먹는 일이 잦은 나로선 다른 사람과 대화하지 않아도 되는 무인시스템 식당이 오히려 더 편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러나 무인기기로 주문하고 계산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껴 직원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기기 조작이 쉬워야 한다”고 했다.
무인 주문계산대 도입은 소규모 상점이나 패스트푸드 체인점뿐만 아니라, 대형 할인마트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롯데마트는 올해 내 40여 개 매장에 각 10대씩 총 440여 대의 무인계산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마트는 3월 창고형 할인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자동 스캔 형식의 무인계산대를 국내 최초로 도입하는 등 무인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무인 주문계산대가 인건비 절감 효과를 내지만 일부 서비스업체는 이 기기를 받아들이는 데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M식당의 서울 응암점 점주 박모(27) 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아르바이트 인원 보강을 예전만큼 원활하게 하지 못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무인 주문계산대에 대해서 박씨는 “인건비를 아낄 요량으로 도입을 생각해봤지만 기계로 주문을 받는 것이 손님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는 것 같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계와의 협업이 기존 직원들에게 부담을 줄 것이라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무인기기 도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식당에선 아무래도 인간적인 느낌이 음식과 함께 전해져야 하는데 무인기기가 이런 점과 맞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서울시내 모 대학 재학생인 김모(23·성북동) 씨는 “식당에 들어와서 직원으로부터 ‘어서오세요’라는 인사도 듣지 못하고 차가운 기계로 결제해야 한다면, 다시 찾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 층은 기계에 익숙해 점원의 도움 없이 무인 주문계산대를 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기성세대 중 일부는 기계 조작에 익숙하지 않아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고 한다. 서울 서초구에서 무인기기가 있는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메뉴가 많다 보니 일부 손님이 주문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아마존과 중국 알리바바에선 무인 드론을 이용한 배달이 상용화됐다. 알리바바는 드론으로 음식 배달을 시작했다. 배송에 약 20분이 걸리는데, 사람이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것과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일본 나가사키시의 헨나호텔은 호텔리어를 로봇으로 대체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인 6명 중 5명은 인공지능이 향후 10년 안에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기계가 대세 되면…”
중국 음식 배달 앱 1위 업체인 어러머(餓了麽)가 드론 배송 운항 항로를 승인받아 드론을 이용한 무인 음식 배달에 나선다. 배달에 이용될 무인기와 배달기사. [출처·중관춘자이센]
고용노동부 소속 최저임금위원회는 이에 대해 특별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물론 무인화에 따르는 인간 일자리 감소에 대해서도 마땅한 대응책이 나와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신 최저임금위원회는 무인 주문계산대에 대한 노동계와 재계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 위원회 관계자는 “노동계에선 ‘최저임금 인상과 관계없이 자동화에 따라 무인화는 계속 확대됐으며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현상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재계에선 ‘최저임금 인상의 대응책으로 업소들이 무인화를 통해 인건비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요식업계 관계자는 “무인 주문계산대가 곳곳에 설치되는 것을 심각하게 봐야 한다. 이런 기계가 대세가 되면 저소득층을 위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Writing in Journalism (영어강의·담당 허만섭 신동아 기자)’ 수강생들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