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호

6·13 지방선거, 보수전멸의 함의

교육감도 ‘진보’ 열풍

무상교육, 통일교육 등 공동 공약 실현 여부 관심

  •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8-06-2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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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17곳 중 14곳 진보 교육감 당선

    • 대구·경북 보수, 대전 중도

    •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 ‘든든한 우군’ 확보

    • 정치 성향 같은 광역단체장, 교육감 정책 공조 전망

    6월 13일 치러진 전국 광역시·도 교육감 선거는 역대급 ‘깜깜이’ 선거로 불렸다. 특별한 이슈 없이 진행되면서 시민의 관심에서 멀어진 탓이다. 교육감이 전국적으로 연간 60조 원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고, 교원 37만 명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며, 관내 학교 설립·폐지 등 각종 행정 조치를 통해 지역 교육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문제다. 이 때문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13일 논평을 내고 “남북 문제와 특검 등 국가적 정치적 현안과 현 정부에 대한 높은 지지율로 인해 교육감 선거가 ‘깜깜이’를 넘어 ‘무관심’으로 변한 것은 향후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교육감 선거가 대중의 무관심 속에 치러진 또 다른 이유로 ‘현안 실종’을 꼽는다. 2014년 교육감 선거 당시에는 무상급식이 보수·진보를 가르는 논쟁 주제로 떠오르면서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보수 후보’로 분류된 임종식 경북교육감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친환경 무상급식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진영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후보가 무상급식 확대를 공약했다. 임 교육감은 건강한 학교급식을 위해 ‘3無(無방사능, 無잔류농약, 無GMO) 식재료’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는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5無(無GMO, 無방사능, 無농약, 無첨가물, 無항생제)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 공약과 대동소이하다.

    무상급식 넘어 무상교육으로

    진보진영 교육감 상당수는 무상급식을 넘어 무상교육까지 약속했다. 도성훈 인천교육감은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장휘국 광주교육감은 ‘초중고 완전 무상교육 시대’를 공언한 상태다. 김석준 부산교육감도 ‘정부 로드맵에 따라 고교무상교육을 차질 없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고교무상교육 실현은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분야 국정과제다. 문 대통령은 이외에도 △혁신학교 및 자유학기제 확대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 △유아교육 국가책임 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 내용은 이번에 당선한 진보진영 교육감 공약에 대부분 반영돼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각 지역 교육감이 호흡을 맞춰 각종 정책을 본격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 때는 만 3∼5세 누리과정, 초등 돌봄교실 예산, 자율형사립고 폐지와 혁신학교 확대,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각종 현안에 대해 보수 정부와 진보 교육감 사이 의견차가 컸다. 이 때문에 교육정책이 번번이 표류하는 진통을 겪었다. 이번에는 대통령 국정과제에 공감하는 교육감이 전국에 포진함으로써 교육정책 수립 및 집행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을 더불어민주당이 석권한 것도 정부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지방자치단체장 및 교육감 선거 이후에는 경기도 등 6개 시·도에서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의 정치 성향이 달라 곳곳에서 힘겨루기가 벌어졌다. 이번에는 자유한국당 후보가 광역단체장을 차지한 대구·경북 지역에서 ‘보수’ 교육감이 당선됐다. 그 외 지역에서는 ‘중도’로 분류되는 설동호 대전교육감을 제외하고는 모두 ‘진보’ 교육감이 당선됐고, 광역단체장 또한 더불어민주당 출신이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교육청 간 불협화음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면 진보 교육감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및 외국어고의 일반고 전환, 혁신학교 확대 등의 정책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조희연(서울), 도성훈(인천), 장휘국(광주), 노옥희(울산), 김병우(충북), 김승환(전북), 장석웅(전남), 박종훈(경남), 이석문(제주) 등 9명은 선거 기간 ‘민주진보교육감후보 연석회의’(연석회의)를 통해 자사고 등 특권학교의 일반고 전환, 혁신학교 확대, 교장공모제 확대, 청소년인권법·인권조례 제정 등을 공동 공약으로 제시했다. 연석회의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재정 경기교육감도 혁신학교 확대, 특목·자사고의 단계적 일반고 전환을 약속한 바 있다.

    평화 · 통일교육 확대 추진

    이번 선거에서 대거 당선한 진보 교육감이 공통적으로 평화·통일 교육을 강조하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조희연 서울교육감, 도성훈 인천교육감은 선거운동 기간이던 5월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화·통일 교육 활성화 공약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두 교육감은 △평화·인권·생태 감수성과 세계 시민성이 중심이 된 평화교육 과정 및 교과서 개발 △비무장지대(DMZ)를 활용한 생태·평화 교육 △북한을 포함, 한·중·일 학생들이 만나는 청소년 동아시아 역사문화 캠프(가칭) △남북 수학여행 코스·프로그램 개발 등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외에도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남북 학교 간 자매결연 추진, 민병희 강원교육감이 금강산-설악산 수학여행 추진, 장휘국 광주교육감이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식에 북한 학생 대표단 초청 등을 각각 공약했다.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이 약속이 어떻게 실현될지 관심거리다. 

    지난해 취임 후 줄곧 지지율 ‘고공행진’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단 한 가지 아킬레스건은 교육정책이었다. 한국 갤럽이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아 5월 2, 3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도 응답자의 83%가 대통령 직무수행을 ‘잘한다’고 평했지만, 교육 분야의 경우 ‘잘했다’는 응답이 30%에 그쳤다. 대북정책(83%)과 외교정책(74%) 지지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최하점이었다. 전국에서 ‘친문재인’ 교육감이 대거 당선한 이번 선거 결과가 문재인 정부의 교육 리더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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