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박스권 장세 속 바이오, 대북경협주 상승
하반기, IT·산업재 중심으로 좋은 흐름 나올 전망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자산분석실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1월 코스피 +4.0%, 코스닥 +14.4%의 강세로 출발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통화 정책 및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증시와 함께 약세를 보였다. 이와 함께 트럼프 정부의 철강 관세 부과 발표로 인한 무역전쟁 이슈와 이탈리아 정치 리스크 등으로 지리한 주가 흐름이 전개됐다”고 분석했다. 이진우 메리츠종금 투자전략팀 연구원 역시 “‘무역분쟁 우려’와 ‘원자재 가격 급등’ 같은 문제가 불거지면서 연초에 높았던 기대치가 낮아진 것 같다”고 평했다. 또한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 실적이 워낙 좋다 보니 올해 기업 실적이 나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눈높이가 높아져 약간 조율이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스권 장세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종목들이 있다. 바이오주와 남북경협주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원은 “올 상반기 증시는 ‘숲보다 나무’가 우세했다”며 “대형주(-4.6%) 대비 소형주(+19.7%)와 코스닥(+10.1)이 강세를 보였고, 바이오와 남북경협주가 주목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도 “1분기에는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 상장 및 업종 쏠림 현상으로 의약품 업종이 강세를 나타냈고, 2분기에는 남북 정상회담 성사로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감에 건설 및 건자재 업종이 강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진우 메리츠종금 연구원은 바이오주가 상반기에 주목을 받은 이유에 대해 ‘대표적인 성장주’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쉬어가는 시장에서는 기존에 성장성이 높게 투영된 바이오 기업들을 선호하게 마련이다. 특히 셀트리온 같은 경우 펀더멘털에 새로운 변화가 있었다기보다 코스피200 편입 등의 이벤트로 수혜주가 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경협주의 선전 역시 남북 정상회담의 기대감 때문만은 아니라 기본적으로 실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올 상반기에 예상보다 실적이 좋게 나왔는데도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던 건설주가 남북경협 기대감으로 상승할 수 있었다는 것.
하반기 증시 박스권 뚫고 상승할 여력 충분
주식 전문가들은 하반기 주식시장은 반도체 등 IT업종, 철강, 건설, 기계 등이 강세를 띨 것으로 전망했다. [동아DB]
현재 코스피 평균(2500)에서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로 PBR(주가수익률) 5% 상승, 배당 성향 증가로 PER(주당 순자산가치) 5% 상승이 가능하다는 것. 이와 함께 이익 5%, 밸류에이션이 5~10% 개선될 것을 감안해 코스피는 280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나 미국의 중간선거가 하반기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상승 추세에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진우 메리츠종금 연구원은 “하반기 전체를 놓고 보면 우상향할 것으로 보이며, 4분기보다는 3분기가 시장 환경이 더 좋을 것 같다. 하반기 코스피 밴드는 2400~2800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분기가 시장 환경이 더 좋을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로 “6월 열리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전후로 달러화 강세가 누그러질 가능성이 높고, 금리 인상 선반영 인식과 실적 모멘텀 저점 확인, 남북관계 개선 기대감” 등을 꼽았다.
반면 4분기는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시기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경기 선행지수 고점이 9월로 예상되고,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의 고점 역시 4분기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시장은 경기의 고점 논란을 확인하고자 하는 심리가 높다”면서 “그래서 하반기는 3분기에 투자를 집중하는 전략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 코스피 밴드를 2350~2850으로 예상한다”면서 그 이유로 미국의 경기 정점, IT섹터 주도주의 복귀, 그리고 산업재 섹터의 반등을 꼽았다. 이 연구원은 “현재 미국은 1900년(120개월) 경기 확장 이후 두 번째로 긴(107개월) 경기 확장이 진행 중이다. 미국의 과거 경기 확장 최장 기간 중 S&P500지수는 113개월 시점에 정점을 찍었고, 특히 107~113개월의 추가 수익률이 10%였다. 이를 감안할 때 기간 내 10%의 수익을 더 낼 수 있다고 추정한다.
여기에 최근 국내 ICT(정보통신기술) 재고 순환 지표 반등, 하반기 애플의 신규 폰 출시 기대감, 반도체 재고 순환 지표가 9월에 정점을 형성했던 경험 등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IT섹터가 주도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중국이 내수시장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그동안 유가 상승으로 하락했던 PPI(생산자물가지수)가 반전할 가능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산업재 기업들이 중국의 PPI와 연관성이 높은 것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는 소재와 산업재의 반등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하반기 IT, 철강, 건설, 기계 등 강세 전망
상반기에는 남북관계 개선 기대감으로 작은 종목들이 상대적으로 시세를 많이 냈다. 그렇다면 미국 경기 확장의 후반부로 평가되는 하반기에는 어떤 섹터와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이진우 메리츠종금 연구원은 ‘IT와 산업재’ 섹터를 추천했다. 이 연구원은 “IT는 상반기에 모멘텀이 가장 안 좋은 분야였지만, 3분기에는 모멘텀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의 IT 주도주인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관련 트렌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그래서 3분기는 반도체 업종이 중심이 돼서 시장을 리드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유가가 70달러 이상에서 안착하면 산업재(조선, 건설, 기계) 섹터도 유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하반기 주목할 구체적인 종목으로 SK하이닉스(D램 가격 상승 추세가 3분기까지 지속될 것), GS건설(국내 주택 부문의 견조한 실적과 해외 이익개선 기대), 삼성중공업(해양설비 수주 경쟁력 부각과 주력 선종의 시황 회복 기대), 현대중공업지주, 현대차(중국 판매 회복 지속 및 3분기 신형 싼타페 미국 판매 개시) 등을 추천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IT와 산업재, 소재의 종목 수 비중이 미국보다 높기 때문에 이익 변동성이 크고 수익성이 낮다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며 “2017년보다 매출금액 대비 영업 현금 흐름 비중이 높아지고, 영업이익률이 개선되며, 할인율이 과거 대비 높은 업종 및 종목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체적 종목으로는 IT(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철강(POSCO), 건설(현대건설, GS건설), 기계(두산밥캣, LS산전), 조선(대우조선해양), 항공(아시아나항공)을 추천했다. 아울러 “새로운 산업재 투자처의 발견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북한도 중국처럼 새로운 경제 활로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투자 수요 발견으로 인한 이익 지속성 확보는 본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율 상승 국면이 겹친 과거 사례를 보면 국내 업종의 경우 조선, 상사, 기계, 건설 등이 압도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건설, 상사, 증권, 철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노 연구원은 모멘텀과 밸류에이션 모멘텀이 동반 회복 구간에 진입한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종에 대한 비중 확대를 추천했다.
김병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포트폴리오로 IT, 증권, 건설, 기계, 호텔/레저(면세점), 미디어를 추천한다”며 그 이유로 IT 등의 주도주 귀환, 기업 실적, 한국형 행동주의 시작 등을 꼽았다. 관심을 가질 종목으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키움증권, GS건설, 삼성중공업, 현대건설기계, 신세계, 아모레퍼시픽, 대웅제약, 네이버 등을 추천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긍정적인 투자 마인드 가져도
증시 전문가들은 대부분 하반기에는 긍정적인 투자 관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기관과 외국인들보다 정보력이 없는 개인들을 위해 특별히 해줄 조언은 없을까.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경기가 확장에서 침체로 넘어간 시점은 금리 인상 종료 후 6~17개월이 지난 후”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경기 하강 사이클 진입은 2020년 하반기나 2021년쯤 될 가능성이 높다. 주식 시장에 대해 2019년 상반기까지는 긍정적인 투자마인드를 가져도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반면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원은 “2009년 이후 글로벌 증시는 전반적으로 10년 강세장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며 “추가적인 기대 수익률을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에 주목하라”고 충고했다.
이진우 메리츠종금 연구원은 “하반기는 경기 확장 후반부이기 때문에 잘되는 기업에만 수급이 쏠리는 경향이 있다. 주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IT 기업에서 종목을 고른다면, 확실한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좋다”며 “시장 관점에서 4분기는 경기 고점 논란 등으로 인해 관망하는 자세가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