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호

신동아-미래연 연중기획 중·국·통 | ‘중국軍 연구 권위자’ 김태호

“스텔스기 레이더상 비교하면 美 F22 구슬, 中 J20 배구공”

  • 입력2018-07-0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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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군사력 美에 견주려면 ‘아직 멀어’…佛과 비교해야

    • 2050년 ‘강군몽’ 완수 목표…해·공군 원거리 투사 능력 강조

    • 거침없는 軍 개혁…反부패운동 통해 軍장성 160명 퇴출

    • 대형 수송함 4척뿐…대만 상륙 전면전 능력 갖추지 못해

    • 2035년 주변국 차원에선 ‘압도적 군사력’ 확보 가능성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김태호(58)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는 중국 인민해방군 연구 권위자다. 전공 분야는 중국의 ‘3사(人事·外事·軍事)’. 논문 및 단행본 150여 건이 있다. 한림국제대학원대 현대중국연구소장을 겸하면서 국방부·해군 발전 자문위원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이사로 활동한다. 한국외대 중국어과를 졸업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와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각각 석·박사(정치학) 학위를 취득했다. 1989~2003년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일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2년 집권 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강조해왔다. ‘부강한 중국’ ‘위대한 중화’는 중국몽(中國夢)이라는 낱말로 응축됐다. 중국몽을 뒷받침하는 게 강군몽(强軍夢)이다. 강군몽을 이뤄내 미국의 포위를 뚫고 해양으로 진출해야 중국몽이 완성된다. 강군몽은 핵심 이익을 지키려면 ‘싸울 수 있고, 이길 수 있어야’ 하며 군대는 ‘부르면 바로 오고(召之則來·소지즉래), 능히 싸울 줄 알며(來之能戰·내지능전),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戰之必勝·전지필승) 경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화 국부전쟁 승리’ 목표

    중국은 ‘현대화·정보화·합동화된 전역(campaign)급 전투력을 갖춘 군’을 만들고자 구조(지휘 계통 및 부대 단위)·군종·병종 개편, 군구(軍區)→전구(戰區) 전환, 국방 예산 및 무기 획득 등 전(全) 분야에 걸쳐 개혁을 벌인다. 2016년 7대 군구(선양, 베이징, 지난, 난징, 광저우, 청두, 란저우)를 5대 전구(북부, 중부, 서부, 동부, 남부)로 개편했다. 군구→전구 전환은 30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북한 핵·미사일 문제, 남·동중국해 영유권 갈등 등 안보 환경 변화가 반영된 것이다. 

    국제정치는 말이 아닌 행동을 봐야 할 때가 많다. 워싱턴의 중국 견제와 베이징의 반(反)접근지역거부 전략이 충돌한 대표적 사례가 한국과 중국이 갈등을 빚은 이른바 ‘사드 사태’다. 미국은 사드가 북한 탄도미사일 방어용이라고 밝히나, 베이징은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편입되는 수순으로 인식하고는 보복에 나섰다. 패권 의지를 드러낸 중국 처지에서 한반도 주둔 미군은 베이징의 목구멍을 겨누는 창(槍), 주일미군은 중국 포위의 첨병(尖兵), 대만은 남·동중국해 제해권과 관련한 목엣가시다. 

    6월 1일 서울 강남구 한림국제대학원대에서 ‘강군몽과 인민해방군’을 주제로 김태호 교수와 대담했다. 



    한국에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인민해방군 전문가로서 중국군의 수준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미군에 견주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중국이 1991년 걸프전 때 충격을 받습니다. ‘현대전이 이렇구나’ 놀란 거죠. 그러곤 1993년 ‘고기술 조건하 국부전쟁’이라는 개념을 내놓습니다. 고기술은 첨단기술, 국부전쟁은 국지전을 뜻합니다. 장쩌민(江澤民)이 내놓은 ‘고기술 조건하 국부전쟁’을 후진타오(胡錦濤)가 ‘신식화 조건하 국부전쟁’으로 일신합니다. 후진타오는 정보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현대전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인민해방군이 현대화를 시작한 게 1985년입니다. 30년 넘게 혁신 중인 셈이죠. 시진핑이 2015년 하반기부터 전면적 군 개혁에 나섰는데 목표는 ‘정보화 국부전쟁에서의 승리’입니다. 일체화 합동작전(Integrated Joint Operation)을 방법론으로 내세웠고요.”

    7대 군구→5대 전구 개편… 한반도 겨눈 북부전구

    2015년부터 대대적인 군 개혁이 이뤄졌습니다. ‘7대 군구’를 ‘5대 전구’로 바꿨으며 참모 조직 체계도 대폭 바뀐 걸로 압니다. ‘군 개혁’으로 일컬어지는 이런 변화가 군사안보 전략의 수정을 수반하는 건가요. 

    “군구에서 전구로 이름만 바꾼 게 아닙니다. ‘전구’는 ‘정보화된 합동지휘체계’를 말합니다. 전구마다 합동지휘센터를 설치했습니다. 중국공산당은 2017년 10월 19차 당대회 때 목표 연도 3개를 제시했습니다. 2020년까지 기본적인 정보화·기계화를 달성한 후 2035년까지 더욱 발전시키고 2050년에는 세계 일류 군대를 만든다는 게 중국의 목표입니다.” 

    시진핑은 19차 당대회 보고에서 군 개혁을 핵심 의제로 꼽은 후 미국의 전략적·군사적 압박에 대응하면서 전쟁 수행 능력을 제고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는 강군몽(强軍夢)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육·해·공·사이버·전자가 융합되는 미래 전장에서 정보 통제 능력과 일체화 연합 작전, 입체적 원거리 작전 능력을 확보해 군사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현대화·정보화·합동화가 군 개혁 골자입니다. 장비·인력 현대화에 나섰으나 정보화·합동화에는 난점이 많습니다. 합동화를 누가 가르칠 거냐? 어려운 문제죠. 미국 교관을 초빙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정보화는 네트워크를 꾸리는 것인데, 어느 정도 이뤄졌는지 궁금합니다. 중국은 오만 가지가 다 비밀입니다. 군사 독트린이 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도 어렵고요. 중국 군사 문제에 가장 관심이 많고 또한 정통한 대만에서는 중국군의 정보화·합동화를 비관적으로 봅니다.” 

    중국은 총참모부·총정치부·총후근부·총장비부로 이뤄진 4총부를 폐지하고 연합참모부 등 15개 부서로 바꿨다. 해·공군을 강화해 육군 중심 지휘 계통에 변화를 주는 동시에 전략·전술 미사일을 담당하는 로켓군과 전자·정보·우주 등 신형 작전 분야를 담당하는 전략 지원 부대를 신설했다. 

    “육군 중심 군대인 인민해방군의 변화를 도모하는 것입니다. 1950년대부터 존재하던 4총부를 없애버렸습니다. 2015년 9월 항일전승 70주년 열병식 말미에 시진핑 주석이 30만 명 감군을 선언한 후 올해 3월 말 병력을 230만 명에서 200만 명으로 줄이는 작업을 완료했습니다. 1985~1987년 100만 명, 1997~2000년 50만 명, 2003~2005년 20만 명, 2015~2018년 30만 명을 합치면 30년간 200만 명을 감군한 것입니다. 병력을 200만 명 축소할 군대를 가진 나라는 중국밖에 없죠.”

    “원거리 군사력 투사 자주 보게 될 것”

    시진핑이 드라이브를 건 반부패운동에서 ‘별’들도 나가떨어졌습니다. 

    “반부패운동을 거치면서 차관급 이상 관료만 440명이 퇴출됐습니다. 그중 군 장성이 160명 포함돼 있어요. 어마어마한 숫자죠. 인민해방군 장성 수를 1000명가량으로 볼 때 160명이 퇴출됐다는 것은 군이 그만큼 부패했다는 뜻입니다.” 

    군 장성의 16%를 퇴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병력 30만 명을 감군하는 과정에서도 장성 보직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전구 아래 단위가 집단군인데요. 집단군을 18개에서 13개로 줄였습니다. 집단군의 사령원, 정치위원, 부사령원, 부정치위원, 참모장이 장성 보직입니다. 5개 집단군이 줄었으니 별 25개가 자동으로 떨어진 겁니다.” 

    2017년 4월 중국은 18개 집단군(GA·군단급)을 13개로 축소하며 부대 번호를 71~83으로 일괄 개편했다. 

    군구를 전구로 바꿨는데 ‘전구’의 앞 글자는 전쟁의 ‘전(戰)’입니다. 육·해·공·로켓군의 합동화(연합작전)를 강조하는데 그것이 군사전략적 개념 변화를 뜻하는지 궁금합니다. 후진타오 시대까지의 중국 군사 문헌은 방어적 성격을 굉장히 강조했습니다. 2015년부터 중국군이 국부전쟁에서의 승리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앞서 말씀했는데 기존의 방어적 성격에서 공세적 성격으로 변화했다고 이해하면 됩니까. 

    “명확하게 잘라 말하기는 힘듭니다. 엄청나게 복잡한 얘기를 짧게 하면 공군은 전략공군으로 개편되고 있습니다. 해군은 근해(近海) 방어뿐 아니라 원해(遠海) 호위를 강조합니다. 육군도 지역 방어보다는 국경 주변 내외에 대한 기동에 중점을 둡니다. 중국 해·공군이 지금보다 더 멀리까지 군사력을 투사하는 사례를 자주 보게 될 겁니다. 중국 폭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습니까. 대만을 향해서는 예상한 시나리오를 다 보여줬습니다. 중국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이 훈련할 때 중국군 정찰기, 전투기가 대만을 동쪽으로 한 바퀴, 서쪽으로 한 바퀴 돌았습니다. 한국을 상대로는 그렇듯 심하게는 못하겠지만 비슷한 모습을 자주 보게 될 겁니다.”

    “대만, 순항미사일로 상하이 타격 가능”

    중국 해군은 2015년부터 최근까지 서해와 보하이(渤海)에서 합동 훈련 횟수를 대폭 늘렸다. 확인된 것만 10여 회에 달한다. 과거와 같은 대륙 방어 전통에서 벗어나 해·공군력 원거리 투사 능력을 갖추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중국과 일본이 충돌할 수도 있을까요. 

    “일본의 대응 비행 횟수가 굉장히 늘어납니다. 중국이 첫 항공모함 랴오닝을 실전배치했고, 두 번째 항모를 다롄에서 건조해 시범 운항 중입니다. 그렇더라도 중국 항모를 칼빈슨이나 레이건 같은 미군 항모와 비교한다? 비교할 걸 해야지, 비교가 안 돼요. 언론에서 중국 군사력을 과장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언론뿐 아니라 연구소들도 중국의 군사력 부상을 다루면서 군사비 지출과 무기의 수량 등으로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와 비교하곤 합니다. 스텔스를 만들었다느니 항공모함을 건조했다느니 강조하고요. 군사비 지출과 수량만으로 분석하는 것에는 맹점이 많습니다.” 

    질적 측면을 봐야 한다는 뜻이군요. 

    “중국이 글로벌 헤게모니를 가지려 한다? 아직 멀었습니다. 그렇다면 지역 패권을 갖는다? 그게 실현될까요?” 

    어떻게 봅니까. 

    “1940년대 일제와 비교해봅시다. 일제는 전함 수는 말할 것도 없고 항공모함만 9척을 가졌습니다. 중국은 이제 막 항공모함을 보유했고요. 중국군은 미군과 비교할 게 아니라 프랑스군 등과 견줘봐야 해요. 중국이 1980~90년대 군 현대화를 실시한 목적은 대만에 있습니다. 대만해협에서 대만이 공군력에서 우위였거든요. 2000년을 기점으로 역전됩니다. 중국이 첨단 전투기를 더 많이 확보한 거죠. 대만은 잠수함, 미사일에서도 중국의 상대가 되지 않으나 만만찮은 나라입니다. 어느 나라든 압력을 받으면 반응합니다. 대만은 순항미사일의 정확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했습니다. 순항미사일로 상하이까지 타격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수 있을까요? 논쟁이 많은데 상륙전 능력이 안 됩니다. 대만과 전면전을 벌이려면 적게는 20만 명, 많게는 40만 명이 필요합니다. 이 병력이 160㎞ 폭 대만해협을 건너가야 합니다. 160㎞는 어마어마한 거리죠. 영국, 프랑스의 도버해협은 폭이 35.4㎞밖에 안 됩니다. 대만에서는 중국이 병력 3만 명을 상륙시킬 능력을 가진 것으로 파악합니다. 3만 명으로는 대만과 전면전? 택도 없죠. 중국이 가진 대형 상륙 수송함(LPD)이 4척에 그치는 게 현실입니다.” 

    북한과 잇닿은 선양군구는 동북3성(랴오닝, 지린, 헤이룽장)과 네이멍구 일부를 관장했으나 북부전구로 개편되면서 동북3성과 네이멍구 전체 및 산둥반도를 관할한다. 주목할 점은 7대 군구 체제에서 지난군구에 속하던 산둥반도가 북부전구에 포함된 것이다. 북부전구의 다른 지역과 산둥반도는 육로로 잇닿아 있지 않다. 동북3성에서 산둥반도를 가려면 중부전구 관할 지역을 거쳐야 한다.

    평택 맞은편 산둥반도 주둔 북해함대

    이렇듯 지리적으로 이격된 산둥반도를 북부전구에 포함시킨 것은 한반도에서 원활한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산둥반도의 육·해·공군을 합동작전에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중국 첫 항공모함 랴오닝이 속한 북해함대도 산둥성 칭다오에 주둔한다. 북해함대는 항공모함과 전술 핵잠수함 3척, 재래식 잠수함 25척, 구축함 8척 등 330여 척의 함정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7대 군구를 5대 전구로 전환하면서 북부전구와 지리적으로 이격된 산둥반도가 북부전구에 포함됐습니다.<지도 참조> 인민해방군이 한반도에 개입할 때 동북 3성과 산둥반도의 집단군이 합동작전을 벌이려는 포석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중국에서는 부인하겠으나 그럴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또한 산둥반도 안쪽으로 중국의 중요 도시가 굉장히 많습니다. 6·25전쟁 때 미국 해군이 서해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습니다. 중국은 바다에서 미군이 압도적 우위에 놓이지 않도록 준비할 겁니다. 우리가 굉장히 많이 연구하고 준비할 사안입니다.” 

    북부전구는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 방어와도 관련이 있다. 하얼빈-창춘-선양-다롄은 중요한 방어선이다. 북부전구에 속한 3개 집단군 사령부가 소재한 창춘-랴오양-웨이팡을 하나의 선으로 이으면 ‘전략 방향’이 한반도를 향하고 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체제 보장이 맞교환돼 평화체제가 형성될 경우 ‘핵개발국 북한’을 겨냥해 설계된 한국과 미국의 군사안보 전략은 수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과 관련해 가장 먼저 거론될만한 군사 이슈는 ‘사드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중국이 기왕에 배치된 사드의 철수를 요구할까요. 좀 더 본질적으로 중국이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까요. 

    “어림도 없는 얘기입니다. 사드를 철수시켜라? 우리도 방어해야 한다고 얘기해야죠.” 

    비핵화가 완료된다는 가정에서 하는 질문입니다. 

    “비핵화가 곧바로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려요. 주한미군은 한반도가 통일되더라도 지역 안정 차원에서 주둔한다는 게 한미 간 공식 입장입니다. 

    중국은 주한미군이 자국을 겨냥한 게 아니냐면서 문제 제기를 할 수가 있죠. 크게 보면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적대 세력으로 여깁니다. 유럽·중동에서는 러시아, 동아시아에서는 중국이 적대 세력이라는 얘기입니다. 사정이 이런데 주한미군을 철수한다? 언론에서 어마어마한 얘기를 막 던지는데 군사적으로 말씀드릴게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은 하나의 군대(one fighting force)입니다. 한쪽이 빠지면 안 돼요. 한국에는 육군과 공군이 있고, 일본에는 공군, 해병대와 해군력이 있습니다. 양쪽을 모아야 미국 측 정의로 전장(theater)에서 지역 전쟁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탓에 그런 건지 철수 얘기가 왜 나오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군사적으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주한·주일미군은 하나의 군대(One Fighting Force)”

    2017년 7월 30일 중국 인민해방군이 네이멍구 자치구 주르허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겸 중앙군사위 주석이 참관한 가운데 대규모 열병식을 거행했다. [주르허=신화/뉴시스]

    2017년 7월 30일 중국 인민해방군이 네이멍구 자치구 주르허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겸 중앙군사위 주석이 참관한 가운데 대규모 열병식을 거행했다. [주르허=신화/뉴시스]

    중국과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까. 

    “두 나라가 충돌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중국 언론에 남중국해에 미군 군함 2척이 진입했는데 중국 해군이 내쫓았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살펴보면 1주일 전에 미군 군함이 들어왔다 나갔고 중국군 군함이 뒤늦게 들어왔는데 내쫓았다고 설명하는 식입니다. 중국 매체를 인용할 때는 굉장히 신중해야 합니다. 미국과 중국을 자꾸 비교하는데 두 나라의 군사력은 차원이 다릅니다.” 

    미국과 다투기엔 아직 멀었다? 

    “비교가 안 돼요. 앞서 말했듯 중국은 프랑스 같은 나라와 비교해야 합니다. 중국이 군사적으로 글로벌 패권을 추구하느냐? 아니에요. 중국이 해군 함정과 잠수함 수를 엄청 많이 늘린 것은 사실입니다. 공군기는 대부분 러시아제 수호이를 기반으로 한 것인데 그 또한 많이 늘렸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수준에서 중국의 능력은 지역 패권을 목표로 했다고 보기에도 조금 무리가 있습니다. 중국이 말하는 이른바 핵심 이익을 지키고 주변 해역을 방어하며 대만에 군사적 압력을 주는 정도에서 조정이 이뤄지는 겁니다.” 

    요약하면 중국은 현 단계에서 군사적으로 패권을 추구한다기보다는 핵심 이익을 방어하면서 원거리 투사 능력을 확대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됩니까. 

    “그 정도로 보면 됩니다.”

    “중국서 ‘국뽕’ 영화 쏟아져”

    케네스 매켄지 미군 합동참모본부 중장은 5월 31일 펜타곤에서 열린 언론브리핑에서 “미국이 남중국해 중국 인공섬 중 하나를 날려버릴 능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미국의 군대는 서태평양의 작은 섬들을 없애버린(take down) 많은 경험이 있다는 정도만 말해주겠다”고 답변했다. 

    남중국해에서 미·중 간 갈등이 심상치 않습니다. 

    “중국이 섬 7개를 점령했습니다. 7개의 섬을 ‘인공섬’으로 만들고 있고요. 활주로 3개를 놓았습니다. 수비 환초에는 중국이 지은 건물만 400채라고 합니다. 중국 군사 정보는 미국에서 공개되곤 합니다. 미국이 필요할 때마다 정보를 하나씩 내놓습니다. 중국과 관계가 안 좋아지면 공개하는 겁니다. 올해 미국에서 나오는 중국 군사력 보고서는 두꺼워질 겁니다. 미·중 관계가 좋지 않거든요.” 

    인공섬 활주로 사진도 미국이 공개한 겁니까. 

    “당연하죠. 남중국해에 남사군도, 서사군도가 있잖아요. 중국이 서사군도엔 미사일 부대까지 배치했습니다. 미국이 레이더와 미사일 기지를 두고 중국이 군사적 긴장을 일으킨다고 지적하자 중국에서 어떻게 반응했는지 압니까?”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도서관 사진을 올렸습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로서 도서관을 지었다는 겁니다. 작은 도서관인데 누가 책을 찾아보는 모습을 찍었습니다.” 

    중국군이 아직은 미군과 견줄 수 없더라도 강군몽이라는 표현은 명료하면서도 의미심장합니다. 

    “강군몽은 수사적·구호적 성격이 강해요. 14억 중국인에게 임팩트를 주려면 말이 짧고 세야 합니다. 중국군의 스케일이 커지고 군 장비 현대화 속도가 빨라진 건 사실입니다. 중국이 제작한 스텔스 전투기 J20을 예로 들어봅시다. J20을 개발했는데 왜 대량생산을 안 할까요? 문제가 있다는 얘깁니다. 선양에서 만든다는 J31은 아예 소식도 없어요. 젊은이들이 말하는 ‘국뽕’이란 말 아세요?” 

    애국심에 취했다는 뜻이죠. 

    “중국에서 ‘국뽕’ 영화가 쏟아집니다. J20이 등장하는 영화도 있어요. 영화를 본 젊은이들의 공군 자원 입대가 늘었다더군요. J20으로 창공을 지키는 스토리인데 공군의 1급 조종사들은 러시아에서 직수입한 수호이 계열 전투기를 탑니다. 중국이 아직 J20의 엔진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첨단 전투기에 장착할 엔진을 만들기에는 실력이 부족하다는 얘기입니다. J20에 장착된 엔진은 저출력입니다. 미국이 제작한 F117을 보면 얼마나 날렵합니까. 스텔스는 덩치가 크면 안 됩니다. 중학생에게 설명하는 식으로 얘기해보겠습니다. 레이더 전문가에 따르면 한국이 도입하는 스텔스기 F35는 레이더에서 골프공 크기로 보이는데, J20은 레이더상에 배구공이 넘나드는 것처럼 보인답니다. 세계 최강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는 아이들이 갖고 노는 구슬 크기로 보이고요. 미국산, 중국산 스텔스에는 엄청난 격차가 있습니다. 미군이 F22 랩터를 195대 갖고 있더군요. 그중 40대가 완전개량형입니다. 뭘 개량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고요.” 

    강군몽의 목표 연도인 2050년에는 미국에 견줄 만큼 군사력이 강화될까요. 

    “중간 목표 연도인 2035년이 17년 남았습니다. 2035년에는 미국과 비교하는 것이 아닌 주변국 차원에서 한국 일본 대만 호주 인도 등과 견줘 압도적 군사력을 가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본을 비롯해 경각심을 가질 나라가 많습니다. 일본, 인도 해군은 손에 꼽히는 해군으로 간주됩니다. 웬만한 장비를 다 갖췄거든요. 한국 해군은 작지만 전투력 증강을 꽤 잘해왔습니다. 2035년을 생각하면 끔찍해요. 정말 머리 아플 겁니다.”

    왕도와 패도

    한국 언론에 보도되는 현재의 중국 군사력은 과대평가된 측면이 상당히 있으나 2035년에는 상황이 달라지는 것으로 이해하겠습니다. 

    “중국몽이 지금 당장 뭘 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시진핑이 추진하는 군 개혁은 전면적·단계적·장기적인 것입니다.” 

    중국이 지금은 평화적 부상을 강조하지만 종국에는 무력수단 사용도 서슴지 않는 패권국가가 되리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중국은 무력수단 사용을 선호하는 국가인가요, 아니면 최대한 절제하는 나라인가요. 

    “학계에서 논쟁이 치열한 질문입니다. 중국 관료와 학자는 왕도와 패도를 언급하면서 중국은 도덕 정치를 해온 나라라고 강조하죠.” 

    중국은 ‘왕도(王道)’와 ‘패도(覇道)’를 구분한다. 왕도는 이웃을 강압하지 않으나 패도는 주변을 억압한다. 중국은 이웃을 강압하는 미국식 패도가 아닌 도덕과 인의의 왕도로 국제 질서를 구축하겠다고 천명한다. 

    “패도가 아니라 왕도를 추구하므로 늘 방어적이었으며 평화를 사랑한다는 게 중국인의 인식입니다. 전쟁보다 대화, 협상을 많이 했다는 건데요. 미국 일부 학자들의 견해는 다릅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마이클 스웨인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중국은 외교적 위기를 해결하는 데 군사력을 많이 사용한 국가예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군사력을 가장 많이 사용한 국가는 횟수로 볼 때 미국이고 그다음이 중국이라는 겁니다. 내가 볼 때는 양쪽 주장이 다 일리가 있습니다. 어떤 측면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중국이 무력수단 사용을 선호하는지, 아닌지 다르게 볼 수 있는 사안입니다만 중국에 호전적인 측면은 분명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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