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호

최저임금 인상 논란

인터뷰 | 김대환 참여정부 노동부 장관

“취약계층 가계소득 준 게 팩트” “혁신성장? ‘어떻게’가 없다”

  • 입력2018-07-0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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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내 “균형감 없이 한쪽 너무 치우쳐” 목소리 나와

    • “소득주도성장? 매력적인 말이지만…”

    •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해야 양질의 일자리 는다”

    • “국민 지지 받으려면 청와대-노조 카르텔 벗어나야”

    김대환 참여정부 노동부 장관. [조영철 기자]

    김대환 참여정부 노동부 장관. [조영철 기자]

    취임 1년이 지났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전히 70%를 넘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정책 점수는 후하지 않은 듯하다. 국민이 느끼는 경제 체감 수준이 기대 이하이기 때문이다. 특히 실업자 수 증가 등 서민들의 ‘경제 고통지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대환(69) 전 노동부 장관으로부터 지난 1년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들었다. 김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뿌리라 할 수 참여정부(노무현 정부) 출신이면서 현 정부에는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그래서 보다 객관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 소장 등 진보시민단체에서 활동한 김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경제노동분과 위원장을 지냈으며,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위원회 간사를 맡은 데 이어 2004년 2월부터 2년 동안 노동부 장관을 역임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2013년 6월부터 3년간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文캠프 참여 의사도, 제안도 없었다”

    6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연구원 사무실에서 만난 김 전 장관에게 “지난해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참여해달라는 요청이 있지 않았느냐”고 묻자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참여할 생각도 없었지만, 요청도 없었다. 아시다시피 박근혜 정부에서 노사정위원장을 했으니 적극적인 자기들 편이 아니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래도 캠프에 지인이 많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기는 했다. 내부에서도 노동 존중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욕은 좋은데, 균형 감각 없이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 있어서 이걸 어떻게 하나 고민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박근혜 정부에서 노사정위원장을 맡게 된 계기를 물었다. 



    “처음 제안이 왔을 때 나도 놀랐다(웃음). 고사를 해서 끝난 줄 알았는데, 계속 강권 하더라. 심지어 당시 청와대 모 인사는 내게 동의를 받아내지 못하면 자기가 아주 난처하게 된다며 하소연할 정도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 강했던 모양이다. 

    “그런 것 같다. 아무 인연도 없었는데…. 누군지는 모르지만 강하게 추천한 것 같다. 하도 요청하기에 내가 ‘도대체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뭘 하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별 계획은 없어 보였고, 무조건 출범해야 한다는 원칙만 있었던 것 같다. 박 대통령을 만나 노동시장 구조 개혁이 왜 중요한지 설명하고 이걸 할 의사가 있으면 내가 일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달라고 했다. 그 자리에서 흔쾌히 받아들이더라.”

    배신당한 ‘노사정 대타협’

    ‘노동시장 구조 개혁’에 대해 박 대통령이 이해는 하던가요(웃음). 

    “그분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인데, 내 경험은 이렇다. 그분은 자기가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예 귀를 닫는다. 하지만 잘 모르는 분야는 알아듣게끔 설명하면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내가 노동부 장관을 할 때 그분이 야당 대표였다. 그때 비정규직 관련법 문제로 만나 이야기를 했는데, 자기는 솔직히 이 문제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더라. 한편으로는 야당 대표가 비정규직 문제를 모른다는 데 놀랐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솔직함에 놀랐다. 내가 10분 정도 비정규직 보호의 필요성을 설명하자 ‘그렇다면 우리가 반대할 이유가 없네요’ 하며 바로 동의하더라. 그래서 당시 야당이 법안에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당 초짜 의원들을 설득하는 게 더 힘들었다.” 

    김 전 장관은 노사정위원장으로서 2015년 9월 근로시간 단축,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노동시장 구조 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합의안은 4개월여 만에 정부와 한국노총의 갈등으로 파기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정부와 한국노총에 배신을 당한 셈이 됐다. 

    “당시 정부 여당도, 노동계도 시각이 너무 좁고 짧았다. 자기들 당장의 이익만 생각했다. 국정을 운영하는 여당과 정부, 노동계를 대변하는 단체의 리더들은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당시 정부와 노동단체의 리더십이 거기까지였다고 생각한다.” 

    당시 합의안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하는지. 

    “평가는 역사가 하겠지만, 주어진 여건에서 이룬 최선의 합의였다고 자신한다. 지금 우리 경제 현안들을 생각하다 보면 그 합의서를 펼쳐보게 된다. 구체적인 부분까지 대안을 제시해 우리 경제 도약의 디딤돌이 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금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 개혁 자체를 기피하고 있는 것 같아 문제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 실없는 이야기

    이쯤에서 김 전 장관을 만난 이유로 화제를 돌렸다. 문재인 정부는 그 시작부터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을 3대 경제정책 기조로 내세웠다. 이를 통해 일자리 확대를 약속했다. 

    지난 1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평한다면.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 원론적인 얘기를 하자면 경제든 사회든 국정 운영은 균형 감각이 중요한데, 그게 부족했지 않았나 싶다. 이를 보완하지 않으면 앞으로 국정 운영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균형 감각이 부족하다는 건 친(親)노동정책에 치우친다는 건가. 

    “친노동정책 이전에, 정부가 말하는 소위 ‘소득주도성장론’ 자체가 취약한 지반 위에 고층 건물을 지으려는 시도다. 의도는 좋은데 지반이 너무 약하다. 먼저 지반을 튼튼히 다져야 하는데 건물만 올리려 한다. 그러면 건물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어떤 지반이 약하다는 건가요. 

    “우선 소득주도성장론의 이론적 기반이 취약하다. 소득주도성장이란 말 자체가 논리적으로 성립이 안 된다. 소득이 늘면 당연히 성장이 이뤄진다. 동어 반복일 뿐이다. 정부가 이야기하는 소득주도성장은 근로자 임금 상승을 통한 성장이다. 결국 임금주도성장론을 응용, 확대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근로자 임금 증가는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통한 증가가 아니라 영세 자영업자나 정부 재정 등 다른 부분의 소득 일부를 ‘이전(移轉)’한 거다. ‘성장’이란 외피를 쓰고 있지만 속살은 ‘분배’다. 그런데 이렇게 한 이전소득 증대가 우리 경제 성장에 얼마만큼 도움이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저소득 근로자의 임금소득으로 이전되기 전 영세 자영업자의 소득이나 정부 재정일 때 창출한 생산성과 저소득 근로자 임금으로 이전된 후의 생산성을 비교해보는 등 여러 가지를 따져봐야 한다.” 

    소득주도성장론은 ‘소득 증가→소비 증가→투자 활성화→일자리·소득 증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주장이다. ‘최저시급 1만 원’으로 대표되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당연히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어날 줄 알았는데, 역설적으로 올 1분기 소득분배 지표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안 좋았다. 통계청이 5월 24일 발표한 올 1분기 가계소득 통계자료에 따르면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 소득이 128만67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감소했다. 오히려 5분위(상위 20%) 가구 소득은 9.3% 상승했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목표인 소득분배 개선에 실패한 것이다. 물론 정부에서는 고용된 근로자 임금이 늘었고, 특히 저임금 근로자 임금이 크게 증가했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90% 긍정 영향’을 주었다는 입장이다. 

    “내가 봤을 땐 실없는 이야기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근로자는 소득이 오르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 압력으로 폐업한 자영업자와 잘린 근로자는 정부가 늘었다고 말하는 근로소득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들을 포함한 취약계층의 전체 가계소득은 되레 줄어들었다. 이게 팩트다.”

    현실을 공약에 꿰맞추다

    ‘최저임금 1만 원’은 적절하다고 보는지. 

    “주 52시간, 한 달 4주를 일한다고 전제하면 월 200만 원이 넘는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현 경제 수준에서 결코 낮은 건 아니다. 그런데 정부는 2020년까지 1만 원을 만들기 위해 해마다 15% 이상씩 올리겠다고 한다. 이건 현실을 공약에 꿰맞추려는 거다. 그러다 보니 국민 세금으로 민간기업의 최저임금 상승분을 상당 부분 메워주는 일까지 발생했다. 속도 조절을 해도 되는데, 왜 그렇게 성급한지 모르겠다. 1년 정도 지켜보고 나타난 문제점을 구체적이고 종합적으로 분석 점검한 후에 추가 인상을 논의해도 되는데.”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 원으로 인상하면 일자리 30만 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공식 보고서도 있었다. 

    “최저임금을 그렇게 계속 올린다면 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하는 영세 자영업자를 포함한 사용자들은 결정할 수밖에 없다. 상응한 생산성 증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폐업을 하든지, 근로자를 줄이든지, 가격을 올리든지…. 대부분 근로자를 줄이면서 가격도 함께 올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물가가 올라 취약계층의 소득이 다소 늘었다 하더라도 실질소득 증가 효과는 상쇄돼 별로가 된다. 경제는 순환이다.”

    ‘노동시장 구조 개혁’ 필요

    2015년 9월 노사정 합의안을 발표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김대환 당시 노사정위원장. [동아DB]

    2015년 9월 노사정 합의안을 발표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김대환 당시 노사정위원장. [동아DB]

    일률적으로 최저임금을 정하는 게 아니라 업종이나 지역별로 달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예를 들어 서울에 사는 근로자와 지방에 사는 근로자의 생활비가 다른 게 현실이다. 똑같은 일을 하면 서울에 사는 근로자가 좀 더 받는 게 합리적이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하면 지역 차별 하느냐는 비난이 나온다. 업종별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중장기적으로는 그렇게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를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토론하고 설득하고 그 토대 위에서 정책을 세워야 한다.” 

    얼마 전,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지금 정부가) 일자리에 대한 문제의식과 일자리 개념이 제대로 돼 있는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고 지적했더군요. 

    “일자리위원회에서 낸 자료를 보면 정부 재정을 풀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 외에는 실질적으로 눈여겨볼 만한 게 없다. 정부 재정으로 일자리를 늘려봤자 얼마나 늘릴 수 있고, 그게 얼마나 이어질 수 있겠나. 지속될 수도 없고 지속되어서도 안 된다. 공무원 숫자를 늘리고 이걸 일자리 창출에 포함하는데, 모든 청년을 공무원으로 만들 건가. 그렇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일자리는 기업이 필요에 의해서 늘어나게 해야 한다. 발상을 전환해 기업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산업구조 환경 속에서 정부가 직접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직업능력개발이다. 기존 기술 수준을 향상시키는 훈련, 새로운 산업 수요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훈련에 더 집중해야 한다. 기업이 그 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는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노동시장 구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금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성에 대해 큰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 활기를 되찾는 나라들 중에 노동시장 구조 개혁을 안 한 나라가 없다. 우리도 노동자 보호와 노동시장 유연성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 우리 실정에 맞는 유연하고 안전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노사정 사이의 긴밀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노동조합이 노동시장 유연성을 받아들일까.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데, 기업이 정규직을 늘리는 데 주저하는 이유가 단순히 임금 문제만은 아니다. 한번 고용하면 정년까지 보장해야 하는 부담감이 가장 크다. 근로자들이 기업에 취업할 입구를 좋게 만들려면 출구도 열어줘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사회안전망을 확충해나가면서 퇴직자들의 재취업과 재기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콘텐츠’ 없이 ‘프레임’만

    김대환 전 장관이 소득주도성장론의 한계를 설명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김대환 전 장관이 소득주도성장론의 한계를 설명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소득주도성장론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동력으로 삼기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 결국 경제성장 동력이 있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혁신성장’을 이야기하는데, 이게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처럼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다. 

    “혁신성장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제시를 안 해서 나도 잘 모르겠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는 것 같은데, 산업의 기본이라 할 제조업에 대한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제조업이 사양산업처럼 인식되는데, 고부가가치로 나아간 것도 있다. 그것이 혁신이다. 이런 분야도 정부가 직업능력개발교육을 통해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정부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공정경제’도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정책 기조의 하나다. 일각에서는 ‘경제정책 중 액셀러레이터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브레이크(공정거래)만 잘 작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상조 위원장 체제의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자세히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소위 갑질 문화에 대한 처벌을 상당히 높인 것 같다. 맞는 부분도 있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법적 다툼을 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를 ‘경제 검찰’이라고 부르지만 경제의 순환 흐름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김상조 위원장은, 나도 오랫동안 잘 알고 지낸 사이지만, 시민단체 시절의 감성과 기조로 일을 하는 것 같다. ‘재벌 혼내주다 늦었다’고 말하는 것은 문제다. 나도 교수로 있다가 노동부 장관으로 행정을 맡았지만, 그전에 김대중 정부 시절 공정거래위원회 정책자문위원, 규제개혁위원회 공익위원과 더불어 한국노총 자문위원도 하며 정책 현장 훈련을 쌓았다. 그래서 노동계와 재계 사이에서 나 나름대로 균형감각을 갖고 일했다고 자부한다.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이 부분이 약하지 않나 싶다.” 


    2004년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국무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인사하고 있다. [동아DB]

    2004년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국무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인사하고 있다. [동아DB]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가장 큰 문제가 뭐라고 보는지.  

    “말로는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이야기하는데, 실제로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가 없다. ‘무엇을’ 하겠다는 건 있는데 ‘어떻게’가 없는 것이다. 구체적인 콘텐츠를 가지고 이야기해야 한다. 콘텐츠는 만들지 않은 채 프레임만 걸어놓고 모든 걸 그 프레임에 맞추려고 하는 게 문제다.”

    경제 컨트롤타워가 어디냐

    최근 경제정책을 놓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이 갈등하는 모양새로 언론에 비치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주도로 경제 전반을 이끌어나가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경제 컨트롤타워가 어디냐는 논쟁까지 벌어졌다. 

    지금 정부는 청와대가 다 끌고 간다고 할 정도로 정부 부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로서도 결코 좋은 게 아니다. 청와대의 실장이든 수석이든 대통령의 비서일 뿐이다. 비서가 전면에 나서서 논쟁을 유발하는 건 어떻든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내부에서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렇게 논쟁을 해서 결론이 나면 그렇게 집행하면 된다. 결론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으면 자리를 떠나는 게 맞다. 국정 운영의 최고 주체는 대통령이고, 그 역할을 일정하게 위임받은 게 국무위원인 국무총리, 부총리, 장관들이다. 이들이 제 역할을 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지금처럼 청와대 비서실 파워가 강한 적이 박근혜 정부 때 말고 또 있었나 싶은데. 

    “그래도 이 정부가 국민한테 좋은 인상을 갖게 한 게 소통을 잘하겠다는 이미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워낙 소통이 안 됐으니까. 진정한 소통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끊임없이 이뤄져야 하는데, 대단히 미안한 이야기지만 지금 정부가 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소통’보다는 다분히 일방적인 것에 가까워 보인다.”

    ‘우리가 정의니까 딴소리 하지 마라?’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노무현 정부의 연장선이라고 이야기한다. 노무현 정부는 ‘중산층과 서민이 더불어 잘사는 따뜻한 나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가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충고한다면. 

    “노동 분야를 이야기하자면 노사관계의 주체는 노사뿐 아니라 정부도 있다. 노사 자율을 기본으로 하고 정부는 균형자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정부의 노동 정책은, 좀 강하게 비판하자면 청와대와 노조가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는 정부라면 이 카르텔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노조가 목소리가 큰 조직이어서 당장 대통령부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에게 호소하면서 바로잡아나가야 한다.” 

    그는 기자에게 “미국 대통령의 힘이 어디에서 나온다고 보느냐”고 반문했다. 

    “바로 설득력이다. 설득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협소한 프레임을 정해놓고 거기로 매진하고 있다. 반대 의견이 있어도 무시하고 ‘적폐’로 몰기도 한다. 이건 힘이 될 수 없다. 예컨대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 재계가 볼멘소리를 하자 ‘양극화의 축’이라고까지 비난했다. ‘우리가 정의니까 딴소리 하지 마라’ 이렇게 해가지고는 소통이 이뤄질 수 없다. 귀를 열고 설득하는 게 진정한 소통이다. 대통령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지금 이미지 메이킹에 흡족해하는 듯한데 그런 이미지 정치는 언젠가 한계에 부딪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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