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호

이슈 분석

‘천연물=건강, 약’ 맹신 버려라!

‘라돈 침대’ 사태 부른 대중의 오해

  • 입력2018-07-0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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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이온’에 대한 환상 버려라

    • 2007년 ‘모나자이트 매트’ 사건 유야무야된 이유

    • 천연 살균제는 안전한가

    • 녹색 화학을 향한 꿈

    충남 천안시 서북구 대진침대 본사에서 회사 관계자들이 리콜로 수거한 이른바 ‘라돈 침대’ 매트리스를 쌓고 있다. [뉴스1]

    충남 천안시 서북구 대진침대 본사에서 회사 관계자들이 리콜로 수거한 이른바 ‘라돈 침대’ 매트리스를 쌓고 있다. [뉴스1]

    천연 광물에서 나오는 음이온이 건강에 좋다는 엉터리 주장을 믿은 소비자들이 호되게 뒤통수를 맞았다. 비싸게 구입한 침대에서 난데없이 폐암을 일으키는 방사성 라돈이 쏟아져 나온다는 황당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천연 모나자이트를 사용하는 제품은 침대만이 아니라고 한다.

    자연 발생 음이온?

    사실 자연에서 채취한 천연물이 건강에 좋다는 주장은 귀가 얇은 소비자의 주머니를 노린 얄팍한 상술에 불과하다. 자연을 앞세워 소비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엉터리 상술을 적극적으로 규제해야 한다. 그러나 엉터리 상술에 속절없이 속아 넘어가는 소비자도 이 기회에 ‘천연물이면 건강에 무조건 좋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천연 광물에서 음이온이 발생한다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 음이온은 전기적으로 음(-)전기를 가진 원자나 분자를 말한다. 천연 광물에서 정말 음이온이 쏟아져 나온다면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된다. 음이온이 방출된 천연 광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양(+)전기를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음이온이 빠져나간 천연 광물은 배터리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자연에서 그런 황당한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중학교 수준의 과학 지식만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라돈 침대의 부직포에 뿌려놓은 모나자이트에서 실제로 방출되는 것은 알파선(헬륨 양이온)·베타선(전자)·감마선(전자기파)으로 구성된 방사선이다. 언론에서 문제 삼고 있는 라돈(Rn)은 모나자이트에 불순물로 들어있는 토륨(Th)과 우라늄(U)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중간물질이다. 토륨에서 만들어지는 라돈-220(일명 토론)과 우라늄에서 만들어지는 라돈-222는 더 이상 붕괴되지 않는 납(Pb)으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방사선을 방출한다. 결국 사람에게 폐암을 일으키는 것은 라돈을 포함한 방사성 원소들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이다. 

    폭포나 숲에서 음이온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어설프다. 1㎤에 음이온이 2만 개 있다고 한다. 고등학교 화학 지식을 기억하지 못하는 소비자로서는 대단히 많은 음이온이 나오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1㎤에 들어있는 공기 분자(질소와 산소) 수는 무려 3000경(京) 개나 된다. 공기 분자 수가 음이온의 수보다 1500조(兆) 배나 더 많은 셈이다. 결국 음이온이 2만 개라는 말은 음이온이 많다는 뜻이 아니라 폭포나 숲에서 음이온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곧잘 ‘속는다.’ 모나자이트의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 인 것이 처음도 아니다. 2007년 2월 초에도 YTN이 모나자이트를 사용한 의료용 매트에서 라돈이 방출된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헝가리 전문가 차보 사바 박사의 발언까지 소개하면서 천연 방사성 광물인 모나자이트의 위험성을 분명하게 지적했다. 그러나 음이온의 신통력을 앞세워 이익을 챙기려는 음이온 제조사들의 거센 항의에 위험성을 충분히 전하지는 못했다. 결국 모나자이트를 사용한 모든 제품을 조사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던 정부의 판에 박힌 약속으로 당시 논란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손놓은 규제 당국

    당시 우리 사회 수준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언론은 천연 광물이 인체에 해로울 수 없다는 제조사들의 거친 주장에 맞설 능력이 없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도 입을 닫아버렸다. 사실 물불 가리지 않는 엉터리 기업이나 과학보다 신비에 눈이 먼 소비자들과 씨름하는 건 전문가들에게 절대 반가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로서는 개인적인 모욕은 물론 사법적 불이익의 위험까지 감수할 이유가 없다. 소신을 밝힌 전문가들을 지켜주는 사회적 보호 장치가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 사정은 지금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음이온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엉터리 괴담이라는 사실을 당당하게 밝히는 전문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래도 2007년엔 한 가닥 희망의 끈이 있었다. 당시 과학기술부 방사선안전과에 근무하던 조철희 사무관(현 한국연구개발서비스협회 사무국장)이 문제의 심각성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모나자이트 관리를 법제화하고자 홀로 고군분투했다. 2011년 7월 제정된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생방법)’은 그 결실이다. 그러나 법이 제정된 후에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제구실을 못했다. 모나자이트의 공정부산물까지 관리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채 관리를 사실상 포기해버리면서 ‘천연 음이온 파우더’로 잘못 알려진 모나자이트는 오히려 소비자의 생활 속으로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라돈 침대만이 아니다. 2017년 현재 보디크림·마사지팩·안대·베개·목걸이·비누·팬티·입욕제·벽지 등 무려 102개의 제품이 인체에 해로운 방사성 모나자이트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라돈 침대의 위험 정도

    라돈이 처음부터 발암물질로 알려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신비의 천연 물질’로 알려지기도 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도 국내에서 가정용 라돈 입욕제(入浴劑)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도시에는 화려한 간판을 내건 ‘라돈탕’도 흔했다. 우리만 라돈의 신통력을 믿었던 것은 아니다. 20세기 초부터 유럽·일본·미국에서도 라돈탕이 크게 유행했다. 소량의 라돈을 이용하면 관절염 같은 자기면역질환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엉터리 전문가도 많았다. 

    라돈의 발암성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1988년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천연 라돈을 1군(Group 1) 발암물질로 분류한 것이다. 토양·모래·자갈에서 실내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낮은 농도의 천연 라돈에 장기간 노출되면 폐암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분명하게 확인됐다. 

    그렇다고 라돈을 치명적인 발암물질이라고 할 수는 없다. 세계적으로 폐암 사망자의 80~90%는 흡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라돈 때문에 폐암에 걸려 사망하는 비율은 지역적 특성에 따라 3~14% 수준이다. 흡연자가 라돈에 노출되면 폐암 발생률이 86%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라돈보다는 흡연을 더욱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눈여겨볼 것은 WHO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라돈이 우라늄 붕괴 과정에서 생성되는 라돈-222라는 점이다. 토륨이 붕괴할 때 만들어지는 라돈-220(일명 토론)의 인체 발암성은 과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그래서 WHO가 2009년 발간한 ‘라돈 핸드북’에서도 실내 공기 중 라돈을 관리할 때 토론의 영향을 반드시 제외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WHO가 토론의 유해성을 낮게 보는 이유는 토론의 반감기가 55.6초에 지나지 않는 데 있다. 반감기가 3.8일이나 되는 라돈과 달리 토론은 1분이 지나면 절반이 사라지고, 5분이 지나면 고작 2.4%만 남는다. 이 사실은 원안위 측정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문제가 된 침대에서 50cm 떨어진 곳에서 측정한 결과 라돈은 66%가 남아있지만, 토론은 고작 3.6%가 남았을 뿐이었다. 반감기가 짧은 토론은 호흡을 통해 인체로 흡입되기 전 붕괴해 사라져버릴 개연성이 크다는 뜻이다. 음이온 침대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고 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1급 발암물질’이나 ‘침묵의 살인자’라고 법석을 떨 일은 없다. 

    물론 방사성 모나자이트를 사용한 제품은 라돈 방출량에 상관없이 전량을 당장 폐기해야 한다. 원안위와 일부 언론이 사용하는 모나자이트의 ‘피폭 허용 기준치’는 세계 어디에서도 인정하지 않는 무의미한 기준이다. 모나자이트의 경우에는 합리적인 최저 수준을 뜻하는 알라라(Alara)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아무리 발암 가능성이 낮더라도 모나자이트의 방사선 피폭을 용납할 이유가 없으니, 라돈과 방사선을 내뿜는 제품은 즉시 폐기하는 것이 마땅하다. 다만 마치 원자폭탄에 피폭된 것처럼 겁에 질릴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맹목적인 짝사랑

    노형욱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이 5월 25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라돈 검출 침대 대응 방안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노형욱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이 5월 25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라돈 검출 침대 대응 방안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의 자연에 대한 짝사랑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이 자연에서 생산되는 ‘천연물’이면 무엇이나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박테리아와 곰팡이를 죽이는 살균제도 자연에서 채취한 ‘천연 살균제’는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식물이 자신을 괴롭히는 세균·박테리아·해충을 퇴치하기 위해서 생산하는 ‘피톤치드(식물살생물질)’가 인간 건강에는 도움이 된다고 우긴다. 식물이 인간에게 안전한 살균제와 피톤치드를 만들어줄 이유가 없다는 명백한 사실은 애써 무시한다. 

    현실에서 마주하는 자연의 진실은 우리의 순진한 상상과는 전혀 다르다. 지구의 70%는 인간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거부하는 바다로 이루어져 있다. 육지에서도 인간이 대규모로 거주할 수 있는 지역은 14%에 지나지 않는다. 지구의 대부분은 인간이 거주하기에는 너무나 거칠고 위험한 곳이다. 거의 모든 생물의 생존을 허용하지 않는 건조 지대와 빙하 지역이 많고, 너무 춥거나 더워서 생물이 살 수 없는 곳도 지천이다. 자연이 깨끗하고 아름답다는 우리의 인식은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생태계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구는 우주에서 생명이 번성하고 있는 유일한 곳이다. 그렇다고 수많은 생명체가 자연에서 평화롭고 조화롭고 안전하게 살아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생태계를 지배하는 법칙은 약육강식(弱肉强食)과 적자생존(適者生存)이다. 약한 상대를 잡아먹을 수 있는 강자(强者)만 살아남고, 자연·생태 환경에 적응한 생물만이 후손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 거칠고 위험한 자연 생태계의 진짜 모습이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평화롭게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은 겉으로 드러나는 일시적인 착시 현상일 뿐이다. 그래서 세월이 흐르면 인걸(人傑)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강산(江山)도 변한다. 그런 자연에서 다른 생물이 인간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천연물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는 비현실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거칠고 위험한 자연 생태계에서 다른 생물이 만들어놓은 ‘천연물’이 우리의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기대는 착각이고 환상이다. 자연에서 유래한 것은 안전하고 인공적으로 합성한 물질은 모두 몸에 나쁘다는 주장도 진실과는 거리가 먼 엉터리다. 

    사실 우리가 활용하는 화학물질을 ‘천연’과 ‘인공’으로 구분하는 것 자체를 합리적이라고 하기 어렵다. 우리가 화학물질을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솜씨가 미물(微物)에 불과한 박테리아보다 못하다는 주장은 자존심 상하는 패배주의적인 것이다. 오히려 자연에서 채취하는 천연물은 우리에게 해로운 불순물을 걸러내지 못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건강에 좋은 약(藥)과 건강을 위협하는 독(毒)의 차이는 종이 한 장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애매하다. 실제로 질병의 치료에 사용하는 모든 약은 사실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을 나타내는 독이다. 자연에서 채취한 천연물을 가공한 한약재와 대부분 화학적으로 합성한 인공물을 사용하는 양약이 모두 그렇다. 심지어 우리가 생존을 위해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물과 소금, 그리고 탄수화물·지방·단백질과 같은 영양 성분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이런 현실에서 화학물질을 천연물과 인공물로 나누거나, 약과 독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인식은 근원적으로 무의미하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그런 인식에는 우리 스스로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비겁함과 옹졸함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변해야

    라돈이 방출되는 것으로 확인된 대진침대의 매트리스 속커버를 벗긴 모습. 해당 침대는 스펀지에 모나자이트를 도포해 라돈과 토론 등이 방출되는 것으로 밝혀졌다.(왼쪽)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5월 16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 환경재단에서 라돈방사선침대 리콜, 사용자 건강 전수조사, 감사원의 특별감사 등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김경제 동아일보 기자]

    라돈이 방출되는 것으로 확인된 대진침대의 매트리스 속커버를 벗긴 모습. 해당 침대는 스펀지에 모나자이트를 도포해 라돈과 토론 등이 방출되는 것으로 밝혀졌다.(왼쪽)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5월 16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 환경재단에서 라돈방사선침대 리콜, 사용자 건강 전수조사, 감사원의 특별감사 등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김경제 동아일보 기자]

    자연 속에도 우리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독성을 나타내는 화학물질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복어의 혈액과 일부 조직에 들어있는 테트로도톡신이 그렇고, 독버섯에 들어있는 무스카린도 그렇다. 아마존 유역의 교목에서 채취하는 쿠라레도 마찬가지다. 제초제를 합성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만들어지는 다이옥신도 인체에 위험하고, 고기를 굽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벤조피렌 또한 맹독성 물질이다. 그러나 자연에 존재하거나, 자연에 존재하는 생물이 만들어내거나, 우리가 합성한 독성 물질이 우리 건강을 해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우리가 독성 물질의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독성 물질 탓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화학물질의 성질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함부로 사용한 우리 잘못을 탓해야 한다. 2005년 음이온 공기청정기에서 유해한 오존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일이 있다. 이후 많은 사람이 기계 장치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지는 음이온을 피하려 애쓴다. 그러나 국가기술표준원의 느슨한 규제 때문에 지금도 오존이 뿜어져 나오는 공기청정기가 넘쳐나는 게 현실이다. 업체들은 이제 음이온 대신 ‘플라스마’나 ‘클러스터’ 같은 낯선 과학 용어를 동원해 소비자를 현혹한다. 이런 광고에 쉽게 넘어갈 것이 아니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특히 좁은 실내에서 사용하는 자동차용 공기청정기를 고를 때는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라돈 침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인체에 해로운 방사선을 내뿜는 천연 모나자이트를 건강에 좋은 음이온 파우더라고 착각한 데에는 소비자의 실수도 한몫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무작정 화학물질을 ‘악(惡)’으로 규정한 후에 ‘화학물질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외쳐서는 안 된다. 화학물질이 없는 세상에서는 우리 자신도 존재할 수 없다. 

    19세기 말부터 놀랍게 발전하기 시작한 현대 화학은 새로운 삶을 가능하게 만들어주었다.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실현된 1960년대의 ‘녹색혁명’은 70억의 인구에게 식량을 공급했고, 합성염료·합성섬유·합성의약품은 신분에 따른 극심한 사회적 차별을 극복해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합성 플라스틱이 목재 소비를 대체해 자연환경 보존에 크게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물론 현대 화학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소비로 자원과 에너지 고갈 및 환경 파괴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비판은 심각한 것이다. 그렇다고 현대 화학을 포기하고, 거칠고 위험한 자연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환경과 생태계에 더욱 안전한 녹색화학(green chemistry)의 꿈을 추구해야 한다.

    이덕환
    ● 1954년 출생
    ● 서울대 화학과(학사, 석사)
    ● 코넬대 이론화학 박사
    ●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 이션 교수, 탄소문화원 원장
    ● 역서: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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