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호

정현상의 사회적 가치 리포트

‘초콜릿 왕국’ 페레로 그룹의 CSR

“윤리적 헌신 통해 세상을 더 달콤하게” -조반니 페레로 CEO

  • 입력2018-07-0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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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품 기업 글로벌 평판도 1위

    • ‘예술 작품처럼 살아 있는 혼 지닌 누텔라’

    • 지역사회 풍요롭게 하고 성장을 돕는다

    • 서울에서 CSR 콘퍼런스 2회

    크레이그 바커 페레로 북아시아 대표(앞줄 왼쪽 두 번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왼쪽 세 번째), 김영석 페레로 한국지사 고문(뒷줄 가운데) 등이 참석한 가운데 3월 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페레로 그룹 CSR 콘퍼런스가 열렸다.[페레로 한국지사 제공]

    크레이그 바커 페레로 북아시아 대표(앞줄 왼쪽 두 번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왼쪽 세 번째), 김영석 페레로 한국지사 고문(뒷줄 가운데) 등이 참석한 가운데 3월 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페레로 그룹 CSR 콘퍼런스가 열렸다.[페레로 한국지사 제공]

    초콜릿이 없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덜 달콤했을까. 과거엔 신의 음식으로 불리며 특수층만 맛볼 수 있었던 초콜릿이지만 지금은 누구나 이를 즐길 수 있는 시대다. 예찬론자들은 초콜릿을 예술에까지 비유한다. 초콜릿 제품 가운데 이탈리아 페레로 그룹이 만드는 누텔라도 그 대상이다. 작가 앤드리 리는 이렇게 표현했다. 

    ‘누텔라를 부드러운 헤이즐넛 초콜릿 크림 정도로 정의하는 것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조각상을 그저 커다란 대리석 조각품 정도로 정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혼이 담긴 여느 예술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누텔라 역시 단순한 물질적 요소들을 넘어서는 살아 있는 혼을 지니고 있다.’(알에이치코리아 출간, ‘누텔라 성공의 법칙’ 중에서)

    누텔라는 72년 전 페레로 그룹을 탄생시킨 결정적인 제품이다. 이를 만든 피에트로 페레로는 제과제빵 기술자로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 인근 소도시 알바(Alba)에서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엔 초콜릿 원료가 너무 비싸 수익을 남기기 어려웠다. 고민하던 피에트로는 어느 날 식재료 판매상인 동생 조반니가 공짜로 얻어온 당밀과 저렴한 헤이즐넛 깻묵, 초콜릿 원료인 코코아, 코코넛버터 등을 섞어 맛 좋은 반고체 상태의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이것을 빵에 발라 먹는 맛이 일품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주문량이 폭증했고, 페레로 형제는 마침내 회사를 설립하고 공장을 지었다.

    사회책임 이니셔티브로 쌓은 명성

    누텔라를 포함해 페레로로쉐, 킨더초콜릿 등 페레로 그룹의 초콜릿 제품은 한국에서도 인기다. 페레로 한국지사의 2017년 매출은 12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런 인기 뒤에는 제품의 품질 완성도와 마케팅 등 여러 요소가 있지만, 브랜드 명성이 큰 몫을 차지한다. 

    평판 평가 기관인 글로벌 렙트랙에 따르면 2017년 페레로가 100대 글로벌 기업 가운데 식품 기업으로는 평판도 1위에 올랐다. 100대 기업 가운데 전체 순위는 17위. 2009년엔 전체 1위에도 올랐다. 글로벌 렙트랙은 제품과 서비스, 혁신, 거버넌스, 사회책임, 리더십과 성과 등을 평가해 순위를 매긴다. 



    이탈리아 대사였던 김영석 페레로 한국지사 고문은 “페레로의 명성은 그룹의 사회책임 이니셔티브 덕분에 쌓였다”며 “이는 고품질과 혁신, 투명한 커뮤니케이션, 그룹의 역사를 써가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 지역 공동체에 대한 지원, 젊은이들에 대한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 촉진, 지속 가능한 농업과 환경보호에 대한 적극적 참여 등이다”라고 말했다. 

    페레로는 현재 전 세계 170개국에서 제품이 판매되면서 2016년 연매출 103억 유로(약 13조 원)를 기록했다. 세계 초콜릿 제과업체 순위에서는 3위다.

    비유럽인 직원 37%, 여성 직원 44%

    페레로 그룹의 스포츠 장려 행사인 킨더+스포츠 패밀리런이 2016년 봄 서울에서 열렸다. [페레로 한국지사 제공]

    페레로 그룹의 스포츠 장려 행사인 킨더+스포츠 패밀리런이 2016년 봄 서울에서 열렸다. [페레로 한국지사 제공]

    페레로는 55개국에 4만 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5개 대륙에서 22개의 제조 공장을 운영한다. 페레로의 임직원 국적 수는 113개국이나 돼 말 그대로 글로벌 기업이다. 비유럽인 직원 비율은 37.3%이며, 여성 직원은 44.2%에 이르러 문화 다양성이 존중받는 직장이다. 

    지방 소도시의 작은 제과점에서 시작한 페레로는 다국적기업으로 성장한 지금도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상호작용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라는 용어가 대중화하기 전부터 페레로는 사회적 책임을 행동으로 옮겼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공장 건설 초기에는 페레로 근로자 상당수가 인근 지역 농부들이었다. 이들이 출퇴근 시간을 절약해 가업인 농업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통근버스를 운영했고, 농번기에는 근로자의 근무시간까지 조정해줬다.(‘누텔라 성공의 법칙’ 중에서) 

    사회학자 프란체스코 알베로니는 “페레로는 자신들이 성장한 지역사회로부터 에너지를 흡수하는 대신에 지역사회를 풍요롭게 만들고 그 성장을 돕는다”라고 표현했다. 페레로는 직업학교를 설립해 기계기술자, 전기기술자, 디자이너 등을 양성해왔고, 1956년부터 복지담당자를 두어 직원들의 애로 사항을 해결했다. 주거비를 보조하고, 병원과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원료 조달을 위해 직접 나무를 심고 숲을 가꿨다. 한번 페레로 직원이 되면 퇴직한 이후에도 페레로 ‘가족’으로 남는다. 사회공헌 기관인 페레로재단이 지원하는 퇴직자 및 파트너 숫자는 3500명이 넘는다. 인구 3만 명의 알바 주민 절반은 페레로 그룹 직원이나 가족이라고 한다. 

    2016년 기업사회책임 보고서에 따르면 페레로 그룹은 ‘가치 공유를 통한 가치 창출’이라는 사회책임 전략에 따라 지속 가능 비즈니스를 추구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책임은 ‘언제나 사람과 그들이 사는 곳을 배려하는 마음’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사람’은 임직원과 소비자, 퇴직자를 비롯해 사업이 운영되는 각 지역 공동체 사람들을 망라한다. ‘사는 곳’은 곧 환경이다. 사람과 환경에 대한 존중이 바로 페레로의 회사 DNA에 들어 있다. 

    사람과 관련된 페레로의 노력을 보자. 우선 고객은 페레로 기업 활동의 중심에 있다. 페레로는 고객의 시각에서 제품을 만들고자 한다. 영양분이 명확하게 표시된 소포장 전략은 소비자의 초콜릿 과잉 섭취를 막고 영양 균형을 적절히 맞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제품의 품질과 신선함은 중앙 품질관리 시스템을 통해 유지된다. 특히 영양 표시와 광고에서는 자체 규제 시스템이 엄격하다. 예컨대 유럽에서는 12세 이하 아동에게는 식품 광고를 하지 않겠다는 내규를 갖고 있다.

    밸런타인데이에 세상 뜬 초콜릿 왕

    70년 전 페레로 그룹의 모태가 된 이탈리아 알바의 파스티세리아 제과점. [페레로 한국지사 제공]

    70년 전 페레로 그룹의 모태가 된 이탈리아 알바의 파스티세리아 제과점. [페레로 한국지사 제공]

    페레로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가운데 어린이와 가족을 대상으로 한 것이 있다. ‘킨더+(플러스)스포츠’가 그것인데, 아이들에게 운동의 즐거움을 전파해 어린 시절부터 활동적인 습관을 갖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페레로의 최대 고객인 어린이들이 자칫 초콜릿 과다 섭취로 비만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440만 명의 아동이 페레로가 주최한 행사에서 23개 스포츠 종목에 참가했고, 한국에서는 2013년 이후 해마다 행사가 커지고 있다. 올해도 5월 12일 ‘킨더+스포츠 패밀리런’이 열려 1000여 명의 아동이 참여했다. 이 행사의 홍보대사인 가수 션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의 건강이 사회적 건강으로 이어지는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페레로의 기업가 정신과 박애주의를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미켈레 페레로 사회적기업이다. 카메룬 야운데, 남아프리카공화국 워커빌, 인도 바라마티 등에 들어선 사회적기업은 신흥국가 가운데 가장 낙후된 지역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이들 사회적기업은 이탈리아 최고 갑부이자 ‘초콜릿의 왕’으로 불린 선대 회장 미켈레 페레로의 이름을 딴 것이다. 미켈레 회장은 공교롭게도 2015년 연인들이 초콜릿을 주고받는 발렌타인데이에 세상을 떠났다.

    지구 존중하고 보호하는 일

    페레로는 환경보호에도 매우 적극적이다. 지구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일이 페레로 CSR의 근간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원재료를 지속 가능하게 공급받고, 생산 활동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두 가지 프로젝트가 이를 입증한다. F-ACTS(페레로의 지속 가능한 농업 약속)와 FER-Way(페레로 환경 책임의 길)가 그것. 

    F-ACTS는 여러 프로젝트와 파트너십, 표준 및 인증 적용, 제도적 약속 등을 통해 농촌 지역의 환경과 영농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지속가능한 농산물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페레로의 주요 약속 가운데 하나는 2020년 말까지 100% 친환경 농산물로 인증된 코코아 원두만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2015~2016 회계연도에 페레로는 12만t 이상의 카카오 원두를 사용했으며, 이 가운데 50%가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또 다른 주요 원료인 헤이즐넛은 터키산이 많이 수입되는데, 공급업체의 윤리 사회 환경 문제 등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2015년에는 유럽의 초콜릿 및 제과류 산업조합과 국제노동기구의 협조로 ‘터키 헤이즐넛 생산철 최악의 아동 노동 근절을 위한 통합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유전자를 조작하지 않은 설탕, 지속 가능한 팜유 생산 협의회의 인증을 받은 팜유, 동물 복지를 준수하는 농장의 달걀 사용 등도 약속하고 있다. 

    2013년 시작된 FER-Way는 기업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 관리하는 프로젝트다. 제품 수명의 여러 단계를 평가하는 LCT(Life Cycle Thinking) 접근법에 기초해 측정, 계획, 교육, 협력 등 네 가지 영역에서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관리한다. FER-Way와 같은 맥락에서 입안된 미래의 페레로(Ferrero 4 Future) 전략은 효율적 자원 사용, 폐기물 관리, 자연생태계 보호, 이산화탄소 배출 등을 포함하고 있다.

    리스크 생기면 본사에서 직접 대응

    페레로 그룹은 올해 3월 8일 ‘CSR 콘퍼런스’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었다. 2014년에 이어 한국에서 여는 두 번째 CSR 콘퍼런스다. 크레이그 바커 페레로 북아시아 대표는 “한국 소비자의 페레로에 대한 사랑이 깊어가면서 기업의 책임감을 느껴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며 “페레로 그룹이 갖고 있는 중요한 가치와 전략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 소비자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바커 대표는 “특히 젊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구입하는 제품과 회사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 한다”며 “페레로의 사회책임 활동을 더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전략을 갖고 있는 페레로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이 행사에 참석해 “창립 72주년을 맞이한 페레로 그룹은 유엔글로벌콤팩트에도 가입해 있고, 유엔이 합의한 SDGs(지속가능개발목표)의 실천에도 앞장서고 있다”며 “페레로가 내세우는 ‘가치 공유를 통한 가치 창출’ 전략은 모든 기업이 공유해야 할 목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식품 유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질 등 리스크에 대해선 본사가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갖고 대응하고 있다. 지방 기후나 환경에 상관없이 품질을 유지하도록 추적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조반니 페레로 CEO는 2016년 기업책임보고서에서 페레로가 남다른 상업윤리의 모범을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페레로의 성장은 늘 사람과 환경에 대한 존중과 함께하며 페레로는 이를 경제적인 성과보다 중시합니다. 나아가 페레로는 우리가 함께 일하는 세계 각국의 사람과 지역사회와 강한 유대관계를 지속해갈 것입니다. 우리는 페레로 커뮤니티로서 윤리적 헌신을 통해 세상을 더욱 달콤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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