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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와 미술관

나폴레옹의 ‘착오’가 낳은 美 내륙의 ‘보석’

세인트루이스 미술관

  • 최정표 |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jpchoi@konkuk.ac.kr

나폴레옹의 ‘착오’가 낳은 美 내륙의 ‘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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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게 인정받는 非동부 작가

나폴레옹의 ‘착오’가 낳은 美 내륙의 ‘보석’

조지 칼렙 빙엄, ‘뗏목 위의 사람들’, 1847

미술관은 미주리의 전설적 화가 조지 칼렙 빙엄(George Caleb Bingham)의 작품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다. 빙엄은 2011년에 탄생 200주기 행사가 거창하게 치러진, 19세기 미국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이다. 그는 버지니아의 비교적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가 빚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모든 재산을 날리고 온 가족이 ‘신천지’를 찾아 미주리로 이주했다. 그 바람에 학교교육도 제대로 못 받고 독학으로 화가가 됐다. 동부 출신이 아닌데도 드물게 미국 최고 화가로 칭송받는 작가다.

그는 미주리 강을 따라 펼쳐진 신개척지에서 일어나는 일상생활을 화폭에 담았다. ‘카드 놀이하는 뗏목 위의 사람들(Raftsmen Playing Cards)’도 그런 작품 중 하나다. 뗏목 위에 여섯 사람이 있는데 둘은 카드놀이를 하고, 둘은 이를 구경한다. 한 사람은 노를 젓고, 또 한 사람은 담배를 물고 생각에 잠겨 있다. 두 사람은 맨발로, 구두가 뗏목 위에 나뒹굴고 있고 술병도 보인다. 그림을 보는 이도 뗏목에 동승한 것처럼 느끼게 하는, 편안한 분위기의 그림이다. 당시 이 지역의 평화로운 생활상을 대변하는 그림이다.

빙엄은 목사나 변호사가 될 생각을 했다. 그러나 19세 때 그린 초상화가 20달러에 팔리자 자기 재능에 대해 용기를 갖게 됐다고 한다. 27세인 1838년에 세인트루이스 지역에서 초상화가로 이름을 날렸고, 유명 인사들이 그에게 줄지어 초상화를 의뢰했다. 그는 ‘고객’들과 좋은 관계를 쌓아나갔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에 진출해 여러 공직을 맡았다. 그런데 그는 자기 작품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 단 5%가량만 사인이 들어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진위 논쟁에 유달리 시달린다.

나폴레옹의 ‘착오’가 낳은 美 내륙의 ‘보석’

척 클로즈,‘키드’, 1970

전시실을 여기저기 돌다보면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대형 그림(320×400cm) 3점을 발견할 수 있다. 독일의 유명한 현대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가 그린 작품들이다. 그림 한 점이 두 폭으로 이뤄져 6폭짜리 병풍을 펼쳐놓은 것 같다. 제목은 ‘11월(November)’, ‘12월(December)’, ‘1월(January)’. 대형 캔버스에 무질서하게 뿌려놓은 먹물이 아래로 쭉쭉 흘러내리는 듯한 추상화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이 통일된 해인 1989년의 작품이다.



리히터는 동독 드레스덴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는 1961년 베를린 장벽이 들어서기 두 달 전에 가까스로 동독을 탈출해 서독에서 작품 활동을 했다. 이런 성장 배경 때문인지 통일을 지켜보는 그의 심정은 매우 복잡했다고 한다. 제목을 통해 이 그림들의 의미를 어렴풋이 짐작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그림을 그리며 그는 자신과 독일의 과거(11월), 현재(12월), 미래(1월)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리히터는 현재 미술시장에서 매우 인기 있는 작가다. 2004년 연간 거래액이 1억2000만 달러를 넘어섰고, 2010년 경매에서는 낙찰가 7600만 달러가 넘는 작품도 나왔다. 1990년대 중반부터 독일 밖의 미술 애호가들이 리히터의 작품을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놓치지 말아야 할 대형 작품들

미국의 사진작가이자 포토리얼리즘(photo realism) 화가인 척 클로즈(Chuck Close)의 대형 초상화 ‘키드(Keith)’ 역시 세인트루이스 미술관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이다. 275×213.4cm나 되는 대형 초상화가 그처럼 세밀하게 그려졌다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그림은 클로즈가 1968년에서 1970년까지 자기 가족과 친구들을 그린 7개의 대형 그리자이(grisaille) 초상화 중 하나다. 그리자이는 회색만 사용해 돋을새김으로 그리는 화법. 그리고자 하는 사람의 얼굴을 사진으로 찍은 후 그 이미지를 대형 캔버스로 옮겨서 그린다. 이 작품은 사진과 그림이 동시에 이용되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클로즈는 이처럼 세밀하면서도 매우 큰 초상화 작품으로 유명하다.

나폴레옹의 ‘착오’가 낳은 美 내륙의 ‘보석’
최정표

1953년 경남 하동 출생

미국 뉴욕주립대 박사(경제학)

공정거래위원회 비상임위원, 건국대 상경대학장

저서 : ‘재벌들의 특별한 외도’ ‘한국재벌사연구’ ‘공정거래정책 허와 실’ ‘한국의 그림가격지수’ 등

現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경실련 공동대표


클로즈는 워싱턴 주에서 태어나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를 졸업했다. 1964년 예일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풀브라이트 장학금으로 유럽에 건너가서 한동안 살기도 했다. 1970년에 첫 개인전을 열었으며, 1973년 그의 작품이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전시됐다. 1979년에는 휘트니 비엔날레의 초대 작가가 됐다. 현재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신동아 201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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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표 |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jpchoi@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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