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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급등에 맞벌이 부부 날벼락

‘아이돌봄’ 요금 폭등 “회사 그만둘 판…”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최저임금 급등에 맞벌이 부부 날벼락

  • ●아이돌봄 시간당 이용료 9650원…2년 새 48% 상승
    ●영아종일제 한 달에 231만 원, 민간 베이비시터보다 비싸
    ●최저임금 인상에 주휴·연차수당 반영 결과
    ●‘경력단절’ 막겠다더니, 갑자기 오른 비용에 ‘경단녀’ 될 판
    ●서비스 질도 보장 못 해… 아동학대를 어찌할꼬
최저임금 급등에 맞벌이 부부 날벼락
맞벌이를 하며 두 살, 다섯 살배기 남매를 키우는 직장인 최모(36) 씨는 요즘 진지하게 퇴직을 고민하고 있다. 올해 들어 ‘아이돌봄서비스(이하 아이돌봄)’ 이용료가 부쩍 오른 탓이다. 두 아이를 합쳐 하루 16시간(첫째 4시간+ 둘째 12시간)씩 주 5일 이용했을 때 한 달(20일 기준) 요금은 231만6000원. 지난해 요금 187만2000원과 비교하면 44만4000원이나 올랐다. 1년으로 따지면 비용이 532만8000원이 증가하는 셈이다. 최씨는 “월급이 350만 원 조금 넘는데, 아이돌봄 비용에 출퇴근 비용 등을 빼고 나면 손에 남는 돈이 50만 원도 채 안 된다. 회사를 그만두는 게 나은지, 요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라고 털어놓았다. 

정부가 제공하는 아이돌봄 이용료가 대폭 오르면서 이용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아이돌봄 이용료가 오른 이유는 최저임금이 올랐기 때문이다. 올해 아이돌봄 시간당 이용료는 9650원으로 지난해(7800원)보다 24% 올랐다. 해마다 요금이 조금씩 오르긴 했지만, 이렇게 많이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 최저임금은 6470원으로 전년 대비 7.2% 올랐다. 이듬해인 2018년에는 전년에 비해 16.3%가 오른 7530원, 올해는 여기에서 10.9% 인상돼 8350원으로 책정됐다. 같은 기간 아이돌봄 시간당 이용료는 2017년 6500원(인상률 동결), 2018년 7800원(인상률 20%), 2019년 9650원(인상률 23.7%)으로 올랐다. 

최저임금으로 따지면 지난해에 비해 올해 인상률이 더 낮지만, 아이돌봄 요금 인상률은 지난해보다 올해가 높다. 이유는 올해부터 아이돌보미 종사자도 주당 15시간 이상 근무하면 받는 주휴수당과 연차수당 수급 대상자가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늘어난 비용을 시간당 이용료에 반영했다.


늘어난 돌보미 비용, 맞벌이 부부에게 전가

아이돌봄서비스 홈페이지.

아이돌봄서비스 홈페이지.

아이돌보미는 2017년 8월 서울행정법원 판결에 따라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주휴·연차 수당은 지급되지 않았다. 이에 아이돌보미들은 지난해 2월 여성가족부를 상대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해 체불임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해 6월 광주지역 민사소송 1심에서 법원은 아이돌보미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아이돌보미 169명의 체불임금 일부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여가부는 올해부터 아이돌봄 이용료에 주휴·연차수당을 포함하게 됐다. 



아이돌봄 종사자의 처우가 개선됐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늘어난 비용에 대한 부담이 전적으로 이용자에게 전가되는 모양새라 맞벌이 부부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쌍둥이 남매를 키우고 있는 직장인 이모(40) 씨는 “아이 둘을 맡기면 요금을 25% 깎아주긴 하지만 요금이 갑자기 올라 당황스럽다. 부부합산 소득기준에 따라 정부 지원도 받지 못해 부담이 크다. 벌써부터 내년 최저임금이 얼마나 오를지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서비스 이용자 중 40%가 ‘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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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아이돌봄서비스는 만 12세 이하 아동을 둔 맞벌이 가정에 아이돌보미를 파견하는 사업으로 2012년 ‘아이돌봄 지원법’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맞벌이 부부의 육아문제를 해결해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고, 가족구성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데 목적이 있다. 

무엇보다 사설 베이비시터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정부에서 보증하는 보육 전문가가 투입된다는 점 때문에 사업 초기부터 많은 이에게 호응을 얻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워킹맘들 사이에서 아이돌봄서비스 이용자는 늘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문제는 갑자기 이용료가 비싸졌다는 점이다. “경력단절을 막겠다고 내놓은 서비스가 오히려 퇴사를 종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특히 정부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 ‘라’형 이용자의 불만이 높다. 아이돌봄 서비스는 크게 시간제와 영아종일제로 나뉜다. 시간제는 일반형 서비스와 종합형 서비스로 구분되는데, 일반형의 이용요금은 시간당 9650원으로 이용시간도 연 720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종합형 서비스는 아이 돌봄과 관련된 가사 서비스가 추가로 제공되고 이용시간은 일반형 지원 한도 내에서 차감된다. 동일 시간대에 형제·자매를 함께 돌보는 경우 아동별로 요금총액의 25%(2명), 33.3%(3명 이상) 감액된다. 영아종일제의 경우 이용요금은 시간제와 같고, 정부 지원 시간은 연 1200시간(월 200시간)이다. 

정부지원금은 시간제·영아종일제 모두 소득 기준에 따라 다 다르다. 4인 가족 기준 중위소득(부부합산 소득) 75% 이하(346만 원)에 해당하는 ‘가형’은 시간당 요금 9650원의 85%에 해당하는 8203원을 정부지원금으로 받는다. ‘나형’은 중위소득 120%(553만6000원) 이하로 정부지원금은 5308원(55%)이고, ‘다형’은 중위소득 150%(692만원) 이하로 정부지원금은 1448원(15%)이다. 한편 ‘라형’(중위소득 150% 초과)은 정부지원금을 일체 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현재 아이돌봄서비스 이용자 중 상당수가 ‘라형’에 속한다. 여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아이돌봄서비스 이용자 중 40%가 ‘라형’이다. 가형 30%, 나형 15%, 다형 15%로 라형 이용률이 가장 높다. “아이돌봄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볼멘소리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여가부는 “돌봄 서비스 이용료가 올라간 대신 중위소득 120% 이하에만 적용되던 지원을 150%로 확대했고, ‘다형’ 가구에 속해 있던 가정(6300여 가정)이 올해부터는 모두 ‘나형’으로 편입됐다”고 항변한다. ‘라형’에서 ‘다형’으로 조정된 가구도 1만4541가구 정도 된다. 하지만 라형(9650원)과 다형(8203원)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간당 요금이 오른 만큼 실제 내는 금액 또한 지난해에 비해 더 늘었다. 

지난해 ‘라형’에서 올해 ‘다형’으로 바뀐 워킹맘 이모 씨는 정부지원 유형이 바뀌었다는 소식이 전혀 기쁘지 않다. 이씨는 현재 생후 30개월 된 딸을 영아종일제로 맡기고 있다. 지난해 ‘라형’일 때 이씨가 내던 금액은 한 달 200시간 기준 156만 원이었던 데 비해, 올해는 ‘다형’이 됐음에도 164만 원을 낸다. 매월 8만 원을 더 내는 셈이다. 본인 부담금 비중이 지난해 65%에서 85%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처음 아이를 맡기기 시작한 2017년과 비교하면 한 달 이용금액이 무려 63만 원이나 늘었다.이씨는 “정부가 지원 범위를 넓혔다고 하지만 정작 이 혜택을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정부보조금 비율을 줄이는 식의 ‘꼼수’를 쓴다는 게 화가 난다”고 말했다.


집안일까지 해주는 사설 베이비시터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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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 ‘라’형이었다가 휴직하면서 소득이 줄어들어 올해 ‘다형’으로 분류된 직장인 곽모 씨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복직을 해 신규로 큰아이의 돌봄서비스를 시간제로 사용하면서 비용이 매월 30만 원 정도 더 늘었다. 곽씨는 “아직은 사설 베이비시터 가격보다 조금 싸긴 하지만 월급쟁이 처지에서는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라형의 경우 이미 사설 베이비시터보다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가정이 적지 않다. 현재 사설 베이비시터 시장가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긴 하나, 풀타임(보통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으로 근무할 경우 한 달 월급은 180만~200만 원 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가 두 명일 경우에는 비용이 좀 더 오를 수는 있으나, 앞서 소개한 최씨(아이돌봄 이용자)처럼 230만 원을 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사는 홍모 씨는 “아이가 지금 세 살인데, 갓난쟁이일 때부터 한 이모님이 쭉 맡아주고 계신다. 청소, 빨래, 요리 등 집안일도 다 해주시는 조건으로 180만 원을 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돌보미가 조선족인 경우 비용은 좀 더 저렴해진다. 서울 서초구 반포에 사는 정모 씨는 “일곱 살, 네 살 된 두 딸을 조선족 이모님한테 맡기고 있는데 한 달에 190만 원씩 드리고 있다. 한국에 온 지 10년이 넘은 분이라 음식도 우리 입맛에 맞게 잘하고 아이들과도 애착 관계가 잘 형성돼 있어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지원 여성발전센터의 경우도 베이비시터 이용료가 시간당 9000원이다.


아이돌봄 사업 예산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라형의 경우 사설 시장으로 눈을 돌리려는 이가 많다. 특히 아이돌봄은 가사에 대한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는 반면, 사설 베이비시터들은 가사일도 웬만큼 해주는 경우가 많다. 아이돌봄을 이용하다 2년 전 사설 베이비시터로 바꾼 직장인 김모 씨는 “아이돌봄은 정부가 정해놓은 틀에만 맞춰야 해서 ‘선생님(아이돌보미를 부르는 호칭)’께 따로 뭔가를 부탁하기가 힘들었는데, 지금 계신 이모님은 부탁하기 전에 알아서 해주시는 부분이 많아 만족스럽다. 만약 지금처럼 아이돌봄 요금이 계속 오르면, 그래도 이용자가 계속 늘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이돌봄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점점 떨어지는 가운데 정부는 올해 아이돌봄 인력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연내 돌보미를 7000여 명 추가 선발해 3만 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에 예산도 지난해 대비 두 배가량 늘렸다. 아이돌봄 이용 가구는 꾸준히 늘어 2014년 5만4326가구에서 2018년 6만4591가구로 18.8% 증가했다. 그사이 아이돌보미 수는 2014년 1만7208명에서 2018년 2만3675명으로 37.5% 늘었다. 

올해 여가부 전체 예산은 1조788억 원으로 지난해 7641억 원 대비 41.2% 늘었다. 이 중 아이돌봄 사업 예산은 2246억 원으로 지난해 1084억 원에 비해 1000억 원 넘게 늘었다. 이는 부처 단일 사업으로는 최대 규모다. 하지만 양적 확대 못지않게 서비스 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최근 서울 금천구에서 일어난 ‘아이돌보미 영아학대’ 사건을 통해 아이돌봄서비스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특히 아이돌보미에 대한 예방교육 등 사후관리가 허술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아이돌봄서비스 이용자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돌보미 정보 깜깜이, 신뢰도 추락

서울 금천구에서 일어난 아이돌보미 아동학대 사건 CCTV 영상. [유튜브 영상캡처]

서울 금천구에서 일어난 아이돌보미 아동학대 사건 CCTV 영상. [유튜브 영상캡처]

지난 4월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 아이돌보미가 생후 14개월 된 영아를 상습적으로 학대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올라와 충격을 안겼다. 동영상에서 아이돌보미는 아이의 뺨을 수시로 때리고 억지로 밥을 먹이는 등 거친 행동을 반복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후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나라에서 하는 서비스조차 믿지 못하겠다”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맘카페 한 회원은 “정부에서 하는 일이니 신원이 확실히 보장된다는 점이 좋아 아이돌봄을 이용하고 있는데, 사전 면접도 없이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배정되는 구조하며 지역별 센터에서 이용자에게 돌보미 선생님에 대한 만족도를 구체적으로 조사하지 않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정부가 아이돌보미의 처우 개선이나 공급 확대에 열을 올린 반면, 돌보미 교육 등 사후관리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돌보미는 전업주부와 경력단절 여성 등 신체가 건강한 활동 희망자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범죄나 정신질환 등의 결격사유가 없으면 서류와 면접을 통해 선발될 수 있다. 육아 관련 자격증이나 경력이 없어도 80시간의 교육만 이수하면 아이돌보미가 될 수 있다. 또한 교육과정 중 아동학대 예방 내용은 단 2시간에 불과하다. 

이용자 가정이 얻을 수 있는 돌보미 정보도 지극히 제한적이다. 4월 2일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은 SNS에 “돌보미 선생님의 정보도 깜깜이고 학대에 대한 위탁기관 페널티도 없다”며 “일하며 아이 키우는 부모에겐 매 순간이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하다”고 토로했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도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아이돌보미 41명 중 다시 현장으로 복귀한 돌보미가 11명이나 된다”며 “여가부에 아이돌보미 관리 허술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지만 여가부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라고 비판했다.


‘자격정지’ 1회에 바로 퇴출

이번 사건으로 학대를 저지른 아이돌보미에 대한 자격정지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아이돌봄지원법상 아이돌보미의 자격정지 근거는 ▲아이의 신체에 폭행을 가하거나 상해를 입힌 경우 ▲아이를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를 소홀히 한 경우 ▲아이의 주거지에서 행한 절도 등 불법행위 등이다. 이 경우 자격정지 기간은 1년 이내에 그치고 자격정지 처분을 3회 이상 받았을 때만 자격이 취소된다. 

논란이 확산되자 여가부는 부랴부랴 관련 대책을 내놨다. 먼저 자격 취소와 관련해 아동학대로 자격정지를 받은 경우 즉시 퇴출시키기로 하고, 채용과정 중 표준화된 매뉴얼을 제공하며 아동학대 예방교육도 늘리기로 했다. 또한 아이돌봄 이용 가정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해 혹시 은폐된 사건이 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아동학대 의심이 있는 가정에 대해서는 심층 방문 상담을 실시하고, 아이돌봄서비스 홈페이지에 신고 창구를 개설해 학대 신고도 받는다. 나아가 연내 아이돌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도입해 이용자의 실시간 만족도를 조사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현장 전문가와 함께 전담인력을 꾸려 근본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효율적인 예산 운용을 바탕으로 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비용은 비용대로 올려놓고, 서비스의 질은 ‘나 몰라라’ 하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돌보미들의 처우를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함과 동시에 고객 만족을 위한 장·단기적 계획을 치밀하게 짜, 그에 맞게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아 201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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