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호

설채현의 ‘반려견 마음 읽기’

반려견 분리불안에 대한 오해 5

함께 자는 건 분리불안 관계없다!

  • 설채현 수의사·동물행동전문가 dvm.seol@gmail.com

    입력2019-05-0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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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동물행동학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반려견의 분리불안 증세 때문이었다. 어떤 방법을 써도 해결되지 않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미국 유명 동물행동학 전문가들을 찾아다녔다. 다행히 지금은 반려견이 분리불안 문제를 극복해 주위에 피해를 주지 않고, 우리 가족의 삶도 어렵게 하지 않고 있다.
    병원에서 반려견 행동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증세가 분리불안이다. 분리불안은 반려견이 보호자 없이 혼자 있을 때 불안을 느껴 짖거나, 배변배뇨를 하고, 집 안을 엉망으로 만들어놓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 걸 일컫는 말이다. 이 가운데 보호자를 가장 곤혹스럽게 만드는 건 보통 짖는 문제다. 이웃의 민원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나는 반려견 보호자들에게 늘 펫티켓을 강조한다. 반려견 보호자들도 대부분 이웃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갖은 애를 쓴다. 그런데 집을 비울 때마다 개가 큰소리로 짖어댄다면 큰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많은 보호자가 반려견과 함께 나를 찾아온다. 

    사실 분리불안으로 인해 가장 힘든 건 개 자신이다. 분리불안 증세를 가진 개는 보호자가 없이 혼자 있어야 할 때 사람이 공황발작 증상을 일으킬 때 같은 수준의 불안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니 울부짖고, 심지어는 항문이 열려 의도치 않게 변을 흘리기까지 하는 것이다.

    오해는 분리불안 더욱 악화시켜

    반려견이 이런 증세를 보이면 보호자 또한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외출할 때마다 불안하고 되도록 오랫동안 반려견과 붙어 있느라 본의 아니게 ‘감옥 생활’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보호자까지 우울증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사실 내가 동물행동학을 공부하게 된 것도 이 문제 때문이다. 수의대 학생 시절, 내 반려견처럼 생각하던 당시 여자친구(현재 아내)의 반려견이 분리불안 증세를 갖고 있었다. 인터넷 검색을 하고 주위 사람들한테도 정보를 구해 온갖 노력을 다 해봤지만 증세가 개선되지 않았다. 결국 미국의 동물행동학 전문의 교수님들을 만나뵙고, 약물 처방 등에 대해 배운 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반려견의 분리불안 문제로 고민하는 보호자 중 상당수도 일단은 온라인에 떠도는 정보를 찾아 헤맬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널리 알려진 내용 중 잘못된 것이 많다는 점이다. 틀린 정보를 반려견에 적용하며 시간을 흘려보내면 강아지의 분리불안 증세가 더욱 악화해 손쓰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를 막고자 분리불안에 대해 널리 알려져 있는 오해 다섯 가지를 바로잡으려 한다.

    01 침대에서 반려견과 같이 자면 분리불안 문제가 생긴다?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봐도 이런 정보가 많이 나온다. 분리불안 증세가 생기지 않게 하려면 반려견과 같이 자지 말라고 말하는 자칭 ‘행동전문가’도 있다. 하지만 분리불안에 대한 공식적인 연구 어느 것을 살펴봐도 ‘같이 자기’와 분리불안 사이의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는다. 분리불안 증세가 있는 반려견 그룹과 증세가 없는 반려견 그룹의 보호자가 침대에서 같이 자는 비율을 비교한 결과 아무런 유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논문도 있다. 침대에서 같이 잔다고 분리불안 증세를 더 보이는 것도, 침대에서 같이 안 잔다고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단, 나는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는 반려견 보호자에게 일단은 같이 자지 않는 걸 연습해보라고 권한다. 침대에서 같이 자는 게 분리불안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조금 떨어져보는 연습을 하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사실 이 시도는 성공하기 어렵다. 한번 침대에서 같이 자기 시작한 반려견은 침대 또는 침대가 있는 방에 계속 들어오려 한다. 보호자가 이걸 계속 막아야 하는데, 보통은 우리 인내심보다 강아지 끈기가 더 강하다. 

    그래서 나는 정 따로 자지 못하겠다고 하면, 그리고 같이 자는 것이 불편하지 않다면 같이 잠자리에 들어도 된다고 말한다. 이 부분이 분리불안을 심화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02 분리불안이 있는 개는 같이 있을 때 무시해야 한다?

    분리불안은 보호자의 과잉 애정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반려견과 같이 있을 때 계속 무시하면 이 문제가 개선된다는 인식이 있다. 이 또한 잘못된 생각이다. 보호자의 과잉 애정, 반려견의 요구를 규칙 없이 다 수용하는 행동 등이 분리불안을 유발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반려견을 계속 무시하는 건 아주 잘못된 행동이다. 나는 그렇게 계속 무시하려면 반려견을 왜 키우느냐는 근본적인 질문도 던지고 싶다. 

    우리가 반려견을 키우는 건 서로 소통하고 위로받으며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서다. 그런데 반려견이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계속 무시하는 건, 오히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반려견의 심리적 불안감만 자극하는 행동이 된다.
     
    최근 나온 연구 결과를 봐도, 보호자가 반려견을 곁에 오지 못하게 밀어내거나, 반려견의 요구를 적절히 들어주지 않을 때 개가 더 큰 불안을 느끼고 분리불안 증세를 보였다. 개의 정신연령은 사람으로 치면 30개월 수준이다. 30개월 유아가 보호자가 없을 때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는 걸, 유아교육에서는 정상적인 반응으로 여긴다. 또 보호자가 아이의 욕구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관심을 주지 않을 때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불안해지고 더 큰 분리불안을 보인다고 한다. 

    분리불안을 가진 개를 보호자가 완전히 무시하면 분리불안 증세가 고쳐지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심해질 수 있다. 오히려 반려견이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잘해주라는 얘기는 아니다. 반려견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면 불안할 때 오히려 더 떼를 쓰고 될 때까지 소리를 지르게 된다. 보호자가 일정한 규칙을 정해두고, 그것을 예외 없이 정확히 지키면 반려견은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 무조건 잘해주는 것도, 무조건 무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03 집 안을 엉망으로 만드는 건 모두 분리불안 때문이다?

    분리불안의 3대 증상은 하울링을 포함한 짖기, 배변배뇨 실수, 집안 엉망으로 만들기 등이다. 많은 보호자가 자신이 없을 때 집 안이 엉망으로 되어 있으면 분리불안 탓을 한다. 하지만 그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 

    분리불안은 말 그대로 보호자와 분리된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불안이 커지면 반려견은 보호자를 부르려고 짖어대고 자신도 모르게 괄약근이 풀려 배변배뇨 실수를 한다. 또 불안감에서 탈출하고자 출입구 쪽을 공략해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거나 마음의 안정을 찾는 수단으로 보호자 냄새가 나는 물건을 씹기도 한다. 

    알아둘 것은 불안감 없이 집 안을 엉망으로 만드는 개도 있다는 점이다. 단지 혼자 있는 것이 심심해서 말이다. 이런 문제행동은 분리불안이 아니라 ‘분리관련 문제’라고 한다. 보호자가 있을 때는 미처 하지 못하는 장난을 혼자 있을 때 마음껏 하는 것으로, 나는 이런 개들을 ‘파티견’이라고 부른다. 혼자만의 파티를 즐긴다는 의미에서다. 

    분리불안과 분리관련 문제는 반드시 구별해야 한다. 해결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를 구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영상 촬영이다. 반려견이 혼자 있을 때 스트레스를 받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지 확인해야 한다. 

    영상을 봐도 모르겠으면, 반려견이 내가 외출을 준비할 때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지 아닌지 살펴보는 게 좋다. 엉망으로 만드는 공간이 집 안 어느 곳인지도 확인해봐야 한다. 주로 출입구 쪽이라면 분리불안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04 분리불안을 해결하는 방법은 다른 강아지를 더 키우는 것이다?

    반려견의 분리불안 증상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보호자가 저지르는 큰 실수 중 하나는 다른 강아지를 입양하는 것이다. 보통 “우리 강아지가 외로움을 타니 친구나 동생을 만들어줘야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반려견이 느끼는 외로움은 보호자가 없는 데서 오는 감정이다. 다른 강아지가 있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다른 강아지로 하여금 자신을 대신하게 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런 마음으로 강아지를 한 마리 더 키우는 것은 대개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외로운 강아지가 한 마리 더 늘어나는 셈이다. 

    물론 사회성이 좋은 강아지의 경우 ‘동생’이 생기면 분리불안이 해결되기도 한다. 이런 성향을 확인하려면 미리 친한 강아지를 집에 데려와서 반려견이 그 강아지와 같이 있을 때 안정을 찾는지 확인해보는 게 좋다.

    05 혼자 있을 때 문제행동을 보이지 않으면 분리불안이 없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분리불안의 3대 증상은 하울링을 포함한 짖기, 배변배뇨 실수, 집 안 엉망으로 만들기 등이다. 이런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고 개가 불안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분리불안 증상을 전혀 보이지 않는 반려견의 혈액을 채취해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검사한 결과 이들 또한 보호자와 떨어지면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리불안은 3대 증상 외에도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외출 후 들어와 봤더니 바닥에 오줌이 아닌 물이 있거나, 반려견 가슴팍이 축축이 젖어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개가 불안으로 인해 침을 흘렸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약물 치료의 중요성

    현대사회에는 보호자의 출근으로 인해 오랜 시간 혼자 지내는 반려견이 많다. 사회성이 좋은 개라면 ‘강아지 유치원’ 등에 보내 기본적인 교육을 받고 자기 에너지도 충분히 풀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할 것을 추천한다. 

    사실 선진국의 동물행동학 전문의들은 분리불안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약물 투여를 강조한다. 우리 반려견의 문제행동을 고치면서, 또 다른 많은 반려견을 상담 및 치료하면서 나 또한 이에 크게 공감하게 됐다. 개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행동 문제를 하루아침에 바로잡을 수 없다. 분리불안은 보호자가 없을 때 나타나는 문제여서 개선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으면 보호자 또한 지치게 된다. 반려견의 분리불안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면 전문가와 상담해볼 것을 권한다.


    설채현
    ● 1985년생
    ● 건국대 수의대 졸업
    ● 미국 UC데이비스, 미네소타대 동물행동치료 연수
    ● 미국 KPA(Karen Pryor Academy) 공인 트레이너
    ● 現 ‘그녀의 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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