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호

지식커뮤니티 Book치고

때로는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

‘나쁜 사마리아인들’로 나눈 지적 쾌감

  • 최준호 가천대 경찰안보학과 4학년·Book치고 1기

    입력2019-04-24 13:2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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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2018년 7월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나쁜 사마리아인들 불온도서 10년 그 후…’라는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2018년 7월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나쁜 사마리아인들 불온도서 10년 그 후…’라는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한국이 이만큼 성장한 건 자유시장 경제 덕’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장하준은 친절한 비유를 활용해 편견에 도전한다. 세계화와 정치, 부자 나라가 부자가 된 이유, 외국인 투자, 공기업, 지적재산권, 재정 건전성, 부패와 비민주주의 같은 어려운 이슈가 다양한 비유를 등에 업고 책을 채웠다.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저자가 ‘제조업’을 강조한 것도 인상 깊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GNI) 3만 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에 이어 7번째로 30-50클럽(GNI 3만 달러, 인구 5000만 이상)에 들었다. 자동차, 조선, 반도체, 전자 등 제조업의 역할이 컸다. 

    최근 들려오는 소식은 암울하다. 자동차, 조선업계는 적자 누적에 더해 극심한 노사 갈등까지 빚고 있다. 반도체산업도 시장 수요가 줄어 수익성이 악화됐다. 여기서 궁금한 점. ‘우리나라가 현상 유지라도 하려면 해오던 대로 하면 되는 것인가.’ 

    책에 답이 있었다. 저자가 제조업을 강조한 이유는 생산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생산성 높은 제조업은 기르고, 그렇지 않은 제조업은 구조조정하는 것이 옳은 선택. 우리나라는 반도체 등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지녔다. 유지, 발전시키는 게 맞다. 하지만 조선, 자동차는 경쟁력을 잃었다. 값싼 노동력을 앞세운 경쟁자가 너무 많아진 탓일 것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최고경영자(CEO) 메리 바라(Mary T. Barra)는 취임 후 2년(2016~2017) 동안 40조 원의 흑자를 냈다. 하지만 정작 내린 결단은 대규모 구조조정이었다.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땐 무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난 후 생각이 달라졌다.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볼 때는 옳은 선택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쟁력 잃은 제조업의 구조조정은 예견된 일이다. 이미 진행 중이기도 하다. 다음 단계를 위해서는 과감한 선택도 필요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노동자 처우를 보장할 묘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선진국을 자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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