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호

단독

LG유플러스의 한심한 고객 대응

“왜 제가 이런 고통을 받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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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9-04-17 10: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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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전 설치 당일 전화해 “파업이라 못 해요”

    • 고객센터 “우리 부서 일 아냐. 기사와 직접 조율”

    • ‘인터넷’ 찾아 커피숍·PC방 전전…감감 무소식

    • LG U+ “피해 줘 미안하지만 위약금은 내라”

    • 쓰지 않은 통신비로 매달 5만 원가량 빠져나가

    • 대응 매뉴얼 부재, 늑장 대처에 고객만 분통

    • 홈페이지에는 때 지난 2018년 CEO(하현희) 인사말이…

    직장인 A씨(44)는 최근 신용카드 이용 내역을 보다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쓰지도 않는 ‘LG유플러스’ 명의로 5만 원가량이 빠져나가고 있었던 것. 인터넷과 IP-TV 사용료와 해지한 휴대전화 잔여 할부금이었다. 자동이체 해지를 신청하려고 카드사와 은행에 문의했지만 “LG유플러스 측에 요청해 직접 해지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각종 공과금과 신용카드 대금이 연결돼 있어 통장을 해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A씨는 “왜 내가 이런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지, 왜 이런 돈을 내야 하는지 지금도 모르겠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사연은 2018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사를 앞둔 A씨는 12월 4일 인터넷과 TV 등을 이전 설치하려고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다. 이삿날인 12월 14일 오후 4시에 이전 설치가 가능하다는 답변과 설치 기사 사진, 일정을 확인하는 문자도 함께 받았다. 여성 1인가구여서 외부 사람을 집 안에 들이는 게 껄끄러웠는데 기사 사진과 신원을 확인하니 안심이 됐다. 

    고객센터 상담사는 “요즘 1인가구를 위한 IoT(사물인터넷) 서비스가 인기다. 깜빡 잊고 가전제품을 켜놓았더라도 외부에서 끌 수 있고, 귀가 전에 미리 조명을 켜놓을 수 있다”며 IoT 제품 추가 설치를 권했다. IoT는 여러 사물에 정보통신기술이 융합돼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기술로, 상담사는 월 이용료 1만2100원짜리 ‘내맘대로 IoT’를 권했다.

    아침부터 칼바람이 불더니…

    “통신비가 부담됐지만 LG 제품에 대한 신뢰가 있었고, 상담사도 같은 여성이어서 제품 설명에 공감이 갔다. 이왕 설치하는 거 ‘이삿날 함께 설치하는 게 어떠냐’고 하기에 흔쾌히 신청했다.” 

    A씨는 월 10만~15만 원의 휴대전화비를 내는 LG유플러스 VIP 고객이었다. 인터넷과 TV, 태블릿 PC 이용료 등을 합치면 월 20만 원가량을 LG유플러스에 통신비로 냈다. 직장 업무를 하면서 틈틈이 대학 강의와 논문을 준비해야 해 그에게 인터넷 환경은 필수다. 오랫동안 LG 가전제품을 쓰면서 생긴 신뢰는 LG유플러스 제품 선택으로 이어졌다. 



    이삿날 전날인 12월 13일 “내일 4시에 설치하겠다”며 설치기사가 확인 전화를 했다. 준비는 순조로웠다. 

    한동안 포근했던 겨울 날씨가 이삿날이 되자 영하 8도로 수은주가 뚝 떨어졌고, 바람마저 심상찮았다. 새벽 댓바람에 이사를 하고, 이삿짐센터 직원들에게 짐을 부릴 위치를 알려주고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을 분주히 오갔다. 오전 10시 15분, 눈에 익은 번호의 전화가 걸려왔다.

    -기사 : “저기요, 오늘 파업 때문에 설치를 못 해요.” 

    -A : “네? 파업요? 오늘 이삿날에 설치해야 하는데. 그럼 언제 설치할 수 있나요?” 

    -기사 : “몰라요. 다시 (고객센터에) 신청 전화하세요.”

    홈서비스센터 직원들의 파업으로 이전 설치를 못 해준다는 일방적인 통보였다. ‘죄송하다’거나 상황 설명도 없이 남 얘기하듯 말하는 태도에 기분이 언짢았다. TV는 안 보더라도 당장 인터넷은 써야 했는데 난감했다. ‘아침부터 칼바람이 불더니’ 하고는 날씨 탓을 했다. 

    “다시 설치 날짜를 잡으려면 연차 휴가를 내야 하고, 당장 강의 자료와 논문 준비 등 작업할 게 많은데 인터넷이 안 된다니 막막하더군요. 파업은 할 수 있다고 봐요. 그래도 LG유플러스는 대기업이니 ‘파업 대응 매뉴얼은 있겠지’하고 생각했는데, 아 그런데 없더라고요.” 

    당시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희망연대노동조합)는 홈서비스센터 협력업체 직원들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이삿날인 14일은 직원 50%를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합의하고 파업은 끝났다. 

    급한 마음에 10일 전 통화한 김모 상담사에게 전화를 했다. 파업 여부를 알지 못한 상담사는 “알아보고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 이후 연락이 없자 다시 여러 차례 전화를 했다. 상담사는 “(확인해보니) 파업이 맞다. 내일(12월 15일) 토요일인데 시간이 되느냐. 토요일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지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휴대전화 수신음 소리를 최대한 올려놓고 이삿짐 정리를 하니 어느새 저녁이 됐다. ‘내일 연락오겠지’ 하고 일을 계속했다.

    설치 기사 기다리며 집 근처 ‘대기’

    A씨의 인터넷·IP-TV 청구 요금 내역서.

    A씨의 인터넷·IP-TV 청구 요금 내역서.

    다음 날 A씨는 아침부터 커피숍에 앉아 노트북과 씨름했다. 평소 쓰던 데스크톱 컴퓨터에 있던 자료가 필요해 두 번 집에도 다녀왔다. 번거로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혹시나 설치 기사가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집 근처를 맴돌았다. 그러나 전화는 없었다. 

    그의 이런 생활은 일주일간 이어졌다. 2주 내로 논문을 써야 해 퇴근 후에는 집에서 버스 5정거장 거리인 ‘24시간 커피숍’으로 갔다. 집 근처 작은 커피숍에 가봤지만 오래 앉아 있으니 눈치가 보여 마시지도 않는 차를 또 시켜야 했다. 유명업체 커피숍은 소란스러웠다. 집중이 안 돼 근처 PC방에 갔지만 담배 냄새와 게임 소리에 다시 돌아왔다. 집에서 2대의 모니터를 보면서 작업할 때보다 작업 속도는 훨씬 더뎠다. 새벽 2시가 돼 택시를 탔고, 어떤 날은 택시비가 아까워 추운 새벽길을 걷기도 했다. 괜한 커피 값에, 택시비에, PC방 출력비용을 내야 하고 불편한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게 한심스러웠다. 

    파업도 끝났는데 이상하다 싶어 12월 18일 오후 여러 차례 전화를 했다. 어렵게 연결된 또 다른 상담사는 내용을 알지 못했다.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관리자가 직접 해결책을 회신해줄 것을 요구했다. 한참 뒤 연락을 해온 관리자 정모 팀장은 “설치 일정에 대해서는 해당 설치 부서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마터면 A씨는 소리를 지를 뻔했다. A씨의 항의에 “한 달간 통신비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속된 말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돈으로만 치면 일주일간 밖에서 전전하느라 최소한 한 달 통신비의 5배는 썼을 겁니다. 파업 여파로 설치가 안 된다면 해지를 하고 다른 통신사를 이용해야 하는데 상황 설명은 안 해주고 자신도 모른다고 하니 답답했죠.” 

    다음 날 정 팀장의 설명도 어제와 같았다. ‘설치 가능 일정은 우리(고객서비스센터) 소관이 아니어서 담당 (설치) 부서와 조율해야 하고, ‘해당 부서에 최대한 빠른 시일에 조율해달라고 요청했으니 전화가 가면 일정을 조율하라’는 내용이었다. 앞서 IoT 상품을 판매할 때는 설치 부서와 이미 조율을 끝내고 연락을 주더니 이제는 설치 기사와 직접 일정을 조율하라는 것도 언짢았다.

    “피해 줘 미안하지만 위약금은 내라”

    LG유플러스 홈페이지에 있는 하현희 대표의 인사말.

    LG유플러스 홈페이지에 있는 하현희 대표의 인사말.

    “30분간 통화하다가 해결 의지가 없는 거 같아 포기했어요. 파업 때문이라면 대응 매뉴얼이 있을 거고, 보상 지침이나 해지 규정이 있을 건데 고객 전담부서 관리자들은 제 역할을 못 하고 ‘충성 고객’은 발을 구르는 ‘웃픈’ 현실이더군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다른 통신사에 들를 수밖에요.” 

    결국 그는 인근 KT매장을 찾아 인터넷 설치 상담을 했다. 그 자리에서 “LG유플러스의 귀책사유로 소비자가 서비스 이용을 못 했으니 위약금(할인반환금) 면제해지 대상이 된다”는 말도 들었다. 사용 상품의 약정기간은 3년이었는데 1년이 남았던 터였다. 해지와 보상 관련된 규정을 타사 직원에게 들어야 했다. 

    A씨는 ‘사고’ 12일 뒤인 12월 26일 LG유플러스 홈페이지에 마지막 글을 올렸다. “귀사의 귀책사유로 상당한 정신적 물질적 손해를 입었고, LG 브랜드에 대한 신뢰 실추와 충성 고객 이탈을 불렀다”며 ‘위약금 면제(위면) 해지’를 요청했다. 잔여 포인트 9만7470점과 그동안의 비용, 정신적 피해 보상까지 요구하고 싶었지만 구차할 거 같았다. LG유플러스는 위면 해지 사유로 △서비스 불가능 지역 △회사 책임으로 월 48시간(2일) 이상 장애가 생긴 경우 △가입자가 사망한 경우 등으로 규정하지만, 고객지원팀은 “많은 피해를 드려 죄송하다. 그러나 위약금 없는 해지 처리 대상이 아니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A씨는 “더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회사 귀책사유로 48시간 넘게 장애가 생겼는데 왜 사유가 안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날부로 LG유플러스 회원 탈퇴를 했지만 ‘약정’이 끝나지 않아 지금도 매달 3만3000원의 인터넷·IP-TV사용료와 계약 해지로 휴대전화 할인반환금 1만3890원을 낸다. 포인트 소멸 등을 감안하면 모두 합해 50만 원 상당의 손해를 감수하는 셈이다. 새로 설치한 KT 제품 사용도 익숙지 않다. 

    “LG유플러스 상담사분은 모두 친절했어요. 문제는 관리자들이 자신들 일이 아니라며 직접 설치 기사와 조율하라는 식으로 말하는 데 굉장히 실망했어요. 파업이 문제였다면 대체인력을 준비하든지, 현 상황과 해지 절차 등을 상세히 설명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계약 당사자로서 그건 회사의 의무입니다. 하소연할 데가 없어 올 3월 초 CEO에게 직접 사연을 설명하려고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그냥 나왔어요. 2019년이 시작된 지가 언제인데 아직 2018년 CEO 인사말이 게재돼 있기에 ‘아, 이분은 고객과 소통하는 주요 창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말해봤자 의미가 없을 거 같아 LG유플러스 VIP 충성고객은 미련 없이 떠났어요.” 

    기자에게 건넨 A4 6장 분량의 
문건 중 일부.

    기자에게 건넨 A4 6장 분량의 문건 중 일부.

    그의 말대로, LG유플러스 홈페이지에 있는 ‘CEO(하현희 대표) 메시지’는 ‘LG유플러스는 2018년에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로 시작하고 있었다. 

    A씨는 A4용지 6장 분량의 문건을 기자에게 건넸다. 거기엔 시간대별로 자신이 겪은 일이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그는 “LG유플러스 대표에게 보내려고 제가 겪은 일을 상세히 기록한 거예요. 평소 소비자 의식이 강한 것도 아닌데, ‘이상한 갑(甲)질’을 당하다 보니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알려주고 싶었거든요. 이젠 관련 기관이나 법원에 제출하려고 해요. 소비자들이 저 같은 피해를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소비자원 “파업은 천재지변 아냐…피해구제신청을”

    이와 관련해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파업은 천재지변 같은 불가항력이 아닌 만큼 회사 귀책사유로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고, 소비자가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 했다면 ‘이행지체로 인한 계약해제’로 볼 수 있다”며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신청을 하면 사건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A씨 사례를 확인한 결과 고객센터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파업 관련 ‘고객 케어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거 같다”며 “위면해지 등 신속히 조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17년에도 명의 변경 후 3개월이 지나지 않으면 사망을 해도 위약금을 물게 했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다른 통신사들은 사망 증빙 서류만 제출하면 위약금을 물지 않고 해지할 수 있었다. 고객센터만 탓할 게 아니라 ‘고객에게 신뢰를 주겠다’는 하현희 대표의 말처럼 진정성 있는 고객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배수강 편집장

    배수강 편집장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키듯, 평범한 이웃들이 나라를 지켰다고 생각합니다. ‘남도 나와 같이, 겉도 속과 같이, 끝도 시작과 같이’ 살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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