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윤 기자]
김척 예비역 중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998년 2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지하벙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고(故) 김훈 중위의 아버지다. 올 3월 27일 법원은 김 장군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다. 김 장군은 즉각 항소하며 20년 넘게 이어온 싸움을 다시 시작했다.
시계를 1998년으로 돌려보자. 김 중위 시신이 발견되자 국방부는 사망 원인을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은 채 ‘최전방 부대 장교가 자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김 중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이 계속 드러났다. 유족, 국회, 언론 등이 진상을 밝히라고 요구하면서 군은 두 차례에 걸쳐 재조사를 했다. 결론은 변함없이 ‘자살’이었다.
김 장군을 비롯한 유족들은 “군 조사단이 진실을 은폐·왜곡했다”며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이때는 일부 승소했다. 2006년 대법원은 “군이 사건 발생 초기 대응을 잘못했다. 이제는 자살인지 타살인지 밝히기 어렵게 됐다”면서 ‘진상조사 불능’ 책임을 군에 물었다.
김 장군은 이 판결로 아들 명예가 조금이나마 회복되길 기대했다. 그러나 2010년 국방부 장관이 국정감사에 출석해 “대법원 판결에서 자살이 인정됐다”고 하는 등 국방부 관계자는 판결 내용과 다른 발언을 계속했다. 2012년 국민권익위원회가 국방부에 김 중위를 “순직처리하라”고 권고했지만, 이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7년 9월 뒤늦게 순직처리를 발표하면서도 유족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김 장군은 지난해 6월, 이 문제를 지적하며 또 한 번 정부 상대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최근 1심에서 패소한 그 재판이다.
“군에서 사망사건이 발생했는데 정부가 진실을 밝히고 망자의 명예를 지켜주기는커녕 진실을 덮고 오히려 모욕한 사건이다. 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어느 부모가 나라를 믿고 아들을 군에 보내겠나.”
김 장군이 “끝까지 싸우겠다”고 결심한 이유다. 그는 “나는 군을 누구보다 사랑한다. 내가 평생 몸담았고 아들 또한 충성을 다했던 우리 군의 잘못을 바로잡는 게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