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호

단독 입수

육군 작성 ‘공군 주도 전력증강’ 비판 문건

“F-35 추가도입, 공군 이기주의 해군(害軍) 행위”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19-04-19 07: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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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경두 장관 등 공사 출신이 군 핵심 포진

    • “공군 조종사 출신들의 헤게모니 장악”

    • “자군 이기주의로 인한 혈세 낭비”

    • “천무-Ⅱ, KTSSM-Ⅰ·Ⅱ 조기 전력화가 효과적”

    • “스텔스와 미사일·잠수함·무인기 융합돼야”

    F-35A.

    F-35A.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전투기 조종 경력이 2800시간이 넘는 베테랑 조종사다. 공군사관학교 30기. 제1전투비행단장, 공군본부 전력기획참모부장,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을 역임했다. 공군 전력 증강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정석환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예비역 소장)은 공사 31기다. 국방정책실장은 국방부의 꽃’으로 일컬어지는 핵심 요직. 육군 출신 정책통이 주로 맡아왔다(16명 중 14명이 육군 장성 출신). 공군 장성 출신 국방정책실장은 그가 처음이다. 차기전투기(FX) 평가단장을 지낸 공군 전력 증강 분야 전문가다. 

    2018년 11월 원인철 중장(공사 32기)이 합동참모본부 2인자인 합참 차장, 이성용 중장(공사 34기)이 합참 핵심 요직인 전략기획본부장에 임명됐다. 공군 중장 2명이 합참 요직에 동시에 기용된 것도 그때가 처음이다. 원인철 합참 차장은 4월 8일 공군참모총장(대장)으로 내정됐다. 

    군 전력 소요를 결정하는 지휘 라인(장관, 합참 차장, 전략본부장)이 공군으로만 보직된 것은 이번 정부가 처음이다. 군 안팎에서 ‘공사다망’이라는 말이 회자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공적, 사적인 일로 매우 바쁘다는 뜻의 ‘공사다망(公私多忙)’을 공사가 다 망친다는 뜻의 ‘공사다망(空士多亡)’으로 희화한 것.

    “공군, F-35A 20대 추가 확보 검토”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이 전투기부터 미사일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다양한 군 장비를 엄청난 규모로 구입하는 데 합의했다. 우리는 구입에 감사한다. 매우 큰 규모의 구입이다. 우리는 항상 감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월 11일 한미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한국이 대량의 미국산 무기를 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장 구매하기로 한 전투기나 미사일은 없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F-35A 추가 구매 등을 압박하는 발언으로 해석했다. 

    국방부는 F-35A 스텔스 전투기를 40대 도입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총사업비 7조4000억 원 규모. 최근 두 대가 국내에 들어왔고 2021년까지 순차적으로 38대를 도입한다. 군은 3조5000억 원을 더 투입해 F-35A 20대를 추가로 확보하는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에 조성되고 있는 평화 분위기를 강한 군사력으로 뒷받침하겠다”면서 올해부터 5년간 270조7000억 원의 국방비를 투입하기로 했다. 국방예산의 유례없는 증액은 전작권 전환에 대비해 연합작전 주도 능력을 확보하려는 포석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목표로 한다. 

    향후 5년간 국방비 연평균 증가율은 최근 10년간 국방예산 연평균 증가율인 4.9%를 크게 상회하는 7.5%에 달한다. 2018년 국방예산은 7%를 증액했으며 2019년 국방예산은 8.2%, 그중 방위력 개선비는 13.4%를 증액했다. 2018년부터 5년간 방위력개선비로 94조10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건전한 논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정경두 국방장관이 3월 1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정경두 국방장관이 3월 1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군 안팎 호사가들의 입에 회자되는 공사다망(空士多亡)이라는 표현에는 공군참모총장 출신의 정경두 장관이 주도하는 전력증강사업에 대한 육군의 비판적 인식도 담겨 있다. 군 내부에서 논란이 가장 많은 사안은 공군이 원하는 F-35A 20대 추가 도입이다. F-35A는 레이저에 쉽게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기능과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갖췄다. 미군의 최첨단 스텔스 기종인 F-22의 성능을 보편화한 기종이다. 

    ‘신동아’는 F-35A 추가 도입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단독으로 입수했다. 현역 군 인사가 작성한 것으로 국회에서 공유됐으며, 청와대 일각에서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은 “F-35A의 비싼 도입 가격과 운영 유지비, 기술 이전 제한, 효과적인 비대칭 능력의 국내 개발 능력 등을 고려할 때 종합적으로 판단 시 F-35A 추가 도입보다 미사일, 무인기 등 비대칭 전력 도입이 효과적”이라고 결론짓는다. 문건은 “군 전력소요를 결정하는 지휘 라인(장관, 합참 차장, 합참 전략본부장)이 공군으로 보직돼 자군 이기주의에 의해 F-35A 추가 도입에 대한 건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문건은 이어 “제한된 국방비를 효과적으로 집행하려면 합목적적 방위력 개선이 중요하며, 수도권 핵심 위협 등 현존하는 적 위협과 한미동맹에 기초한 전력을 고려해 F-35 추가 도입은 재검토해야 한다”며 “공군 조종사 출신들의 헤게모니 장악”을 언급하면서 “자군 이기주의” “해군(害軍·군을 해치는) 행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주변국들과의 국력 차이를 무시하고 양적인 경쟁으로 F-35를 추가 도입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선택이며, 자군 이기주의로 인해 (육·해·공군) 합동성을 훼손하고, 혈세를 낭비하는 해군(害軍) 행위다. 오히려 더 경제적이면서 더 치명적인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잠수함, 미사일 전력을 조기에 보강해 기도입 중인 F-35와 통합 운용하는 것이 합동성을 강화하는 효과적인 전략이다.”

    “무인기·미사일 전력 보강해야”

    문건의 결론 부분은 다음과 같다. 

    “페라리, 포르쉐, 람보르기니가 ‘좋은 차’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문제는 그것을 구매할 돈과 유지에 들어가는 유류비, 보험료, 각종 수리비 등의 부담이다. 우리나라 연간 국방비가 1000억 달러(114조 원) 정도 되면 폭격기, 전투기, 정찰기, 공중급유기 등을 종류별로 구매할 수 있으나 30조 원 남짓의 제한된 예산으로 60만 명의 대군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F-35의 비행시간당 유지비, 부품 가격 등도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적의 레이더 추적 및 공격으로부터 기체를 보호할 수 있는 스텔스 전투기는 비대칭적인 게임체인저임에는 틀림없으나 국방예산의 제한 속에서 긴급히 전력화를 추진해야 하는 타 게임체인저의 전력화에는 큰 장애물이다. 

    현존하는 최강의 전투기인 F-22도 2012년에 양산을 종료한 것을 고려 시 스텔스 기술의 진부화, 현존 위협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육참골단(肉斬骨斷)의 자세로 F-35 전력화 소요를 줄이고, 그로 인해 절약한 예산으로 육·해·공군의 무인기, 미사일 전력에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첨단 과학기술 발전 속도 고려 시 무기체계의 기술 진부화는 빠르게 진행될 것이므로 총 수명 주기가 상대적으로 짧은 무인기 및 미사일이 효과적이며,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F-35 구매보다 무인기 및 미사일 전력화는 국산화를 통해 국내 방위산업 육성과 국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이 문건 내용은 전력증강사업과 관련한 군 내부의 의견 대립이 심상치 않음을 방증한다. 공군은 북핵 및 주변국 위협을 고려해 F-35A 20대 추가 도입을 추진 중이며 해군은 대형 수송함-Ⅱ 사업과 연계해 F-35B(수직이착륙기)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F-35A는 공군용, F-35B는 해병대용, F-35C는 해군용(항공모함 탑재기)이다.

    “공군 전력만으로 북한 내 필수 표적 타격은 시대착오적 발상”

    F-35A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탄도미사일 발사 시설을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 작전용으로도 활용된다. 개전 초 북한의 방공망을 제압하고 전략 표적을 파괴할 수 있다. 응징보복 전력으로서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는 기능도 한다. 유사시 지상·해상군을 지원하며 적의 병참선을 차단하고 해상 작전을 지원한다. 

    공군은 2021년까지 40대의 F-35A를 보유하게 되지만 주변국에 비해 양적으로 열세하므로 20대 추가 구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계속되는 문건의 내용이다.

    “주변국의 군사력, 스텔스 전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F35가 20대 더 있고, 덜 있고의 차이는 크지 않다. 고슴도치 전략으로 주변 열강 등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힘든 잠수함, 미사일 전력 등 비대칭 수단을 개발하거나 기존 전력의 융합을 통한 시너지 극대화 전략이 효과적이다. 북한 핵·미사일 대응은 공군력만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지·해·공의 가용 전력을 통합해야 한다. 북한 내 필수 표적군(2460개)을 공군 전력만으로 타격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문건은 특히 미사일 전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스텔스 기능을 활용해 은밀 침투 및 공격할 수 있는 F-35는 킬 체인 운용 전력임에 틀림없으나 합동직격탄(JDAM) 2발을 투하하고 다시 기지로 복귀해 출격하는 작전 수행 체계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적의 반격을 허용하는 방안이다. 전투기는 1일 최대 4회 출격이 가능하며 항공기별 8발밖에 투하할 수 없으므로 북한 탄도미사일작전구역(BMOA)의 핵심표적을 동시·단시간 내 타격하는 것이 제한된다. 북핵의 위험성 고려 시 우리의 생존을 위해 개전 초 미사일 전력으로 200여 개의 이동발사대와 방공무기를 일거해 타격해 무력화하고, 감시·타격 가능한 공격무인기, 자폭무인기, 항공기를 이용해 잔여 세력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전쟁 개시 시간(H-hour)과 공군기 탄약이 목표를 타격하는 시간(F-hour)의 갭(gap)으로 인해 수도권이 타격받는 것을 무인기, 미사일 등의 전력을 이용해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몰빵’하지 말라”

    문건은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개전 초 수도권의 안전 확보는 국가의 명운이 걸린 사안으로 초전(初戰·전쟁이 시작된 첫머리) 30분 이내 적의 핵심 화력을 초토화시켜야 한다. 방공망이 제압되더라도 공군의 경우 공중우세 확보를 최우선 과업으로 할당하다 보니 초전 수도권 위협에 대한 전력 집중이 제한된다. 아군의 전략적 중심인 수도권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초전 생존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미사일 전력을 조기에 보강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 선택이다. 

    공군 전력 운용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최단시간 내 최소희생’으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효율성, 생존성,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F-35 추가도입 예산으로는 감시 전력인 군단급 무인기와 지상작전사령부 무인기, 타격 전력인 천무-Ⅱ, KTSSM-Ⅰ·Ⅱ 등 지대지 전력의 조기 전력화를 추진하는 게 효과적이다.”


    천무-Ⅱ는 다연장로켓, KTSSM은 갱도파괴용 전술지대지유도탄이다. 

    문건의 내용을 시쳇말로 설명하면 “‘투입’ 대비 ‘효과’가 제한적인 값비싼 스텔스기에만 ‘몰빵’하지 말라”는 것이다. F-35 1대당 가격은 1012억 원(8900만 달러) 수준이다. 문건은 “플랫폼 고려 시 1대당 1850억 원 이상의 고가”라고 설명한다. 스텔스 장비 특성상 4~5년 단위로 도료를 교체하는 등 운영 유지비도 필요하다. 20년 수명 기준 1대당 2500억 원이 소요된다. 1년 기준으로는 1대당 125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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