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호

심층취재

‘버닝썬과 文정부 고리’ 윤규근 총경

“사건 핵심인물 모두 광주 출신… 권력형 의혹 수사 제대로 될까?”

  • 최재필 뉴데일리 사회부 기자 jpchoi@newdaily.co.kr

    입력2019-04-2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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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盧·文정부 청와대 근무, 경찰청 요직 거쳐

    • “실세 중의 실세 경찰”

    • “文정부 실세들과 인연”

    • “승리·유인석 뒷배로 알려져”

    • 경찰 수사 의지 의문

    영업이 중단된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입구, 3월 15일, 윤규근 총경이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조사를 받고 귀가하는 모습, 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 (왼쪽부터) [뉴스1, KBS, 뉴시스]

    영업이 중단된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입구, 3월 15일, 윤규근 총경이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조사를 받고 귀가하는 모습, 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 (왼쪽부터) [뉴스1, KBS, 뉴시스]

    단순 폭행사건에서 시작된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사태가 확산 일로다. 유명 연예인 스캔들을 넘어 공무원-경찰 유착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어서다. 버닝썬 사건과 문재인 정부의 고리는 윤규근 총경(49). 정치권에선 권력형 의혹도 흘러나오고 있다.

    “청와대 들어간 게 놀라웠다”

    “윤 총경이 경찰청 인사담당관으로 왔을 땐 놀랍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번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청와대에 들어간 게 놀라웠다.” 

    윤규근 총경이 청와대에 들어갈 무렵, 경찰 간부 A씨가 전하는 경찰 내부의 분위기다. A씨는 “청와대 근무 후 요직으로 복귀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라며 “다만 통상 청와대 파견은 정보 파트에서 나가는데 정보 쪽 경력이 적은 윤 총경이 이번 정권 출범 후 청와대로 입성해 조직 내부에선 의아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했다. 경찰 내에선 ‘청와대 근무=승진’으로 통한다. 정권과 ‘친분’이 없으면 청와대 파견은 실제로 쉽지 않다는 게 일선 경찰들의 말이다. 

    윤 총경은 ‘버닝썬 사태’ 연루 의혹으로 대기발령 중이다. 경찰대(9기) 출신인 윤 총경은 경찰에 입직한 뒤 교통이나 생활안전 등의 부서에서 대부분 근무했다. 그는 지난해 8월께 청와대에서 경찰로 복귀하면서 경찰청 인사담당관이 됐다. 경찰청 인사담당관은 경찰 조직 인사 등을 총괄하는 요직으로, 사실상 ‘영전’이었다. 

    그러나 ‘잘나가던’ 그는 ‘버닝썬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최근 지목됐다. 버닝썬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그룹 빅뱅 전 멤버 승리(29·이승현)와 배우 박한별의 남편이자 유리홀딩스 대표인 유인석(34) 씨 등의 ‘뒷배’로 알려지면서다. 



    윤 총경이 이들을 비호한 정황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승리와 유씨가 운영한 라운지바 ‘몽키뮤지엄’ 사건 개입 의혹,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의 음주운전 언론보도 무마에 개입한 의혹, 그리고 유인석 씨에게 골프와 식사 접대 등을 받은 의혹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골프 접대’ 의혹은 거의 사실로 드러났다. 4월 12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유씨가 윤 총경과 함께 한 식사 2차례와 골프 2회 등에 대해 비용을 결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윤 총경은 유씨와 총 6차례 식사 자리에서 만난 사실을 인정했지만 자신이 비용을 결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이 결제내역 등을 제시하자 윤 총경도 식사비용 등을 제공받은 점을 어느 정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경은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피의자 신분이 됐다.

    강남서 근무 후 강남 소재 업소 비호 정황

    경찰 측 설명에 따르면, 윤 총경은 2016년 7월께 승리와 유씨가 강남에서 운영하던 라운지바 ‘몽키뮤지엄’이 경찰 수사를 받자 수사 상황을 빼내 승리 측에 알려주고 이후 1개월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자 후배 경찰을 통해 과징금 수준으로 축소하는 데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 하는 의혹을 받고 있다. 

    3월 13일 SBS funE가 입수해 보도한 승리, 유씨 등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방(카톡방)에는 “경찰총장이 해결해주기로 했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경찰총장’은 윤 총경을 지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경은 사건 즈음인 2016년 1월 총경 승진 후 중앙경찰학교 교무과장으로 근무했지만, 직전까지 강남경찰서 생활안전과장으로 근무했다. 강남경찰서 경찰들에 대한 영향력이 살아 있던 시기라고 추정할 수 있다. 

    사실 가장 큰 의문은 윤 총경이 승리와 유씨 등을 어떻게 알게 됐을까 하는 점이다. 생활안전과에서 근무했던 한 경찰은 “경찰이 업소의 ‘뒷배’가 돼줄 정도라면 업주와 단순한 ‘친분 관계’ 이상의 뭔가가 있어야 한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강남뿐만 아니라 전국 대도시 어디든 유흥업소 측은 단속권을 가진 경찰 간부에게 줄을 대기 위해 여기저기 인연을 찾게 된다. 학연, 지연, 입직 동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하지만 경찰 간부는 웬만한 신뢰관계가 없으면 ‘인연’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아무런 연고나 신뢰관계가 없는데 단지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친분을 쌓고 ‘뒷배’ 노릇을 해줬다는 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윤 총경과 승리 등 ‘버닝썬 게이트’에 연루된 사람들의 공통점은 뭘까. 주목을 끄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광주’다. 버닝썬 운영에 개입한 가수 승리, 경찰에 돈을 건넨 전직 경찰 출신 브로커 강모(44) 씨, 강씨를 도운 폭력조직 출신 이모 씨, 강씨가 근무한 회사의 전·현직 대표, 윤 총경 등 연관된 주요 인물들이 ‘광주’ 출신이다. 수사기관 일각에서 버닝썬 사태를 ‘광주커넥션’ ‘우리가 남이가 호남판’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윤 총경은 서울 출신으로 알려졌지만, 승리와 같은 광주광역시의 C중학교를 졸업했다. 승리와 중학교 선후배 사이다. 같은 광주 출신인 전직 경찰관 강씨는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고리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강씨는 2011년 해외 도박 혐의로 파면되기 직전까지 강남경찰서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화장품회사 G사의 임원(주주)이다. G사는 지난해 7월 버닝썬에서 대규모 홍보행사를 열었다. 강씨는 행사를 앞두고 버닝썬이 미성년자 출입 문제로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되자 사건 무마에 나섰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을 증거 부족으로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강남경찰서 또한 수상 대상이다. 

    이 과정에서 강씨 측은 강남경찰서 수사관 2명에게 뒷돈을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전달책’ 역할을 맡은 이모 씨는 경찰 조사에서 “경찰관 2명에게 230만 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이씨가 버닝썬 공동대표인 이문호 씨에게서 2000만 원을 건네받아 이를 6개 계좌에 송금한 사실도 확인했다. 전달책 이씨는 호남지역 폭력조직 출신으로 전해졌다. 전직 경찰관이 조폭 출신을 경찰과의 연결고리로 활용한 셈이다. 

    강씨는 버닝썬에 출입한 미성년자에 대한 경찰 조사 무마를 대가로 버닝썬 측으로부터 2000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4월 10일 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7월 버닝썬에서 홍보행사를 연 G사의 대표 정모(34) 씨도 광주 출신이다. 사건 당시인 2016년 버닝썬의 대표인 김모(71) 씨도 호남 출신으로, 구속된 강씨와는 조선대학교 동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좌파정권 꽃길 걸은 친노-친문계”

    광주 출신 윤 총경은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근무 이력을 갖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다음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윤 총경은 다시 청와대로 들어갔다. ‘친노무현-친문재인계 인물’이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윤 총경은 최근까지 경찰청 인사담당관 등 최고 요직으로만 기용됐다. 좌파정권에서 꽃길을 걸어온 친노-친문계 실세 중의 실세 경찰로 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총경의 부인인 김모 경정도 음주운전 무마 시도 혐의를 받고 있는 연예인으로부터 콘서트 티켓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김 경정은 윤 총경이 청와대에 있을 때 말레이시아 주재 치안영사로 파견됐다. ‘실세 경찰부부’로 알려져 있다.” 

    ‘버닝썬 게이트’가 ‘권력형 의혹’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정가에서 흘러나오는 이유도 윤 총경의 청와대 근무 배경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윤 총경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함께 근무한 인연도 있다. 청와대에서 근무한 B씨는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백원우 민정비서관 산하에 윤 총경이 일했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윤 총경과 백 비서관이 청와대에서 근무했는데 이때엔 두 사람의 근무 시점이 겹치지 않는 것으로 안다. 다만 현 정부 들어 친인척 관리팀에서 같이 일하면서 윤 총경이 백 비서관의 지시를 받게 됐고 이런 것이 인연으로 비칠 수 있을 듯하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B씨는 “‘윤 총경의 청와대 파견 근무 배경엔 백 전 비서관이 아닌 다른 실세 C씨가 있다’는 설이 있다”고 말했다. 

    윤 총경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청와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데, 그 시기는 노무현 정부 후반쯤인 2006년쯤이라는 게 복수 관계자의 전언이다. 반면, 백 전 비서관의 경우 노무현 정부 초기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1년가량 있다가 탄핵 직후 청와대를 나와 2004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B씨는 윤 총경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맡았다고 알려진 업무에 대해서도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지는 그의 주장이다. 

    “윤 총경은 백원우 민정비서관-이광철 선임행정관 바로 밑에서 대통령 친인척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업무를 본 것으로 안다. 그런데 이상한 게 친인척팀은 청와대 경내가 아닌 별관에 있었다. 하지만 윤 총경은 경내 비서동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지금은 부서 위치가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친인척팀 일 외의 다른 일도 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미 부실수사 진행 중”

    경찰이 4월 11일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투자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뉴스1]

    경찰이 4월 11일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투자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윤 총경은 버닝썬 사건과 현 정부의 사이에 있는 ‘키맨’으로 볼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관계자는 “이미 부실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닝썬 사건 초기 ‘윤규근’이라는 이름이 경찰 내부에서 나돌았지만 유착 의혹을 밝히기 위한 기본적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착 의혹을 밝히기 위해선 신속하게 증거물을 확보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게 휴대전화다. 하지만 윤규근 총경의 휴대전화는 최초에 압수도 하지 않고 한참 뒤에서야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았다. 이례적이지 않은가. 그 휴대전화에는 최근 내용만 있고 이전 내용은 없다고 한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현재 버닝썬 수사 총책임자인 조용식 서울청 차장이나 민갑룡 경찰청장은 모두 호남 출신”이라며 “윤 총경은 경찰 내 호남 실세 라인이다. 수사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야권 관계자는 “김학의 사건과 비교해봐라. 경찰 수뇌부가 나서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수사 외압을 폭로하고 있다”며 “하지만 버닝썬 사건에 대해선 해당 기관에 자료를 요청했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이 관계자는 “버닝썬으로 촉발된 이 사건의 주요 시기가 2016년이라서 박근혜 정부를 겨냥했다는 말도 있었다”며 “그런데 난데없이 윤규근 총경이 등장하면서 현 정권으로도 의심의 눈길이 쏠린다. 현 정권에서 계산하지 못한 부분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윤 총경 선에서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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