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호

정밀분석

최저임금 올해 또 올리면?

“일자리 62만 개 감소!”

  • 김재현 파이터치연구원 연구2팀장

    입력2019-04-2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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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순노무직에 직격탄

    • 실질생산, 실질소비, 실질투자 1%포인트 이상 감소

    • 물가 2.4%포인트 상승

    • 경제 ‘3년 연속 인상’ 감당 못 해

    • 탄력근무제 도입 안 되면? “40만 일자리 줄어”

    • 일자리 정부·국회 ‘사태 심각성’ 인식해야

    3월 6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총파업대회가 열리고 있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합의안과 최저임금 개편안의 국회 입법 저지를 요구했다. [뉴스1]

    3월 6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총파업대회가 열리고 있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합의안과 최저임금 개편안의 국회 입법 저지를 요구했다. [뉴스1]

    2019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8350원으로 2017년 대비 약 29%포인트 인상됐다. 2018년 16.4%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후 소상공인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고용과 소득분배 지표는 모두 악화됐다. 그럼에도 2019년 최저임금도 2018년 대비 10.9%나 인상돼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같은 충격을 방지하고자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과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4월 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내년도 최저임금도 올해처럼 급격히 인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다른 한편으로, 주52시간 근무제 계도기간이 3월 31일부로 끝남에 따라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은 주52시간을 준수하지 않으면 형사처분을 받는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 위반을 적극적으로 조사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는 사업주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내년 주52시간 근무제가 상시근로자 수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까지 확대되면 장시간 근로가 필요한 기업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는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고용시장을 정부가 직접 통제하려고 해서 나타난 현상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는 생산요소 시장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다. 생산요소란 노동, 자본같이 기업의 생산을 위해 투입되는 요소를 말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고용의 가격인 임금이 2년 동안 29%포인트나 올랐고, 주 52시간 근무제에 의해 고용 시간의 상한선이 이전 대비 약 24%포인트나 낮아졌다. 이처럼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급격하게 시장 상황을 바꿔놓으면 경제 전반에 충격이 미친다. 

    최저임금 급등을 감수해야 하는 기업들은 생산비용이 크게 상승해 경영에 부담을 받게 된다. 당연히 거시경제 지표도 나빠진다. 우리나라의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2017년 3.1%에서 2018년 2.7%로 0.4%포인트 하락했다. 임금근로자에 대한 고용증가율은 2017년 1.3%에서 2018년 0.8%로 0.5%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실업률은 2017년 3.7%에서 2018년 3.8%로 0.1%포인트 상승했다.



    “메뉴 가격 9% 올렸거나 18% 올리겠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는 최저임금뿐 아니라 다른 요인들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 전후 1년 동안 경제가 악화된 사실은 최저임금의 부정적 영향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게 한다. 그뿐만 아니다. 이 기간 물가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물가의 상승률은 최저임금 인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2017년 2.4%에서 2018년 3.0%로 0.6%포인트 상승했다. 최저임금을 받는 종업원의 인건비 증가가 외식물가 상승으로 그대로 이어진 셈이다. 

    가공식품 가격의 상승률도 2017년 0.7%에서 2018년 1.3%로 0.5%포인트 올랐다. 이를 뒷받침하듯 2018년 3월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외식업체 28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8년 3월 현재 메뉴 가격을 인상한 업체는 24.4%에 달했다. 이들의 평균 가격인상률은 9.7%로 조사됐다. 향후 메뉴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업체도 전체의 79%로 나타났다. 이들의 예상 가격 인상률은 18.4%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갑작스러운 해고·근무단축 통보”

    1월 18일 서울 종로구 S타워에서 열린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관련 1차 전원회의. [동아일보 양회성 기자]

    1월 18일 서울 종로구 S타워에서 열린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관련 1차 전원회의. [동아일보 양회성 기자]

    2019년 1월 ‘인크루트’가 아르바이트생 60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8%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구직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14.7%는 갑작스러운 해고나 근무시간 단축 통보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임금근로자의 최소한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인위적인 임금상승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감수하면서라도 임금근로자의 최저생계를 보존해주기 위해 마련한 정책이라는 의미다. 

    2019년 현재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을 월 급여로 환산하면 월 209시간 근로를 기준으로 약 174.5만 원이다. 이는 2018년 1인당 GDP의 60.7%에 해당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2017년 1인당 GDP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가장 높은 뉴질랜드의 50.7%보다 약 10%포인트나 더 높은 수치다. 

    또한 2019년 1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이 월 170.7만 원이므로 2019년 최저임금은 이보다 2.2% 높다. 따라서 현재 최저임금 수준은 근로자의 최저생계를 보장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을 또다시 유발한다면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최저생계비 보장이라는 본래 의미도 퇴색할 것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을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발표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성장정책이자 분배정책으로 활용한 듯하다. 최저임금 정책이 분배정책으로 의의를 가지려면 적어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실업이 유발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은 실업을 일으켜 실업자의 임금소득을 0원으로 만들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폭은 저임금 근로자가 최소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선에서 최소한도로 조정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 이상의 소득분배 개선이 필요할 경우 복지정책이나 근로장려세제 등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비교적 작은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금은 기본적으로 고용시장에서 결정되는 노동 가격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인위적으로 급격히 인상하면 경제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52시간 근무제도 마찬가지다. 이 제도로 인해 생산에 필요한 고용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기업은 생산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흔히 근로시간을 제한하면 부족한 고용시간을 신규 채용을 통해 채울 것이라 생각하지만, IT업종과 같이 숙련근로자가 필요한 기업은 기존 업무를 대체할 인력을 신규로 채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 경우 새로운 인력을 채용해 숙련 단계까지 교육하는 데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생산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즉 생산요소를 정부가 인위적으로 통제하면 사용자의 부담이 가중돼 시장에 충격을 준다. 

    근로시간 제한 제도의 목적은 근로자의 건강권과 삶의 질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위적인 근로시간 제한은 기업의 인력 수급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임금근로자의 초과근로수당을 줄여 이들의 소득을 감소시킨다. 따라서 이 또한 근로자의 건강권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도로 결정돼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근로시간 제한 제도를 도입한 몇몇 국가는 탄력근무제를 도입해 기업의 부담을 완화했다. 미국, 일본, 프랑스는 탄력근무제 단위기간을 1년으로 운용하고 있다. 독일은 단위기간을 6개월로 규정했지만 노사 합의에 의해 단위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최장 3개월의 단위기간만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근로시간 제한이 해외 선진국보다 훨씬 경직돼 있다고 할 수 있다.

    2020년 최저임금 13.6%포인트 오르면…

    만약 올해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바꾸는 합의가 불발돼 2020년에도 2018년과 2019년 수준으로 최저임금이 상승하면 어떻게 될까? 필자가 속한 파이터치연구소의 자체 분석 결과, 2020년 최저임금 상승률이 2018년과 2019년 최저임금 상승률의 평균치인 13.6%포인트가 된다면, 2020년 단순노무 일자리는 2019년 대비 약 57만5000개(16.5%포인트) 감소하고 비단순노무 일자리는 4만7000개(약 0.2%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실질생산은 약 1.6%포인트, 실질소비는 약 1.2%포인트, 실질투자는 약 1.6%포인트 감소하고 물가는 2.4%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2020년에 2018~2019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나타난다. 

    탄력근무제에 대한 합의가 불발되어 탄력근무제 단위기간이 확대되지 못한 상태에서 주52시간 근무제가 지속되면 어떻게 될까? 파이터치연구원의 자체 분석 결과에 따르면, 탄력근무제를 도입하지 않고 주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면 시행 전 대비 연간 일자리는 약 40만1000개, 임금소득은 약 5조7000억 원, GDP는 약 10조7000억 원, 기업 수는 약 7만7000개가 줄어든다. 탄력근무제를 도입할 경우, 단위기간 3개월 시 12만 개의 일자리, 1조5000억 원의 임금소득, 2조6000억 원의 GDP, 2만3000개의 기업이 보호된다. 6개월 시 19만6000개의 일자리, 2조7000억 원의 임금소득, 4조8000억 원의 GDP, 3만8000개의 기업이 보호된다. 1년 시 28만7000개의 일자리, 4조 원의 임금소득, 7조4000억 원의 GDP, 5만5000개의 기업이 보호된다. 단위기간을 1년으로 설정해야 주52시간 근무제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기업 7만7000개 감소”

    만약 국회가 탄력근무제 단위기간(3개월) 확대 합의에 실패할 경우, 단위기간을 1년으로 확대할 때보다 일자리는 16만7000개, 임금소득은 2조5000억 원, GDP는 4조8000억 원, 기업 수는 3만2000개가 더 줄어든다, 경사노위 합의안대로 단위기간 6개월에 합의되면 단위기간을 1년으로 확대할 때보다 일자리는 9만1000개, 임금소득은 1조3000억 원, GDP는 2조6000억 원, 기업 수는 1만7000개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과 주52시간 근무제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법안들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 법안들이 제시간 내에 통과하지 못해 2020년에도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고 탄력근무제 단위기간이 확대되지 못하면 경제 전반에 더 큰 충격이 미칠 것이다. 대외 경제 환경이 악화되고 내수 경기도 침체돼가는 현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국회는 하루빨리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선,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탄력근무제 단위기간 확대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최저임금제도와 주52시간 근무제의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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