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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리포트

전문가들이 보는 대학 자퇴 원인

“학생 스스로 발전하는 인생강의 없다”

  • 유하영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학년 외 3명

전문가들이 보는 대학 자퇴 원인

  • ● “교수가 수업 설계할 때 인재상 고려 안 해”
    ● “연구실적에 휘둘리고 몰려가”
    ● “전공 실생활 연계성 떨어져”
    ● “진로 상담도 부실”
    ● “블라인드 채용? 학벌주의 여전”
전문가들이 보는 대학 자퇴 원인
우리는 ‘신동아 2월호 20대 리포트’를 통해 한 해 7만 명이 대학을 자퇴하는 현실을 상세히 알렸다. 보도 후 “과잉교육은 낭비” “요즘 대학이 고교수준이 돼버렸다”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이에 전문가들이 대학 자퇴의 원인과 대안을 어떻게 보는지 알아봤다. 자퇴생들은 질 낮은 대학교육, 적성에 안 맞는 전공, 학벌주의를 자퇴 이유로 꼽았다. 

모 대학 자퇴생 K씨(23)는 “수업시간에 내 의견을 피력할 기회가 없었고, 교수가 원하는 대로 해야 했다”라고 자퇴 이유를 설명했다. 80명이 넘는 학생이 대형 강의실에서 질문과 토론 없는 일방적 수업만 들었다는 것이다.


질 낮은 대학교육

이에 대해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은 “지금의 대학교육은 이전 지식을 답습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교수가 수업을 설계할 때 대학의 인재상을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학내 구성원 간 교육 목표와 인재상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학이 ‘연구실적’ 중심의 대학평가에 휘둘려온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수의 논문 실적과 연구 역량이 평가 지표가 되다 보니 대학이 교육보다 연구에 치중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박거용 대학교육연구소 소장은 정부의 대학 지원 방식에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교육부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기 위해 대학이 다들 몰려가는 상황”이라며 “대학 스스로 설립한 비전과 목표에 따라 정부가 지원하는 식으로 변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학생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혜정 소장은 “좋은 성적을 받는 수업보다 학생 스스로 발전하는 수업이 인생 강의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배상훈 교수는 “학생이 배운 내용을 본인의 맥락에 적용해보는 ‘고차원 학습’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교육개발원이 교육혁신사례로 제시하는 10개 대학 모두 ‘참여 학습’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중 미국 유타밸리대학(UVU)은 교수, 학생, 지역사회가 참여학습공동체를 이뤄 연구-교육 주제를 정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전공과 진로의 불일치나 진로 미결정도 대학 자퇴로 이어진다. 알바천국의 3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다른 전공을 공부하고 싶어서’가 반수(대학 1학년을 다니다 입시 재수를 하는 것)나 편입을 하려는 이유 2위(25.4%)로 꼽혔다. 지방 국립대학 입학 한 달 만에 자퇴를 결심한 A(27) 씨는 “학과에서 배우는 것이 실무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고 결국 학습 의욕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이 학문(이론)에 갇혀 있는 한 전공과 진로 사이의 괴리는 계속 나타난다. 기초지식을 배운 뒤 관심 분야에 적용해보는 ‘사회 지향적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건 학생이 정해야지”

전문가들이 보는 대학 자퇴 원인
대학은 진로에 관한 고민을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 전국 대학교 학생상담센터협의회는 ‘대학생의 성공적인 진로 개척 등을 전문적으로 조력하는 것’을 주된 역할로 제시한다. 그러나 대학 상담기관이 그 역할을 제대로 못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서울 소재 한 대학 재학생 B(24) 씨는 “상담을 받아 보니 담당자가 취업 사이트도 잘 모르더라. 시간낭비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4학년이 돼 교내 진로상담센터를 찾은 다른 대학생 C(24) 씨는 “지금까지의 취업 준비 활동을 보여주면서 취직 가능성이 있는 기업 유형을 묻자 ‘그런 건 학생이 정해야지’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한 대학의 학생상담센터에서 상담사로 근무한 김모 씨는 “상담센터가 활성화된 대학일수록 상담 인력이 부족하다. 상담사를 배정받는 데 2~3개월이 걸리기도 한다”고 했다. 전공·진로 상담을 교수가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거용 소장은 “학내 부속기관들은 보조적인 역할에 불과하다. 진로와 전공의 괴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전공 교수가 활발하게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 한 명이 담당하는 학생 수를 줄여 대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전했다. 배상훈 교수도 “교내 상담기관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교수가 담당 학생의 진로 상담까지 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학벌주의는 자퇴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더 좋은 대학으로 가기 위해 자퇴뿐만 아니라 반수를 택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정부와 시민단체는 한목소리로 ‘학벌 철폐’를 부르짖지만, 미래는 밝지 않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2.5%는 “대학 서열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학벌이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개인의 역량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고 지적한다. 김중백 교수는 “학벌 이외의 검증된 잣대가 별로 없다. 기업이 소위 ‘공부 잘하는 애들’을 뽑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정점 피라미드”

정부는 학벌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제와 지방인재 채용 목표제를 시행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D(27) 씨는 “이전에는 학벌을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생각했는데 정책 시행 후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의견도 있다. 김중백 교수는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피라미드가 유지되는 한 블라인드 채용 정책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고등교육예산의 배분 변화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2016년 정부 재정지원사업에서 수혜 상위 17개 대학에 2조2000억 원이 지원됐다. 이 중 24.5%인 약 5400억 원이 서울대에 집중됐다. 연세대에 약 2800억 원, 고려대에 약 2400억 원이 투입됐다. 이 때문에 ‘SKY 캐슬’이 견고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거용 소장은 “정부가 지방거점국립대학을 서울대 수준으로 지원해 교육 환경을 향상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성균관대 혁신지원사업 POST-IT팀이 신성호 교수의 지도로 작성했습니다.


유하영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학년 yhy07065@gmail.com
곽윤선 성균관대 글로벌리더학부 3학년 oriduck1106@naver.com
김민진 성균관대 영상학과 4학년 kmjin0320@naver.com
한지호 성균관대 경제학과 3학년 jiho2510@naver.com




신동아 2019년 5월호

유하영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학년 외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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