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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문제는 종류가 아니라 양”

‘플라스틱 프리’의 역설, 종이 빨대의 반환경성

  • 전승민 과학칼럼니스트 enhanced75@gmail.com

“쓰레기, 문제는 종류가 아니라 양”

  • 최근 플라스틱이 환경오염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잘게 부서진 ‘미세플라스틱’이 지구 전역을 뒤덮어 환경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플라스틱을 일절 쓰지 않는 ‘플라스틱 프리’ 운동이 벌어지고, 종이 빨대 등 대체용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환경 전문가들은 플라스틱을 종이로 대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많다고 말한다.
사진 작가 크리스 조던이 태평양 한복판 미드웨이 섬에서 촬영한 작품. 어린 알바트로스의 배에 플라스틱이 가득하다. [ⓒChris Jordan]

사진 작가 크리스 조던이 태평양 한복판 미드웨이 섬에서 촬영한 작품. 어린 알바트로스의 배에 플라스틱이 가득하다. [ⓒChris Jordan]

최근 플라스틱에 대한 악평이 부쩍 늘어난 이유는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이 속속 드러난 데 있다. 플라스틱은 과거 환경적으로 매우 안정적인 물질로 여겨졌다. 썩지 않아 물속에 넣어두어도 수질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또 공기 중에 장기간 놓아두어도 악취를 풍기는 일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이 도리어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사라지지 않으면서 잘게 부서진 ‘미세플라스틱’이 지구 환경에 큰 위협 요인으로 등장한 탓이다. 

미세플라스틱은 크기 5㎜ 이하의 아주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일컫는다. 입자 크기가 더 작아져 1㎛(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 이하가 되면 초미세플라스틱 또는 나노플라스틱이라고 한다. 

이런 미세플라스틱은 이미 지구 전역에 퍼져 있다. 각종 해산물 등 식자재는 물론 소금이나 수돗물에서도 검출된다. 국내 수돗물에서 리터(L)당 0.2~0.4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는 보고도 있다. 누구나 매일 조금씩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승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합성생물학전문연구단장은 “최근 보고에 따르면 대기 중에도 미세먼지 형태로 플라스틱이 이동한다”면서 “이제는 미세플라스틱이 없는 곳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종이빨대=친환경?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최근 고객에게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제공하고 있다. [뉴스1]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최근 고객에게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제공하고 있다. [뉴스1]

미세플라스틱이 인간 건강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 연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다. 그러나 물벼룩, 제브라피시(실험용으로 많이 쓰이는 소형 물고기) 등에 일부 영향을 미친다는 논문은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세계 각국은 플라스틱 사용을 막기 위한 각종 규제를 내놓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2018년 말부터 요식업소 등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용품 사용을 금지했다. 미국 워싱턴주에선 7월 1일부터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금지됐다. 유럽연합(EU)은 최근 플라스틱 면봉, 빨대, 풍선 막대, 그릇, 식기, 음료 막대, 병, 물티슈, 봉지, 포장지 등 일반인이 많이 쓰는 10개 플라스틱 제품 사용 전면 금지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최근 플라스틱 대신 종이 등 다른 소재로 만든 일회용품이 널리 쓰이는 분위기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에서 제공하는 종이 빨대가 한 사례다. 스타벅스는 영국 등 해외 매장에서도 종이 빨대를 제공한다. 2020년까지 세계 모든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없앨 계획이다. 6월부터는 고객용 적립카드까지 종이로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날드도 2025년까지 세계 모든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퇴출’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최근 사용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종이 빨대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양극단으로 나뉜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 환경을 지킬 수 있으니 좋다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흐물흐물 녹아 음료를 마실 때 종이 맛이 느껴져 불쾌하다는 의견 또한 적잖다. 영국 일부 시민들은 스타벅스와 맥도날드를 상대로 ‘플라스틱 빨대를 돌려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BBC방송에 따르면 4월 현재 서명자 수가 약 40만 명에 달한다. 

최근 일부에서는 플라스틱 제품을 종이로 대체하는 것이 정말 친환경적인 처사냐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플라스틱과 종이 가운데 어느 쪽이 환경에 피해를 덜 주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종이 제품을 사용하면 당장 플라스틱 쓰레기는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생산 및 유통 과정을 모두 비교해 보면 종이 소재 일회용품 또한 그리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데 근본적 문제가 있다. 종이는 보통 목재를 이용해 만든다. 플라스틱 프리 운동의 영향으로 종이컵, 종이 빨대 사용량이 크게 늘면 삼림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이것은 지구온난화를 앞당기는 요인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1년 동안 사용되는 종이컵 개수는 약 230억 개. 이로 인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1개당 11g)을 상쇄하려면 30년생 소나무 2343만 그루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종이 빨대 사용량 및 환경적 악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 통계가 없다. 그러나 종이컵이 친환경 제품이 아니라면, 종이 빨대 또한 그렇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적잖다.


“문제는 플라스틱이 아니라 일회용”

일본 페트병 재활용 처리장. [AP=뉴시스 ]

일본 페트병 재활용 처리장. [AP=뉴시스 ]

종이 제품의 복잡한 가공 공정도 문제로 지적된다. 플라스틱 제품은 원료를 원유 정제 과정에서 대량으로 얻을 수 있다. 이후 압출 과정 등을 거치면 비교적 손쉽게 여러 가지 형태로 바뀐다. 반면 종이 제품을 만들려면 나무를 베어내고 선박 등으로 운송한 다음, 이를 분쇄하고 펄프로 바꾸고, 접착제 등과 섞어 종이 형태로 찍어내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다음 원하는 제품으로 재차 가공하는 공정도 필요하다. 이 모든 프로세스에 에너지가 투입된다. 

또 종이로 빨대나 컵 등을 만들 때는 사용 중 흐물흐물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코팅재를 사용한다. 이때 플라스틱 성분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이를 친환경 소재로 대체하고자 옥수수나 콩 등에서 얻은 식용 기름을 도포하기도 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식량 자원을 사용해 빨대를 만드는 게 옳으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최근에는 종이 빨대를 대신할 수 있는 ‘국수 빨대’도 등장했다. 밀가루를 파스타 면처럼 딱딱하게 굳혀 대롱 형태로 만들어 빨대로 쓰는 방식이다. 이 역시 식품을 가공한 것으로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근무하는 한 화학기술자는 “최근 적잖은 사람이 종이 빨대를 친환경 제품의 상징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전체적인 제조 과정을 고려하면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환경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인간이 생활에 사용하는 각종 소비재의 80% 이상이 석유화학제품, 즉 플라스틱과 관련돼 있다. 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악(惡)’으로 규정해 모든 일상품을 다른 물질, 즉 천연소재로 대체하고자 추진하면 도리어 막대한 환경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일례로 건물 창틀은 플라스틱의 일종인 PVC(폴리염화비닐)로 만든다. 이것을 목재로 대체하면 매년 서울시만 한 넓이의 삼림을 베어내야 한다. 농약이나 비료 또한 석유화학산업 제품군에 속한다. 이들 제품군 없이 식량 생산량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유럽연합(EU) 크기의 땅을 새로 개간해야 한다는 통계도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플라스틱을 없애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할 게 아니라, 일회용품 사용 자체를 줄여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최근 플라스틱이 문제 된 것도 가격이 싸고 대량생산에 유리해 많은 사람이 일회용으로 사용하며 막대한 양의 쓰레기를 배출했기 때문이다. 

변순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정책기획본부장은 “플라스틱 이외 소재로 각종 생활용품을 만들게 되면 목재(종이), 유리, 금속 등 고가 소재를 이용해야 돼 저소득층부터 피해를 보게 될 수 있다”며 “지금은 소재 변경보다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것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 조치를 시행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해 8월 일정 규모 이상 커피전문점의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이 전면 금지됐을 때 우리나라는 잠시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약 1년이 흐른 지금 적잖은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일단 시민들 사이에서 유리컵이나 플라스틱 다회용 컵 사용이 익숙한 일로 자리 잡았다. 개인용 텀블러(휴대용컵)를 휴대하는 사람 비율도 높아졌다. 스타벅스의 개인컵 사용 실적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모두 1081만 건으로 전년 대비 178% 늘어났다. 환경부가 지난해 5월 ‘일회용품 줄이기’ 협약을 체결한 스타벅스·맥도날드 등 21개 업체를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매장 내 일회용 컵 수거량이 지난해 7월 206t에서 올해 4월 58t으로 약 72% 감소한 것도 확인됐다. 

심원준 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장은 “한국인 1인당 연간 비닐봉투 사용 개수는 2015년 기준 420개로 핀란드의 100배에 달한다”며 “핀란드 사람이 딱히 한국인보다 불편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긴 어렵다. 사회 시스템을 정비하고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환경에 입히는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쓰레기 재활용·폐기 기술

물론 일회용품 사용을 최대한 줄이려 노력해도 피치 못하게 발생하는 쓰레기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때는 재활용이 가능한 것을 철저히 자원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종이의 경우 일반적으로 재활용이 쉽다. 그러나 종이컵 재활용률은 1% 정도에 그친다. 안쪽에 플라스틱 물질이 코팅돼 있는 게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종이컵만 따로 수거하면 종이와 플라스틱을 섞어 만드는 펄프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종이컵이 대부분 일반 쓰레기에 섞여 배출돼 재활용률이 낮다. 이를 개선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변 본부장은 “플라스틱 병도 색깔에 따라 재활용 여부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투명한 생수병은 수거 후 바로 재활용할 수 있는 반면 색깔이 들어간 탄산 음료병 등은 쓰레기로 남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관련 법을 개정해 색깔 있는 플라스틱 병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최근에는 썩지 않는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쓰레기를 안전하게 폐기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에서 나방에서 추출한 효소를 이용,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방법을 발견하고 실용화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플라스틱 사용 금지’를 넘어 환경을 보호할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때다.




신동아 2019년 8월호

전승민 과학칼럼니스트 enhanced7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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