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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경제성장률 전망이 ‘희망 고문’인 이유

슈퍼 예산 쏟아부어도 성장률에 0.5% 영향뿐

  •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brainkim75@hanmail.net

2.4% 경제성장률 전망이 ‘희망 고문’인 이유

  • ● 일부 투자기관, 韓 성장률 1.6~1.7% 전망
    ● 민간 소비 부진, 조세·연금 등 非소비지출 늘어
    ● 대외 리스크에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 513조 예산 최대한 써도 목표 달성 어려워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2월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2020년 경제 전망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2월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2020년 경제 전망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해가 지났지만 2019년 국내 경제성장률은 베일에 가려 있다. 지난해 4분기 국내 실질경제성장률 속보치는 1월 22일에 발표된다. 잠정치는 3월 3일 공개된다. 다만 주요 경제기관 발표를 토대 삼아 지난해와 올해 세계와 국내 경제의 성장률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네 차례에 걸쳐 2019~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놨다. OECD는 2019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3월 3.9%, 5월 3.2%, 9월 2.9%, 11월 2.9% 등 시간이 갈수록 하락 추세로 내다봤다.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두고도 3월 3.4%, 5월 3.4%, 9월 3.0%, 11월 2.9%로 점점 낮게 전망했다. OECD는 2020년 미국 경제성장률을 두고는 3월 2.2%에서 11월 2.0%로 하향 조정해 내다봤다. 유로존, 일본, 중국, 인도, 브라질과 같은 주요국의 경제성장률 역시 하향 추세로 예측했다.


1.6%에서 2.4% 사이

궁금증의 대상은 한국이다. 지난해 OECD는 2019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3월 2.6%, 5월 2.4%, 9월 2.1%, 11월 2.0%로 전망한 바 있다. 세계경제와 마찬가지로 계속 하향 조정한 셈이다. 2020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두고도 3월 2.6%, 5월 2.5%, 9월과 11월 2.3%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2019년 세계경제는 3.5%에서 3.0%로, 2020년 세계경제는 3.6%에서 3.4%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IMF는 2019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두고는 4월 2.6%에서 10월 2.0%로 6개월 새 낮춰 잡았다. 또 2020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역시 4월 2.8%에서 10월 2.2%로 하향 조정했다. 

주요 민간 투자은행들도 2019년과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 내외로 보고 있다. 전망을 종합하면 2019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최저 2.9%에서 최고 3.2%이며,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최저 2.7%에서 최고 3.4%다. 불확실성이 큰 셈이다. 

이들 민간 투자기관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019년 평균 1.9%, 2020년 평균 2.1%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투자기관은 2020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6~1.7%로 보는 경우도 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을 2.4%로 제시했다. 



국내 주요 기관의 2020년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비교적 낙관적이다. KDI(한국개발연구원)는 2.3%, 한국은행은 2.3%, 금융연구원은 2.2%로 보고 있다. 민간 경제 연구소의 예측은 다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9%, LG경제연구원은 1.8%, 국가미래연구원은 1.8%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 및 주요기관과 민간 사이에 적잖은 간극이 있다. 

2017년의 경우 경제성장률은 3.1%로 이례적으로 높았다. 2018년 경제성장률은 2.66%로 집계됐다. 하지만 2019년 경제성장률은 1.9% 내외로 전망된다. 2019년 3분기에 예상보다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뒤 ‘2% 성장률 달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2020년 경제성장률은 2019년과 비슷하거나 정부의 재정 확장으로 인해 약간 상승할 요인이 있다. 

최종 소비지출 증가율은 1.7% 내외로 2019년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 동안 소비지출 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았던 적은 없다. 최근의 소비는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2019년 전기 대비 민간 소비지출 증가율은 1분기 0.4%, 2분기 0.7%, 3분기 0.2%로 집계됐다. 반면 정부 소비지출 증가율은 1분기 0.4%, 2분기 2.2%, 3분기 1.4%로 민간 소비지출 증가율을 크게 웃돈다. 정부 소비가 이렇게 늘고 있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정부 예산이 매해 ‘슈퍼 예산’ 수준으로 늘고, 추경이 편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예산이 늘면 지출도 늘고 정부의 소비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非소비지출 늘고 주택·전세가격 상승세

그러나 민간 소비는 여전히 부진하다. 지난해부터 민간의 소비 심리는 다양한 이유로 악화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등 공급 부문 요인에 힘입어 가계의 임금소득이 늘고 그 덕분에 소비지출이 증가할 수도 있다. 반면 비소비지출(조세, 연금, 사회보험료, 이자비용 등 생활비 이외의 지출)의 증가, 실업, 주52시간 근무제, 부동산 대출 증가 등 수요 부문 요인 탓에 소비지출 증가율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최근에는 디플레이션(deflation)에 가까운 수준으로 물가상승률이 낮았다. 그만큼 경제활동이 부진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의 경우 실업 상태에 있거나 근로시간 감소로 인해 소득이 감소하고 있다. 중간 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실업률은 낮지만 부동산 관련 대출 탓에 소비 감소에 직면하고 있다. 고소득층은 부동산 관련 대출과 세금 증가에 따라 소비가 감소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소비지출을 눈여겨봐야 한다. 비소비지출에는 조세, 연금, 사회보험, 이자비용, 가구 간 이전 등이 포함된다. 최근 비소비지출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처분가능소득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비소비지출 비율은 2018년 1분기 21%로 역사상 처음 20%를 돌파했고 여전히 상승 추세다. 여기에 많은 지역에서 주택 가격이나 전세 가격이 상승했다. 주택을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전세 담보 환급에 대한 부담이, 주택을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자에 대한 부담이 존재한다. 소비 여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투자는 2019년보다 다소 나아지겠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2018년 –2.4%로 집계됐다. 2019년의 경우 –8%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는 –3% 내외로 그나마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 반도체, 반도체 장비, 수소자동차나 전기자동차 같은 산업에서 2019년에 비해 투자가 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 대부분은 실적 악화로 투자 여력이 줄고 있다. 또 금융시장에서 금리가 너무 낮으면 지난해보다 금리가 하락했다 하더라도 투자는 늘지 않는다. 기업가는 금리가 낮아지더라도 기업이 속한 업종의 전망이 좋지 않으면 투자를 연기하거나 해외로 빠져나가는 선택을 한다. 되레 투자를 줄이는 경우도 많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유증과 주52시간 근무제, 주휴수당 등 정책의 불확실성이 투자 확대에 장애 요소가 된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2018년 –4.2%였다. 2019년의 경우 –4.5%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건설투자 증가율 전망치는 –2% 내외다. 최근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서 부동산 과열 현상이 발생하고 있지만 그 밖의 지역에서는 열기가 식은 모양새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 등 금융 규제에 변화가 생겼다. 또 비주거용 건물 투자와 관련해서는 높은 공실률이 변수다. 주택에 대한 수주와 착공 및 인허가가 감소하고, 비수도권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 일부 늘었다고 하지만 지난해에 워낙 규모가 작았다. 즉 SOC 증가율을 고려하더라도 건설투자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SOC 투자는 생활이나 안전 위주로 재편돼야 한다.


미·중 분쟁에 중동 이슈까지, 디플레이션 우려도

2.4% 경제성장률 전망이 ‘희망 고문’인 이유
2020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019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축소될 전망이다. 2019년 재화와 서비스 수출 증가율은 –11% 내외로 예상된다. 수출 감소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13대 주력 품목 중 1~2개 업종을 제외하고는 수출액이 감소하고 있다. 또 수입도 같이 하락하고 있는데,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대외 리스크는 미·중 무역 분쟁과 주요국 경제 둔화다. 국제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소비 둔화 현상이 빚어졌고, 그 탓에 내구재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하락세다. 중국의 경제성장률도 2020년 6% 이하로 나타날 전망이다. 독일과 일본의 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 최근 빚어진 미국과 중동 국가 간 마찰은 유가를 상승시킬 수 있다. 

소비자물가 증가율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19년에도 0.4%로 매우 낮았는데, 올해 역시 비슷한 양상을 띨 전망이다. 오히려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예산 못 쓰거나 복지 늘면 성장률은 더 후퇴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1월 3일 경기 평택항 친환경차 수출 현장을 방문,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1월 3일 경기 평택항 친환경차 수출 현장을 방문,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고용은 2019년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목에서 주목할 점이 있다. 최근 국내 경제성장률과 취업자 수 증감은 상관관계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 예산이 투입되면서 단기 일자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2018년 10만 명 수준이던 취업자 증가 수가 2019년 28만 명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정부 예산이 단기 일자리 사업에 집중되면서 저임금 고용이 상승했다. 반면 제조업 부문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나 고용이 감소했다. 또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휴수당으로 인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위주로 고용이 줄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매해 슈퍼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2019년 본예산은 469.6조 원이었고, 추경까지 포함하면 475.4조 원에 달했다. 2020년 예산은 512.3조 원으로 전년 본예산 대비 42.7조 원, 9.1% 증가했다. 

늘어난 정부 지출이 곧장 경제성장률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일단 국내총생산의 지출 부문, 특히 소비와 투자 등에 영향을 준다. 물론 정부가 지출하는 금액 총액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고 일부만 영향을 미친다. 이와 관련해 파악할 개념이 정부지출승수(政府支出乘數)다. 정부 지출이 늘어 국민소득의 변화가 발생하는 것을 이르는 경제학 개념이다. 

2000년대 이후 정부지출승수는 0.6~1.2 또는 평균 0.9 정도로 알려져 있다. 즉 정부지출이 1조 원 늘면 국민소득은 0.9조 원만큼 증가한다는 뜻이다. 2010년대의 정부지출승수는 기관마다 다른데, 연간 0.1~0.5로 집계된다. 평균 0.25 정도다. 국내 경제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고 복지 분야 지출은 생산에 영향을 적게 미치기 때문이다. 

2018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1807조 원에 2019년 경제성장률을 약 2%로 가정해 곱하면 1843조 원이 된다. 여기에 정부지출승수를 감안하지 않은 성장률을 1.8%로 가정해 곱하면 1876조 원이 된다. 예산이 42.7조 원 증가했고, 정부지출승수 0.25를 곱하면 10.7조 원이다. 이는 연간 성장률에 0.5%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산을 최대한 쓴다고 해도 경제성장률은 2.3% 정도가 될 공산이 크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2.4%를 달성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예산을 다 쓰지 못하거나 현재보다 복지 범위를 확대해 재원으로 많이 지출할 경우 성장률은 더 낮아질 수 있다. 정부가 상반기에 아무리 재정을 많이 투입하고 투자를 앞당기더라도 2.4% 달성은 쉽게 이룰 목표가 아니다. 정부의 공언은 국민에게 주는 희망 고문에 가깝다.


2.4% 경제성장률 전망이 ‘희망 고문’인 이유

김상봉
● 1975년 출생
● 서강대 경제학과 학·석사, 미국 텍사스 A&M대 박사
● 現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 저서 : ‘브런치타임 경제뉴스’ ‘중급 행동경제학’ ‘거시경제학’ ‘EXCEL을 활용한 경제경영통계학’ 등




신동아 2020년 2월호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brainkim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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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Opinion Leader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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