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호

“내년 1월 백신 3억 개 생산” 트럼프 약속 진위 따져보니

김우주 교수 “코로나19 백신 개발, 아직 갈 길 멀다”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0-05-26 16:5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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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 저학년 개학 계기로 코로나19 확산 우려 급증

    •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 백신 개발 ‘긍정적 중간 결과’ 발표

    • 트럼프 대통령 “내년 1월까지 코로나19 백신 3억 개 생산하겠다”

    • 파우치 미국 감염병연구소장 “백신이 감염 위험 키울 수 있다” 지적

    • “백신 개발에서 속도보다 중요한 건 안전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제약회사 임원들과 회담하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제약회사 임원들과 회담하고 있다. [뉴시스]

    5월 27일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등교가 시작된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유행을 잠재울 길은 백신 또는 치료제 개발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도 25일 언론 브리핑에서 “백신·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19가) 종식되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 과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5월 18일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는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와 공동 개발해 3월 중순부터 임상시험 1상을 진행해온 백신 후보물질에 대한 중간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시험대상 45명 모두에게서 항체가 형성됐고, 일부(8명)에서는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 형성이 확인됐다는 내용이다. 즉시 관련 기업 주가가 치솟고 코로나19 조기 종식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발표에 과도한 기대를 갖는 건 금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와의 일문일답. 

    -모더나가 5월 18일 자사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을 공개하며 ‘긍정적(positive)인 중간 결과’라는 표현을 썼다. 

    “이례적인 일이다. 일반적으로 백신 임상시험 결과는 이렇게 빨리, 그것도 개발사가 직접 대중에 알리는 방식으로 공개하지 않는다. 보통은 임상시험 1상이 끝난 뒤 책임연구자가 데이터를 분석해 개발사와 보건당국에 보고하고, 그 내용을 논문으로 발표한다. 그 무렵 외부에 알려지는 게 일반적이다. 이번에는 데이터가 제대로 정리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일부 내용이 공개됐다.” 

    -시험대상 전원에게서 항체 형성이 확인됐다면 백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나. 

    “임상시험 1상의 주된 목표는 백신의 안전성과 적정 투약 용량 확인이다. 모더나는 시험 대상을 15명씩 세 그룹으로 나눠서 두 그룹에는 백신 후보 물질을 각각 25㎍(마이크로그램), 100㎍씩 두 차례 투여했다. 다른 한 그룹에는 250㎍을 한 차례 투여했다. 이들 모두에게 항체가 형성됐다고 하는데, 그게 얼마나 지속될지 현재 발표 내용만 봐서는 알 수 없다. 

    바이러스를 무력화해 감염을 차단하는 중화항체 형성 부분도 불명확하기는 마찬가지다. 모더나 발표에 따르면 25µg군에서 4명, 100µg군에서 4명에게 중화항체가 형성됐다. 이외 37명은 어떤 상황인지 공개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백신 효과에 대해 말하는 건 부적절하다. 현재 말할 수 있는 건 안전성 측면에서 큰 위험이 드러나지는 않았다는 것 정도다. 백신 개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성급한 중간결과 발표, 확실한 건 아직 없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려면 아직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려면 아직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

    -그렇다면 모더나는 왜 이렇게 성급히 중간 결과를 발표했을까. 

    “사정을 다 알 수는 없다. 다만 최근 미국 정부가 ‘내년 초까지 백신 3억 명 분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시한을 정해두고 백신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그 점이 걱정스럽다. 코로나19 위기를 해결하려면 안전하고 효과 있는 백신이 필요하다. 무조건 빨리 만드는 게 능사가 아니다.” 

    -앤소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5월 12일 미국 의회 증언에서 ‘백신이 오히려 감염을 강화하는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건 무슨 뜻인가. 

    “일부 백신에서 확인된 ADE(Antibody-Dependent Enhancement, 항체 의존적 감염 촉진) 현상에 대해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항체는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항체가 체내에서 오히려 바이러스 증식을 돕는 사례도 수차례 보고됐다. 이게 바로 ADE다. 프랑스 제약회사 시노피가 개발한 뎅기열 백신 ‘뎅그박시아’의 경우 2017년 시판 후 ADE 문제로 사용이 중단됐다. 당시 필리핀에서만 약 70명이 사망할 만큼 피해가 컸다.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예방 백신 개발 과정에서도 ADE 문제가 나타났다. 코로나19와 사스는 병원체가 유사하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때 ADE를 특히 주의해야 한다.” 

    -올 겨울 코로나19 재유행을 전망하는 이가 많다. 그 전에 백신이 나오기는 어려울까. 

    “언제 백신이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안전한 백신을 만드는 것이다. 백신은 치료제와 다르다. 병에 걸린 사람에게 사용하는 치료제는 부작용이 다소 예상돼도 치료 효과가 클 경우 개발할 수 있다. 반면 백신은 건강한 사람이 병에 걸리지 않으려고 맞는 것이다. 안전성을 더욱 철저히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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