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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이낙연, ‘책임정치’ 한다더니 당원에 책임 떠넘겨”

[사바나] “秋·尹 갈등 文이 메시지 내라”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류호정 “이낙연, ‘책임정치’ 한다더니 당원에 책임 떠넘겨”

  • ● 사회 초년생 때 할 말 못 해 후회… 국회서 반복 안 해
    ● 정의당=운동권 이미지 장벽 넘어야
    ● 포괄임금제 폐지법 준비, 일한 만큼 임금 받아야
    ● 소수정당 한계 극복하려면 메시지 전달 방식 중요
    ● 경쟁 밀려나면 낭떠러지 향하는 사회
    ● 10억 아파트 청년에겐 남 얘기, 최소주거기준 두 배로
밀레니얼 플레이풀 플랫폼 ‘사바나’는 ‘사회를 꾸는’의 줄임말입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노동자가 일한 만큼 임금을 받으려면 포괄임금제 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영철 기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노동자가 일한 만큼 임금을 받으려면 포괄임금제 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영철 기자]

‘뜨거운 논쟁을 즐기는 변론가.’ 

류호정(28) 정의당 의원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성격유형검사) 결과는 ENTP(외향·직관·사고·인식형)다. 그는 뜨거운 논쟁을 즐긴다.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장례식에 조문을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8월 정장 차림이 대다수인 국회 본회의장에 붉은 원피스를 입고 등장했다. “파격(破格)”과 “무례(無禮)”라는 반응이 동시에 나왔지만 류 의원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른바 추·윤(秋·尹) 갈등으로 마무리된 ‘정쟁 국감’ 속 그의 송곳 질문은 유난히 빛났다. 국감이 끝난 열흘 뒤인 11월 5일 국회 의원회관 류 의원실에서 그를 만났다. 의원실 창문 옆에 놓인 빈 백(bean bag·신축성이 좋고 푹신한 의자) 세 개가 눈에 띄었다. 즐겨 메는 노란색 백팩도 의자에 놓여 있었다. 의원실보다는 스타트업 사무실 같았다. 지난번 의원실 방문 당시 한 의원실 직원이 생일이라며 고깔모자를 쓰고 일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고성·욕설 오가는 국감 한심

- 의원실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네요.

“소파를 빼고 빈 백을 새로 들였어요. 고루해 보이는 체리색 가구도 기회가 될 때마다 빼고 있어요. 방문하는 분들이 ‘젊은 의원은 좀 다를 것이다’ 기대하는 것 같더라고요. 충족해 드리려고 합니다.”



- ENTP 유형의 사람은 형식적인 걸 답답해한다는데 류 의원도 그런가요.

“ENTP인 게 벌써 소문이 났나요(웃음). 꽉 막힌 절차를 따르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의원실에서 두레이를 사용해요. 협업 툴인데 메일·메신저·업무 관리가 함께 이뤄져요. 말로 짧게 전달해도 되는 일은 굳이 문서화하지 않고요. 일할 때 불필요한 관행을 줄이려고 합니다.”

- 국회 내 불필요한 관행이 있나요.

“불필요한 일회용품 사용이 많아요. 노트북이 있는데 굳이 서류를 쌓아놓죠. 산자위(류 의원 소속 상임위)는 이를 고치기로 했어요. IT 강국이라는데 국회는 못 따라가는 거죠. 출입증이 있는데 종이 식권을 내는 국회 식당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편한 복장을 입는 것도 정장만 고집하는 국회 관행을 타파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 국감에서 ‘깡’을 보여줬어요.

“국회에 오기 전 6년 정도 회사를 다녔어요. 당시 할 말을 다 못 한 경험이 후회로 남아요. 성희롱·갑질 문제가 있었는데 목소리를 내지 못했죠. 지금은 그 후회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고요. 먹고살려고 직장 생활 하다 보면 참는 일이 많잖아요. 지금은 제가 그분들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으니까 더 많이 말해야죠.”

- 국감으로 주목을 많이 받았는데 류 의원을 대하는 동료 의원 태도가 달라졌나요.

“많은 의원이 알아보시는 것 같아요. 국감 영상 잘 봤다고 응원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임기 초반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어요. 상임위나 국감에서 실력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조언받았죠. 국감이 잘 마무리돼 다행입니다.”

- 국감에서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정쟁이 이어졌어요.

“우리 상임위는 양반이던데요. 국감이 진행되는 동안 다른 상임위 상황을 라이브 방송이나 유튜브로 봤어요. 고성이나 욕설이 오간 곳도 있었어요. 한심했습니다. 분명 21대 국회가 출범할 때 싸우지 않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잖아요. 말과 행동이 다르면 국민 신뢰를 얻기 힘든 게 당연하죠.”

- 앞으로 갈등은 계속될 텐데요.

“대통령이 메시지를 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법무부 장관·검찰총장 임명권을 모두 대통령이 가지고 있어요. 지금은 침묵한 채로 한발 뒤에서 갈등이 증폭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고 봐요.”

민주당 ‘책임정치’한다더니

비판은 여당을 향하기도 했다. 10월 29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서울·부산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하며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게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고 말했다. 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게시글을 올렸다. 글은 “더불어민주당은 비겁합니다”로 시작한다.

- 이 대표 발언을 “해괴하다”고 평했어요.

“이 대표의 말을 듣자마자 직관적으로 든 생각입니다. 당헌은 당의 헌법이나 마찬가지죠. 책임정치를 하겠다고 해서 국민의 신뢰를 얻었는데 말을 바꿨어요. 심지어 공천 여부를 당원 투표로 결정했어요. 당원들에게 그 책임을 떠넘긴 거죠.”

대법원 판결 나왔는데도 포괄임금제 악용돼

11월 6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를 위한 1인 시위를 했다. [조영철 기자]

11월 6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를 위한 1인 시위를 했다. [조영철 기자]

- 정당인데 어쩔 수 없는 결정 아니었을까요.

“그렇게 몇 번만 반복하면 원칙이 사라지죠. 원칙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게 아니잖아요.”

- 류 의원의 원칙은 뭔가요.

“정의당 강령이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당. 저도 비난과 칭찬 둘 다 들어요. 여기에 마음이 흔들릴 때 기준으로 삼죠. 강령에 맞는 일이라면 여론을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포괄임금제 금지법을 통과시켜 안전한 일터와 합당한 임금을 보장해야 합니다.”

6일 아침 류 의원은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노란색 후드 집업을 입었다. 같은 색 슬리퍼를 신고 양손에 키보드를 들었다. IT업계 노동자가 크런치 모드(crunch mode·소프트웨어나 게임 출시를 앞두고 야근과 밤샘을 반복하는 기간)일 때 주로 착용하는 복장이다.

국감이 끝나자 류 의원은 법안 발의에 나섰다. 포괄임금제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이다. 포괄임금제는 실제 근로시간을 따지지 않고 매월 일정액의 시간외 근로수당을 지급하거나 기본임금에 모든 수당을 포함해 지급하는 임금 산정 방식이다.

- 어떤 문제가 있나요.

“대법원은 2010년 5월 판결을 통해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울 때만 포괄임금제를 적용했어요. 하지만 출퇴근 시간이 명확한 경우에도 포괄임금제가 이용되죠. IT 업계가 대표적입니다. 고정된 장소에서 일하는 직업은 근무시간을 기록해 일한 만큼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포괄임금제 금지법 취지입니다.”

-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도 있을 텐데요.

“근로기준법 특례 중 재량·간주시간근무제가 있어요. 유연근무제와 유사한 개념이죠. 대안이 존재하는데 포괄임금제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정의당 ‘운동권’ 넘고 진입장벽 낮춰야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로 들어가기 전 체온을 측정하는 가운데 류호정(오른쪽에서 세 번째) 정의당 의원이 발전소 작업복을 입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를 위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로 들어가기 전 체온을 측정하는 가운데 류호정(오른쪽에서 세 번째) 정의당 의원이 발전소 작업복을 입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를 위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 포괄임금제 금지법 통과가 임금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을까요.

“기본급이 낮아질 우려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기본급을 너무 낮추면 노동자 반발이 일겠죠. 상식선에서 조율이 이뤄질 거라고 생각해요. 주 52시간제처럼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는 8월 비동의 강간죄 법안(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상대방 동의 의사 없이 성관계를 한 사람을 강간죄로 처벌하는 내용이 담겼다. 영국·스웨덴 등 해외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법이다. 20대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 정의당에서 발의한 법안을 보면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정의당은 원내 의원이 6명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어요. 원내에서 동료 의원을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국회의원은 여론에 반응해요. 그래서 국회 내 시위를 하고 인터뷰에 응하고 있어요. 노동자 옷을 입고 대통령을 향해 한마디 한 것도 여론을 환기하기 위함입니다.”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10월 28일 류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 정문 앞에 발전소 노동자 복장을 입고 섰다. 고(故) 김용균 씨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입었던 작업복과 같은 것이다. 당일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에 방문했다. 류 의원은 문 대통령에게 “김용균 노동자를 기억하십니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잊지 말아주십시오”라고 외쳤다.

9월 7일부터 정의당 소속 의원들은 번갈아가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를 위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인명 피해를 낳은 산업재해 발생 시 위험 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 대통령 눈길 한 번으로 34일째 접어든 정의당 1인 시위가 관심을 받았어요.

“정의당 현실이죠. 좌절하기보다 받아들이고 최대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쇼’라는 비판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알려지지조차 않아요.”

그런 노력 때문일까. 11월 10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이 주최한 ‘중대재해 방지 및 예방을 위한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일터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안전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 보완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정의당 발의 법안에 힘을 실은 모양새다. 다음 날인 11일 박주민·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유사한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법 제정안을 발표했다.

-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선출된 후 당내 분위기가 달라졌나요.

“정의당 시즌2를 기대하시는 분이 많아요. 저도 당에 기여하기 위해 홍보전략본부장을 맡았어요. 당의 메시지를 국민에게 잘 전달하려 노력할 겁니다.”

-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요.

“대부분 정의당을 떠올리면 운동권을 생각해요. ‘전태일 평전’ 정도는 읽어야 당에 소속될 수 있을 것 같고요. 정의당은 사회적 약자와 서민을 위한 정당을 표방해요. 정의당에 대한 허들이 높아서는 안 되죠. 일상 언어로 국민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할 겁니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전달 방식도 중요해요. 법안 관련 내용이 준비되면 의원실에서 홍보 회의를 따로 해요. 직관적 인상을 주는 게 중요하죠. 저런 것도 노력 중 하나입니다.”

류 의원은 뒤를 가리켰다. 검은색 모니터에 노란색 띠가 둘러져 있었다. 국감 질의 당시 사용한 모니터다. 그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에서 선전홍보부장으로 일했다. ‘아재’들의 전유물로 비치는 노조에 젊은 감각을 입혀 호응받았다. 일했던 게임 회사에서도 기획과 마케팅을 맡았다.

그는 자기PR에 능하다. 항상 착용하는 노란색 마스크는 그의 시그너처다. 류 의원실 관계자는 “임기 초반 캐주얼 복장을 입은 류 의원이 국회 보안 검색에서 제지당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럴 일 없다”고 귀띔했다.

불공정에 분노하는 청년, 기저는 불평등

- 요즘 관심 두는 문제가 있나요.

“청년 주거죠. 주거와 일자리는 불평등 문제예요. 부모 소득이 자녀 교육 수준부터 직업까지 영향을 미치죠. 전셋집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지만 월세를 내며 학자금 대출도 갚아야 하는 이도 있어요. 축적된 불평등이 30대까지 좌우하는 것이죠. 청년 세대에게 공정 프레임을 씌우는 경우가 많아요. 청년이 왜 공정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사회가 경쟁으로 내모니 청년들은 ‘그럼 공정하기라도 해라’ 외치는 것입니다.”

- 경쟁의 긍정적 면도 있잖아요.

“경쟁만으로 모든 게 정해져서는 안 된다는 거죠. 지금은 경쟁에서 한번 밀려나면 낭떠러지로 향해요. 주거와 일자리는 모두에게 보장돼야 합니다. 삶의 질을 보장하는 사회안전망이 필요해요.”

- 의원님도 원룸에 월세로 산다고 들었어요.

“어머니와 함께 살아서 투룸 전셋집을 구하고 싶은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오는 2월에 계약이 끝나는데 전세 시장이 좀 안정되길 기다려야 하나 싶네요.”

- 어떤 청년 주거 대책이 필요할까요.

“정부가 투기 세력을 잠재워 집값을 잡겠다는 대의에는 동의해요. 매매가는 전월세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니까요. 그렇지만 10억 원씩 하는 집값이 6억 원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대부분 청년에겐 언감생심이죠. 전세가 줄어드는 만큼 단기로 월세 지원이 필요하다고 봐요. 사회에 나갈 때 집이 없어서 나앉는 경우는 없어야죠.”

- 장기로는요.

“공공 임대를 늘려야겠죠. 청년주거기본권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요. 지금은 최소주거면적이 14㎡(4.2평)예요. 책상과 침대만 겨우 들어가는 방이 기준이 되면 안 되죠.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 없듯, 집이 휴식 공간이 되려면 최소주거면적을 두 배로 넓혀야 해요.”

- 불평등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요.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기본소득도 필요하죠. 하지만 지금 당장은 정의당에서 추진하는 전 국민 고용소득보험이 있어요. 노동자뿐 아니라 자영업자도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죠.”

정의당의 홍보전략본부장다운 말이다. 김종철 대표도 전 국민 고용소득보험의 필요성을 여러 번 강조한 바 있다. 류 의원은 인터뷰 내내 국민에게 쉽게 다가가는 직관적 메시지를 강조했다. ‘빅터뉴스’가 네이버 데이터랩을 통해 지난 4개월(7~10월) 동안 21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검색량을 조사한 결과 비례대표 47명 중 류 의원 검색 비중이 32.6%를 차지했다. 그에 대한 시중의 ‘관종’ 폄하가 그의 전략에 말려든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오히려 그는 21대 최연소 국회의원을 향한 세간의 관심을 즐기는 듯 보인다.

“‘젊은 의원은 좀 다를 것이다’ 기대하는 것 같더라고요. 충족해 드리려고 합니다.”



신동아 2020년 12월호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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