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빵을 튀긴 뒤 설탕을 듬뿍 묻혀 먹는 시장표 ‘도나스’. 최근 레트로 감성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다. [GettyImages]
레트로 감성을 타고 도시 곳곳으로 ‘도나스’가 돌아왔다. 우리말 표기법에 맞게 쓰자면 ‘도넛’이라고 해야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눈앞에서 갓 튀겨, 설탕 묻혀 먹는 따끈한 시장의 맛을 표현하기에 ‘도나스’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도넛은 한 손에 커피를 들고 한입 달콤하게 즐기는 도시적인 맛을 떠오르게 한다. ‘고로케’를 ‘크로켓’이라고 부르기 힘든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자글자글 폭신폭신 노르스름
달걀처럼 동그랗고 쫄깃한 빵 안에 팥소가 가득 들어 있는 태극당 찹쌀도나스. [태극당 홈페이지]
쌀가루 혹은 밀가루 반죽으로 튀겨 만든 빵은 세계 여기저기에서 오랫동안 먹어 왔다. 우리나라도 웬만한 전통시장과 한때 번성했던 도시 중심가 상점 거리에 가면 유명한 도넛 가게가 하나씩은 다 있다. 노점일지라도 짧게는 20~30년, 길게는 60~70년의 세월을 살아낸 곳이 보인다. 행여 주인은 바뀌었을지언정, 기름 솥은 쉬지 않고 끓어온 장소들이다.
큼직하기로 유명한 인천 신포시장 꽈배기. [신포국제시장 홈페이지]
‘도나스’계의 2인자는 타래처럼 꼬아놓은 꽈배기다. 꽈배기는 반죽에 따라 쫀득한 것, 포슬포슬한 것,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인 것, 곁 면에 결이 있는 것 등으로 종류가 다양하다. 밀가루와 쌀가루 반죽 비율, 발효 정도 등에 따라 이런 질감 차이가 생긴다.
‘도나스’ 가게에 가면 으레 맛있는 속재료에 빵가루를 포슬포슬 붙여 튀긴 ‘고로케’(크로켓)도 맛볼 수 있다. ‘고로케’ 속에는 마요네즈와 케첩으로 무친 ‘양배추 사라다(샐러드)’를 비롯해 ‘카레 사라다’, 잡채 등을 넣는다. 폭신한 ‘도나스’ 사이에 오이, 양배추, 당근 등을 넣고 마요네즈와 케첩으로 맛을 더해 샌드위치처럼 팔기도 한다.
전국 각지 가볼 만한 ‘도나스’ 가게들
대전 성심당의 카레고로케. 포슬포슬 씹히는 빵가루와 카레의 조화가 매력적이다. [성심당 공식 인스타그램]
흔히 먹는 ‘도나스’보다 훨씬 크고 폭신하면서도 쫀득한 맛이 나는 중국식 도넛을 맛보려면 경기 수원 ‘이가꽈배기’에 가보자. 70년 역사를 가진 경북 포항 ‘시민제과’를 비롯해 전국 각지의 유서 깊은 제과점에서도 제법 맛있는 ‘도나스’를 판다. 대전 ‘성심당’, 군산 ‘이성당’, 춘천 ‘대원당’, 광주 ‘궁전제과’, 서울 장충동 ‘태극당’ 등의 화려한 진열대에는 늘 ‘도나스’와 ‘고로케’가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음식평론가 브리야 사바랭은 “새로운 요리의 발견은 새로운 별의 발견보다도 인류 행복에 더 많이 기여한다”고 했다. 나는 튀김빵 즉, ‘도나스’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경북 포항 시민제과의 사라다빵. 튀긴 빵 사이에 케첩으로 맛을 낸 ‘사라다’가 듬뿍 들어 있다. [시민제과 공식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