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호

시마당

알기 쉬운 그림으로 대류현상을 설명하는 페이지

  • 김상혁

    입력2020-12-0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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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센 바닷바람 맞으며 절벽에 사람이 서 있군요.
    너무 낮게 그려진 태양에 어깨가 닿을 것 같은,
    알아보기 쉬우라고 삽화가가 부러 크게 그린 남자로군요.
    아슬아슬한 절벽에 서서 그가 페이지 바깥을 쳐다보는데

    (한여름 바닷가에 부는 바람은 우리의 땀도 식히고 마음도 시원하게 해줍니다.)

    말풍선이 한가한 말을 담고 있군요.
    맥락 없이 흰 새 두 마리가 푸른 하늘을 나는 중이라서
    휴가지 같군요. 해풍 속에서 주름 하나 없는 바다의 표면이
    귀국 잊은 마음과 같군요. 사람을 계속 세워두고 있군요.

    (북극에 선 사람이 자전하는 지구의 적도까지 공을 던졌다고 가정해 봅시다.)

    어려울 게 없군요. 그날 문득 바람이 불었다, 종잡지 못해서
    세상사 바람 같다고 하는데, 쉬운 그림이 다 알려주는군요.
    어두운 복도를 화살표 안내등 따라 다 걷겠다고 생각하며
    책을 덮었습니다. 누군가 어깨를 두드려주는 것만 같군요.



    (뜨겁고 땀이 납니다. 바람 한 점 없어서 몸도 마음도 시원하질 않군요.)

    김상혁
    ● 1979년 서울 출생
    ● 2009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 등단
    ● 시집 ‘이 집에서 슬픔은 안 된다’ ‘다만 이야기가 남았네’ ‘슬픔 비슷한 것은 눈물이 되지 않는 시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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