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사이더’(보스턴식 사과 와인)도 ‘충주 사과’로 만들면 ‘전통주’
제조 방식 상관없이 농업법인이 직접 생산 원료로 만들면 ‘전통주’
전통주 지정 시 주세 50% 감면·온라인 판매 허용 혜택
“지역특산주, 전통주 범주에서 분리해야”
‘댄싱사이더컴퍼니’가 생산한 미국식 사과 와인 ‘애플사이더’. [댄싱사이더컴퍼니 홈페이지]
댄싱사이더컴퍼니의 애플사이더는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상 전통주가 맞다. 전통주진흥법에 따르면, 다음 세 가지 기준 중 한 가지 이상을 충족하면 전통주로 인정된다. 각각 △무형문화재 면허 보유자가 제조한 술 △정부가 지정한 식품명인이 제조한 술 △농민 또는 농민이 설립한 법인(농업회사법인)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한 술이다. 첫째·둘째 범주의 술은 다시 ‘민속주’, 세 번째 범주는 ‘지역특산주’로 분류된다. 전통주로 지정된 술은 주세의 50%를 감면받는다.
미국 전통 사과와인인 애플사이더를 전통주로 등록할 수 있었던 근거는 전통주진흥법상 ‘농업회사법인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한 술’이라는 문구에 있다. 댄싱사이더컴퍼니는 충북 충주시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으로, 충주산 사과로 주력 제품 애플사이더를 생산한다. 댄싱사이더컴퍼니 관계자는 “아직 애플사이더가 전통주로 유통되는 것이 이상하다는 소비자 피드백을 받은 적은 없다. 애플사이더는 지역특산물인 사과를 재료로 충주 소재 양조장에서 생산돼 법적으로 전통주다. 다만 2030세대가 주 타깃층이라 전통주임을 적극 내세우지는 않고 있다”고 답했다.
제조 방식보다 누가 만들었는지가 중요
전통 방식으로 만든 술도 ‘전통주진흥법’ 기준을 충족해야 전통주로 인정받을 수 있다. [GettyImage]
막걸리도 마찬가지다. 국순당의 ‘국순당 생막걸리’와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은 모두 전통적인 막걸리 제조 방식으로 생산된다. 그럼에도 국순당 생막걸리는 전통주가 아니고, 느린마을은 전통주다. 국순당은 농업회사법인이 아닌 데다 ‘국순당 생막걸리’는 수입산 쌀로 만든다. 반면 배상면주가는 경기 포천시에 ‘배상면주가 포천엘비(LB)주식회사’라는 별도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했다. 포천 소재 양조장에서 포천 지역 쌀로 막걸리를 생산한다. 농업회사법인이 현지에서 재배한 쌀로 만든 술이므로 전통주로 인정받는 것이다.
일각에선 모호한 전통주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기도 농업기술원에서 전통주를 연구하는 이대형 박사는 “당초 지역특산주 도입 취지는 영세 농민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술을 만들어 팔아 농가 소득을 높이자는 것이었다. 최근 지역특산주 시장이 성장하면서 전통주라고 보기 어려운 주류가 전통주 범주에 포함됐다. 지역특산주를 전통주에서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