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호

청소년 커피 중독 ‘경보’… 카푸치노 1잔, 1일 카페인 권장량 ‘2배’

“공부할 때 잠 쫓으려… 커피 마시길 멈출 수 없다”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고동완 인턴기자

    입력2020-11-09 10:16:2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커피전문점 커피 카페인 함량 ‘에너지 드링크’ 최대 10배

    • 청소년 1일 카페인 섭취 권장량(160㎎), 성인(400㎎) 절반도 안 돼

    • 카페인 함량 및 위험성 고지는 ‘권고사항’

    • 의학 논문 “청소년 고(高)카페인 음료 섭취, 수면장애·자살충동 최대 4배 높여”

    • 커피 프랜차이즈 관계자 “(카페인 함량 및 위험성) 묻는 경우만 답한다”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 잠 쫓으려고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이제 카페라떼를 매일 한 잔 꼴로 마신다. 커피 마시기를 멈출 수 없다.” -고등학교 2학년 박모(18) 군. 

    “시험 기간이 닥치면 집 근처 스타벅스에 간다. 졸음에서 벗어나려 아메리카노를 매일 1~2잔씩 마신다.” -중학교 3학년 김모(16) 군. 

    “시험 기간 3주 전부터는 졸음을 피하고자 커피를 마신다. 에너지 드링크 음료보다 커피에 카페인이 적은 것으로 안다.” -중학교 3학년 김모(16) 군. 

    커피를 즐겨 마시는 청소년이 늘면서 청소년 건강에 ‘빨간 불’이 켜졌다. 커피 전문점의 커피에 청소년 1일 섭취 권장량보다 많은 카페인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권고한 청소년(14~19세) 1일 카페인 최대 섭취량은 몸무게 1㎏당 2.5㎎ 이하다. 한국영양학회 권고치는 남성 청소년(체중 63.8㎏ 기준) 160㎎, 여성 청소년(체중 53㎏ 기준) 133㎎이다. 성인(400㎎)과 임산부(200㎎) 권고치보다 적다.

    1잔 마셔도 1일 카페인 권장량 ‘훌쩍’

    커피전문점 커피 속 카페인 함량은 ‘에너지 드링크’보다 훨씬 많다. [동아DB]

    커피전문점 커피 속 카페인 함량은 ‘에너지 드링크’보다 훨씬 많다. [동아DB]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매일 마시는 중학교 3학년 김 군의 몸무게는 56㎏, 하루 카페인 섭취 권장량은 140㎎이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1잔에는 카페인 150㎎(355㎖ 기준)이 담겨 있다. 아메리카노 한 잔만 마셔도 하루 최대 권장량보다 더 많은 카페인을 섭취하게 된다. 



    커피빈의 아메리카노 1잔에는 카페인 198㎎(355㎖), 투썸플레이스의 경우 144.9㎎(355㎖)이 함유됐다. 아메리카노보다 카페인 함유량이 높은 품목도 많았다. 엔제리너스의 아메리치노 라떼는 300㎖ 기준 241㎎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할리스커피의 카푸치노의 경우 카페인 함유량이 311㎎(354㎖)에 달했다. 

    커피 속 원두와 물의 양, 제조 방식에 따라 카페인 양은 크게 달라진다. 커피 프랜차이즈 A사 관계자는 “아메리카노에 에스프레소 25~30㎖ 한 샷(shot·카페인 함량 약 100㎎)이 들어간다. 커피 종류에 따라 두 샷 이상이 들어가기도 한다. 여기에 초콜릿 등을 더하면 카페인 함량이 더 많아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이 많은 양의 카페인을 섭취하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장량 이상의 카페인이 체내 칼슘·철분 흡수를 방해해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심혈관 질환과 신경계 이상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김병성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카페인 섭취로 위장과 수면 장애를 겪을 수 있어 청소년은 커피를 멀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옥선명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청소년이 카페인을 과다 섭취할 경우 카페인 의존성이 생길 수 있다. 평생 식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만큼 성인보다 더 엄격한 섭취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카페인 과다 섭취 시 ‘자살 생각’ 위험성 늘어

    지나친 카페인 섭취가 청소년의 자살 발생률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2016년 순천향대 보건행정경영학과 연구팀의 연구(‘우리나라 청소년의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 섭취와 자살 생각과의 관련성’)에 따르면, 청소년의 고(高)카페인 음료 섭취는 ‘자살 생각(Suicidal Ideation·자살하고 싶어 하고 이를 실행하려는 의도·계획)’ 위험성을 높였다. 

    이 연구에 따르면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를 주 1~2회 섭취한 중학생은 자살 생각 위험성이 1.35배 증가했다(고카페인 에너지 음료를 섭취하지 않은 중학생 대비). 주 3~4회 2.22배, 주 5~6회 2.68배, 매일 섭취할 경우 3.32배 높아졌다. 고등학생의 경우도 섭취 빈도가 주 1~2회(1.34배), 주 3~4회(1.99배), 주 5~6회(2.57배)로 늘어날수록 자살 생각 위험성이 높아졌다.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를 매일 1회 이상 섭취한 고교생의 자살 생각 위험성은 4.25배까지 급등했다. 카페인 과다 섭취의 부작용인 불면증과 가슴 두근거림, 신경과민 증상이 자살 생각 빈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고카페인 음료의 대명사인 ‘에너지 드링크’의 카페인 함유량은 카페 커피보다 훨씬 적다.<표 참조>. 롯데칠성음료 핫식스 오리지널(250㎖)과 동서음료 레드불의 카페인 양은 각각 59.9㎎, 62.5㎎이다. 다른 에너지 드링크 제품보다 카페인 함유량이 많은 코카콜라음료의 몬스터에너지(355㎖)도 100㎎ 수준이다.
     
    2013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당 카페인이 0.15㎎ 이상 함유된 음료에 ‘고카페인 제품’ ‘어린이·임산부·카페인 민감자는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는 문구 표기를 의무화했다. 카페에서 판매되는 커피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식약처는 9월 18일 커피전문점 커피의 카페인 함량 및 주의문구를 표기하도록 하는 ‘식품 등의 표시기준’ 일부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카페인 과다 섭취의 부작용을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점포 수 100곳 이상인 프랜차이즈 업체가 대상이다. 표기도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다. 실효성 있는 규제를 위해 카페인 함량 및 주의사항 표기를 의무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고시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현재 검토 중이다. 법적 근거가 미흡해 권고 규정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향후 필요하다면 (카페인 함량 표기) 의무화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페인 함량 일일이 고지 어려워”

    카페를 찾은 청소년이 카페인 과다 섭취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을까. 커피 전문점에 카페인 함유량을 기재한 영양 성분표가 비치돼 있기는 하다. 다만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있거나 글씨가 작아 확인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커피를 주문하는 청소년에게 카페인 함량과 위험성을 알리냐는 질문에 커피 프랜차이즈 B사 관계자는 “커피 제품이 원체 다양하다. 카페인 함량을 일일이 고지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C사 관계자도 “고객이 직접 문의하는 경우에 한해 설명한다”고 말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청소년이 성인을 따라 커피를 마시면 많은 카페인을 섭취하기 쉽다. 각 커피 제품별로 카페인 함량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기도 쉽지 않다”며 “카페의 눈에 띄는 곳에 커피의 카페인 함량을 표시하고 청소년에게 카페인 과다 섭취의 위험성을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