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미투 보선’ 띄우며 민주당·문재인 정부 심판론 부각
與 도덕적이고 유능한 후보 ‘칼날 검증’ 예고
서울은 여성 후보 약진, 부산은 野 후보 “저요, 저요”
與 ‘동남풍 발원지 재탈환’ vs 野 ‘부산판 레콩키스타’
금태섭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잘해야 된다”… 野 후보 가능성
인지도와 개인기 중요성… 누가 ‘맞춤형 후보’ 내느냐 관건
이번 선거는 서울·부산 유권자만 1142만여 명(26%, 전국 유권자 4399만여 명 중 서울 846만5419명, 부산 295만6637명, 21대 총선 기준)에 이른데다, 문재인 정부 4년차에 치러지는 만큼 차기 대선(2022년 3월 9일) 전초전 성격을 띤다. 각 정당은 1·2 도시에 차기 대선 전진기지를 구축한다는 의미에서, 대선 잠룡들은 선거 결과에 따라 용으로 비상할 수도, 이무기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사활을 건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특히 선거가 민주당 소속 전직 서울·부산시장의 성추문 의혹으로 치러지는 만큼 야당은 여당 책임론을 넘어 문재인 정부 심판론으로 화력을 극대화할 공산이 크다. 이에 맞서는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 카드를 꺼내 부산은 물론 서울에 거주하는 부산·울산·경남 출신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후보자에 대해서는 ‘도덕성 칼날 검증’을 예고하며 “가장 도덕적이고 유능한 후보”(이낙연 대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인물”(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전장에 출전시킨다는 복안이다.
서울 : ‘미투 보궐’… 잰걸음하는 여성 후보들
국민의힘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이혜훈 전 의원, 윤희숙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왼쪽부터).
국민의힘에서는 여성 후보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보궐선거가 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의 성추문으로 치러지는 ‘미투 선거’인 만큼 경쟁력 있는 여성 후보가 출전하면 선거전을 유리한 구도로 끌고 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여기에 부동산과 세금 문제가 내년 선거 향배를 가를 핵심 이슈라는 점도 여성 후보들을 부각한다.
첫 테이프는 박춘희(66) 전 송파구청장이 끊었다. 박 전 구청장은 이혼 후 두 자녀를 키우기 위해 분식집을 운영하다가 49세의 나이로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재선 구청장을 지낸 ‘인생 스토리’로 잘 알려진 인물. 그는 11월 11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졸속 부동산 대책을 남발해 서울시민을 최악의 전세대란으로 몰아넣었고, 집값을 잡는다며 평범한 가정에 세금 폭탄을 퍼붓고 있다”며 현 정부의 실정(失政)을 파고들었다.
3선의 이혜훈(56) 전 의원 출마 선언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의 경제전문가인 이 전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주변의 출마 권유를 무겁게 받아들인다. 고민이 막바지에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조은희(59) 서초구청장도 부동산과 세제 현장에서 갖춘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출마 대열에 합류했다. 조 구청장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문제점을 지적하며 서초구 독자적으로 공시지가 9억 원 이하 1가구 1주택자 재산세 구세(區稅)분의 절반을 돌려주는 정책을 추진해 대립각을 세웠다.
판사 출신 4선 나경원(57) 전 의원도 몸을 풀고 있다. 그동안 뜸했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다시 시작했고, 조만간 책을 내고 본격 활동을 예고했다. 11월 2일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주재한 서울 지역 중진 만찬에도 참석하는 등 정치 재개의 시동을 걸었다. 4선 권영세(61)·박진(64) 의원과 3선 김성태(62)·김용태(52) 전 의원, 김동연(63) 전 경제부총리, ‘5분 발언’으로 화제를 모은 재정·복지 전문가 윤희숙(50) 의원 등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잠룡으로 분류되는 오세훈(59) 전 서울시장도 여전히 야권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차지하는 ‘살아 있는 카드’다.
‘無敵 필승 카드’ 안 보이는 야당의 고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왼쪽부터).
안 대표는 11월 12일 “정권교체를 위한 기본 틀로 자유롭게 경쟁하고 비전을 나누고 국민의 지지를 받는 혁신 플랫폼이 필요하다”면서도 “플랫폼 시간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아닌 대선에 맞춰져 있다”고 말해 ‘서울시장 출마설’을 우회적으로 부인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안 대표에 대해 여러 차례 부정적인 뜻을 밝혔고, 당내에서 플랫폼의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류가 강한 것은 걸림돌이다. 그러나 야권 후보 적합도에 여전히 그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만큼 그의 출마를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1월 1~2일 아시아경제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서울시장 범야권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7.6%로 1위를, 안 대표가 15.9%, 금 전 의원이 8.4%를 기록했다. 이어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6.5%), 조은희 서초구청장(6.2%), 김동연 경제부총리(5.1%) 순이었다. 적합한 후보가 ‘없다’는 응답도 28.1%였다(무선ARS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탈당 후 야권 ‘시민 후보’로 급부상한 금 전 의원은 11월 18일 국민의힘 초선 모임에 강연자로 참석하는 등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야권에선 금 전 의원 등 여당 후보를 저격할 수 있는 인물들이 모두 참여하는 범야권 후보 경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신당을 창당한 후 시민 후보와 2차 경선을 치르는 시나리오도 흘러나온다. 금 전 의원은 11월 10일 신동아와 전화 인터뷰하면서 야권 서울시장 후보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발언을 했다.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금태섭 전 의원도 선거 막판에는 우리와 다 함께할 것’이라고 했는데, 가능한 얘긴가?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잘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현재로서는 열심히 하겠다는 거밖에는….”
-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거 보면 국민의힘과 물밑 교류가 있었던 거 같은데.
“그건 아니다. (국민의힘 측과) 사적으로 만난 거 외에는 그런 거 없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안 대표와 금 전 의원 등 외부 인사 영입에 적극적이지만 안 대표는 서울시장 경선에서 탈락하면 정치 이력에 치명타를 당하는 만큼 확실한 승리가 보이기 전까지 서울시장 선택지를 짚어 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당으로서는 인지도 높은 인사를 영입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당이 대동단결해 그런 인물을 만들어가면서 시민의 이목을 집중시켜 경선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영선·추미애의 재도전, 우상호·박주민의 첫 도전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우상호·박주민 의원(왼쪽부터).
‘재선 개혁파’ 박용진 의원은 “시장 후보군 논의는 감사하지만 서울시장보다는 정치개혁 과제를 고민하고 있다”며 차기 대선 출마로 방향을 틀었다.
한편 ‘단일화 없는 독자 완주’를 선언한 정의당에서는 권수정 시의원, 정재민 서울시당 위원장, 이동영 전 관악구의원 등이, 원외정당에서는 신지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가 출전 채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 野 후보들은 일찌감치 ‘잠행’… 與는 ‘가덕도 신공항’ 앞세워 프레임 전환
국민의힘 박민식·이진복·유재중 전 의원(왼쪽부터).
우선 야당의 유력 주자이던 김세연(48) 전 의원이 9월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부산시장 보선을 위한 주자들의 잠행(潛行)은 일찌감치 시작됐다. 공식적으로는 11월 9일 박민식(55) 전 의원이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했고, 이진복(63)·유재중(64)·이언주(48) 전 의원, 박형준(60) 전 국회사무총장과 서병수(68) 의원도 곧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주자’는 이진복 전 의원. 이 전 의원은 부산시정을 정상화하겠다는 의미에서 8월 24일 ‘부산정상화 포럼’을 발족해 활발하게 표밭을 갈고 있고, 김무성 전 의원 등 전·현직 PK 의원들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래구청장과 3선 의원(동래구)을 지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에 책임지는 의미에서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점은 평가를 받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인물상이냐는 점에서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르노삼성, S오일 등 대기업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이언주 전 의원은 과거 ‘우파 여전사’에서 민생 현장을 찾으며 ‘젊은 경제 전문가’임을 부각하는 모습이다. 강성 우파들의 지지를 받는 만큼 경제발전에 대한 지역민의 염원에 부합하는 중도층 흡수 전략이라는 평이지만, 강성 이미지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이언주 전 의원, 박형준 전 국회사무총장, 서병수 의원(왼쪽부터).
당내 최다선(5선)이자 전직 부산시장 출신인 서병수 의원은 부산시정을 빠르게 회복할 인사란 평가를 받지만, 21대 총선에서 전략공천으로 부산진갑에서 당선된 만큼 1년도 채 안 돼 의원직을 던지는 데 대한 부담이 크다.
최근에는 박성훈(49)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여야의 주목을 받고 있다. 행정·사법고시에 모두 합격한 기획재정부 출신 경제전문가로, 대통령경제금융비서관실 선임행정관(박근혜 정부)과 민주당 예산결산특위 수석전문위원을 지내고 지난해 부시장이 됐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말한 ‘참신한 40대 경제전문가’에 부합하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民心 달래기’ 나선 부산 민주당
김영춘 국회사무총장, 김해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인영 부산시의원(왼쪽부터).
현재 민주당에서는 김영춘(58) 국회사무총장과 김해영(43) 전 의원, ‘부산 재선’ 최인호(54)·전재수(49) 의원, 그리고 여성인 박인영(43) 시의원(전 부산시의회 의장)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해양수산부 장관과 3선 의원을 지낸 김 사무총장은 닫았던 페이스북 페이지를 다시 열고 11월 6일에는 국회도서관 부산분관 건설 현장을 찾는 등 점차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겸손하고 반듯한 이미지의 김해영 전 의원은 민주당 최고위원을 하면서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금태섭 전 의원의 징계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등 ‘할 말은 하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은 인물. 민주당 부산시당 싱크탱크인 오륙도연구소 소장으로 지역 현안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은 강점이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는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세 차례 금정구의원을 지내고 부산시의회 사상 첫 여성·최연소 의장 경력을 갖춘 박인영 시의원은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소탈함과 지역 내 친문 세력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강점. 오거돈 전 시장으로 인한 부정적 당 이미지를 희석해 줄 인물로 꼽힌다. 변성완(55) 부산시장 권한대행도 오 전 시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흔들리던 시정을 안정시켰다는 평가와 함께 민주당 후보로 입길에 오르내린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과 지역위원장들이 11월 9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한 데 대해 머리를 숙여 사죄하고 있다. [뉴시스]
배수강 편집장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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