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호

내셔널지오그래픽이 MZ세대 일상복 된 3가지 이유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0-12-10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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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언박싱]

    • 백팩, 패딩, 운동화에 박힌 로고 ‘내셔널지오그래픽’

    • 상반기 영업이익 165억, 전년 동기 대비 70% 성장

    • 아웃도어 ‘아재’ 스타일 깬 ‘스탠다드 핏’

    • MZ세대 신념 드러내는 100% 친환경 제품 비중 15%

    • 제조사 직원 평균연령 34세… “수평적 조직문화와 젊은 감각”

    더네이쳐홀딩스 패션 브랜드 ‘내셔널지오그래픽’ 모델 정혁. 그가 입은 플리스 아우터는 100% 친환경 제품으로 젊은 세대의 인기를 얻고 있다. [더네이쳐홀딩스 제공]

    더네이쳐홀딩스 패션 브랜드 ‘내셔널지오그래픽’ 모델 정혁. 그가 입은 플리스 아우터는 100% 친환경 제품으로 젊은 세대의 인기를 얻고 있다. [더네이쳐홀딩스 제공]

    직장인 유호근(49) 씨는 얼마 전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젊은 여성 배낭에서 낯익은 로고를 발견했다. 노란색 사각형 옆에 ‘National Geographic’이라고 쓰여 있었다. ‘저거 다큐멘터리 채널 내셔널지오그래픽 이름 아닌가’ 하며 고개를 돌린 순간, 이번엔 해당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힌 아우터를 입은 젊은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털 모양이 뽀글뽀글한 플리스(fleece·양털처럼 가공한 원단) 재킷 차림이었다. ‘젊은 친구들이 다큐멘터리 채널 기념품을 갖고 다니네’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오니, 때마침 고등학생 딸이 택배 박스에서 내셔널지오그래픽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와 운동화를 꺼내고 있었다. 딸은 몸에 티셔츠를 대보이며 유씨에게 “아빠, 이거 어때요? 예쁘죠?”라고 물었다.


    ‘MZ세대의 신(新)교복’으로 불리는 ‘뜨는’ 브랜드

    내셔널지오그래픽 로고가 크게 박힌 가방.

    내셔널지오그래픽 로고가 크게 박힌 가방.

    유씨는 딸에게 얘기를 듣고서야 한국 한 의류기업이 내셔널지오그래픽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패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스타일이 깔끔해 누가 걸쳐도 개성이 살아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탐험과 환경보호 활동을 하는 세계 최대 비영리재단이다. 학회지·잡지·교양서 발간, 다큐멘터리 영상 제작, 어패럴 브랜드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한다. 한국에서는 더네이쳐홀딩스라는 회사가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 판권을 사들여 2013년부터 패션 사업을 하고 있다. 가방을 시작으로 캠핑용품, 의류, 선글라스, 신발에 이르기까지 제품군을 넓혀가는 상황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요즘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1980~2004년생) 사이에서 한창 뜨는 브랜드다. 젊은이 몇 명이 모인 자리에 가면 내셔널지오그래픽 로고가 들어간 아이템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라고 쓰고 ‘MZ세대의 신(新)교복’이라고 읽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판매 실적도 좋다. 최근 3년(2017~2019년) 평균 매출 증가율이 84.4%에 달한다. 2019년 매출액은 2353억 원이다. 코로나발(發) 경제 위기로 의류산업이 부진에 빠진 2020년에도 상반기 매출액(987억 원)과 영업이익(165억 원)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6%, 70% 증가했다.




    ‘아재’ 스타일 깬 ‘스탠다드 핏’ 아웃도어룩으로 승부수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흥행 성공 요인은 뭘까. 첫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아웃도어 룩과 도시형 캐주얼 패션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스타일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도시 거리에서 입을 수 있는 아웃도어 스타일을 추구한다. 헐렁한 팬츠에 품이 넉넉한 맨투맨 티셔츠(면 소재의 목깃이 둥글고 긴소매가 달린 옷), 그 위에 패딩을 입는 식이다. 깔끔한 디자인과 튼튼한 소재, 가볍고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핏, 모노톤(흰색·회색·검은색 등 한 가지 색상으로 표현한 것) 색감, 심플한 자수 로고, 취향에 따라 옷에 탈부착할 수 있는 와펜(가슴이나 모자 등에 다는 장식) 등이 한데 어울려 감각적인 패션을 완성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한국에서 의류를 론칭한 시기는 2016년이다. 당시만 해도 아웃도어 시장은 방수, 방풍, 투습력, 신축성 등 기능성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 주를 이뤘다. 디자인은 부차적인 것으로 여려졌다. 이때 내셔널지오그래픽은 활동성에 더해 스타일까지 갖춘 아이템을 내놨다. 

    부해 보이지 않고 몸매 선이 은근히 드러나는 ‘스탠다드 핏’ 아웃도어룩은 곧장 젊은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의 단점은 스타일이 다소 투박하고 촌스럽다는 점이다. MZ세대는 이러한 ‘아재’ 스타일을 거부한다. 남에게 건강하고 매력적인 자기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이런 스타일을 원하는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2019년 오프라인 매장 소비자의 65%가 10~30대다.


    MZ세대 신념 내보이는 100% 친환경 제품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올 4월 ‘그린티(Green Tee) 컬렉션’ 출시를 기념해 유튜브·틱톡 등 SNS에서 ‘그린티 캠페인’ 활동을 펼쳤다. 사진은 틱톡에 올라온 그린티 캠페인의 한 장면.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올 4월 ‘그린티(Green Tee) 컬렉션’ 출시를 기념해 유튜브·틱톡 등 SNS에서 ‘그린티 캠페인’ 활동을 펼쳤다. 사진은 틱톡에 올라온 그린티 캠페인의 한 장면.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브랜드에 친환경 이미지를 녹여내는 데도 성공했다. 최근 MZ세대는 가치 소비를 추구한다. 자기 신념을 대변하는 브랜드 제품을 사는 것으로 신념을 표현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상품 중 약 15%는 ‘100% 친환경 제품’이다. 올 가을·겨울 시즌 전략 상품으로 출시한 ‘친환경 플리스 아우터’를 보자. 이 제품 원단은 폴라텍으로, 폐(廢)플라스틱을 작게 조각내 만든 것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제품을 애용하는 대학생 정재민(23) 씨는 “내셔널지오그래픽 로고가 박힌 제품을 착용함으로써 환경과 동물권 보호에 대한 내 신념을 내보일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MZ세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가치 소비 경험을 공유하는 성향을 가진 것을 고려해 SNS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이벤트도 펼치고 있다. 2020년 4월 ‘그린티(Green Tee) 컬렉션’ 출시를 기념해 유튜브·틱톡 등 SNS에서 전개한 ‘그린티 캠페인’이 한 사례다. 

    그린티 컬렉션은 친환경 소재로 만든 티셔츠 위에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 그림을 담은 제품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이 셔츠를 입고 ‘그린티 송’이라는 음악에 맞춰 춤추는 영상을 동물보호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면 선물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한 달 만에 틱톡에만 게시물이 2000건 이상 올라왔다. SNS에 올라온 전체 영상 조회수가 1000만 회를 넘길 만큼 화제를 모았다. 누리꾼들은 영상 아래 “이런 광고라면 하루 종일 볼 수 있다” “예쁜 옷도 입고 동물과 지구도 살리고 착한 소비도 할 수 있어 일석삼조”라는 댓글로 공감을 표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브랜드 홍보를 담당하는 양희진 오피큐알 대리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모든 제품 디자인이 자연에 가까워야 하고, 소재 또한 최대한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킨다. 제품에 다는 단추나 쇼핑백 원료 등 작은 요소 하나까지 환경보호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려고 애쓴다. 이런 점이 MZ세대에게 좋게 비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MZ세대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 중 하나로 젊은 조직 문화도 꼽을 수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만드는 더네이쳐홀딩스 임직원(207명) 평균 연령은 34세다. 양희진 대리는 “신규 브랜드가 인기를 모으려면 트렌드를 이끄는 기획력과 브랜드 확장성이 중요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시즌별로 기획 상품을 빠르게 선보이며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았다”며 “더네이쳐홀딩스의 수평적 조직 문화와 빠른 의사 결정이 내셔널지오그래픽을 오늘 자리에 올려놓은 원동력일 것”이라고 말했다. 더네이쳐홀딩스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외에도 스포츠브랜드 ‘NEL’, 여행가방 브랜드 ‘ZEEP’, 여행용품 편집몰 ‘TTGO’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0년 7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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