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호

秋에 반발 ‘커밍아웃’ 검사 5人 “젊은 검사들에겐 댓글 참여가 평검사회의”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0-11-1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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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사부 소속 평검사 중심, 이프로스 활동 안 하던 이들도 참여

    • 이쯤 되면 사실상 ‘평검사회의’ 아니냐는 분위기

    • 댓글 달았다고 나무라는 선후배 없어…모두 지지하는 분위기

    • 秋 ‘커밍아웃 좋고요’ 발언, 경박하고 존경심 사라져

    • 젊은 검사일수록 개혁 공감…‘내로남불’ 검찰 장악에 분노

    • 尹 검찰 ‘사병화’ 증오했는데 秋 막말에 ‘마음속 사면’

    • 여권 지지자 ‘적폐’몰이, 보수 유튜버 악용 모두 불쾌

    • ‘톱다운’식 평검사회의, 신세대 검사에 안 맞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김재명 동아일보 기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김재명 동아일보 기자]

    10월 말 전·현직 법무부 장관이 일선 평검사의 ‘검찰개혁 실패’ 비판을 ‘커밍아웃’으로 비판하자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는 10월 28일 이프로스에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서 이 검사는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 먼 훗날 부당한 권력이 검찰 장악을 시도하며 2020년 법무장관이 행했던 그 많은 선례들을 교묘히 들먹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10월 29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추미애 장관을 공개 비판한 제주지검 이환우 검사는 어떤 사람?”이라는 글과 함께 한 일간지 기사를 공유했다. 이 검사가 인천지검에서 근무하던 2017년 2월, 동료 검사에게 ‘약점을 폭로하겠다’는 문자를 보낸 이유로 긴급체포된 피의자의 접견권을 부당하게 제한했다는 의혹이었다. 같은 날 추 장관도 해당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공유하며 “좋습니다. 이렇게 커밍아웃 해 주시면 개혁만이 답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10월 30일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는 이프로스에 올린 ‘장관님의 SNS 게시글에 대하여’ 제하 글에서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와 동일하게 현재와 같이 의도를 가지고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리는 상황은 우리 사법 역사에 나쁜 선례를 남길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므로 저 역시 커밍아웃하겠다”고 밝혔다. 최 검사는 노무현 정부 법무부 장관을 지낸 천정배 전 의원의 사위로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의 조카다. 

    10월 28일부터 11월 6일까지 현직 검사 2292명(2020년 9월 개정 ‘검사정원법 시행령’ 기준)의 20%에 가까운 400여 명이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서 “나도 커밍아웃한다”며 추 장관을 비판하는 댓글을 달았다. 이 검사의 글에 90여 명, 최 검사의 글에는 310여 명의 검사가 총 400여 개의 댓글을 기명으로 달았다. 내용은 커밍아웃에 동참한다는 것. 11월 2주차에 접어들며 댓글 수는 더는 크게 늘지 않았다. 나머지 80%에 해당하는 검사들은 침묵을 지켰다. 



    단순히 숫자로만 본다면 두 평검사를 공개 지지한 검사는 검찰 내 소수다. 과연 이프로스에 달린 댓글 400여 개는 검찰 내 기득권층의 ‘소수의견’에 불과할까. 커밍아웃이 소강상태에 접어든 11월 9~13일, 커밍아웃 사태에 동참한 검사들은 누구이고 그 동기는 무엇인지 현직 검사 5명에게 물었다. 5명 모두 이름과 직위가 나갈 경우 인터뷰에 응하기 어렵다고 해 어쩔 수 없이 익명 처리했다. 

    이프로스에서 “추 장관이 검찰 내 언로(言路)를 막는다”며 비판한 A 평검사는 “실제 댓글 단 사람이 400여 명일 뿐이다. 말만 안 했지, 검사 대부분이 동의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며 “이프로스 댓글은 기명으로 작성하므로 같이 근무하는 선후배 검사 모두 내가 댓글 쓴 것을 안다. 눈치 주거나 나무라는 사람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형사부 소속 B 평검사는 “직접 통계를 낼 수야 없지만 주변 동료 대부분이 댓글 내용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프로스에 이 검사를 지지하는 댓글을 단 C 부장검사는 “주변에서 ‘지금 분위기는 사실상 검사회의를 연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검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침묵한 검사 80%, 秋 장관에 동조할까

    2001년 5월 개설된 이프로스는 대검 예규(‘이프로스 관리·운영 규정’)에 따라 “검찰 구성원 사이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고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구축한 검찰종합정보통신망”이다. 일반 기업의 사내 인트라넷처럼 검사가 검찰 관련 업무 전반을 확인하는 창구다. 검찰을 떠나는 검사의 경우 고별사를 올리기도 한다. 검찰총장만 글을 작성할 수 있는 ‘검찰총장 게시판’과 검사 전용 ‘검사 게시판’(검사 외 행정직원은 열람 및 댓글 작성만 가능) 등 다양한 게시판에 작성하는 글과 댓글은 기명이 원칙이다. 이번 커밍아웃이 이뤄진 곳은 검사 게시판이다. 

    1월 2일 추미애 장관 취임 후 이프로스는 여러 차례 들끓었다.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1월 8일, 8월 7일)와 중간간부(1월 23일, 8월 27일)를 대상으로 총 4차례 단행된 인사 때마다 ‘추미애표 인사’에 대한 반발이 있었다. 윤석열 총장의 ‘수족’을 자르고 추 장관 측근을 요직에 임명한 ‘검찰 길들이기’ 아니냐는 것이다. 문찬석 전 광주지검장이 8월 8일 검찰을 떠나며 이프로스에 올린 고별사에 400명 넘는 검사가 댓글로 호응한 것이 대표적이다. 검사장급 이상 인사가 이프로스에 게시한 고별사에 대개 댓글 100개 정도가 달리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숫자다. 

    문 전 지검장은 8월 7일 인사에서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좌천’되자 곧장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2월 10일 ‘전국 지검장 및 선거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총장 지시를 거부했다고 하는데 앞으로 저희 검사장들은 일선 검사를 어떻게 지휘해야 하느냐”라며 비판했다. 당시 이 지검장은 최강욱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현 열린민주당 대표)을 기소(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 활동 확인서를 허위 작성해 준 혐의)하라는 윤 총장의 지시를 3차례 거부한 바 있다. 

    다만 문 전 지검장의 고별사에 달린 댓글은 “오랜 시간 고생이 많으셨습니다”(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새로운 여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이근수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현 안양지청장) 등 덕담과 인사말이 대부분이었다.

    “댓글 단 검사 절대 다수, ‘尹 라인’ 아냐”

    이번 커밍아웃 행렬에 동참한 검사들은 과연 윤 총장을 지지하는 이른바 친(親)총장파 검사들일까. ‘신동아’ 취재에 응한 검찰 관계자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커밍아웃에 동참한 검사 중 상당수는 ‘평검사’와 ‘형사부 소속’이라는 공통점을 보인다. C 부장검사는 “댓글로 자기 의사를 밝힌 검사들 면면을 보면 대부분 형사부에서 주로 근무한 평검사”라며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이번 커밍아웃을 일부 친총장파의 움직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정치권의 편가르기다. 절대 다수는 윤석열 라인도 아니고 인사상 특혜를 받은 적도 없다. 부장급 이상의 비중이 작지만 이들이 후배 검사들과 생각이 다른 것은 아니다. 추 장관 취임 후 인사에서 자신과 같은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검사들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 목도했다. 부장급 이상은 속된 말로 ‘날아가기’ 쉬운 상황이라 말을 아낄 수밖에 없다.” 

    B 검사도 “댓글을 단 검사 대부분이 평검사다. 특히 경력 12년 안팎의 각 지청 수석·부수석급 검사가 많이 보인다. 과거 이프로스에 추 장관에 비판적 의견이 이따금 올라왔다. 다만 이번에는 원래 의견을 내지 않던 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평소 이프로스에 글 자체를 안 쓰던 사람도 여럿”이라고 말했다. 

    평검사는 전체 검사 정원 2292명의 78%인 1789명이다. 2004년 검찰청법 개정으로 현재 검사 직급은 검찰총장과 검사 두 가지뿐이다. 다만 업무상 편의를 위해 검사정원법 시행령에서 검사 직위를 ‘대검찰청 차장검사·고등검찰청 검사장’부터 ‘지방검찰청 또는 지청 검사’까지 11가지로 세분화했다. 평검사란 이 중 지방검찰청 또는 지청 검사로서 실질적인 수사 실무를 도맡는 이를 지칭한다. 

    취재 과정에서 검사들은 법무부 장관이 일선 평검사를 저격한 것에 분노했다. A 검사는 “자기 생각을 표현했다는 이유로 전·현직 법무부 장관이 젊은 평검사를 합심해 공격했다. 추 장관의 인사와 수사지휘권 남발에 불만이 있었으나 장관의 뜻이기에 참았다. 장관이 검사 개인을 인신공격하자 또래 평검사들의 누적된 불만이 폭발했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젊은 검사일수록 공감”

    공판부에서 근무하는 D 평검사는 “다들 장관이 총장 등 검찰 수뇌부를 찍어 누르는 것도 지나친 처사라고 생각한다. 일개 평검사까지 찍어 누르는 것은 참을 수 없다”며 “내부 통신망에 몇 글자 적었다고 장관이 몸소 저격하는 최악의 선례를 남겼다. 앞으로 장관의 의중을 거스르는 수사 결과를 내놓으면 어떤 식으로 보복할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들은 검사들의 의사 표명이 ‘검찰개혁’에 대한 반대로 풀이되는 것을 경계했다. D 검사는 “검사들의 정당한 의사 표현을 두고 어떤 이는 ‘항명’이나 ‘적폐세력의 발악’으로 매도한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이야 젊은 검사일수록 십분 공감한다. 개혁 자체가 아닌, 검찰을 권력 입맛에 맞게 쥐락펴락하는 추 장관의 ‘내로남불’에 분노할 뿐”이라고 말했다. D 검사는 “보수 세력이 이번 사태를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는 빌미로 활용하는 것에도 분노한다. 이른바 보수 유튜버들이 검사들의 의견 개진을 자기 입맛대로 해석하는 것을 보고 불쾌했다”며 검심(檢心)을 정치에 악용하는 것 자체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E 부장검사는 “추 장관을 향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윤 총장을 향한 동정론이 힘을 얻고 있기는 하다. 다만 이는 윤석열 개인에 대한 충성이 아닌, 검찰총장에 대한 지지”라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윤 총장이 주도한 인사도 원칙이 없었다. 국가 공조직인 검찰을 사병화(私兵化)했다. 자기 사람만 기용하는 것을 보고 실망했고, 공정하지 못한 총장을 증오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윤 총장의 과오가 적잖지만, 추 장관의 연이은 막말과 횡포에 검사 상당수가 마음속으로 총장을 사면해 준 셈이다. 여느 조직처럼 검찰도 평검사는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젊은 검사들이 참다 참다 공포심을 떨치고 각성했다. 이런 상황을 추 장관이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프로스발(發) 커밍아웃이 오프라인에서 검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을까. 검사의 집단행동, 이른바 ‘검란(檢亂)’을 주도한 것은 평검사들의 ‘평검사회의’였다.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에 대한 ‘인적 청산’을 천명하자 각 청의 수석검사(경력 12년 안팎의 고참 평검사)들이 반발했다. 노 대통령은 이들의 의견을 듣겠다며 2003년 3월 ‘검사와의 대화’에 나섰다. 검찰 사상 처음 열린 ‘전국 평검사회의’에서 선출한 평검사 대표 10명이 검사와의 대화에서 노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이후 평검사회의는 2005년 5월과 2011년 6월 각각 ‘검경수사권 조정’에 반발해 열렸다. 가장 근래 열린 2012년 11월 평검사회의는 중앙수사부 폐지에 집단 항의했고, 그 결과 한상대 당시 총장이 사퇴했다. 

    이프로스의 댓글 행렬이 당장 평검사회의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평검사들은 “지금으로서 실제 집단행동이 있을지 알기 어렵다”(A 검사) “아직 긴장감이 남아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표출될지 모르겠다. 추 장관이 취임 후 계속 총장을 공격하니까 이제 면역이 생겼다”(B 검사)는 등 집단행동 가능성에 회의적이었다. 


    “秋 장관, 계속 총장 공격하니 ‘면역’ 생겨”

    평검사회의 방식이 오늘날 젊은 검사들의 성향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평검사회의를 주도한 것은 고참 평검사였다. 회의 진행 방식도 이들이 표명한 의견에 큰 무리가 없다면 후배 검사들이 따르는 식이었다. 

    이를 두고 C 부장검사는 “요즘 신세대 검사들은 과거 평검사회의 같은 ‘톱다운(top-down)’ 방식을 별로 안 좋아한다. 이프로스라는 온라인 공간에서 평등하게 의견을 나누는 등 검찰 문화가 한결 민주적으로 바뀌었다”며 “덕분에 검사 개개인의 의견이 갖는 무게감과 울림은 오히려 더 커졌다. 이번 커밍아웃도 젊은 검사들의 새로운 의사 표현 방식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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