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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도 매출 3배, 美 ‘홈트’업계 넷플릭스 ‘펠로톤’

코로나로 헬스장 파산 속 주가 6배 급등 [샌프란시스코 통신]

  •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코로나에도 매출 3배, 美 ‘홈트’업계 넷플릭스 ‘펠로톤’

  • ● 운동기구 부착 스크린으로 트레이너와 실시간 강습
    ● 1분기 매출 6억710만 달러, 지난해 동기 대비 3배↑
    ● 나스닥 주가 130달러 돌파, 코로나19 확산 전보다 6배↑
    ● 주문 폭주…“블랙프라이데이(美 최대 할인 시즌) 할인행사 안 한다”
    ● 펠로톤 성장 속 오프라인 헬스장 ‘부티크 피트니스’ 업체는 파산
    ● “회원 공동체를 만드는 소셜 커넥션 회사” 자처
펠로톤 운동기구에 부착된 스크린으로 트레이너에게 실시간 강습을 받을 수 있다. [펠로톤 홈페이지]

펠로톤 운동기구에 부착된 스크린으로 트레이너에게 실시간 강습을 받을 수 있다. [펠로톤 홈페이지]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에서 자전거가 불티나게 팔렸다. 직장도 학교도 가지 않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안전하게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다 보니 자전거의 인기는 말 그대로 폭주했다. 샌프란시스코베이 지역(실리콘밸리 등 샌프란시스코 주변 지역)에서도 저가 보급형 자전거를 주로 파는 ‘월마트’ ‘타겟’ 등 대형마트뿐 아니라 자전거 전문점의 재고가 바닥나기 일쑤였다. 

9월 28일 월스트리트저널이 인용 보도한 마켓리서치회사 ‘NPD 그룹’의 통계로도 입증된다. 이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통행 규제가 본격 실시된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동안 미국에서 약 26억 달러(2조9000억 원)어치 자전거가 팔렸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81% 증가한 액수다. 

자전거 열풍은 실내용 자전거 운동기구로도 옮겨갔다. 코로나19 확산 속 홈트레이닝(hometraining·집에서 하는 운동) 관련 기업 ‘펠로톤(Peleton)’이 급성장한 이유다. 2012년 미국 뉴욕에서 존 폴리(John Foley) 현 대표 등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모여 펠로톤을 설립했다. 실내용 자전거 운동기구가 주력 상품으로 최근 트레드밀(러닝머신)로 판매 영역을 확장했다. 회사 이름인 펠로톤은 프랑스어로 ‘자전거 경기에서 여러 사람이 뭉쳐 달리는 큰 무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펠로톤은 단순히 운동기구만 판매하는 업체가 아니다. 운동할 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함께 제공한다. 홈트레이닝 업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이유다. 펠로톤 제품을 구입한 고객은 운동기구에 부착된 터치스크린을 통해 인기 트레이너와 함께 실시간으로 자전거를 탄다. 마라톤에 푹 빠져 변호사 생활을 접고 펠로톤 대표 운동 강사로 합류한 로빈 아르존(Robin Arzon) 같은 인플루언서(influencer)와 함께 호흡하며 페달을 밟을 수 있다. 다른 회원과 함께 경주도 가능하다. 자전거를 타지 않을 때에는 요가, 피트니스 등 다른 운동과 관련된 콘텐츠를 스크린으로 보며 운동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 펠로톤의 ‘飛上’

올해 펠로톤의 매출은 급증했다. 2분기 펠로톤 매출액은 6억710만 달러(6779억4800만 원)로 지난해 같은 시기 2억2330만 달러(2493억5900만 원)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2분기 영업이익도 8910만 달러(994억9800만 원)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에는 4740만 달러(529억1200만 원) 적자를 봤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펠로톤 주식을 산 투자자는 상당한 ‘재미’를 봤다. 펠로톤은 지난해 9월 말 1주당 29달러(3만2000원)로 미국 나스닥(NASDAQ)에 상장했다. 소폭 등락을 거듭하던 주가는 올해 3월 중순 20달러(2만2000원) 수준이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며 펠로톤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10월 중순 130달러(14만5000원)를 돌파했고 11월 5일 현재 120달러(13만4000원) 선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 전보다 주가가 6배가량 높아진 것이다. 올해 미국 주식시장의 ‘신데렐라’라고 할 만하다. 

밀려드는 고객의 주문을 펠로톤이 미처 다 소화하지 못할 정도다. 펠로톤은 올해 ‘블랙프라이데이(BlackFriday)’ 세일을 앞두고 자사 웹사이트에 다소 황당한 공지를 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블랙프라이데이에 별도의 할인 판매 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매년 11월 네 번째 목요일은 미국의 추수감사절이다. 다음 날 금요일을 블랙프라이데이라고 하는데, 백화점과 마트 등에서 한 해 가장 큰 폭의 할인 행사가 벌어진다. 펠로톤은 가뜩이나 주문이 폭주해 블랙프라이데이 이전에 주문한 상품 배달도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고객 불편을 줄이고자 판촉 행사에 나서지 않겠다는 얘기였다.

‘미디어·소프트웨어·디자인’ 업체 자처한 펠로톤

펠로톤이 자사 사업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등록서류(Form S-1)에 잘 나타나 있다. 펠로톤은 ‘Form S-1’에서 스스로를 “우리는 물리적 세상과 디지털 세상을 아울러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통합적이고(immersive) 서로 연결된(connected) 운동을 경험하도록 하는 기술기업”이라고 규정했다. 

펠로톤의 사업 영역은 다양하다. “회원에게 최고의 피트니스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회사든 될 수 있다”는 것. 펠로톤은 ‘Form S-1’을 통해 다음과 같이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최고의 강사들과 함께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만드는 미디어 회사” “회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인터랙티브 소프트웨어 회사” “아름답고 직관적인 장비를 만드는 제품 디자인 회사” “회원 공동체를 만드는 소셜 커넥션 회사” 등이다. 운동기구뿐 아니라 운동을 위한 콘텐츠를 제작·판매해 회원들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커뮤니티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펠로톤이 판매하는 제품·서비스를 살펴보면 이해가 빠르다. 주력 제품인 실내용 자전거 운동기구에는 ‘아이패드’를 연상시키는 터치스크린이 부착돼 있다. 기본형 제품 가격은 1895달러(211만2000원)다. 여기에 신발·덤벨·물통·이어폰·심박 모니터 장치 등이 포함된 제품은 2345달러(261만4000원)다. 터치스크린을 통해 콘텐츠를 이용하려면 매월 39달러(4만3000원)의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펠로톤 운동기구 없이 콘텐츠만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회원권은 12.99달러(1만4500원)다. 회원권을 구입하면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1대에 한해 펠로톤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펠로톤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매월 39달러를 내고 펠로톤 운동기구와 콘텐츠를 함께 이용하는 고객 숫자는 133만 명이다. 디지털 회원권을 12.99달러에 구입한 이는 51만 명이다. 지난해보다 각각 137%, 382% 증가했다. 펠로톤의 급성장 이전, 뉴욕에서는 ‘부티크 피트니스(boutique fitness)’가 인기를 끌었다. 부티크 피트니스는 실내에서 강사와 함께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자전거 강습이 특히 인기를 끌었다. 2006년 설립해 미국 전역에 40개 이상의 스튜디오를 둔 ‘플라이휠(Flywheel)’이나 ‘솔사이클(SoulCycle)’ 같은 업체가 대표적이다. 매월 100달러(11만원) 안팎의 회비를 내면 일주일에 한 번 스튜디오에서 강사와 함께 자전거를 타며 운동할 수 있다.

‘부티크 피트니스’를 제치다

플라이휠은 올해 9월 파산 신청을 했다. 온라인 홈트레이닝 업체 펠로톤의 성장과 대조적으로 오프라인 부티크 피트니스 시대가 저문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고객 수 급감의 영향이 컸다. 2018년 펠로톤은 플라이휠이 자사 운동기구에 도입된 기술을 도용했다며 고소했다. 올해 2월 플라이휠이 패소해 사세는 더욱 내리막길을 걸었다. 솔사이클은 시장 변화에 발맞춰 스튜디오 강습보다 온라인 강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펠로톤 열풍은 샌프란시스코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옆 동네에 사는 친구도 펠로톤 자전거를 샀다면서 자랑했다. 코로나19 사태 후 헬스장에 갈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집 안에 펠로톤 자전거를 들여놓고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질 우드워드 펠로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0월 23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매달 헬스장에 회비를 내는 사람이 세계적으로 1억8000만 명이다. 우리에겐 앞으로 성장할 거대한 공간이 있다”고 말했다. 

펠로톤이 언제까지 성장세를 이어갈지 예단할 수 없다. 다만 사람들은 점차 집 안에서 되도록이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삶의 방식에 익숙해지고 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속감까지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의 매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신동아 2020년 12월호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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