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호

식은 밥으로 만드는 달콤한 푸딩, 몽글몽글 식감에 건강까지!

김민경 ‘맛이야기’ ㊲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입력2020-11-2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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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은 밥에 우유와 설탕을 넣고 잘 익히면 풍부한 식감의 푸딩이 된다.  [GettyImage]

    식은 밥에 우유와 설탕을 넣고 잘 익히면 풍부한 식감의 푸딩이 된다. [GettyImage]

    겨울에 차게 먹어야 제맛인 음식을 꼽으라면 평양냉면을 떠올리는 이가 많을 것이다. 나는 ‘단술’이 맨 먼저 생각난다. 단술은 쌀알이 동동 뜨는 감주, 즉 식혜를 말한다. 겨울마다 엄마는 들통에 단술을 만들어 뒷베란다(나는 평생 아파트에 살았다)에 내놓으셨다. 오빠와 나는 밤이면 단술을 한두 국자씩 떠서 방으로 갖고 들어가 홀짝홀짝 마시며 놀곤 했다.

    달콤구수한 겨울 음료 단술

    겨울 음료로 인기 많은 식혜. 단술이라고도 불리며 농익은 단맛이 매력이다. [GettyImage]

    겨울 음료로 인기 많은 식혜. 단술이라고도 불리며 농익은 단맛이 매력이다. [GettyImage]

    단술은 참으로 여러 가지 맛이 나는 음료다. 여리여리한 단맛에 구수함이 배어 있고, 마시기 전에는 시큼한 내음이 나는가 싶지만 한 모금 들이켜면 농익은 단내가 확 퍼진다. 찰기가 쏙 빠진 밥알을 먹는 재미는 또 얼마나 좋은지. 꼭꼭 씹어 단물을 빨아 먹고도, 입안에서 이리저리 굴려가며 껌처럼 오물오물 씹다가 꿀꺽 삼킨다. 

    식혜는 고두밥이나 식은 밥에 엿기름 불린 물을 부어 삭혀 만든다. 전기밥솥의 보온 기능이나 에어 프라이어를 사용하면 간편하게 밥을 삭힐 수 있다. 요즘에는 식혜용 티백이 나와 엿기름 불리는 불편 없이 좀 더 간편하게 식혜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쌀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은 식혜 말고도 많다. 찰지고 단맛 좋은 쌀은 달콤한 푸딩 재료도 된다. 식은 밥을 냄비에 담고 밥이 잠기도록 우유를 부은 뒤 설탕을 넣는다. 이 재료를 약한 불에 올려 끊임없이 저으며 우유가 밥에 스며들도록 끓인다. 농도가 되직하다 싶으면 우유를 좀 더 넣어 촉촉하면서 부드럽게 만든다. 쌀이 떠먹기 좋을 정도로 걸쭉하게 익으면 불을 끈다. 이때 버터 한 조각과 달걀노른자를 풍덩 빠뜨려 골고루 섞으면 조금 더 이국적 풍미가 난다. 


    블루베리를 얹은 쌀푸딩.  [GettyImage]

    블루베리를 얹은 쌀푸딩. [GettyImage]


    따뜻함이 가시기 전 조금 덜어 맛을 보자. 충분히 맛있을 것이다. 여기서 뜨거운 김을 뺀 다음 냉장실에 넣어 탱탱하게 굳히면 푸딩 완성이다. 이 위에 과일 조각이나 꿀, 다진 견과류 같은 것을 뿌려 같이 떠먹으면 좋다. 몽글몽글한 입자의 씹는 맛이 재밌고, 만드는 이가 단맛을 조절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쌀로 만든 요거트의 풍부한 식감

    밥알이 살아있는 쌀 요거트.  [김민경 제공]

    밥알이 살아있는 쌀 요거트. [김민경 제공]

    쌀로 요거트도 만들 수 있는데, 이때는 쌀누룩이 필요하다. 쌀누룩은 고두밥에 황국균을 뿌려 만든 것으로 온라인 마켓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밥을 짓는 동안 쌀누룩을 물에 주물러 풀어준다. 밥, 쌀누룩, 물을 섞어 따뜻한 온도에서 숙성하면 쌀 요거트가 된다. 이때도 보온밥솥을 사용하면 간편하다. 

    밥알이 살아 있는 쌀 요거트는 그대로 먹어도 좋고, 마시기 전 곱게 갈아 시판 요거트처럼 만들어도 된다. 시큼하고 구수한 풍미에 쌀 특유의 단맛이 연하게 난다. 달콤한 재료를 섞으면 좀 더 시판 요거트에 가까워진다. 이 외에 불린 쌀을 곱게 갈아 팬케이크를 만들어도 맛있다. 

    요즘 가정주부들 사이에서 ‘돌밥돌밥’(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의 줄임말)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으로 집에서 밥을 먹는 일이 늘어서다. 이럴 때 쌀을 갖고 놀이하듯 몇 가지 요리를 만들어 즐겨보면 좋겠다. 

    누군가는 탄수화물 덩어리라며 멀리하지만, 쌀에는 여러 가지 비타민과 좋은 단백질도 들어 있다. 글루텐불내증(밀가루에 들어있는 불용성 단백질인 글루텐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 질환)을 앓는 이가 먹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밀 자급률은 2%인 반면 쌀 자급률은 90%에 달하니 간식 재료로 쌀을 택하는 데 마음의 거리낌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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